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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구승훈이 멈칫하며 손을 들어 강하리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 혼자 씻게 두기엔 마음이 안 놓여. 미끄러져 넘어지면 어떡해?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나 옆에 있게 해줘, 응? 난 그냥 널 돌봐주고 싶을 뿐이야. 그냥 날 노예처럼 부려.”

“필요 없어.”

강하리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 그녀의 눈물은 다시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이미 배가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에 울지 말자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구승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이 우스꽝스럽고 조롱당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분명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하게, 아이도, 엄마도 함께 지낼 수 있었는데... 온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는데...

이젠 그들 사이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망망대해가 놓여 있었다.

아무리 사람을 착각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

구승훈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분리된 그는 안에서 그녀의 낮은 흐느낌이 들렸다.

그 낮고 억눌린 소리는 미친 듯이 울부짖는 소리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구승훈은 가슴이 답답했고 무의식적으로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안에 있는 상대를 품에 안고 욕조로 데려갔다.

“내가 씻겨줄게.”

강하리는 붉게 물든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됐어, 난 괜찮으니까 나가.”

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하리야, 다시 승훈 오빠라고 불러줄래?”

강하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윽고 그녀는 그의 손길을 떨쳐냈다.

“나가, 나 지금 너무 피곤해서 샤워하고 일찍 자고 싶어. 구승훈, 나 지금 배가 불편해. 빨리 씻고 눕고 싶어.”

순간 구승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디가 불편해? 의사 불러줄까?”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좀 쉬면 돼.”

구승훈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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