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2화

작가: 재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구승훈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승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 좀 준비해 줘.”

구승훈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을 마친 후 구승재에게 몇 마디 당부했고 구승재는 얼굴을 찡그렸다.

“형, 무슨 일이야?”

구승훈은 한껏 어두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마음의 위안이 될까 해서.”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장 들어갔다.

구승훈을 보자마자 송동혁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했다.

“구 대표, 난 정말 결백해. 누가 날 속인 거야. 난 정말 구 대표를 노릴 생각 없었어. 난...”

구승훈은 옆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비웃었다. “송동혁, 내가 아니라면 누굴 건드릴 생각이었지?”

송동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간 그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구승훈의 표정에 심장이 툭 떨어졌다.

“구 대표, 난 누구도 건드릴 생각 없었어. 그놈들한테 이용당했을 뿐이야. 구 대표, 제발 날 좀 내보내 줘! 유라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유라는...”

“송동혁.”

구승훈은 살기를 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아직도 감히 내 앞에서 송유라 얘기를 해?”

송동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구 대표, 무슨 말이야?”

“송씨 가문은 정말 날 멍청이로 보는 건가?”

송동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들킨 건가? 그 일이 다 드러난 걸까?’

하지만 이내 다시 감정을 진정시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당황하면 안 된다.

“구, 구 대표,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 우리 송씨 가문은 한 번도 자네한테 미안한 짓 한 적 없어. 유라가 떼를 쓰긴 해도 자네한테는 줄곧 진심이었는데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구승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송동혁을 바라보았다.

“송동혁, 이 박사 알지?”

송동혁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

“구 대표, 어느 이 박사를 말하는 거야? 알다시피 우리 송씨 가문은 의학계에 종사해서 아는 의사들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3화

    송동혁은 더욱 단호하게 말했고 구승훈은 가까이 다가가 칼을 그의 목에 바로 갖다 댔다.“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하지만 송동혁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난 그런 적 없어.”구승훈의 손에 쥔 칼이 송동혁의 손바닥을 단숨에 파고들었다.송동혁은 비명을 질렀지만 여전히 같은 말뿐이었다.“내가 안 그랬어, 구 대표. 내가 안 그랬어. 억울해. 유라가 알면 얼마나 서운해하겠어...”구승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칼을 뽑아 들었고 송동혁은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구승훈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고 구승재는 황급히 물티슈를 건넸다.“형, 대체 무슨 일이야? 송유라가...”구승훈은 손을 닦으며 대답 대신 어두운 얼굴로 한 마디만 남긴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송동혁 돌려보내.”구승재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구승훈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저 멀리 희뿌연 빗줄기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서둘러 찾아와 송동혁을 고문한 건 송유라가 진짠지 아닌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그동안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이제 송동혁의 행동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안함이 가득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 목걸이는 분명히 하나뿐인데, 강하리와 송유라 둘 다 갖고 있었다.송유라의 팬들이 그 목걸이 모조품을 많이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강하리의 목걸이는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남겨준 유물이었다.4년 전 강하리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송유라는 이제 막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터라 그 목걸이를 대중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강하리와 송유라가 이전에 서로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고서야 모조품을 만들 수가 없다.하지만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과거 서로를 알고 지낸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구승재가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었다.“형, 무슨 일이야?”구승재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지금까지 엉뚱한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다면 어떨 것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4화

