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571 - Chapter 580

993 Chapters

제571화

손연지는 너무 화가 나서 구승훈을 노려보며 욕했다.“하여튼 남자들은 다 똑같아.”그러고는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더니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강하리는 구승훈을 돌아보았다.“구승훈 씨, 우리 둘 사이의 일에 연지까지 엮을 필요 없잖아.”구승훈은 얼굴을 찡그렸다.“내가 손연지 연수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거야?”구승훈은 웃었다.“하리야, 너한테 난 그 정도로 나쁜 놈이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네 친구는 건드리지 않아.”특히 지금은 강하리가 그를 무시하기 바쁜데 미쳤다고 손연지를 건드리겠나.강하리는 입술을 다물며 그를 흘깃 보았다.“아니면 됐고. 늦었어, 난 쉬고 싶으니까 이만 돌아가.”하지만 구승훈이 말을 꺼냈다.“가정부 아주머니는 남게 해. 내가 곁에 없어도 최소한 돌봐줄 사람이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강하리가 멈칫했다.“연지가 잘 챙겨줘.”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가정부 아주머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아주머니, 감사하지만 이만 돌아가 보세요.”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으로 구승훈과 강하리를 번갈아 바라봤다.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네가 곁에 안 두면 해고할 수밖에.”강하리는 어이가 없었다.“구승훈 씨, 전에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었어?”하지만 구승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하리야, 넌 내 여자야. 네 뱃속에는 내 아이가 있고 나도 네 곁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 태어나는 것도 보고 평생을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게 잘못됐어?”강하리는 웃었지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게 가능할 것 같아? 당신들 구씨 가문은 나를 허락하지 않고 이 아이도 더더욱 받아주지 않겠지. 그리고 당신은 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런 당신이랑 평생을 같이 살 것 같아?”구승훈이 그녀를 바라봤다. “앞으로는 안 그래, 하리야. 앞으로는 절대 안 그래.”강하리가 비웃었다.“그래서 뭐? 구승훈 씨, 그런다고 지나간 일이 없던 게 돼? 그냥 가, 일이 다 벌어진 뒤에 늘어놓는 변명 따위 필요 없어, 그 거짓된
Read more

제572화

구승훈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승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물건 좀 준비해 줘.”구승훈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을 마친 후 구승재에게 몇 마디 당부했고 구승재는 얼굴을 찡그렸다.“형, 무슨 일이야?”구승훈은 한껏 어두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마음의 위안이 될까 해서.”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장 들어갔다.구승훈을 보자마자 송동혁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했다.“구 대표, 난 정말 결백해. 누가 날 속인 거야. 난 정말 구 대표를 노릴 생각 없었어. 난...”구승훈은 옆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비웃었다. “송동혁, 내가 아니라면 누굴 건드릴 생각이었지?”송동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간 그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구승훈의 표정에 심장이 툭 떨어졌다.“구 대표, 난 누구도 건드릴 생각 없었어. 그놈들한테 이용당했을 뿐이야. 구 대표, 제발 날 좀 내보내 줘! 유라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유라는...”“송동혁.”구승훈은 살기를 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아직도 감히 내 앞에서 송유라 얘기를 해?”송동혁의 얼굴이 굳어졌다.“구 대표, 무슨 말이야?”“송씨 가문은 정말 날 멍청이로 보는 건가?”송동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들킨 건가? 그 일이 다 드러난 걸까?’하지만 이내 다시 감정을 진정시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당황하면 안 된다.“구, 구 대표,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 우리 송씨 가문은 한 번도 자네한테 미안한 짓 한 적 없어. 유라가 떼를 쓰긴 해도 자네한테는 줄곧 진심이었는데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구승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송동혁을 바라보았다.“송동혁, 이 박사 알지?”송동혁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구 대표, 어느 이 박사를 말하는 거야? 알다시피 우리 송씨 가문은 의학계에 종사해서 아는 의사들이
Read more

