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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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강하리가 멈칫했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리야, 나... 내가 했던 잘못들 전부 다 보상해 줄게, 알았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라 바로잡을 기회를 달라는 거야.”강하리의 마음은 씁쓸했다.아무리 그래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었다.그녀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놔, 내가 알아서 가.”하지만 구승훈은 절대 놓지 않았다.구승훈이 강하리를 끌고 가자 손연지가 바로 발끈했다.“젠장, 구승훈, 그 손 놔... 읍읍...”손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민우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손연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자 더욱 화가 나 노민우의 손을 깨물었다.노민우의 손은 이미 그녀에게 꼬집혀 피가 어느 정도 새어 나온 상태였는데 이젠 이빨 자국까지 생겼다.그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손연지를 놓아주었다.“손연지, 너 개야?”손연지가 그를 노려보았다. “다시 한번 내 입 막으면 그땐 너 잡아먹을 거야!”노민우는 어이가 없었다.“두 사람 일에 왜 자꾸 끼어들어?”“무슨 개소리야! 우리 하리가 왜 저 개자식이랑 엮여!”노민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봤다.“말 그렇게 하지 마. 승훈이는 하리 씨 얼굴 봐서 가만히 있는 거지. 정말로 걔를 건드렸다간...”“건드리면 뭐?”그녀는 노민우를 노려보았다.“역시 끼리끼리라더니. 개자식이 개자식을 돕네.”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노민우가 서둘러 따라갔다.“내가 데려다줄게.”“필요 없어!”하지만 노민우는 굴하지 않고 따라갔다.“다친 사람 혼자 집에 보내는 건 우리 병원 스타일이 아니야.”“...”‘명인 병원 서비스가 참 좋네.’구승훈은 강하리를 손연지 아파트까지 데려다준 뒤에 차를 세웠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문 열어.”구승훈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하리야, 사람 보내서 정양철에 대해 조사 중이야. 아주머니 일은 내가 책임지고 제대로 알아낼게.”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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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장서연은 다시 눈을 떴을 때 앞에 구승훈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그를 불렀다.“형부, 악!”형부라는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구승재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함부로 부르지 마, 목숨 아껴야지.”장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형... 구, 구 대표님, 우리 사촌 언니가 당신 여자인데... 아악!”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구승재가 또다시 뺨을 때렸다.“헛소리하지 말란 말 못 알아들어?”두 번 연속 따귀를 맞은 장서연의 창백한 얼굴이 부어올랐다.구승재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뺨을 때렸던 거다.“구, 구 대표님,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구승훈은 두 발짝 떨어져 서서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손연지 차 네가 건드렸지?”장서연은 당황하며 순간 마음에 찔렸지만 뻔뻔하게 말했다.“아니요, 제가 안 그랬어요. 구 대표님, 제가 안 그랬어요.”그러자 구승훈은 갑자기 손목에서 염주 팔찌를 빼내 주머니에 넣더니 이쪽으로 한 걸음걸음을 다가왔다.장서연의 얼굴은 굳어졌고 눈앞의 구승훈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살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래도 송유라는 구승훈의 첫사랑인데?그래서 오늘 강하리를 봤을 때도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왠지 모르게 남자의 두 눈에서 증오 비슷한 게 보였다.장서연은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구승훈의 눈에 증오와 살기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이 사람이 날 죽이려 한다.’그 생각만 들었다.장서연은 그제야 눈치를 채고 큰 소리로 선처를 호소했다.“구 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강하리 건드리지 않을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전...”장서연은 연신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럼에도 구승훈은 여전히 앞으로 다가가 바로 그녀의 목을 졸랐고 장서연은 순식간에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충격에 가득 찬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그녀는 구승훈이 정말 자신을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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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안 그래도 창백했던 송유라의 얼굴이 이쯤 되니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변했다. “승훈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하양이잖아요, 잊었어요? 어릴 때 그 어촌에서 내가... 아악-” 송유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도가 그녀의 얼굴을 베었고 단숨에 그 고운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승훈 오빠!” 송유라는 처절하게 소리 질렀다.“내가 하양이에요, 내가 진짜 하양이라고!”그렇게 말하면서도 송유라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구승훈이 어떻게 알았을까? 그 일은 빈틈이 없게 진행됐는데.송동혁은 당시 구승훈의 곁을 지키고 있던 가정부에게까지 물어봤고 그녀의 가족까지 매수했다. 그리고 그 목걸이도 강하리에게서 진품을 훔치고 가짜로 바꾼 다음 적절한 타이밍에 가짜를 망가뜨려서 철저하게 진행했다.그런데 구승훈이 어떻게 알았지? 송유라의 당황한 눈은 점점 커져만 갔고 구승훈은 손을 들어 단도를 송유라의 어깨에 찔렀다. 또 한 번 소름 끼치는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네가 하양이야?” “맞아요, 승훈 오빠, 나라고요!”단도를 뽑은 구승훈이 이윽고 그녀의 팔에 칼을 찔러넣었다.“다시 물어볼게. 네가 맞아, 아니야!”송유라는 고통스러워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승훈 오빠,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내가 하양이에요. 