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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Penulis: 재인
강하리는 최하영과 작은 사찰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당 문 앞에서, 강하리은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추억에 잠기기라도 한 거예요?”

강하리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아니요.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식당에는 정자와 누각, 고풍스러운 회랑과 기둥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 양식을 자랑하고 있었다.

구승훈과 함께 이곳에 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그녀의 시선이 한동안 허공을 맴돌았다.

이곳 분위기가 좋다는 강하리의 말에 구승훈은 환한 표정으로 앞으로 함께 자주 오자는 말을 했었다.

문연진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달콤한 요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문득 가슴이 답답해졌다.

‘왜 우리는 함께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걸까?’

구승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심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녀가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앗아가고 있었다.

천아름은 이혼을 잠시 미뤄보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알고 있었다.

미루든, 미루지 않든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최하영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불러냈다.

강하리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맛있어요.”

최하영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나직이 말했다.

“제 정보가 틀린 줄 알았네요.”

강하리는 그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 대표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최하영은 공용 젓가락으로 그녀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안현우 일이죠? 기명제약 뒤에서 손 쓴 사람, 그 녀석 맞아요. 이제 어떻게 도와줄까요?”

강하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가슴 한구석이 더욱 답답해졌다.

공항까지 마중을 나간 것도, 시킨 음식이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인 것도, 그리고 지금 안현우가 뒤에서 손을 쓰고 있는 것도.

최하영이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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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마침 행사 중이더라고. 쿠팡 연말 세일에서 로열 프리미엄 네덜란드 분유 있거든? 영양 흡수도 잘 되고 우리 소아과 아기들도 다 그거 먹어.”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손연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끗 쳐다봤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병원 응급실에서는 생체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급히 달려온 구승재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핸드폰 화면엔 강하리의 연락처가 떠 있었지만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 끝내 전화를 걸지 못했다. 매번 손이 닿았다가도 다시 멈췄다. 더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곁에 서 있던 준봉과 노진우도 속만 태우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고 그제야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구승훈이 다시 의식을 찾은 건 해 질 무렵이었고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그는 눈을 뜨자마자 말했다.“강하리에겐... 알리지 마.”구승재는 목이 막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 형수한테는 말 안 할게.”그제야 구승훈은 안도한 듯 눈을 감았지만 구승재는 알 수 없는 억울함에 눈가가 뜨거워졌다.‘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병원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병원 관계자들 대부분이 그를 아는 터라, 강하리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조용히 빠져야만 했다.그날 밤, 노민준이 직접 차를 몰고 구승훈을 요양원으로 데려갔다.“네가 또 도망치면... 그땐 나도 강하리한테 전부 말할 수밖에 없어.”구승훈은 창밖만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다시는 안 그럴 거야.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어.”노민준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그 한마디에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푹 쉬어.”병실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구승훈의 머릿속엔 강하리가 조시욱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3화

    청소 아주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강 대표님, 아까 구 대표님이랑 병실 안에 계시던 남자분이랑 여기서 싸웠어요. 아마... 그중 누가 코피를 흘린 것 같더라고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고 간호사에게 병실 안으로 데려다 달라고 조용히 말했다.병실 안에 들어서자, 조시욱이 전화를 받고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통화를 마쳤다.“오늘 일은, 미안해.”그는 웃으며 말하다가 다시 강하리에게 다가가 침대로 옮겨주려 했지만 강하리가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았다.“잠시 후에 또 검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냥 이대로 있을게요.”“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다 줄까?”그 말에 강하리는 잠시 망설이다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조시욱 씨. 선배가 뭐라고 말했는진 모르겠지만... 죄송해요. 지금은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누굴 다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고요. 그러니까 굳이 매일 오시거나 이렇게 곁에 계실 필요 없어요.”조시욱은 사실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처음 만난 그날 밤부터 이미 느꼈다.하지만 그날,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그녀를 두 눈으로 본 뒤로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각오로 그렇게 뛰어내렸는지 그게 궁금해졌고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알고 싶어졌다.설령 그게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이라 해도, 지금 그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다.“내가 좀 성급했으면 미안. 진짜로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선배 부탁이라서 온 것도 맞지만... 난 그냥, 친구로서 너 도와주고 싶어서 온 거야. 어릴 때부터 정 회장님이랑 우리 할아버지 사이도 꽤 각별하셨잖아. 집안끼리도 인연이 깊고.”조시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지금은, 네 곁에 누군가 있어 주는 게 필요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언젠가는 과거 놓고 새로운 시작도 해야 되는 거고. 그렇지 않아?”잠시 정적이 흘렀고 강하리는 조용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2화

