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991 - Bab 1000

1063 Bab

제991화

택시는 천천히 달렸다.강하리는 차에 앉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자기 행동에 의구심을 가졌다.구승훈은 확실하게 말했었다. 이제 강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하지만 강하리는 그저 구승훈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를 잊기 위한 행동일 지도 모른다.퇴근 시간의 정체 속에서 차는 병원 앞에 도착했고 강하리는 차에서 내려 깊은숨을 들이쉬며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응급실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구승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미 떠난 걸까? 강하리는 응급실을 둘러보며 끝내 찾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준호는 강하리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마 방금 엑스레이 찍었을 거야. 에휴, 너는 그 녀석을...”심준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는 전화를 끊었다.심준호의 맞은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심예진이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하리가 전화 끊어버렸어?”심준호는 휴대폰을 무심히 치우고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어 접시를 심예진 앞으로 옮겼다.“이번에 한국에 얼마나 있을 거야?”심예진은 포크를 입에 물고 잠시 생각했다.“설 지나고 갈게. 하리 일 때문에 아빠랑 할아버지가 요즘 기분이 안 좋으셔.”심준호는 짧게 대꾸했다.“그래. 그 사람과는 헤어져.”심예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오빠, 무슨 소리야? 왜 그래?”심준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빠와 할아버지가 우리 결혼 재촉하는 거 알잖아. 그래서 요즘 기분이 안 좋으셔.”심예진은 조급한 듯 말했다.“하지만 오빠, 우리는 그냥 연기하는 거라고 했잖아. 부모님 기분 맞춰드리려고 한 거라면서.”심준호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심예진을 보며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결혼도 연기야. 네 사업에 영향 주지 않을 거야. 다만 네 남자 친구는...”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헤어지는 게 좋겠어. 안 그러면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오해하실 수도 있으니까.”심예진은 입술을 꽉 깨물며 눈가에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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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구승훈이 목을 움찔거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강하리의 뒤편에서 임희주가 다가왔다.“구 대표님 아내분도 계셨네요?”문 앞에 선 임희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강하리에게 인사했다.하지만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성큼성큼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더니, 구승훈 옆으로 바짝 다가가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다 끝났어요? 끝났으면 가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짧게 대답했다.“곧 끝나니까 기다려요.”임희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멍든 복부에 손을 갖다 대더니 천연덕스럽게 눌러보았다.그 순간, 구승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고 임희주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문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리는 피식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그러곤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와 임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임 선생님,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임희주가 입을 떼려는 순간, 강하리는 바로 준봉에게 시선을 돌렸다.“임 선생님 모시고 나가 주세요.”준봉은 즉시 대답하고는 임희주에게 공손히 말했다.“임 선생님, 가시죠.”임희주는 구승훈을 한 번 노려보았지만 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간호사는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강 대표님,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이제 진료실에 남은 건 둘뿐이었다.강하리는 말 없이 구승훈의 배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고는 옆에 놓인 소독 거즈를 집어 들고 임희주가 손을 댔던 자리부터 강하게 닦기 시작했다.그러자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움켜잡았다.강하리는 몇 번 뿌리쳤지만 그는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강하리의 눈은 벌써 붉어져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으며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구승훈은 피식 웃으며 낮게 말했다.“뭐 하자는 거지?”강하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은데? 구승훈, 지금 뭐 하자는 거야?”구승훈은 강하리의 손을 놓아주고는 아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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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병원을 나오자마자, 강하리는 주차장 한편에서 오토바이에서 내린 천아름을 발견했다.천아름은 그녀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괜찮아?”강하리는 짧은 숨을 들이쉬고 정신을 다잡으며 대답했다.“괜찮아. 그런데 넌 여긴 왜 왔어?”천아름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넘기며 말했다.“손연지 데리고 드라이브 가려고. 산에 올라가서 야경 보면 예쁠 것 같아서. 같이 갈래?”강하리는 살짝 입술을 깨물다 웃으며 천아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아니야. 나 비행기 타러 가야 돼. 먼저 갈게. 너희끼리 재밌게 놀고, 나중에 보자.”그녀가 발걸음을 돌리려 하자 천아름이 손목을 붙잡았다.“힘든 일 있었어?”솔직히 너무 힘들었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천아름이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너 돌아오면 내가 남자 소개해 줄게. 잘생긴 댕댕남이야.”바로 문을 열고 나오려던 구승훈이 발걸음을 멈췄고 천아름을 향해 분노의 눈빛을 던졌다.천아름은 그 시선을 느끼며 일부러 구승훈 옆에 선 임희주를 도발적인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아이고, 구 대표님, 이렇게 아무나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임희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무슨 뜻이에요?”