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재는 당황했다.“형, 대체 무슨 일이야?”“송유라 데려오라고, 내 말 못 알아들어?”구승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알았어, 형. 바로 Y국에 연락할게.”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간 뒤 노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 어디 있어?”“은행에 있어요.”은행 입구에 막 도착한 구승훈은 안쪽에서 강하리와 손연지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강하리의 눈이 빨갛게 충혈된 걸 보아 운 게 분명했다.그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오호라, 구 대표님께서 또 오셨네?” 손연지가 잔뜩 비꼬았다.구승훈은 그녀를 무시한 채 강하리만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모든 것이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지만 어느 한 마디조차 꺼내기가 두려웠다.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손연지를 바라보았다. “가자.”구승훈이 다가가 강하리를 끌어당기더니 애써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하리야, 내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 강하리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구승훈이 다시 잡으려 해봐도 그녀는 번번이 피할 뿐이었다.강하리는 곧장 손연지의 차로 향했고 구승훈은 씁쓸한 마음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대로 강하리를 눈앞에서 놓아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차가 시동을 걸기 직전에 뒷좌석 문을 열고 따라 올랐다.손연지는 그가 타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꺼져요! 내 차에 더러운 남자는 못 타요!”구승훈은 여전히 강하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진작 알아차렸다.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주머니 유품 가지러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창밖을 내다봤다.“구승훈 씨, 나한테 그만 매달려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화나면 날 때리고 욕해, 응?”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난 당신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이랑 어떤 이유에서든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손연지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구승훈 씨, 당
하지만 뭐가 됐든 이제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손연지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서 운전했다.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던 그녀의 얼굴이 확 변했다.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손연지의 얼굴이 하얗게 일그러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리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 강하리는 깜짝 놀랐고 손연지는 그대로 핸들을 돌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며 보호했고 곧 차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겨우 멈췄다.시내였고 차가 너무 빨리 달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다친 손연지는 이마에서부터 피가 뺨으로 흘러내렸다.강하리도 팔이 긁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가락마저 덜덜 떨렸다.곧 누군가 차 문을 벌컥 열었고 그녀보다 더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채 구승훈이 허둥지둥 강하리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대로 안아서 밖으로 옮겼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 배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연지가 다쳤어.”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다.“연지는!” 강하리가 그를 향해 소리치자 구승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챙겨줄 사람 있어.”그는 강하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제야 강하리는 남자의 손도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가슴이 찡했지만 그래도 손을 뒤로 뺐다.“난 괜찮아, 배도 아프지 않으니까 이럴 필요 없어.”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안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구승훈은 다시 한번 손을 잡았고 강하리는 뿌리치고 싶었지만 힘이 다한 듯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방금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저히 버티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구승훈의 차는 재빨리 병원에 도착했고 미리 노민준에게 연락해 전문의를 데려와 검사한 뒤 괜찮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손연지도 빠르게 병원에 실려 왔고 노민우는 노진우에게 안겨 들어온 손연지를 바
강하리도 저쪽에서 구승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는 손톱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다물었다.역시.그녀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번엔 또 누군데? 송씨 가문? 문씨 가문? 아니면 당신네 구씨 가문?”구승훈은 시선을 내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극심한 죄책감에 말로 다 못 할 아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누구든 내가 찾아내서 제대로 처리할게.”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번엔 찾아내도 다음엔? 아직도 모르는 걸까.그가 자신의 곁에만 있으면 그들은 몇 번이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 거라는 걸!게다가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손연지가 또다시 연루되었다는 거다!오늘 손연지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켜버렸다.