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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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게다가 병원에 가서 확인해 봤더니 임신 검사 기록도 없고 오히려 임신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어. 네가 괜히 의심하는 거야. 생각해 봐, 구승훈이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정말 임신했다면 이렇게 며칠을 혼자 이쪽에 두고 갔겠어?”문연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승훈 오빠가 신경 쓴다니 무슨 말이야? 승훈 오빠는 그냥 데리고 노는 거야.”염진숙은 웃었다.“그래그래, 네 승훈 오빠가 구씨 가문 어르신이랑 등을 돌리고 자기 부하 보내서 곁을 지킬 만큼 데리고 노는가 보다.”문연진은 염진숙의 말에 짜증이 났고 속이 터질 것 같았다.“그만 좀 할 수 없어? 임신한 거 보라고 부른 거잖아!”염진숙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봤을 땐 임신한 것 같지 않은데.”“그러면 왜 하이힐을 안 신어? 화장은 왜 안 해? 이런 큰 행사에 화장을 하나도 안 했잖아!”“힐을 신지 않아도 충분히 키가 크고 화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쁘니까.”문연진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엄마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염진숙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문연진은 화가 나서 시선을 홱 돌렸다.‘강하리, 임신한 게 아니어야 할 거야. 정말 임신했다면 내가 가만 안 둘 거니까!’염진숙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정해, 네 승훈 오빠가 알면 널 가만히 안 둘 거야.”강하리는 호텔로 돌아와 문을 닫은 뒤 온몸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았다.조금 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했던 그녀가 사실은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그 순간, 떠밀려서 유산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이 아이까지 잃으면 정말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하리는 소파에 앉아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구승훈의 전화가 걸려 왔다.강하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전화를 받았다.“하리야, 겁내지 마.”저쪽에서 들려온 구승훈의 목소리에 문득 강하리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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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강하리는 욕조에 몸을 기대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아직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다소 아픈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욕실 문이 열렸다.강하리는 예상치 못하게 들어온 구승훈을 보고 깜짝 놀랐다.“얼마나 오래 있었던 거야?”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구승훈은 대답 대신 그저 다가와서 그녀를 욕조에서 안아 들었다.강하리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구승훈, 이거 놔!”하지만 구승훈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안아서 침대에 바로 눕혔고 강하리는 그 틈에 몸을 이불로 감싸고 그를 향해 발길질했다.구승훈이 그런 그녀의 발목을 잡고 몸을 숙이자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온몸이 덩달아 긴장태세에 돌입했다.“구승훈, 당장...”“무서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대고 물었다.강하리의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던 두려움이 갑자기 다시 한번 솟구쳤다.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답했다.“무서워.”구승훈은 가슴이 아릿해지며 그녀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하리야, 그때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강하리의 눈가가 붉어지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누군가 일부러...”“알아, 더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나머지는 나한테 다 맡기고.”강하리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알았어.”구승훈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하리의 귀에는 강하고 힘찬 심장 박동이 들렸고 뒤에서는 남자의 단단한 가슴이 느껴졌다.가만히 누워있던 그녀는 놀랍게도 잠깐은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시선을 내린 채 두 눈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숨긴 그녀는 오늘 하룻밤만이라도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어느샌가 강하리는 잠에 들었고 구승훈은 그녀가 잠드는 것을 지켜보다가 몸을 기울여 입술에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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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구동근은 걱정하지 마. 절대 강하리를 내버려둘 양반이 아니니까 넌 침착하게 있으면 돼.”문연진은 여전히 마음속으로 분노를 품고 있었지만 문원진의 말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외교부에서 걸려 온 전화라 문연진은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눈을 뜨기도 전에 주해찬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가 움직이려는데 구승훈이 다시 품으로 끌어당겼다.“조금만 더 자, 아직 이른 시간이야.”그의 말에 강하리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옆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고 다소 잠긴 목소리에는 약간의 섹시함이 묻어났으며 턱에는 갓 돋아난 수염이 있었는데 그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잠깐 넋을 잃었다.구승훈은 웃으며 큰 손을 이불 아래로 뻗어 그녀의 작은 배를 감쌌다.“아기 엄마, 왜 그렇게 쳐다봐?”강하리는 순간 정신을 차리자 어젯밤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다소 민망해서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내 휴대폰 돌려줘.”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주해찬의 전화를 바로 끊어버린 뒤였다.