천아름은 입꼬리를 한쪽 올리고 강하리를 힐끔 보며 능청스럽게 덧붙였다.“봤지? 본인 얘기하는 건 아나 봐.”그녀는 장난스럽게 강하리의 턱을 살짝 잡아 들어 올렸다.“됐어. 가. 돌아와서 소개팅은 꼭 해.”강하리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런 미련 없이 돌아섰다.구승훈은 강하리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그 후에야, 천아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천아름 씨, 남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천아름은 비웃음을 흘렸다.“구 대표님은 이렇게 여자 데리고 다니면서, 우리 하리는 왜 안 돼요?”그러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희주를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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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말도 안 돼요.”노민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강하리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하게 인수 건의 다음 단계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고 노민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듣고 있었다.“요즘 기명 제약 주식을 누군가가 계속 사들이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하리 씨가 시킨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강하리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조사 안 해 봤어요?”노민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하리 씨가 한 줄 알았으니까 굳이 조사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강하리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뭔가 말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리 씨,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마치 질기게 달라붙는 벌레처럼 그 혐오스러운 감각이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강하리를 따라다녔다.“안 대표님도 누구 데리러 오셨습니까?”노민우가 먼저 나서며 강하리 앞으로 살짝 몸을 움직여 그녀를 가렸다.하지만 안현우의 시선은 여전히 강하리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하리 씨, 오랜만이네요. 이제 인사도 안 해줘요? 아 깜빡했네요. 이제 심씨 가문의 아가씨죠?”그는 갑자기 피식 웃더니 일부러 한 마디 덧붙였다.“심씨 가문의 아가씨면 뭐 해요? 결국엔 남자한테 버려진 신세가 됐는데.”그 말을 들은 노민우의 얼굴빛이 변했다.“안현우, 그만둬!”하지만 안현우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비웃으며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왜? 아직도 이 여자랑 자고 싶어?”순간, 노민우는 안현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안현우는 비틀거리며 손가락으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계속 말했다.“내가 맞췄지? 아니면 둘이 이미 잤나? 어땠어, 좋았어?”눈이 뒤집힌 안현우는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들 기세였다.“너 이 새끼, 미쳤어?”안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뭘 그렇게 흥분해? 우리 중에 그런 생각 안 해본 사람이 있기나 해?”노민우가 이를 악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강하리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그냥 가요. 저딴 놈이랑 말 섞을 필요 없어요.”강하리가 급히 차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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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최하영의 말에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강하리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앞자리에서 운전하던 노민우가 백미러로 뒷좌석을 흘깃 보며 가볍게 기침했다.“방금 공항에서 기다리는데 구승훈한테 전화가 와서 하리 씨 도착했는지 묻더라고요.”강하리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노민우는 혀를 차며 무언가 더 말하려다 강하리가 화제를 돌렸다.“최 대표님, 요즘 많이 바쁘세요?”최하영은 손에 들고 있던 염주를 천천히 굴리다 말고 흥미로운 듯 고개를 들었다.“왜요? 저랑 데이트하고 싶어요?”강하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제가 그런 영광을 누려도 될까요?”최하영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이라면 힘들겠지만, 하리 씨라면 언제든지 가능하죠.”“좋아요. 그럼 그렇게 정해진 거예요. 일 끝나면 연락할게요.”강하리는 최씨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천아름에게서 영상 통화 요청이 들어왔다.전화를 받자마자 화면에는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비쳤다.“예쁘지?”배경에서 손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응, 예뻐.”“기분 좋아졌어?”“응.”손연지는 웃으며 덧붙였다.“그래, 행복해야 해. 쓸데없는 사람과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 친구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항상 곁에 있을 거야.”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고 강하리는 잠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때 천아름이 나직하게 말했다.“오늘 연지가 구승훈을 봤대. 병원 앞에서 그 여자랑 말다툼하고 있었대.”강하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천아름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좀 조심할 줄 알았는데, 오늘 저녁에 글쎄 구승훈이 그 여자 데리고 파티에 가고는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올랐어. 흥!”강하리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래? 둘 사이가 꽤 좋은가 보네.”“흥! 진짜 좋았다면 그 여자 욕먹게 그렇게 내버려뒀겠어? 난 구승훈이 뭔가 큰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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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그래, 삼촌이 도와줄게.”심준호는 전화를 끊고 미간을 찌푸리며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자선 경매는 이미 끝난 상태였고 구승훈은 마지막으로 귀걸이 한 쌍을 낙찰받았다.