잊었어요? 우리 같이 강가에 앉아서 일출과 일몰을 보곤 했잖아요. 승훈 오빠, 왜 그래요? 왜 이러는 건데요?”붉어진 눈으로 송유라를 노려보는 구승훈의 눈동자엔 아픔만이 가득했다.이 여자, 이 망할 여자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속아 왔다!이 여자 때문에 강하리를 그토록 힘들게 했다!“강하리가 받은 상처, 송유라 네가 두 배로 갚아.”송유라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구승훈을 껴안았다. “승훈 오빠, 왜 그래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내가 진짜 하양이...” 하지만 구승훈은 단숨에 그녀를 바닥으로 걷어찼다. “다시는 하양이라는 말 입에 담지 마!”송유라는 절망에 가득 찬 얼굴로 구승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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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손연지의 집 밑에 막 도착했을 때 손연지가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오호, 구승훈 씨가 여긴 또 무슨 일로?”구승훈의 눈이 빨개졌다.“하리랑 할 얘기가 있습니다.”손연지가 피식 웃었다.“지금 만나기엔 너무 늦었어요. 이미 갔거든요.”구승훈은 당황했다.“뭐라고요?”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대표님, 강하리 씨 한 시간 뒤 비행기로 B시에 간답니다.”구승훈은 차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노진우는 다소 답답한 듯 말했다.“정주현 씨를 배웅하러 가는 건지, 혼자 떠나는 건지 먼저 확인해야 했어요.” “정주현이랑 같이 떠났다고?”“네.”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손연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구승훈 씨,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구승훈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 고개를 끄덕였다.“얘기하세요.”손연지는 그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짐작하셨겠지만 우리 하리한테서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쪽이 원하지 않는 건 알지만 당신 때문에 하리가 몇 번이나 위험해졌는지 생각해 봐요.”구승훈이 다소 쓴웃음을 지었다.“손 선생님, 내가 하리한테 잘못한 게 많지만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지켜줄 겁니다.”손연지가 비웃었다.“어떻게요? 매번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서 하리가 당신 좋아하는 마음 이용해서...”“이번엔 내가 죽더라도 하리가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 할 겁니다.”이렇게 말한 후 그는 이렇게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손연지는 멍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금 전 구승훈의 표정을 봐선 정말로 하리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손연지는 잠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전에는 뭐하고, 진작 이랬으면 이미 혼인신고까지 하고도 남았지.”공항에서 강하리는 비행기 탑승 전 손연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구승훈 그 개자식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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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부상이 심각해 보였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란다.강하리가 멍한 표정으로 기사를 들여다보는데 정주현이 그녀를 툭 건드렸다.“무슨 생각 해요? 애초에 그 쪽한테 해를 끼친 사람이 사고를 당했으면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강하리는 정신을 차리고 입꼬리를 끌어올렸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팔린 상태였다.구승훈이 장서연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예전처럼 단순한 경고로 끝날 줄 알았고 기껏해야 장씨 집안에 화풀이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손을 쓸 줄이야.강하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가슴에 밀려오는 동요를 진정시켰다.“가요, 비행기 타러.”정주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노진우를 다시 한번 흘깃 쳐다보고 강하리와 함께 탑승구로 들어섰다.“아버지는 요즘 좀 어떠세요?”강하리는 별 뜻이 없이 물었다.“허, 그 영감탱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내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벌써 포기할 준비가 된 사람처럼 굴어요. 매일 어떻게 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어떻게 해도 이사회에서 혼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정주현은 다소 침울해 보였다.대양그룹이 연성에 발을 뻗으면서 그는 큰 성과를 내고 싶었으나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강하리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럼 아버님은 왜 애초에 연성에 오신 거예요?”정주현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젊고 활기찬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연성을 선택한 건 이해하기 쉽죠. 이쪽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 무역 대도시가 되었고 나라에서도 이쪽으로 많은 정책을 기울이니까 그 기회를 잡아 연성에 오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정주현의 말이 일리가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정양철이 뭔가 수상쩍다고 느꼈다.연성에 오는 건 별문제가 없지만 그녀를 붙잡고 늘어지는 건 이상했다.하지만 그녀는 캐묻지 않았다.정주현은 얼핏 봐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정양철이 정주현을 이 정도로 감싸고 지켜주는 것에 감탄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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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연미숙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정주현과 작별 인사를 나눈 강하리는 주해찬을 따라 행사장으로 향했다.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피곤하지?” 