제573화

송동혁은 더욱 단호하게 말했고 구승훈은 가까이 다가가 칼을 그의 목에 바로 갖다 댔다.“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하지만 송동혁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난 그런 적 없어.”구승훈의 손에 쥔 칼이 송동혁의 손바닥을 단숨에 파고들었다.송동혁은 비명을 질렀지만 여전히 같은 말뿐이었다.“내가 안 그랬어, 구 대표. 내가 안 그랬어. 억울해. 유라가 알면 얼마나 서운해하겠어...”구승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칼을 뽑아 들었고 송동혁은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구승훈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고 구승재는 황급히 물티슈를 건넸다.“형, 대체 무슨 일이야? 송유라가...”구승훈은 손을 닦으며 대답 대신 어두운 얼굴로 한 마디만 남긴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송동혁 돌려보내.”구승재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구승훈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저 멀리 희뿌연 빗줄기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서둘러 찾아와 송동혁을 고문한 건 송유라가 진짠지 아닌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그동안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이제 송동혁의 행동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안함이 가득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 목걸이는 분명히 하나뿐인데, 강하리와 송유라 둘 다 갖고 있었다.송유라의 팬들이 그 목걸이 모조품을 많이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강하리의 목걸이는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남겨준 유물이었다.4년 전 강하리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송유라는 이제 막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터라 그 목걸이를 대중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강하리와 송유라가 이전에 서로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고서야 모조품을 만들 수가 없다.하지만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과거 서로를 알고 지낸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구승재가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었다.“형, 무슨 일이야?”구승재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지금까지 엉뚱한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다면 어떨 것
Read more

제574화

그 말을 듣고 손연지는 안도했고 가정부 아주머니는 옆에서 억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봤지만 강하리는 조용히 밥만 먹었다.식사를 마친 손연지는 강하리에게 눈썹을 찡긋했다.“내가 은행까지 데려다줄까?”“너 오늘 일 안 해?”“휴가 냈어, 가자.”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밖으로 나섰다.은행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제 막 차를 주차했을 때 장서연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장서연을 본 손연지는 눈을 흘기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외출할 때 오늘의 운세라도 봤을걸. 똥 밟았네.”강하리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없는 사람 취급해.”그들이 무시하고 싶어도 장서연이 가만 둘리 없었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장서연이 다가왔다.“강하리 씨, 우연히 또 만나네요.”강하리가 그녀를 무시하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녀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강하리 씨, 구승훈이랑 헤어졌죠?”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뭐야, 어디서 개가 사람 일에 참견하지?”그녀의 말에 장서연의 얼굴이 붉어졌다.“손연지 씨,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요?”손연지는 헛웃음을 지었다.“난 개랑 말 섞고 싶지 않네.”그녀는 강하리를 끌어안고 안으로 들어갔고 장서연은 굴하지 않고 따라갔다.“강하리 씨, 빌어먹을 당신 엄마 죽었다면서요?”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하며 손을 들어 장서연의 뺨을 내리쳤다.“장서연, 한마디만 더 하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장서연은 뺨을 맞고 깜짝 놀라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강하리를 노려보았다.“강하리, 당신이 어떻게 감히 날 때릴 수 있어?”“때리기만 하면 다행이지!”그런데 장서연이 콧방귀를 뀌었다.“사람 때릴 줄밖에 모르지. 당신 엄마가 죽었을 때 구승훈이 어디 있었는지 알아? 송유라 옆에 있었어. 송유라가 수술하는 동안 구승훈이 이틀 동안 잠도 못 잔 건 알아? 강하리, 네 남자 마음속엔 언제나 다른 여자가 있어도 넌 전혀 상관없나 봐?”“닥쳐!” 장서연이 말을 끝내자 이번엔 손연지가 그녀의 뺨을 때
Read more

제575화

손연지는 그녀를 껴안고 토닥였다.“잘 간직했다가 시집갈 때 꼭 착용해!”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은 집으로 돌아와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어젯밤 비를 여러 번 맞은 탓에 옷이 눅눅해져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곧 강하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구승재의 전화가 걸려왔다.“형, 그 목걸이 감정해 봤는데 진품이야.” 구승훈은 멈칫했다.“확실해?”“응, 당시 이 목걸이를 만들었던 장인이 직접 감정했는데 거짓일 리가 없지.”구승훈은 침묵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강하리와 송유라 일은 어떻게 됐어?”“확인하고 있어.”짧게 대답을 마친 구승훈은 전화를 끊은 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괜한 생각인가, 심준호의 말에 홀려서.’그는 한참을 제자리에 서 있다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옷을 챙겨입고 무의식적으로 향수에 손을 뻗는데 향수를 집어 들자 그것이 바닥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강하리의 서랍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보통 향수는 강하리가 그를 위해 몇 병씩 준비해 두곤 했다.하지만 서랍을 여는 순간 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강하리의 서랍 안에는 일기장이 들어있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 일기장은 강찬수한테서 가져온 것이다.그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일기장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그것을 집어 들었다.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목걸이가 부서졌다. 강찬수가 부쉈다. 엄마도 다쳤다. 난 이 집이 특히 싫다. 강찬수가 싫다. 엄마랑 여기서 탈출해서 다시 그 작은 어촌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 승훈 오빠도 보고 싶다...”구승훈은 멍한 표정으로 그 글들을 바라보았다.목걸이, 어촌 마을, 승훈 오빠?순간 구승훈은 숨이 막히고 당황한 나머지 팔다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두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시 손가락이 떨렸다.[오늘은 내 열일곱 번째 생일이다. 지난 몇 년 이래
Read more