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그녀를 끌어당기며 위로 덮쳤다.“강하리 씨, 또 나 몰라라 하는 거야?”강하리는 그를 힘껏 밀어냈다.“구승훈, 내 배!”구승훈은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걱정 마, 아기 안 건드리고 너만 덮치는 거야.”강하리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와 힘껏 구승훈을 옆으로 밀어버렸다.“저리 꺼져!”그녀는 잠옷을 끌어당겨 입었고 그런 그녀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는 구승훈의 두 눈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곧바로 베개를 집어 들어 구승훈의 얼굴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이른 아침부터 보면 안 될 모습이긴 하네.”그렇게 말한 후 그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고 잠시 후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시선을 내린 강하리는 동요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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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구승훈은 무심하게 답한 뒤 고개를 숙여 강하리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그 여자가 외교부에 있는 한 넌 항상 조심해야 해. 하리야, 난 네가 그렇게 힘든 건 싫어.”강하리의 속눈썹이 파들 떨리며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갑자기 어떻게 왔어? 집안일 다 처리했어? 혹시 나 때문에... 할아버지랑 등 돌린 거야?”“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구승훈은 그녀의 어깨 움푹 들어간 곳에 턱을 대고 말했다.“그 영감탱이는... 꼭 너 때문이 아니라 이젠 나도 구씨 가문을 손에 넣을 때가 됐으니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듯했다.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은 아침으로 먹을 것을 주문하고 강하리가 나왔을 때는 이미 멀끔히 차려입은 뒤였다.강하리는 당장이라도 갈 듯한 그의 모습을 보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가려고?”구승훈은 다가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네가 나랑 헤어지기 싫다면 여기 있고.”강하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곧바로 밀어냈지만 잠시 후 이렇게 덧붙였다.“안전 조심해.”구승훈이 웃었다.“강하리 씨,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건가?”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구승훈, 당신은 그래도 내 아이 아빠야.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리야, 네가 아직도 날 걱정해 줘서 너무 기뻐.”강하리는 시선을 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그들 사이엔 너무 많은 것들이 둘을 갈라놓고 있지만 그래도 한때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었다.앞으로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그를 없는 존재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구승훈은 강하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강하리는 그를 배웅하러 가지 않고 그냥 위층에 서서 그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봤다.구승훈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같은 시각 문씨 가문은 난리가 났다.어젯밤 문연진은 해고된 후 집에 돌아와 울기 시작했고 밤새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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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문원진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동안 넌 얌전히 집에 있어. 또 나가서 사고 치지 말고, 알았지?”문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구승재가 바로 다가왔다.“할아버지가 깨어나셔서 계속 형을 찾고 있었어.”구승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고 구승재가 그를 바라봤다.“어떡하려고?”“정신과 의사한테 가자.”구승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형, 할아버지가 큰삼촌한테 연락하기 시작한 것 같아.”구승훈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비웃었다.“뭐, 마음대로 하시라고 해.”구승재는 말없이 구승훈을 바라봤고 두 사람이 진료실에 도착했을 때 정신과 의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구승재는 밖에 있었고 구승훈은 홀로 치료실에 들어섰다.“그냥 누우면 되나요?”정신과 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 대표님,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구승훈이 웃었다.“다른 의사로 바꿀까요?”정신과 의사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고 구승훈은 자리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지난 20년 동안 그는 한 번도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았다.고통스러웠으니까.강주에서의 짧은 기쁨의 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고통뿐이었고 지금까지도 기나긴 치료 과정만 기억하고 있었다.매일 마주치는 정신과 의사의 얼굴은 그에게 천사이자 악마였고 그 시절은 그의 기억 속에 온통 고통밖에 없었다.뼛속 깊이 파고드는 고통.하지만 이제 이 방법을 통해 어린 시절을 조금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시도할 거다.치료 과정 내내 구승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고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만이 그가 괴롭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그의 머릿속에는 기억은 한 편의 공백으로 남아있었다.구승훈이 눈을 감고 떠올려 봐도 생각나는 건 일부 장면뿐이었다.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여초연은 그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고 여자의 얼굴에는 증오가 가득했다.그녀가 말했다.“죽어, 죽으라고!”그게 그의 기억 속 여초연이 처음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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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강하리는 전화기 너머로 구승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 씨, 무슨 일 있었어?”