그래도 오늘은 그가 자신을 도와준 셈이니 한참 동안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고맙다는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자신이 참 쓰레기같이 느껴졌다.그녀가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 또다시 그에게 짓밟혔다.그때 굳이 송유라를 만나러 갈 필요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송유라가 소란을 피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갔다.단지 그녀가 하양이라고 생각해서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그런데 신이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강하리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미안했다고.하지만 착각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녀에게 상처를 줬고 한번 받은 상처는 엎어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부질없는 것이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다가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다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강하리는 그를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다시는 내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직도
응급실에서 노민우는 손연지를 안고 들어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손연지는 그가 외치는 소리에 창피해서 힘껏 노민우의 가슴을 꼬집었다.“좀 조용히 해!”노민우는 고통에 신음했다.“손연지, 너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나 아직 살아있거든? 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누가 들으면 내가 당장이라도 죽는 줄 알겠네!”“괜찮을지 안 괜찮을지는 의사 말 들어봐야 알지!”손연지가 혀를 찼다.“내려줘!”노민우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그녀를 근처 의자에 내려놓은 뒤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손연지는 겉으로는 센 척해도 속으로는 아픈 게 무서웠다.의사가 상처 부위에 과산화수소를 붓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곧바로 옆에 있던 노민우의 손을 꼬집었다.노민우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그런 도련님을 옆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눈을 흘겼다.‘대체 누가 다친 건지.’손연지는 상처에 약을 바른 후 이렇게 물었다.“흉터가 남을까요?”노민우가 그녀를 바라봤다.“흉터 때문에 소영준이 싫다고 할까 봐?”손연지가 곧장 그의 손을 뿌리쳤다.“소 교수님이 너처럼 얼굴만 보는 줄 알아?”노민우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가서 뇌 CT도 찍어.”그는 손연지를 CT 촬영실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소영준이야말로 얼굴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이야. 그 사람 평소 잠자리 파트너들도 엄청난 미녀라는 걸 모르지?”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식으로 소 교수님을 깎아내리지 않고는 하루도 못 사는 거야?”노민우는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그 사람을 깎아내린다고?”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아니면 뭐겠어?”말하기 바쁘게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리고 우리 병원 연수도 당신이 망친 거야?”노민우는 괜히 마음에 찔렸다.“우리 병원에서 연수 기회 얻으려다가 그쪽 병원 자리까지 뺏게 된 거야.”손연지는 너무 화가 나서 발로 그를 걷어찼다.“노민우, 너 진짜 미쳤어?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그녀의 고함소리에
손연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설마 장서연 그 망할 년?”강하리도 당연히 장서연을 떠올렸다.오늘 그녀가 손연지 차에 탄 걸 본 사람은 장서연밖에 없으니까.하지만 송씨 집안 사람이자 송유라 사촌 동생이라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구승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손연지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허, 맞네. 구 대표님이 감싸고 도는데 장서연이면 뭐 어때? 기껏해야 경고로 끝나겠지, 안 그래?”손연지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눈빛에는 냉기가 가득했다.노민우는 옆에서 목을 가다듬으며 손연지를 잡아끌었다.“그만해.”손연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개자식이 나쁜 짓까지 해놓고 욕먹는 걸 무서워해?”구승훈의 얼굴이 점점 더 추해졌다.“정말 그 사람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손 선생님도 말씀 가려서 하세요.”구승훈은 강하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했기에 손연지의 행동도 어느 정도 참고 넘어갔다.하지만 결국 그는 구승훈이었고 강하리 앞에서는 몸을 낮출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연지에게 항상 관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손연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발끈했고 노민우는 황급히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그러자 그녀의 화살이 이번엔 노민우에게 향했다.“왜 날 잡아당기는 거야!”노민우는 그녀를 바라봤다.“헛소리 그만해, 이건 결국 하리 씨랑 승훈이 일이잖아.”“하리랑 구승훈 일이라니, 나도 오늘 피해자라고!”노민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밖에서 구승재가 황급히 들어왔다.“형, 형수님.”강하리를 보자마자 그는 자연스럽게 형수님이라고 불렀다.지금까지 강하리가 구승훈과 헤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였기에 형수님 호칭이 나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강하리에겐 다소 조롱 섞인 말로 들렸다.“구승재 씨, 난 이제 그쪽 형수님 아니니까 그냥 날 강하리라고 불러요.”당황한 구승재는 깜짝 놀란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구승훈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지며 어느새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강하리가 멈칫했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리야, 나... 내가 했던 잘못들 전부 다 보상해 줄게, 알았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라 바로잡을 기회를 달라는 거야.”