    그 말을 듣고 손연지는 안도했고 가정부 아주머니는 옆에서 억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봤지만 강하리는 조용히 밥만 먹었다.식사를 마친 손연지는 강하리에게 눈썹을 찡긋했다.“내가 은행까지 데려다줄까?”“너 오늘 일 안 해?”“휴가 냈어, 가자.”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밖으로 나섰다.은행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제 막 차를 주차했을 때 장서연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장서연을 본 손연지는 눈을 흘기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외출할 때 오늘의 운세라도 봤을걸. 똥 밟았네.”강하리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없는 사람 취급해.”그들이 무시하고 싶어도 장서연이 가만 둘리 없었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장서연이 다가왔다.“강하리 씨, 우연히 또 만나네요.”강하리가 그녀를 무시하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녀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강하리 씨, 구승훈이랑 헤어졌죠?”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뭐야, 어디서 개가 사람 일에 참견하지?”그녀의 말에 장서연의 얼굴이 붉어졌다.“손연지 씨,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요?”손연지는 헛웃음을 지었다.“난 개랑 말 섞고 싶지 않네.”그녀는 강하리를 끌어안고 안으로 들어갔고 장서연은 굴하지 않고 따라갔다.“강하리 씨, 빌어먹을 당신 엄마 죽었다면서요?”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하며 손을 들어 장서연의 뺨을 내리쳤다.“장서연, 한마디만 더 하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장서연은 뺨을 맞고 깜짝 놀라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강하리를 노려보았다.“강하리, 당신이 어떻게 감히 날 때릴 수 있어?”“때리기만 하면 다행이지!”그런데 장서연이 콧방귀를 뀌었다.“사람 때릴 줄밖에 모르지. 당신 엄마가 죽었을 때 구승훈이 어디 있었는지 알아? 송유라 옆에 있었어. 송유라가 수술하는 동안 구승훈이 이틀 동안 잠도 못 잔 건 알아? 강하리, 네 남자 마음속엔 언제나 다른 여자가 있어도 넌 전혀 상관없나 봐?”“닥쳐!” 장서연이 말을 끝내자 이번엔 손연지가 그녀의 뺨을 때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5화

    손연지는 그녀를 껴안고 토닥였다.“잘 간직했다가 시집갈 때 꼭 착용해!”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은 집으로 돌아와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어젯밤 비를 여러 번 맞은 탓에 옷이 눅눅해져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곧 강하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구승재의 전화가 걸려왔다.“형, 그 목걸이 감정해 봤는데 진품이야.” 구승훈은 멈칫했다.“확실해?”“응, 당시 이 목걸이를 만들었던 장인이 직접 감정했는데 거짓일 리가 없지.”구승훈은 침묵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강하리와 송유라 일은 어떻게 됐어?”“확인하고 있어.”짧게 대답을 마친 구승훈은 전화를 끊은 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괜한 생각인가, 심준호의 말에 홀려서.’그는 한참을 제자리에 서 있다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옷을 챙겨입고 무의식적으로 향수에 손을 뻗는데 향수를 집어 들자 그것이 바닥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강하리의 서랍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보통 향수는 강하리가 그를 위해 몇 병씩 준비해 두곤 했다.하지만 서랍을 여는 순간 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강하리의 서랍 안에는 일기장이 들어있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 일기장은 강찬수한테서 가져온 것이다.그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일기장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그것을 집어 들었다.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목걸이가 부서졌다. 강찬수가 부쉈다. 엄마도 다쳤다. 난 이 집이 특히 싫다. 강찬수가 싫다. 엄마랑 여기서 탈출해서 다시 그 작은 어촌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 승훈 오빠도 보고 싶다...”구승훈은 멍한 표정으로 그 글들을 바라보았다.목걸이, 어촌 마을, 승훈 오빠?순간 구승훈은 숨이 막히고 당황한 나머지 팔다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두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시 손가락이 떨렸다.[오늘은 내 열일곱 번째 생일이다. 지난 몇 년 이래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6화

    구승재는 당황했다.“형, 대체 무슨 일이야?”“송유라 데려오라고, 내 말 못 알아들어?”구승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알았어, 형. 바로 Y국에 연락할게.”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간 뒤 노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 어디 있어?”“은행에 있어요.”은행 입구에 막 도착한 구승훈은 안쪽에서 강하리와 손연지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강하리의 눈이 빨갛게 충혈된 걸 보아 운 게 분명했다.그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오호라, 구 대표님께서 또 오셨네?” 손연지가 잔뜩 비꼬았다.구승훈은 그녀를 무시한 채 강하리만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모든 것이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지만 어느 한 마디조차 꺼내기가 두려웠다.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손연지를 바라보았다. “가자.”구승훈이 다가가 강하리를 끌어당기더니 애써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하리야, 내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 강하리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구승훈이 다시 잡으려 해봐도 그녀는 번번이 피할 뿐이었다.강하리는 곧장 손연지의 차로 향했고 구승훈은 씁쓸한 마음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대로 강하리를 눈앞에서 놓아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차가 시동을 걸기 직전에 뒷좌석 문을 열고 따라 올랐다.손연지는 그가 타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꺼져요! 내 차에 더러운 남자는 못 타요!”구승훈은 여전히 강하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진작 알아차렸다.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주머니 유품 가지러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창밖을 내다봤다.“구승훈 씨, 나한테 그만 매달려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화나면 날 때리고 욕해, 응?”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난 당신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이랑 어떤 이유에서든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손연지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구승훈 씨, 당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7화