옆에 있던 임희주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구 대표님, 그 귀걸이 누구한테 선물하시려고요?”구승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귀걸이를 챙기며 답했다.“아무한테도 안 줘요. 그냥 자선 행사일 뿐이에요.”임희주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구승훈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그럼 제가 하나 얻어도 될까요?”그 순간, 구승훈이 걸음을 멈췄다.그가 천천히 돌아서 임희주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 선생, 주제 파악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임희주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낙찰받아 놓고 선물도 안 하면 아깝잖아요.”“아까워도 임 선생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구승훈은 단호하게 말하며 준봉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임 선생 집에 모셔다드려.”임희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구 대표님께서 직접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준봉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임희주의 앞을 막아섰다.“임 선생님, 가시죠.”임희주는 마지막까지 구승훈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숙소에 도착하자, 임희주의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임희주의 손가락이 순간 떨리기 시작했다.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사모님.”여초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사모님인 건 기억하나 보네? 구승훈이랑 재밌게 놀아나느라 다 잊은 줄 알았거든.”임희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사모님, 그럴 리가요.”여초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네가 어떤 존재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구승훈을 이용해서 벗어나려고 하지 마.”그 말에 임희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사실이었다.구승훈이 강하리와 헤어졌다고 해서 자신에게 감정을 가질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희주는 포기할 수 없었다.만약에, 아주 만약에 구승훈을 정말로 붙잡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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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심준호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깊은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며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하리 오늘 나한테 전화해서 이혼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어. 알아서 잘 처리해.”심준호는 옆에 있던 임희주를 흘끗 보더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더러운 곳에서 너무 오래 굴러다니지 마. 아니면 나중에 아무도 너를 구해줄 수 없을 거야.”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심준호는 몸을 돌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돌아서서 임희주를 바라보았다.어둑한 조명 아래, 그녀의 얇은 시폰 드레스는 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희미한 불빛에 속살이 아스라이 비쳤다.구승훈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스쳐 간 것은 혐오였다.“임 선생, 아직 볼 일 남았어요?”임희주는 추위에 몸을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할 말이 있어서요.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그러나 돌아온 것은 냉소였다. 구승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임희주 씨, 계속 이러시면 담당 의사 바꾸는 수가 있어요.”임희주는 추위에 입술을 떨며 구승훈에게 달려들어 몸을 기대려던 순간, 구승훈에게 몸이 닿기도 전에 노진우가 그녀를 가로막았다.“임 선생님, 사회면에 오르고 싶으신가요?”그 말에 임희주는 이를 악물었다.그녀의 시선이 뜨겁게 불타올랐다.“구승훈 씨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구승훈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지더니 눈빛에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임 선생 말을 제가 어떻게 믿죠?”임희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눈가에 금세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저를 그렇게도 못 믿으세요?”“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게 있었나요?”그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노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돌려보내.”노진우는 즉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임 선생님, 가시죠.”임희주는 점점 멀어져가는 구승훈의 뒷모습을 향해 필사적으로 외쳤다.“여초연!”구승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보았다.그의 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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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임희주는 노진우를 노려보며 차에 올라탔다.그녀는 차 안에서 핸들을 세게 내리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서서히 가라앉는 분노를 삼키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이내 시동을 걸었다. .노진우는 임희주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구승훈에게 다가갔다.“대표님, 왜 동의하지 않으신 겁니까? 이렇게 계속 미루다가는 사모님이 정말로 이혼하실지도 모릅니다.”이혼이라는 단어는 가슴을 깊숙이 찌르는 칼날 같았고 구승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직 때가 아니야. 지금 임희주와 손을 잡으면 내가 조급해한다는 걸 눈치채고 나를 이용하려 들 거야. 내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는 조급해지겠지.”“하지만 사모님은요? 사모님이 정말로 이혼을 결정하시면 어쩌실 겁니까?”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일이 끝나면 사과하고 잘못을 빌어야지.”노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귀걸이를 손에 꽉 쥐고 묵묵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노진우도 따라 들어가려 하자 구승훈이 문 앞에서 돌아서며 이만 가보다는 눈빛을 보냈다.노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오늘은 제가 같이 있겠습니다.”