    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불렀지?”강하리는 결국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는 어쩐지 너무나 낯설었다.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창백한 얼굴은 피 한 방울 돌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그녀가 애써 눌러왔던 감정이 일순간 무너지면서 심장이 바늘로 찔린 것처럼 저릿했고 숨이 막힐 만큼 아팠다.‘임희주가... 이렇게 이 사람을 돌본 건가? 그렇다면 지금쯤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더 이상 마음을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전 이제 검사를 받아야 해요. 구 대표님, 손 좀 놓아주세요.”“같이 가줄게.”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도록 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갈라지고 낮았다.“괜찮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그 말과 함께 간호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하지만 휠체어 좀 부탁드릴게요.”간호사는 그제야 얼떨결에 제자리를 찾은 듯 다가와 그녀의 휠체어를 받았다.조시욱은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그녀 손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구 대표님, 강 대표님 검사 예약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간호사의 말이 이어지자, 구승훈은 천천히, 마치 억지로 손을 떼듯 그녀를 놓았다.강하리가 복도 끝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지던 기침이 터졌다. 거칠고 깊은 기침 소리, 그리고 피비린 냄새에 조시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너, 다쳤냐?”구승훈은 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다. 그 시선은 여전히 강하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있었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지금 따라가서 뭐 하려고?”조시욱은 다급히 앞을 막아섰다.“넌 지금 상태부터 회복해야 해. 이러다 정말 쓰러진다고.”그러나 구승훈은 대답 대신 그를 벽에 밀쳤다. 그러나 말을 잇기도 전에, 다시 심장을 쥐어뜯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고 그의 입가엔 다시 피가 번졌다.조시욱은 그를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약해 빠져선... 넌 내 상대도 안 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1화

    구승훈은 오늘 여기서 조시욱을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굳이 피할 생각도 없었다.조시욱이든, 주해찬이든 상관없었다. 저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는, 분명 그의 아내였으니까.“내가 자리를 피할까?”조시욱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그제야 강하리는 시선을 돌렸다.“아니요, 그냥 하던 얘기 마저 하시죠.”조시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강하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네 지목했던 그 여자, 국정원을 통해서 확인해 봤는데... 국제 쪽에서 활동하는 킬러였어. 주로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움직이던 인물인데 이번에 국내에 들어왔다는 건 좀 의외더라.”강하리는 놀란 눈으로 조시욱을 바라보았다. 설마 했는데 그 여자가 진짜 직업 킬러였다니.“안현우가 고용한 건가요? 아니면... 임희주 쪽?”“아직 확실하진 않아. 근데 지금까지 조사로는 둘 다 그 여자랑 직접 연결된 흔적은 없어. 오히려 둘 다 접촉한 적이 없다는 쪽이 유력해.”조시욱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네 생각엔, 그 외에 또 누가 너를 죽이려 들었을 것 같아?”‘죽이려 든다’는 말에 강하리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사실 그날 자신을 진짜로 죽이려 했다면 안현우에게 넘기기 전에 이미 끝냈을 터였다.그렇다면 그 여자의 목적은, 단순한 살해가 아니었다.강하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조용히 말했다.“전, 적이 꽤 많아요. 임희주, 안현우는 물론이고... 심씨 집안, 여씨 자매, 진시연... 어쩌면 문씨나 구씨 가문에서도 누군가는 원하고 있었겠죠.”조시욱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래서 내가 네 주변에 사람 몇 명 붙여놨어. 걱정하지 마. 사생활 간섭 같은 건 없을 테니까. 혹시 불편하면 언제든 말해, 바로 다 뺄게.”“감사합니다.” 강하리는 짧게 대답했고 조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근데 혹시 그거 알고 있어? 우리 할아버지랑 네 외할아버지, 전우였던 거?”강하리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혹시... 자주 저희 집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0화