제576화

구승재는 당황했다.“형, 대체 무슨 일이야?”“송유라 데려오라고, 내 말 못 알아들어?”구승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알았어, 형. 바로 Y국에 연락할게.”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간 뒤 노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 어디 있어?”“은행에 있어요.”은행 입구에 막 도착한 구승훈은 안쪽에서 강하리와 손연지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강하리의 눈이 빨갛게 충혈된 걸 보아 운 게 분명했다.그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오호라, 구 대표님께서 또 오셨네?” 손연지가 잔뜩 비꼬았다.구승훈은 그녀를 무시한 채 강하리만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모든 것이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지만 어느 한 마디조차 꺼내기가 두려웠다.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손연지를 바라보았다. “가자.”구승훈이 다가가 강하리를 끌어당기더니 애써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하리야, 내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 강하리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구승훈이 다시 잡으려 해봐도 그녀는 번번이 피할 뿐이었다.강하리는 곧장 손연지의 차로 향했고 구승훈은 씁쓸한 마음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대로 강하리를 눈앞에서 놓아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차가 시동을 걸기 직전에 뒷좌석 문을 열고 따라 올랐다.손연지는 그가 타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꺼져요! 내 차에 더러운 남자는 못 타요!”구승훈은 여전히 강하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진작 알아차렸다.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주머니 유품 가지러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창밖을 내다봤다.“구승훈 씨, 나한테 그만 매달려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화나면 날 때리고 욕해, 응?”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난 당신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이랑 어떤 이유에서든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손연지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구승훈 씨, 당
Read more

제577화

하지만 뭐가 됐든 이제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손연지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서 운전했다.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던 그녀의 얼굴이 확 변했다.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손연지의 얼굴이 하얗게 일그러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리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 강하리는 깜짝 놀랐고 손연지는 그대로 핸들을 돌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며 보호했고 곧 차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겨우 멈췄다.시내였고 차가 너무 빨리 달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다친 손연지는 이마에서부터 피가 뺨으로 흘러내렸다.강하리도 팔이 긁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가락마저 덜덜 떨렸다.곧 누군가 차 문을 벌컥 열었고 그녀보다 더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채 구승훈이 허둥지둥 강하리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대로 안아서 밖으로 옮겼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 배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연지가 다쳤어.”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다.“연지는!” 강하리가 그를 향해 소리치자 구승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챙겨줄 사람 있어.”그는 강하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제야 강하리는 남자의 손도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가슴이 찡했지만 그래도 손을 뒤로 뺐다.“난 괜찮아, 배도 아프지 않으니까 이럴 필요 없어.”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안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구승훈은 다시 한번 손을 잡았고 강하리는 뿌리치고 싶었지만 힘이 다한 듯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방금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저히 버티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구승훈의 차는 재빨리 병원에 도착했고 미리 노민준에게 연락해 전문의를 데려와 검사한 뒤 괜찮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손연지도 빠르게 병원에 실려 왔고 노민우는 노진우에게 안겨 들어온 손연지를 바
Read more

제578화

강하리도 저쪽에서 구승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는 손톱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다물었다.역시.그녀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번엔 또 누군데? 송씨 가문? 문씨 가문? 아니면 당신네 구씨 가문?”구승훈은 시선을 내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극심한 죄책감에 말로 다 못 할 아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누구든 내가 찾아내서 제대로 처리할게.”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번엔 찾아내도 다음엔? 아직도 모르는 걸까.그가 자신의 곁에만 있으면 그들은 몇 번이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 거라는 걸!게다가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손연지가 또다시 연루되었다는 거다!오늘 손연지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켜버렸다.그래도 오늘은 그가 자신을 도와준 셈이니 한참 동안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고맙다는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자신이 참 쓰레기같이 느껴졌다.그녀가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 또다시 그에게 짓밟혔다.그때 굳이 송유라를 만나러 갈 필요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송유라가 소란을 피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갔다.단지 그녀가 하양이라고 생각해서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그런데 신이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강하리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미안했다고.하지만 착각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녀에게 상처를 줬고 한번 받은 상처는 엎어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부질없는 것이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다가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다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강하리는 그를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다시는 내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직도
Read more

