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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강하리는 구승훈이 자신의 앞에서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느낌이 여지없이 다가왔다.

강하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세팅했고 구승훈은 상대방에게 몇 마디 덧붙인 뒤 전화를 끊었다.

“이사 가려고?”

강하리는 멈칫하다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

“응.”

강하리는 B시에서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늘 호텔에 머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주해찬에게 아파트를 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말을 마친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그가 따라오겠다거나 뭐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계속 호텔에만 지내기엔 불편하지.”

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승훈이 웃었다.

“왜? 내가 따라간다는 말 안 해서 실망했어?”

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강하리는 웬일로 구승훈과 얼굴을 붉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운 그날의 만남부터 그녀가 울며 그의 차를 쫓아가던 날까지.

구승훈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을 머릿속에 새기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

그동안 일부 기억을 되찾긴 했지만 전부 암담하고 추악한 것들이었다.

그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기억은 세상 어딘가에 철저히 버려진 듯 그의 머릿속에서 잊혔다.

“하리야.”

구승훈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언제 한번 강주에 다시 가보자.”

강하리가 한참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오래전에 철거됐어.”

간다고 해도 원래의 모습을 보아낼 수 없었다.

마치 두 사람처럼.

전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되어 사람도, 상황도 모든 게 달라져 버렸다.

어느샌가 강하리는 잠에 들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창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앉아 있는 구승훈을 발견했다.

강하리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니 그 모습에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연약함이 느껴졌다.

눈가가 시큰 해나자 한참 후 그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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