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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강하리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갑자기 그를 밀쳐내더니 그의 뺨을 때리고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짙은 어둠이 드리운 밤에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냥 그렇게 걸었다.

걸으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구승훈은 뺨을 맞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따라갔다.

걸음이 빠른 강하리를 몇 번이나 뒤로 잡아당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강하리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고 그제야 강하리는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든 아픔과 상처가 단지 착각했다는 한마디로 귀결되었다.

한 번의 착각이 그녀의 소중한 모든 걸 빼앗아 갔다.

강하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배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뒤 구승훈을 밀어내며 택시를 타려 했다.

구승훈은 그녀를 안아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에 태웠다.

강하리는 더 몸부림치지 않고 그에게 가만히 안긴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강하리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자 구승훈이 가서 목욕물을 받아 주었다.

물 온도를 체크하고 그가 다가와 안으려는데 그녀가 가볍게 밀어냈다.

어떠한 격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 눈동자 깊숙이 파묻힌 고통만 있었다.

“가.”

그녀가 나지막이 말하자 멈칫한 구승훈은 속에서부터 쓰디쓴 감정이 밀려왔다.

“하리야, 내키지 않으면 그냥 날 때려.”

강하리는 시선을 내려 눈앞의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

“어떻게 착각해?”

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분했다.

구승훈의 목울대가 요동쳤다.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

그의 눈에서 아픔이 번뜩였다.

“송유라가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이야기했고 걔한테... 그 목걸이가 있었어.”

구승훈이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감히 거짓말을 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과신한 나머지 송유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만 믿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확인했다면 송유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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