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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구승재는 그가 뭘 떠올리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하리 씨는 괜찮아?”

구승훈은 닫힌 화장실 문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 답했다.

“아니.”

구승훈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며 가슴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강하리가 다 씻고 나오자 의사도 도착했고 그녀의 상태를 살펴본 후 감정이 너무 격해진 탓이라고 했다.

“정말 괜찮나요?”

구승훈이 잔뜩 긴장하며 물었고 의사가 웃으며 답했다.

“별일 없을 겁니다. 근데 초음파를 안 해서 걱정되시면 아내분 모시고 병원 가서 초음파 한번 찍어보세요.”

아내라는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의 몸이 굳어버렸다.

구승훈은 강하리가 부부가 아니라는 말을 할까 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강하리는 지금 그런 걸 해명할 기분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의사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구승훈 씨, 의사 선생님 배웅해 줘.”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내보냈고 돌아오니 강하리는 이미 문을 잠근 뒤였다.

구승훈은 눈앞에 잠긴 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더 이상 강하리를 귀찮게 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

[잘 쉬고, 난 문밖에 있으니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

강하리는 도착한 메시지를 보며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지만 끝내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밤의 장막을 바라보며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게 이 세상의 섭리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녀만 재수가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

어느새 잠에 든 그녀는 꿈속에서 그 작은 어촌 마을로 돌아갔다.

리시안셔스가 가득한 정원에서 구승훈은 꽃밭에 등을 대고 누워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양아, 앞으로 너한테 리시안셔스 꽃밭 크게 만들어줄게, 어때?”

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 정원에 온갖 색의 리시안셔스가 있었으면 좋겠어!”

구승훈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의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찬란한 정원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녀를 공주처럼 모시며 세상 좋은 것들만 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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