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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강하리도 저쪽에서 구승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

그녀는 손톱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다물었다.

역시.

그녀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엔 또 누군데? 송씨 가문? 문씨 가문? 아니면 당신네 구씨 가문?”

구승훈은 시선을 내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극심한 죄책감에 말로 다 못 할 아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누구든 내가 찾아내서 제대로 처리할게.”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엔 찾아내도 다음엔?

아직도 모르는 걸까.

그가 자신의 곁에만 있으면 그들은 몇 번이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 거라는 걸!

게다가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손연지가 또다시 연루되었다는 거다!

오늘 손연지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켜버렸다.

그래도 오늘은 그가 자신을 도와준 셈이니 한참 동안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자신이 참 쓰레기같이 느껴졌다.

그녀가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 또다시 그에게 짓밟혔다.

그때 굳이 송유라를 만나러 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송유라가 소란을 피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갔다.

단지 그녀가 하양이라고 생각해서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신이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

강하리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미안했다고.

하지만 착각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녀에게 상처를 줬고 한번 받은 상처는 엎어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다가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하리야, 다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구승훈 씨,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다시는 내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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