    하지만 뭐가 됐든 이제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손연지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서 운전했다.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던 그녀의 얼굴이 확 변했다.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손연지의 얼굴이 하얗게 일그러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리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 강하리는 깜짝 놀랐고 손연지는 그대로 핸들을 돌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며 보호했고 곧 차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겨우 멈췄다.시내였고 차가 너무 빨리 달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다친 손연지는 이마에서부터 피가 뺨으로 흘러내렸다.강하리도 팔이 긁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가락마저 덜덜 떨렸다.곧 누군가 차 문을 벌컥 열었고 그녀보다 더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채 구승훈이 허둥지둥 강하리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대로 안아서 밖으로 옮겼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 배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연지가 다쳤어.”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다.“연지는!” 강하리가 그를 향해 소리치자 구승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챙겨줄 사람 있어.”그는 강하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제야 강하리는 남자의 손도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가슴이 찡했지만 그래도 손을 뒤로 뺐다.“난 괜찮아, 배도 아프지 않으니까 이럴 필요 없어.”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안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구승훈은 다시 한번 손을 잡았고 강하리는 뿌리치고 싶었지만 힘이 다한 듯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방금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저히 버티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구승훈의 차는 재빨리 병원에 도착했고 미리 노민준에게 연락해 전문의를 데려와 검사한 뒤 괜찮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손연지도 빠르게 병원에 실려 왔고 노민우는 노진우에게 안겨 들어온 손연지를 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8화

    강하리도 저쪽에서 구승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그녀는 손톱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다물었다.역시.그녀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번엔 또 누군데? 송씨 가문? 문씨 가문? 아니면 당신네 구씨 가문?”구승훈은 시선을 내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극심한 죄책감에 말로 다 못 할 아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누구든 내가 찾아내서 제대로 처리할게.”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이번엔 찾아내도 다음엔? 아직도 모르는 걸까.그가 자신의 곁에만 있으면 그들은 몇 번이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 거라는 걸!게다가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손연지가 또다시 연루되었다는 거다!오늘 손연지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켜버렸다.그래도 오늘은 그가 자신을 도와준 셈이니 한참 동안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고맙다는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자신이 참 쓰레기같이 느껴졌다.그녀가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 또다시 그에게 짓밟혔다.그때 굳이 송유라를 만나러 갈 필요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송유라가 소란을 피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갔다.단지 그녀가 하양이라고 생각해서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그런데 신이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강하리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미안했다고.하지만 착각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녀에게 상처를 줬고 한번 받은 상처는 엎어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부질없는 것이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리다가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다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강하리는 그를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다시는 내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직도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9화

    응급실에서 노민우는 손연지를 안고 들어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손연지는 그가 외치는 소리에 창피해서 힘껏 노민우의 가슴을 꼬집었다.“좀 조용히 해!”노민우는 고통에 신음했다.“손연지, 너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나 아직 살아있거든? 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누가 들으면 내가 당장이라도 죽는 줄 알겠네!”“괜찮을지 안 괜찮을지는 의사 말 들어봐야 알지!”손연지가 혀를 찼다.“내려줘!”노민우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그녀를 근처 의자에 내려놓은 뒤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손연지는 겉으로는 센 척해도 속으로는 아픈 게 무서웠다.의사가 상처 부위에 과산화수소를 붓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곧바로 옆에 있던 노민우의 손을 꼬집었다.노민우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그런 도련님을 옆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눈을 흘겼다.‘대체 누가 다친 건지.’손연지는 상처에 약을 바른 후 이렇게 물었다.“흉터가 남을까요?”노민우가 그녀를 바라봤다.“흉터 때문에 소영준이 싫다고 할까 봐?”손연지가 곧장 그의 손을 뿌리쳤다.“소 교수님이 너처럼 얼굴만 보는 줄 알아?”노민우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가서 뇌 CT도 찍어.”그는 손연지를 CT 촬영실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소영준이야말로 얼굴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이야. 그 사람 평소 잠자리 파트너들도 엄청난 미녀라는 걸 모르지?”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식으로 소 교수님을 깎아내리지 않고는 하루도 못 사는 거야?”노민우는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그 사람을 깎아내린다고?”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아니면 뭐겠어?”말하기 바쁘게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리고 우리 병원 연수도 당신이 망친 거야?”노민우는 괜히 마음에 찔렸다.“우리 병원에서 연수 기회 얻으려다가 그쪽 병원 자리까지 뺏게 된 거야.”손연지는 너무 화가 나서 발로 그를 걷어찼다.“노민우, 너 진짜 미쳤어?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그녀의 고함소리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80화