주해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고생하면 몸이 버틸 수 있겠어?”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바쁜 게 좋죠.”적어도 바쁘면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해도 되니까.주해찬이 잠시 망설이다가 함께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려던 순간 밤중에 밖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긴 실루엣을 자랑하며 가로등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서 있었다.그의 시선이 강하리에게 향했고 눈에는 복잡함과 죄책감이 극도로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강하리도 자연스럽게 구승훈도 보았다.다만 그녀는 그쪽을 힐끗 쳐다보다가 시선을 피했다.주해찬은 웃으며 강하리를 내려다보았다.“데려다줄까?”강하리는 한숨을 뱉었다.“아뇨, 이만 가도 돼요 선배.”구승훈이 왔으니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았고 중간에 주해찬까지 끼어 있으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주해찬은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 내가 바로 올게.”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주해찬은 저쪽에 있는 구승훈을 힐끗 보고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주해찬이 떠날 때까지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피곤해?”강하리가 그를 바라봤다.“구승훈 씨, 출근 안 해? 에비뉴 망한 거야? 며칠만 머리 좀 식힐 수 있게 해줘.”구승훈이 웃었다.“에비뉴는 안 망해. 내가 영원히 안 망하게 할 거야. 에비뉴니까.”강하리의 가슴이 먹먹해지더니 씁쓸함이 밀려왔다.그래, 에비뉴는 송유라를 위해 만든 것이니 당연히 폐업하게 내버려두지 않겠지.“그래, 그럼 송유라나 만나러 가.” 그녀가 구승훈을 보며 이렇게 말하고 가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왜 송유라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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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강하리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갑자기 그를 밀쳐내더니 그의 뺨을 때리고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짙은 어둠이 드리운 밤에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냥 그렇게 걸었다.걸으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구승훈은 뺨을 맞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따라갔다.걸음이 빠른 강하리를 몇 번이나 뒤로 잡아당기려 했지만 실패했다.결국 그는 강하리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고 그제야 강하리는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그 모든 아픔과 상처가 단지 착각했다는 한마디로 귀결되었다.한 번의 착각이 그녀의 소중한 모든 걸 빼앗아 갔다.강하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배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뒤 구승훈을 밀어내며 택시를 타려 했다.구승훈은 그녀를 안아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에 태웠다.강하리는 더 몸부림치지 않고 그에게 가만히 안긴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주었다.강하리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자 구승훈이 가서 목욕물을 받아 주었다.물 온도를 체크하고 그가 다가와 안으려는데 그녀가 가볍게 밀어냈다.어떠한 격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 눈동자 깊숙이 파묻힌 고통만 있었다.“가.”그녀가 나지막이 말하자 멈칫한 구승훈은 속에서부터 쓰디쓴 감정이 밀려왔다.“하리야, 내키지 않으면 그냥 날 때려.”강하리는 시선을 내려 눈앞의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어떻게 착각해?”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분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요동쳤다.“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그의 눈에서 아픔이 번뜩였다.“송유라가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이야기했고 걔한테... 그 목걸이가 있었어.”구승훈이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감히 거짓말을 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과신한 나머지 송유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만 믿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만약 확인했다면 송유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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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구승훈이 멈칫하며 손을 들어 강하리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너 혼자 씻게 두기엔 마음이 안 놓여. 미끄러져 넘어지면 어떡해?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나 옆에 있게 해줘, 응? 난 그냥 널 돌봐주고 싶을 뿐이야. 그냥 날 노예처럼 부려.”“필요 없어.”강하리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 그녀의 눈물은 다시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이미 배가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에 울지 말자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차라리 구승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게 이 우스꽝스럽고 조롱당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분명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하게, 아이도, 엄마도 함께 지낼 수 있었는데... 온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는데...이젠 그들 사이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망망대해가 놓여 있었다.아무리 사람을 착각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구승훈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분리된 그는 안에서 그녀의 낮은 흐느낌이 들렸다.