강하리의 마음은 씁쓸했다.아무리 그래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었다.그녀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놔, 내가 알아서 가.”하지만 구승훈은 절대 놓지 않았다.구승훈이 강하리를 끌고 가자 손연지가 바로 발끈했다.“젠장, 구승훈, 그 손 놔... 읍읍...”손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민우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손연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자 더욱 화가 나 노민우의 손을 깨물었다.노민우의 손은 이미 그녀에게 꼬집혀 피가 어느 정도 새어 나온 상태였는데 이젠 이빨 자국까지 생겼다.그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손연지를 놓아주었다.“손연지, 너 개야?”손연지가 그를 노려보았다. “다시 한번 내 입 막으면 그땐 너 잡아먹을 거야!”노민우는 어이가 없었다.“두 사람 일에 왜 자꾸 끼어들어?”“무슨 개소리야! 우리 하리가 왜 저 개자식이랑 엮여!”노민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봤다.“말 그렇게 하지 마. 승훈이는 하리 씨 얼굴 봐서 가만히 있는 거지. 정말로 걔를 건드렸다간...”“건드리면 뭐?”그녀는 노민우를 노려보았다.“역시 끼리끼리라더니. 개자식이 개자식을 돕네.”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노민우가 서둘러 따라갔다.“내가 데려다줄게.”“필요 없어!”하지만 노민우는 굴하지 않고 따라갔다.“다친 사람 혼자 집에 보내는 건 우리 병원 스타일이 아니야.”“...”‘명인 병원 서비스가 참 좋네.’구승훈은 강하리를 손연지 아파트까지 데려다준 뒤에 차를 세웠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문 열어.”구승훈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하리야, 사람 보내서 정양철에 대해 조사 중이야. 아주머니 일은 내가 책임지고 제대로 알아낼게.”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한참을
장서연은 다시 눈을 떴을 때 앞에 구승훈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그를 불렀다.“형부, 악!”형부라는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구승재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함부로 부르지 마, 목숨 아껴야지.”장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형... 구, 구 대표님, 우리 사촌 언니가 당신 여자인데... 아악!”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구승재가 또다시 뺨을 때렸다.“헛소리하지 말란 말 못 알아들어?”두 번 연속 따귀를 맞은 장서연의 창백한 얼굴이 부어올랐다.구승재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뺨을 때렸던 거다.“구, 구 대표님,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구승훈은 두 발짝 떨어져 서서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손연지 차 네가 건드렸지?”장서연은 당황하며 순간 마음에 찔렸지만 뻔뻔하게 말했다.“아니요, 제가 안 그랬어요. 구 대표님, 제가 안 그랬어요.”그러자 구승훈은 갑자기 손목에서 염주 팔찌를 빼내 주머니에 넣더니 이쪽으로 한 걸음걸음을 다가왔다.장서연의 얼굴은 굳어졌고 눈앞의 구승훈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살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래도 송유라는 구승훈의 첫사랑인데?그래서 오늘 강하리를 봤을 때도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왠지 모르게 남자의 두 눈에서 증오 비슷한 게 보였다.장서연은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구승훈의 눈에 증오와 살기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이 사람이 날 죽이려 한다.’그 생각만 들었다.장서연은 그제야 눈치를 채고 큰 소리로 선처를 호소했다.“구 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강하리 건드리지 않을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전...”장서연은 연신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럼에도 구승훈은 여전히 앞으로 다가가 바로 그녀의 목을 졸랐고 장서연은 순식간에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충격에 가득 찬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그녀는 구승훈이 정말 자신을 죽이고
안 그래도 창백했던 송유라의 얼굴이 이쯤 되니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변했다. “승훈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하양이잖아요, 잊었어요? 어릴 때 그 어촌에서 내가... 아악-” 송유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도가 그녀의 얼굴을 베었고 단숨에 그 고운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승훈 오빠!” 송유라는 처절하게 소리 질렀다.“내가 하양이에요, 내가 진짜 하양이라고!”그렇게 말하면서도 송유라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구승훈이 어떻게 알았을까? 그 일은 빈틈이 없게 진행됐는데.송동혁은 당시 구승훈의 곁을 지키고 있던 가정부에게까지 물어봤고 그녀의 가족까지 매수했다. 그리고 그 목걸이도 강하리에게서 진품을 훔치고 가짜로 바꾼 다음 적절한 타이밍에 가짜를 망가뜨려서 철저하게 진행했다.그런데 구승훈이 어떻게 알았지? 송유라의 당황한 눈은 점점 커져만 갔고 구승훈은 손을 들어 단도를 송유라의 어깨에 찔렀다. 또 한 번 소름 끼치는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네가 하양이야?” “맞아요, 승훈 오빠, 나라고요!”단도를 뽑은 구승훈이 이윽고 그녀의 팔에 칼을 찔러넣었다.“다시 물어볼게. 네가 맞아, 아니야!”송유라는 고통스러워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승훈 오빠,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내가 하양이에요. 잊었어요? 우리 같이 강가에 앉아서 일출과 일몰을 보곤 했잖아요. 승훈 오빠, 왜 그래요? 왜 이러는 건데요?”붉어진 눈으로 송유라를 노려보는 구승훈의 눈동자엔 아픔만이 가득했다.이 여자, 이 망할 여자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속아 왔다!이 여자 때문에 강하리를 그토록 힘들게 했다!“강하리가 받은 상처, 송유라 네가 두 배로 갚아.”송유라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구승훈을 껴안았다. “승훈 오빠, 왜 그래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내가 진짜 하양이...” 하지만 구승훈은 단숨에 그녀를 바닥으로 걷어찼다. “다시는 하양이라는 말 입에 담지 마!”송유라는 절망에 가득 찬 얼굴로 구승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