    손연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설마 장서연 그 망할 년?”강하리도 당연히 장서연을 떠올렸다.오늘 그녀가 손연지 차에 탄 걸 본 사람은 장서연밖에 없으니까.하지만 송씨 집안 사람이자 송유라 사촌 동생이라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구승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손연지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허, 맞네. 구 대표님이 감싸고 도는데 장서연이면 뭐 어때? 기껏해야 경고로 끝나겠지, 안 그래?”손연지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눈빛에는 냉기가 가득했다.노민우는 옆에서 목을 가다듬으며 손연지를 잡아끌었다.“그만해.”손연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개자식이 나쁜 짓까지 해놓고 욕먹는 걸 무서워해?”구승훈의 얼굴이 점점 더 추해졌다.“정말 그 사람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손 선생님도 말씀 가려서 하세요.”구승훈은 강하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했기에 손연지의 행동도 어느 정도 참고 넘어갔다.하지만 결국 그는 구승훈이었고 강하리 앞에서는 몸을 낮출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연지에게 항상 관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손연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발끈했고 노민우는 황급히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그러자 그녀의 화살이 이번엔 노민우에게 향했다.“왜 날 잡아당기는 거야!”노민우는 그녀를 바라봤다.“헛소리 그만해, 이건 결국 하리 씨랑 승훈이 일이잖아.”“하리랑 구승훈 일이라니, 나도 오늘 피해자라고!”노민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밖에서 구승재가 황급히 들어왔다.“형, 형수님.”강하리를 보자마자 그는 자연스럽게 형수님이라고 불렀다.지금까지 강하리가 구승훈과 헤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였기에 형수님 호칭이 나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강하리에겐 다소 조롱 섞인 말로 들렸다.“구승재 씨, 난 이제 그쪽 형수님 아니니까 그냥 날 강하리라고 불러요.”당황한 구승재는 깜짝 놀란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구승훈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지며 어느새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6화

    구승훈의 눈에서 어두운 기운이 번뜩였다.연미숙, 연미숙...구승훈은 문득 지난번 입찰회에서 들이부었던 뜨거운 물이 떠올랐다.진작 연미숙의 수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데.구승훈의 얼굴이 한층 싸늘하게 굳어졌다.그가 차갑게 웃었다.“구승재한테 가서 문연진이 어떻게 지내는지 가서 보라고 해.”준봉은 바로 알아들었다.준봉이 나간 뒤 병동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정양철과 정주현이 문 앞에 서 있었다.“강하리 씨 보러 왔어요.”정주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정양철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정 회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네요.”정양철이 웃었다.“그래도 제가 아끼는 후배라서요.”구승훈은 더 말이 없었고 방 안의 분위기는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정주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왜 그래요?”정양철이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하리 양이 자고 있다니 우리도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그렇게 말한 뒤 정양철은 정주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직전, 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 병동 입구에 서 있는 구승훈을 다시 바라보았다.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는 그의 표정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오늘 억울한 누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차갑고 무관심했다.정양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아버지? 요즘 왜 그러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정주현이 불쑥 묻자 정신을 차린 정양철이 답했다.“대체 어딜 봐서 내가 걱정이 있어 보여?”정주현이 혀를 찼다.“걱정이 없어요? 요즘 자주 잠도 못 주무시고 발코니에서 담배 피우시는 거 봤어요.”정양철이 멈칫하다가 물었다.“주현아, 내가 회사를 네 손에 맡기면 잘 해낼 수 있겠어?”정주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정양철은 그를 노려보며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길 바라는 거냐?”정주현은 웃으며 피했지만 왠지 아버지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구승훈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5화