그 낮고 억눌린 소리는 미친 듯이 울부짖는 소리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구승훈은 가슴이 답답했고 무의식적으로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안에 있는 상대를 품에 안고 욕조로 데려갔다.“내가 씻겨줄게.”강하리는 붉게 물든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됐어, 난 괜찮으니까 나가.”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하리야, 다시 승훈 오빠라고 불러줄래?”강하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윽고 그녀는 그의 손길을 떨쳐냈다.“나가, 나 지금 너무 피곤해서 샤워하고 일찍 자고 싶어. 구승훈, 나 지금 배가 불편해. 빨리 씻고 눕고 싶어.”순간 구승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어디가 불편해? 의사 불러줄까?”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좀 쉬면 돼.”구승훈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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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구승재는 그가 뭘 떠올리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하리 씨는 괜찮아?”구승훈은 닫힌 화장실 문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 답했다.“아니.”구승훈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며 가슴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강하리가 다 씻고 나오자 의사도 도착했고 그녀의 상태를 살펴본 후 감정이 너무 격해진 탓이라고 했다.“정말 괜찮나요?” 구승훈이 잔뜩 긴장하며 물었고 의사가 웃으며 답했다.“별일 없을 겁니다. 근데 초음파를 안 해서 걱정되시면 아내분 모시고 병원 가서 초음파 한번 찍어보세요.”아내라는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의 몸이 굳어버렸다.구승훈은 강하리가 부부가 아니라는 말을 할까 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하지만 강하리는 지금 그런 걸 해명할 기분이 아닌 모양이었다.그녀는 의사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구승훈 씨, 의사 선생님 배웅해 줘.”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내보냈고 돌아오니 강하리는 이미 문을 잠근 뒤였다.구승훈은 눈앞에 잠긴 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더 이상 강하리를 귀찮게 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잘 쉬고, 난 문밖에 있으니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강하리는 도착한 메시지를 보며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지만 끝내 답장은 하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밤의 장막을 바라보며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이게 이 세상의 섭리일까.아니면 단순히 그녀만 재수가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어느새 잠에 든 그녀는 꿈속에서 그 작은 어촌 마을로 돌아갔다.리시안셔스가 가득한 정원에서 구승훈은 꽃밭에 등을 대고 누워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양아, 앞으로 너한테 리시안셔스 꽃밭 크게 만들어줄게, 어때?”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큰 정원에 온갖 색의 리시안셔스가 있었으면 좋겠어!”구승훈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그의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찬란한 정원을 선물하고 싶었다.그녀를 공주처럼 모시며 세상 좋은 것들만 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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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강하리는 꽃다발 위에 놓여 있던 카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옆에 두고 귀걸이를 집어 들었다.예전에 송유라를 위해 낙찰받았던 귀걸이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화려한 귀걸이였고 쇼핑몰에서 아무렇게나 샀던 귀걸이보다 훨씬 더 예뻐 보였다.하지만 강하리는 더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옆으로 치워둔 채 씻으러 갔다.어젯밤 한바탕 감정을 쏟아낸 후 이젠 마음이 평온해진 것 같았다.하지만 여전히 생각할 때마다 괴롭긴 했다.강하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침을 들고 돌아온 구승훈은 거울 앞에 멍하니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곤 음식을 옆에 놓고 다가가 뒤에서 안아주었다.그의 포옹에 그제야 강하리는 정신이 들었다.“왜 또 왔어?”구승훈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침 사러 갔지. 팥죽 사 왔어.”강하리가 멈칫하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나 입맛이 별로 없는데.”구승훈의 큰 손이 그녀의 작은 배에 내려앉았다.“이 작은 게 괴롭혀?”강하리는 단번에 그를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나를 괴롭히는 건 얘가 아니라 개자식이지.”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정서원이 죽은 후 처음으로 그를 대하는 강하리의 태도가 누그러졌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누그러진 게 아니라 여전히 차갑게 대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원수를 보듯 하지는 않았다.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그럼 그 개자식 제대로 혼내줘.”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뿌리친 뒤 나와서 아침을 먹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구승훈이 한 모든 행동이 하양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어떤 마음으로 그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예전처럼 그에게 차갑게 대할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할 수도 없었다.그가 줬던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게다가 이 일은 그냥 넘어가도 구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존재가 있었고 지금은 구승훈보다 아이가 더 신경 쓰였다.구승훈 역시 그녀가 그렇게 빨리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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