구승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덜 다쳤나 보네?”“하지만 갑자기 병이 도지기라고 하면 혼자서 더 위험합니다.”구승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 죽기까지 하겠어?”말을 마치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텅 빈 주택 안에서는 구승훈의 깊은 숨소리만 들렸다.그는 어딘가 공허한 눈빛으로 거실을 둘러보며 강하리와 연정이가 퇴근 시간에 맞춰 그를 기다리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히 떠올랐다.그는 소파 앞 러그에 걸터앉아 손끝으로 귀걸이를 매만졌다.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는 결국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러나 막 한 모금 들이마시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고 화면 속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연정이의 얼굴이 있었다.“아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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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구승훈은 임희주의 답장을 보지도 않은 채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연정이를 심씨 가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 놓은 뒤 2층 서재로 향했다.강하리와 함께 썼던 침실 앞을 지나던 순간,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 섰고 묘한 정적 속에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한편, 임희주는 메시지를 보낸 뒤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계속해서 답장만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휴대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기다림이 길어지자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고 신호음조차 울리지 않자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마치 한순간에 모든 걸 무시당한 듯한 기분이었다.[구승훈 씨, 도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그래서 협력할 거예요?]처음 구승훈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느꼈던 설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녀는 자신이 유일하게 그를 도울 수 있는 존재라고 확신했기에 과감하게 요구를 내걸었던 것이다.그러나 구승훈은 아예 그녀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임희주는 갑자기 오늘 저지른 충동적인 행동이 후회되기 시작했다.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어야 했는데...어쩌면 그녀가 이혼을 요구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서 강하리가 먼저 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임희주는 불안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생각을 정리했다.어떤 상황이어도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한편, 바 카운터에서 천아름은 화려한 색깔의 칵테일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그녀의 앞에 앉은 구승재는 슬며시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름이 누나, 형수님은 어떻게 된 거예요?”천아름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웃음은 이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는데 구승재는 그녀의 살짝 올라간 눈꼬리를 보며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누나, 형수님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천아름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궁금해?”구승재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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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왜냐하면... 너무 가슴 아팠거든. 어쩌면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 하리를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하지만 하리의 감정은 생각해 봤을까?”천아름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만약 내가 하리라면,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텐데. 여자의 마음은 한 번 돌아서면 다시 붙잡기 어려워. 마음을 굳히면 정말 되돌아오지 않는 법이거든.”구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천아름의 얼굴에 스친 슬픔이 그를 멈춰 세웠지만 그녀는 그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곧장 감정을 추슬렀다.“네가 정말 형을 위하는 거라면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 봐.”구승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 몸이 많이 안 좋아요. 형수님과 연정이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천아름은 가늘고 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래서 결혼식까지 취소한 거야? 무슨 병인데? 설마 불치병은 아니겠지?”구승재는 씁쓸하게 웃었다.“거의 그렇다고 봐야 해요. 어쨌든 지금은 치료가 불가능해요.”순간 할 말을 일은 천아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구승재의 얼굴에 드리운 슬픔이 묵직하게 다가왔다.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가볍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별 보는 거 좋아해? 기분 좀 풀어. 누나랑 별 보러 가자.”그 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새벽녘에 강하리가 잠에서 깨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천아름이 남긴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구승훈 일, 대충 알아냈어. 너 돌아오면 만나서 얘기하자. 그리고 이혼은 잠깐 미뤄둬.]강하리는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내려놓고 세수를 하고는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했다.그때, 기명제약 쪽에서 노민우가 그녀를 찾아왔다.“문제가 생겼어요.”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무슨 문제요?”“이번 인수 건 말이에요. 원래 반대하지 않던 주주 몇 명이 갑자기 협조를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이상한 게, 그 사람들 평소에는 회사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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