구승훈이 낮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야만 네 생각을 할 수 있어?”강하리는 갑자기 침묵했고 구승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휴대폰으로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강하리가 먼저 조용히 말을 꺼냈다.“별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구승훈이 웃었다.“하리야, 나 안 보고 싶어?”강하리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반나절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보고 싶기는 무슨.하지만 구승훈의 말투를 들어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지금 이런 사이에 그가 굳이 얘기하지 않는데 자신이 먼저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JM그룹 업무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이후 강하리는 점점 더 바빠졌다.외교부 업무 외에도 새 회사를 위한 국내 시장 개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사실 국내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나라에서도 대외 무역을 강력하게 추진하기에 개척하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JM그룹은 이미 탄탄한 실력에 유엔의 지원까지 받고 있었고 외교부에서 강하리의 입지까지 더해져 한결 쉽게 일을 진행해 한 달만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대양그룹 연성 지사가 무너진 이후 그럭저럭 지내던 안예서는 강하리의 부름을 받고 B로 향했다.강하리는 이 기회에 안예서에게도 업무를 맡길 생각이었다.안예서는 일을 열심히 했고 강하리 밑에서 업무 능력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기에 대부분 강하리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나문빈은 강하리가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자 직접 축하해주러 해외에서 오려고 했지만 강하리가 이를 거절했다.조금 전 안예서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누군가 JM그룹의 통역으로 속여 협업하는 척 협상 회의와 계약체결식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현재 JM은 고소까지 당한 상태였고 인터넷에서도 크게 퍼뜨려 JM그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한다.강하리는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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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오케이! 같이 일할 사람을 보내줄게요.”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문빈 씨, 날 믿어줘서 고마워요.”나문빈이 웃었다.“당신과 함께 일하게 된 덕분에 영부인께서 사업하는 데 많은 편의를 주신다는 걸 모르죠?”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노진우가 문을 두드렸다.“강하리 씨, 문제가 해결됐어요. 그 남자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고소도 취하했어요.” 강하리가 당황하며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JM을 사칭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고소장도 취하된 상태였다.그 사람의 정보를 파헤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국내 오래된 번역 회사 사람이었는데 최근 시장을 너무 많이 빼앗겨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그런데 일이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은 몰랐고 보상하고 사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한편 JM그룹은 이번 일로 인해 한층 더 화제를 불러왔고 일은 시작도, 끝도 빠르게 진행되었다.강하리는 손에 쥔 자료를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쪽 대표님께서 해결해 주셨어요?”옆에 있던 노진우의 눈빛이 흔들렸다.“대표님께선 강하리 씨가 너무 힘든 걸 원하지 않으십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옆에 있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 집어 들어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워.]구승훈은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보고 싶어.]강하리는 이 네 글자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 이후로 강하리는 점점 더 바쁜 시간을 보냈고 밤이 깊어지고 주위가 고요해질 무렵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남자를 떠올렸다.강하리는 호텔 통유리창 앞에서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쥔 채 서 있었다.휴대폰 안에는 구승재가 보낸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사진 속 구승훈은 창백한 얼굴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하리 씨, 아직도 형한테 화난 거 알지만 우리 형도 속은 거예요. 두 사람 다 불쌍한 사람이라고요. 우리 형 어린 시절 기억 되찾겠다고 매일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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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알아, 하지만 난 알고 싶어. 하리야, 난 기억을 떠올려서 우리 사이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보상하고 싶을 뿐이야.”강하리의 가슴이 먹먹해지며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구승훈 씨, 알고 싶다면 내가 알려줄게.”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더니 한참 후 대답했다.“좋아.”그녀는 구승훈에게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가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괴로웠다.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11월이 되고 식어버린 날씨와 함께 강하리의 배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헐렁한 니트는 그녀의 온몸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주면서도 그녀의 아우라를 감추지 못했다.강하리가 주위 사람들과 낮게 웃고 떠들며 외교부 밖으로 나오는데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어깨에 코트를 씌워주었고 강하리는 습관적으로 노진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곧 그녀의 걸음이 멈췄다.옷에서 그녀에게 너무도 익숙한 냄새가 났다.