    노민준이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구승훈은 휴대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좀 나아졌어?]하지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엔 전송 실패 알림이 떴다.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고 가슴 속 깊은 통증이 일며 피를 토했다.그 소리에 깜짝 놀란 구승재가 황급히 달려왔다.“형!”구승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등으로 피를 닦고 말했다.“괜찮아. 별일 아냐. 그리고... 여초천 병세 위중하다는 소문 퍼뜨려.”“형, 제발 이러다 진짜 형수님도 못 돌려놓고 큰어머님까지 막을 수 없게 될 거야!”“됐어. 내가 괜찮다는데 못 알아들어?”구승훈은 지친 얼굴로 키를 집어 들고 병실을 나섰고 구승재는 분노와 답답함이 뒤섞인 얼굴로 뒤를 쫓았다.“형!”하지만 그가 병원 현관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구승훈의 차는 주차장을 벗어나고 있었다.노민준도 뒤늦게 병실에서 뛰쳐나왔고 멀어지는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버려둬. 저렇게 살다가 죽겠다는데 어쩌겠냐.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해.”구승재는 그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편, 강하리는 구승재의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분명히, 충분히 명확하게 말한 줄 알았다.“받아. 안 받으면 그 꼬맹이 울지도 몰라.”천아름은 옆에서 거울을 보며 입술을 정리하더니 무심한 듯 중얼거렸다.강하리는 깊은숨을 내쉰 뒤, 전화를 받았고 구승재의 목소리는 확실히 맥이 빠져 있었다.“하리 누나.”이번엔 ‘형수님’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강하리는 마음이 이상하게 저릿해졌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세요?”“형이... 또 병원 쪽으로 가면 한 번만 말 좀 해주면 안 될까요?”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저 이제 구승훈 씨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그 사람이 올 일도 없고 와도... 저는 안 볼 거예요. 제게 부탁하지 마시고 차라리 임희주 씨에게 부탁하세요.”“형수님...”구승재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9화

    사실 그 남자는 임희주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줄 생각이 없었다.입이 단단히 막힌 그녀의 눈엔 점점 절망이 차오르고 몸을 움직이려 해도 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눈물이 뚝 떨어진 그 순간, 남자의 입가에서 다시 비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배신할 때부터 알았어야지. 이런 꼴 당할 줄. 임희주, 감히 누굴 믿고 사모님을 배신했냐? 응?”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며 서늘하게 젖어 있었다.임희주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말하고 싶었다. 이제 안 그럴 거라고 다시는 안 그럴 거라고. 한 번만 기회만 더 달라고.하지만 남자는 그 비참한 눈빛조차 즐기는 듯 피식 웃더니 말했다.“너 생각엔, 구승훈이 너 쓸모없어졌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할 거 같냐?”그 말에 임희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한순간의 정적. 이어지는 건, 저항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차가운 분위기에 날카로운 바늘이 살을 찢고 서늘한 약물이 천천히 몸속에 스며들었다.몸부림치던 동작은 어느새 멈췄고 그의 눈빛을 따라 움직이던 임희주의 시선도 점점 흐려졌다.여초연 곁에서 오래 지낸 그녀는, 지금 이 약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완전히 무너지진 않지만 식물인간처럼 의식만 겨우 남아 있는 상태, 그 약은, 그렇게 사람을 파괴했다.바늘을 뽑아낸 남자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딱 좋아. 테스트 겸 써보기엔 안성맞춤이지. 덕분에 새 약 연구도 진도 좀 나가겠네. 너한텐 마지막 명예다, 그렇게 알아.”병실 문이 다시 열렸고 하얀 가운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그 남자는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꺼져 있던 복도 CCTV가 하나둘 다시 켜졌고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두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가볍게 경례하듯 인사를 건넸다.그 화면을 지켜보던 구승재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게, 대놓고 도발 아니고 뭐야.”구승훈도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냈다.“승훈 씨, 어젯밤 그 시간대에 이상한 소리가 났고 창가 쪽으로 그림자가 스쳤습니다. 저희가 곧바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8화