    강하리는 잠시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했다가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시선을 내리며 그 안에 담긴 상처와 아픔을 숨겼다.더는 이 남자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정말 정양철 짓이라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 “구승훈, 도와줘.”강하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구승훈은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그녀가 자신에게 의지하길 바랐는데 주해찬을 위해 부탁하는 그녀를 보니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강하리를 끌어안았다.“하리야, 너를 위해서야, 주해찬을 위해서야?”“구승훈!”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당신이 하기 싫다면 심 변호사님한테 부탁할 거야.”허리를 감싼 구승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내 앞에서 부탁해 놓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간다고?”그렇게 말한 뒤 그는 다소 무기력한 한숨을 내쉬었다.“강하리, 넌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내가 정말 너 혼자서 정양철과 맞서게 놔둘 것 같아?”강하리는 시선을 돌렸다.구승훈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자신이 원해서 그러길 바랐다.강하리도 다쳐서 이미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고 상처를 입어 얼굴에 핏기 하나 없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좀 쉬어.”“잠이 안 와.”강하리는 침대에 기대어 잠을 청했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에는 사고 당시의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주해찬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차에서 구조될 때 심장이 심하게 뛰었고 안 그래도 창백했던 얼굴은 한층 더 하얗게 변했다.구승훈은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낸 뒤 손가락으로 턱을 살살 문질렀다.“내가 다 알아낼 테니까 날 믿어.”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쓴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 나 때문에 계속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구승훈의 심장이 저렸다.“강하리!”강하리가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나 좀 잘게.”말을 마친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구승훈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4화

    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기만 했다.“내가 진짜 주해찬을 건드렸다면 어떻게 할래?”강하리가 그를 마주 보았다.“살인은 대가를 치러야 해. 구승훈 당신은 나한테 특별할 게 없어.”구승훈의 마음속이 온통 씁쓸함으로 물들었다.그는 쓴웃음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말을 이어갔다.“아직 몰라. 의사가 그럴 수도 있다고 했어.”하지만 강하리의 마음은 다소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 정서원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의사가 그렇게 말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선배 좀 보고 올게.”구승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결국 막지 않았다.그녀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 불안해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구승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 나갔다.중환자실 밖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석미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강하리의 몸이 굳어졌다.그녀는 손가락에 힘을 주고 저쪽으로 걸어갔다.다만 아직 중환자실 앞으로 가기도 전에 걸음이 뚝 멈췄다.정양철과 정주현이 거기 있을 줄이야.그녀가 정양철을 힐끗 쳐다보자 정양철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는 문득 정서원이 납치되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떠오르며 손가락을 말아쥐었다.정서원에게 일이 생겼을 때 정양철이 병원에 나타났다.그녀가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는지 확인하러 온 듯이.구승훈은 강하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정양철을 힐끗 쳐다보더니 큰 손으로 강하리의 뒤 허리를 살며시 그러잡았다.강하리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정주현은 강하리를 보자마자 서둘러 이쪽으로 다가왔다.“강하리 씨, 좀 어때요?”강하리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가 중환자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두꺼운 유리 벽 너머로 드디어 주해찬이 보였다.항상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는 현재 침대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에 여러 개의 튜브를 삽입하고 누워 있었다.강하리의 마음이 아팠다.밀려오는 죄책감이 그녀를 익사시킬 것만 같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3화

    강하리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뭐라고요?”석미란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해찬이가 식물인간이 됐다고, 이제 만족해?”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손끝까지 떨리고 있었다.“가볼래요.”그녀는 이불을 걷어 올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났지만 구승훈이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가도 소용없어. 중환자실에 있어서 못 만나.”그때 석미란이 갑자기 강하리를 붙잡았다.“망할 년,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해찬이를 보러 가! 해찬이가 정말로 못 깨어나면 내가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석미란이 말하며 강하리의 목을 조르려고 달려들자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내동댕이쳤다.“여사님, 말 가려서 하세요. 대체 누가 누구 때문에 힘들다는 겁니까? 지금 전부 하리 탓으로 돌리는데 만약 주해찬 때문에 하리가 피해를 본 거면 저도 하리 복수를 위해 중환자실로 가서 주해찬을 죽여도 됩니까?”석미란은 눈이 빨개진 채 구승훈을 노려보았다.주해찬이 깨어나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는데 죽여버리겠다고?“구승훈, 이 살인자 새끼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랑 강하리, 너네 둘 다 살인자야! 내가 죗값 치르게 해줄 테니까 기다려. 망할 네년은 해찬이 목숨값 내놔!”석미란의 울부짖는 소리가 병동 전체에 울려 퍼졌고 준봉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여사님, 방금 경찰에서 그 차가 구 대표님 번호판을 덧씌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대표님은 누명을 쓴 겁니다.”석미란은 여전히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구승훈이 진짜 아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듯이.“경찰을 매수하면 그만인 줄 알아? 구승훈, 내가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강하리는 준봉의 말을 듣고 순간 몸이 굳어졌다.구승훈은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준봉을 바라보았다.“여사님 나가시라고 해.”준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미란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여사님, 이만 나가 주세요.”석미란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주해찬의 아버지에게 제지당했다.주해찬을 닮은 외모에 겉과 속이 모두 반듯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2화