강하리가 뒤를 돌아보니 구승훈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뒤에 서 있었다.강하리는 그가 무척 야윈 것을 발견했고 강하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옆에 있던 동료들이 서둘러 말을 전했다.“하리 씨,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머지 일은 전화로 연락드릴게요.”일행이 가고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언제 왔어?”구승훈은 웃으며 그녀를 곧장 품으로 끌어안았다.“오후에 왔는데 강하리 씨 한번 만나기 힘드네.”주위에 오가는 사람들 전부 외교부 동료들이었기에 강하리는 다소 어색하게 그를 밀어냈지만 구승훈은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강하리는 문득 후회되었다. 이 남자는 늘 그렇듯 뻔뻔하게 선을 넘는데 도가 터 있었다.“이거 놔.”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곧장 차 안으로 끌어당겼고 차에 탄 그는 그녀가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은 채 키스를 퍼부었다.뜨겁고 거친 키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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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구승훈은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더니 그녀의 다리를 꾹 눌렀다.“어딜 들이밀어!”강하리가 그를 노려보며 싫은 기색으로 입가를 연신 닦는데 구승훈이 손을 들어 그녀의 연약한 뺨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하리야, 고마워.”강하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아이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아이 아빠가 그깟 어린 시절 기억 때문에 몸 망치는 건 싫으니까.”구승훈의 눈에는 식지 않은 열기가 담겨 있었다.“알아.”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잡고 자기 턱에 문질렀다.“아기를 위해서지만 그래도 고마워.”강하리가 손을 뒤로 빼려 했지만 구승훈은 더 꽉 잡았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근처에 있던 수납함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자 강하리는 멈칫했다.“이게 뭐야?”구승훈의 눈빛에는 온통 미소뿐이었다.“열어봐.”강하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구승훈이 에비뉴의 주식 51%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한 것이었다.강하리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당신 뭐 하는 거야?”구승훈의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네 거라고 했잖아. 에비뉴는 원래 네 거였어.”강하리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서류를 다시 구승훈의 손에 밀어 넣었다.“싫어.”구승훈은 그녀의 손가락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그럼 우리 아이한테 줘. 이제부터는 너랑 아이를 위해 일할게. 강 대표님,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당신 위해서 일하고 싶어.”강하리의 손가락이 움츠러들며 그녀는 시선을 내린 채 한참 후 입을 열었다.“구승훈 씨, 이럴 필요 없어.”구승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필요한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 너랑 아이를 위해서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시동을 걸고 차를 몰고 출발했다.강하리는 시트에 뒤로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생각에 잠겼다.같은 시각, 외교부 앞 한 차에서는 문연진이 두 사람이 차고 있던 차가 떠나는 걸 보며 분노에 핸들을 쾅 내리쳤다.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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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강하리는 구승훈이 자신의 앞에서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때때로 그 느낌이 여지없이 다가왔다.강하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세팅했고 구승훈은 상대방에게 몇 마디 덧붙인 뒤 전화를 끊었다.“이사 가려고?”강하리는 멈칫하다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응.”강하리는 B시에서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늘 호텔에 머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주해찬에게 아파트를 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말을 마친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그가 따라오겠다거나 뭐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계속 호텔에만 지내기엔 불편하지.”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이 웃었다.“왜? 내가 따라간다는 말 안 해서 실망했어?”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밤 강하리는 웬일로 구승훈과 얼굴을 붉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운 그날의 만남부터 그녀가 울며 그의 차를 쫓아가던 날까지.구승훈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을 머릿속에 새기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그동안 일부 기억을 되찾긴 했지만 전부 암담하고 추악한 것들이었다.그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기억은 세상 어딘가에 철저히 버려진 듯 그의 머릿속에서 잊혔다.“하리야.”구승훈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언제 한번 강주에 다시 가보자.”강하리가 한참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오래전에 철거됐어.”간다고 해도 원래의 모습을 보아낼 수 없었다.마치 두 사람처럼.전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되어 사람도, 상황도 모든 게 달라져 버렸다.어느샌가 강하리는 잠에 들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창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앉아 있는 구승훈을 발견했다.강하리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니 그 모습에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연약함이 느껴졌다.눈가가 시큰 해나자 한참 후 그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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