    “말하면 고통 없이 죽게 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입 다물고 버틴다면 당신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 방법은 차고 넘치거든.”차갑게 말을 내뱉은 구승훈은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임희주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외쳤다.“구 대표님, 저... 저 당신 좋아했어요. 그거 알아요?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했어요...”하지만 그녀의 고백은 그저 허공을 맴돌 뿐, 아무도 듣지 않았다.강하리는 구승재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가 곧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몇 초도 안 돼 다시 전화가 울렸고 계속해서 울려대는 진동에 결국 그녀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형수님.”구승재의 목소리에는 희미하게 반가움이 섞여 있었지만 강하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담담하고 차분했다.“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저 지금 좀 피곤하거든요. 쉬고 싶어요. 그러니까... 다시 전화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구승재는 멍하니 전화를 들여다보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한 줄의 메시지를 남겼다.[형수님, 생일 축하드립니다.]하지만 그 메시지조차, 아무런 응답 없이 그대로 묻혀버렸다.구승훈의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에 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렸다.구승훈은 그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안 됐냐?”대답 대신, 구승재는 말없이 다가가 그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에 눌러 껐고 재떨이를 들고 방을 나섰다.잠시 후, 노민준이 급히 병실로 들어왔다.“담배 끊든가 안정제 맞든가. 선택해.”구승훈은 그를 빤히 보더니 침대 위로 몸을 기댔고 노민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너, 강하리가 유엔 인맥까지 써서 약리학자 세 명 데려온 거 알고는 있어?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 그 사람들 상담료가 어느 정도인 줄 알아? 분 단위도 아니고 초 단위로 계산된다. 다 너 살리려고 이 난리인데 넌 진심으로 그 노력을 다 무시하고 싶은 거냐?”그 말에 구승훈은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약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7화

    요양원 아래 주차장.구승재는 허겁지겁 달려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차에 다다르기도 전에, 멀리서 한 대의 차량이 조용히 들어오는 게 보였고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그는 서둘러 그 차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동시에 코끝을 찌르는 담배 냄새가 훅 들어왔다.“형, 또 담배 폈어?”구승훈은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고 몸을 가누는 모습이 눈에 띄게 힘겨워 보였다.무슨 말을 하려던 구승재는 그보다 먼저 들려온 거친 기침 소리에 놀라 멈칫했다.거친 기침 소리 끝에 피비린내가 섞였고 구승훈은 겨우 참으며 목까지 차오른 피를 억지로 삼켰고 구승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담배 피지 말랬잖아. 막 돌아다니지도 말라고 했고! 형, 제발 말 좀 들어라.”하지만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손끝을 닦고는, 조용히 밤하늘 아래 그걸 쓰레기통에 던졌다.“승재야.”“나 진짜 걱정돼서 그런 거야.”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죽진 않아.”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임희주 그쪽은?”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금 구승훈이 던진 손수건이 들어간 쓰레기통을 힐끔 보았다가, 이내 형의 뒤를 따라붙었다.“오늘 또 준봉이 신문했는데 여전히 같은 말만 해. 형 얼굴 한 번 보면 그때야 입 열겠다고.”구승훈은 고개만 끄덕이며 요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구승재는 그 뒤를 따르며 말했다.“근데 진짜로 누워서 쉬어야 해. 안 그러면 죽는다잖아.”구승훈은 짧게 웃었다.“폐색전증 온다고 했잖아! 이건 웃을 일이 아니라고!”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반응이었고 결국 구승재는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비켜섰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밤의 요양원은 유독 조용했고 그만큼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병실 문이 열리는 순간, 임희주는 갑작스럽게 눈을 떴고 눈가엔 놀람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비쳤다.구승훈은 창가에 서 있었다.“하고 싶은 말 남았어요?”임희주는 눈가가 붉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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