제579화

응급실에서 노민우는 손연지를 안고 들어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손연지는 그가 외치는 소리에 창피해서 힘껏 노민우의 가슴을 꼬집었다.“좀 조용히 해!”노민우는 고통에 신음했다.“손연지, 너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나 아직 살아있거든? 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누가 들으면 내가 당장이라도 죽는 줄 알겠네!”“괜찮을지 안 괜찮을지는 의사 말 들어봐야 알지!”손연지가 혀를 찼다.“내려줘!”노민우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그녀를 근처 의자에 내려놓은 뒤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손연지는 겉으로는 센 척해도 속으로는 아픈 게 무서웠다.의사가 상처 부위에 과산화수소를 붓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곧바로 옆에 있던 노민우의 손을 꼬집었다.노민우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그런 도련님을 옆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눈을 흘겼다.‘대체 누가 다친 건지.’손연지는 상처에 약을 바른 후 이렇게 물었다.“흉터가 남을까요?”노민우가 그녀를 바라봤다.“흉터 때문에 소영준이 싫다고 할까 봐?”손연지가 곧장 그의 손을 뿌리쳤다.“소 교수님이 너처럼 얼굴만 보는 줄 알아?”노민우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가서 뇌 CT도 찍어.”그는 손연지를 CT 촬영실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소영준이야말로 얼굴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이야. 그 사람 평소 잠자리 파트너들도 엄청난 미녀라는 걸 모르지?”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식으로 소 교수님을 깎아내리지 않고는 하루도 못 사는 거야?”노민우는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그 사람을 깎아내린다고?”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아니면 뭐겠어?”말하기 바쁘게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리고 우리 병원 연수도 당신이 망친 거야?”노민우는 괜히 마음에 찔렸다.“우리 병원에서 연수 기회 얻으려다가 그쪽 병원 자리까지 뺏게 된 거야.”손연지는 너무 화가 나서 발로 그를 걷어찼다.“노민우, 너 진짜 미쳤어?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그녀의 고함소리에
Read more

제580화

손연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설마 장서연 그 망할 년?”강하리도 당연히 장서연을 떠올렸다.오늘 그녀가 손연지 차에 탄 걸 본 사람은 장서연밖에 없으니까.하지만 송씨 집안 사람이자 송유라 사촌 동생이라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구승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손연지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허, 맞네. 구 대표님이 감싸고 도는데 장서연이면 뭐 어때? 기껏해야 경고로 끝나겠지, 안 그래?”손연지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눈빛에는 냉기가 가득했다.노민우는 옆에서 목을 가다듬으며 손연지를 잡아끌었다.“그만해.”손연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개자식이 나쁜 짓까지 해놓고 욕먹는 걸 무서워해?”구승훈의 얼굴이 점점 더 추해졌다.“정말 그 사람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손 선생님도 말씀 가려서 하세요.”구승훈은 강하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했기에 손연지의 행동도 어느 정도 참고 넘어갔다.하지만 결국 그는 구승훈이었고 강하리 앞에서는 몸을 낮출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연지에게 항상 관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손연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발끈했고 노민우는 황급히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그러자 그녀의 화살이 이번엔 노민우에게 향했다.“왜 날 잡아당기는 거야!”노민우는 그녀를 바라봤다.“헛소리 그만해, 이건 결국 하리 씨랑 승훈이 일이잖아.”“하리랑 구승훈 일이라니, 나도 오늘 피해자라고!”노민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밖에서 구승재가 황급히 들어왔다.“형, 형수님.”강하리를 보자마자 그는 자연스럽게 형수님이라고 불렀다.지금까지 강하리가 구승훈과 헤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였기에 형수님 호칭이 나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강하리에겐 다소 조롱 섞인 말로 들렸다.“구승재 씨, 난 이제 그쪽 형수님 아니니까 그냥 날 강하리라고 불러요.”당황한 구승재는 깜짝 놀란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구승훈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지며 어느새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Read more
PREV
1
...
5657585960
...
10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