    주해찬의 표정이 확 바뀌며 핸들을 꺾었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강하리를 보호했고 강하리의 시선은 다가오는 차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구승훈의 차다.차 번호판도 똑같았다.구승훈이 B시에 올 때마다 몰던 차였다.순식간에 강하리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곧 눈앞이 핑글 돌았다....강하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 당신이야?”구승훈의 시선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의심을 받은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하리야, 너 정말 나라고 의심하는 거야?”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보는 강하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차는 분명 구승훈의 것이었다.하지만 구승훈이 아니라고 말할 때 오히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늘한 구승훈의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선배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네가 신경 쓰는 건 주해찬밖에 없지?”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날 구해준 사람이야.”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구승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내가 널 구해준 적은 없어? 하리야, 너 정말 사람 마음 아프게 한다.”강하리는 그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지금은 그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주해찬이 그녀의 몸을 감쌌기에 그는 꽤 심하게 다쳤을 거다.처음부터 주해찬에겐 미안한 것투성이였다.오랜 시간 동안 그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그에게 해줄 대답이 없었다.게다가 구승훈의 차로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선배는 어떻게 됐어?”여전히 똑같은 말에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주해찬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목숨은 건졌지만 그가 깨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지금 강하리의 태도로 볼 때, 주해찬이 자신을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지 정말 알 수 없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1화

    주해찬의 표정이 잠시 번뜩이다가 미소를 지으며 정양철에게로 향했다.“아저씨, 오랜만이네요.”정양철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해찬아, 여긴 무슨 일이야?”주해찬이 미소를 지었다.“친구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여기서 아저씨랑 만났네요.”정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럼 가서 일 봐.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알았어요.”주해찬은 그 말을 하고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정양철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전화기를 꽉 쥐었다.한편 주해찬은 안에서 나오기 바쁘게 훅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길가에 서 있었다.방금 정양철이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강하리나 구승훈과 무슨 일이 있는 걸까?손을 댔다고 했는데, 무슨 짓을 한 걸까.정주현에게 선을 긋던 강아리의 모습과 연관 짓자 주해찬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그는 다소 창백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가 샤워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선배?”하지만 강하리가 전화를 받을 때 주해찬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적어도 제대로 알아보고 강하리에게 알려줘야지 무턱대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아니야, 그냥 내일 나랑 같이 팔찌 가지러 가자고.”“선배,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강하리가 여전히 거절하려는데 주해찬이 말을 막았다.“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일찍 쉬어.”주해찬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준봉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강하리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순간, 강하리 방 앞에 두 사람이 수상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를 보자마자 뒤돌아 복도 쪽으로 달려갔고 준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들을 쫓아갔다.일직 강하리가 묵고 있는 호텔 아래층에 도착한 주해찬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어젯밤 정양철의 그 말 때문에 거의 밤을 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0화

    준봉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대표님께서 마실 것 가져다드리래요.”말을 마친 준봉은 강하리에게 밀크티 한 잔을 건넸고 강하리는 눈앞에 놓인 밀크티를 보고 화를 내며 다시 한번 문을 닫았다.주해찬은 방에 앉아서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안 가면 조금 있다가 또 올걸.”주해찬은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오늘 밤 모임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죄송해요, 선배.”구승훈이 이러면 주해찬뿐만 아니라 강하리도 난처했다.주해찬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문득 어젯밤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던 모습이 떠올라 결국 포기했다.준봉은 강하리의 방에서 나오는 주해찬을 바라보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다음에 문을 두드리러 갈 때 또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주해찬이 나오며 준봉을 보고 웃었다.“구 대표님한테 그럴 필요 없다고 전해요. 하리가 원하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고 하리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절대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요.”준봉은 주해찬을 바라보기만 했다.“안녕히 가세요, 주해찬 씨.”주해찬은 강하리를 힐끗 쳐다보며 작별 인사를 속삭인 뒤 곧장 돌아섰다.주해찬이 떠난 뒤에야 준봉은 다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은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차는 경찰서를 향해 빠르게 달렸고 통화를 마친 그는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구승재를 바라보았다.“목란정원 쪽 상황은 어때요?”“우리 쪽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안에 연정이가 없었대.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갈 때 꼭 큰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들어갔대.”시선을 내려 염주를 만지작거리던 구승훈이 차갑게 웃었다.“역시.”구승재가 얼굴을 찡그렸다.“역시 뭐?”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어젯밤에 그녀는 일부러 그를 그곳으로 유인한 거다.연정이 사건은 여초연이 한 짓이다.염주를 만지작거리던 구승훈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뒤틀렸다.하지만 잠시 후 그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9화

