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구승훈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하지만 곧, 최하영의 말이 떠올랐다.“모두가 구씨 집안이 대단하다고 하고 모두가 구승훈 씨를 부러워해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꿈일까요? 하지만 구씨 집안 같은 곳은 사람을 삼키고 뼈 한 조각도 남기지 않는 곳이에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무도 몰라요. 어쨌든, 저는 그가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그 말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여초연이 복수를 견디며 그가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강하리의 마음속에 다시금 연민을 불러일으켰다.하지만 지금, 그 연민은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실감이 나지 않는다기보다, 차라리 무뎌졌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그런데도 구승훈을 바라보는 순간, 강하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라는 것을.오늘 이 자리는 전적으로 천아름이 강요한 것이었다.구승훈은 갑작스럽게 굳어버렸고 강하리는 여전히 문 앞에 선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그걸 본 천아름이 성큼 다가와 그녀를 홱 잡아당겼다.“뭐 해? 왜 안 들어와? 설마, 두 사람 마주치는 게 어색해서 이러는 거야?”그녀는 강하리를 억지로 끌어 구승훈 옆자리에 앉혔다.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구승훈도 묵묵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방 안은 숨이 막힐 듯한 정적에 휩싸였다.그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천아름이었다.[구승훈 몸이 안 좋았대. 구승재 말로는 지금 치료도 불가능하대. 너랑 연정이를 위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니까 두 사람 얘기 좀 해봐. 이 문제, 어쩌면 함께 해결할 수도 있을지 몰라.”강하리는 묵묵히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천아름은 이미 방을 나간 뒤였고 남겨진 공간에는 오직 그녀와 구승훈 둘뿐이었다.긴 침묵을 깨고 구승훈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일은 잘돼?”강하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둘 사이의 거리는 거의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지만 더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