    정주현은 다소 시무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강하리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으니 더 물어볼 수도 없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강하리 씨 데려다줬어. 웬일로 아들이 보고 싶어서 그래?”연미숙이 잠시 멈칫했다.“이 자식, 누가 보면 내가 평소에 너한테 관심 없는 줄 알겠다.”정주현은 연미숙 앞에서 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그래, 관심 많은 거 알겠으니까 무슨 일인데 그래?”연미숙은 잠시 침묵했다.“강하리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해.”차라리 말하지 않으면 좋았을걸. 그 말을 꺼내니 정주현은 더 우울해졌다.“엄마, 강하리 씨 바빠.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친구들이나 만나지 강하리는 왜?”연미숙이 웃었다.“우리 아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여자를 내가 좀 만나면 안 돼?”정주현이 입을 삐죽거렸다.“영감탱이가 엄마처럼 정신 차렸으면 강하리가 며느리 됐을 텐데.”연미숙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루 종일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돌아와.”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 그녀의 눈에는 악의에 찬 눈빛만이 번쩍였다.강하리는 정주현을 배웅하고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주해찬은 그녀의 뒤에 서서 물었다. “일부러 주현 씨랑 거리를 두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정신을 차린 강하리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선배, 난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요.”주해찬은 그녀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며 다소 무력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만약 이 순간 그녀의 곁에 있던 사람이 구승훈이었다면 그녀는 바로 말하지 않았을까?아니면 구승훈은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을까?질투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그가 구승훈보다 먼저 강하리를 좋아했는데.“하리야, 가능하면 나도 네가 기댈 곳이 되어주고 싶어.”강하리의 표정은 굳어졌고 말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게 느껴졌다.“선배, 정말 고맙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8화

    여초연이 얼마나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인지 구승훈이 제일 잘 안다.정말 여초연이 연정이를 데려갔다면 그렇게 쉽게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을 테고 초조했던 그는 계속해서 그녀가 먼저 빈틈을 보이길 기다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소란을 일으킨 뒤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할 생각이었다.그녀의 수단으로 봤을 때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걸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오늘 대놓고 이곳으로 왔다는 건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그를 유인한 걸까?그렇다면 연정이에게 일어난 일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지지 않나?어쨌든 구승훈은 연정이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연정이가 정말 그녀의 손에 있고 막다른 길에 이른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그 시각 목란정원에서 여초연은 복도에서 누군가와 휴대폰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쪽의 깊은 밤과 달리 저쪽은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강하리는 다음 날 주해찬과 함께 B시로 갔다.비행기에서 막 내린 두 사람은 입국 게이트에서 정주현이 신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강하리 씨, 드디어 왔네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주해찬을 흘깃 쳐다보았다.주해찬은 무기력하게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었어. 계속 물어보니까 시간을 알려줄 수밖에.”정주현은 곧바로 불만을 터뜨렸다. “강하리 씨, B시로 오면 알려준다면서 이러는 건 아니죠!”강하리는 힘없이 웃었다.“가요.”그러던 중 정주현은 강하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걸 다시 한번 언급했지만 강하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정주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하리 씨, 그래도 우리 같이 일한 적이 있는데 이러면 대양그룹에 불만이 있는 것 같잖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정 회장님이 절 찾아오라고 시켰어요?”정주현은 부인하지 않았다.“영감탱이한테 불만 있는 건 아니죠? 지난번에 구정우 도와줘서 그래요?”강하리는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주현은 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