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의 모든 챕터: 챕터 551 - 챕터 560

993 챕터

제551화

강하리는 짧게 대답하며 나지막이 몇 마디를 덧붙인 뒤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구승재의 표정이 다소 어둡자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비행기표 예약했어?”구승재가 짧게 대답한 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형, 이거 송유라가 보낸 거야.”구승훈의 눈썹이 사납게 찡그려졌다.“뭔데?”구승재가 물건을 건넸고 그걸 받은 구승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분홍색 크리스털 목걸이였다.뒷면에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분홍색 리시안셔스.구승재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렇게 매정하게 굴 거면 다시는 자기 죽든 말든 신경 쓰지 말래. 방금 그쪽 간병인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손목을 또 그었다고 하더라.”그 말을 듣는 구승훈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고 구승재도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형, 어차피 강하리 씨랑 결혼할 거면 송유라 쪽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안 그러면 일 터지는 건 시간 문제야. 송유라가 툭하면 난동을 부리는데 강하리 씨가 아무리 신경 안 쓴다고 해도 기분 안 좋을 거야.”구승훈은 미간을 꾹 누르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이제 처리할 때도 됐지. 일단 Y국으로 가자.”번뜩 꿈에서 깨어난 강하리가 눈을 떴을 땐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가정부는 서둘러 그녀를 품에 안고 살며시 토닥였다.“하리 씨, 악몽 꿨어요? 꿈꾸면서 계속 울고 있었어요.”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뒤 멍한 표정으로 가정부를 바라보다가 방금 꾼 꿈에서 조금 벗어났다.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 건 꽤 오랜만인데 오늘 그 꿈이 다시 찾아왔다.절망과 질식이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물 마시고 숨 좀 돌려요.” 가정부가 물 한 잔을 건넸고 강하리는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지금 몇 시죠?”“벌써 9시 넘었어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내가 만들어 줄게요.”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구승훈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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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노진우가 사람들을 데리고 서둘러 달려갔지만 병실 상황을 본 그의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부하들에게 사람들을 모두 제압하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강하리를 부축하러 갔다.“강하리 씨.”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얼굴과 입술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의사 불러요, 의사!”노진우는 서둘러 의사를 불렀고 수술실의 불은 한 시간 넘게 켜져 있었다.노진우는 내내 강하리의 곁을 지켰고 노민우도 이곳의 상황을 들었는지 서둘러 달려왔다.“강하리 씨, 걱정하지 마요. 병원에 있는 의사들 다 불러놨으니까.”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요.”노민우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승훈이한테 전화했어요?”강하리는 시선을 내렸다. 방금 전화를 걸었는데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혹시 비행기가 연착된 건 아닐까.“대표님 아직 비행기 안에 계세요.”노진우가 강하리를 대신해 대답했고 노민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돌아보았다.“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노진우는 잠시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저 사람들, 예전에 어르신 쪽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강하리는 멈칫했다.“뭐라고요?”노진우는 서둘러 설명했다.“대표님이 저쪽 어르신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하셨는데 앞장섰던 사람이 어제 어르신 측 경호원들과 접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쪽으로 올 줄은 몰랐어요.”입술을 앙다문 강하리의 가슴에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다.구씨 가문 사람들 짓이었어?순식간에 강하리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차 쌓여가는 것 같았다.‘나 때문에? 나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이기적이고 무모하게 구승훈 곁에 있어서 그런 거야?’강하리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노진우는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 씨, 괜한 생각 마세요. 단순히 제 의심일 수도 있어요, 조금 더 알아보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고 고개를 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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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강하리 어딨어? 왜 내 전화를 안 받아?”노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 강하리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뭐?” 구승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언제 돌아가셨는데?”“조금 전에요. 아마 어르신 쪽에서 한 짓인 것 같아요.”휴대폰을 움켜쥔 구승훈의 손 마디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알았어.”정서원은 수술실에서 영안실로 옮겨졌다.강하리는 정서원의 몸을 닦아준 후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전에 정서원이 깨어났을 때 강하리는 그녀를 위해 새 옷을 여러 벌 사다 주었고 정서원이 그 옷을 입고 함께 연성의 거리를 누빌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런 식으로 옷을 입게 될 줄이야.손연지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울었고 강하리는 오히려 덤덤했다.하고 싶은 말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정서원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안실에서 나온 강하리는 급히 달려온 구승훈을 발견했다.구승훈은 다가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고 강하리는 가만히 안겨 있기만 했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강하리가 그를 밀어내자 구승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강하리는 이미 뒤돌아 장례식장에 도착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러 간 뒤였다.뒤돌아 따라간 구승훈은 강하리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이 도맡았고 강하리는 구승훈이 대신 대답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잠자코 있었다.구승훈은 모든 것을 제대로 준비했다.장례식부터 묘지까지.마치 그럴듯한 사위처럼....한편 B시, 심씨 가문에서 백아영은 심준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가슴 어딘가에서 급격한 통증이 밀려오며 곧바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심준호는 깜짝 놀라 앞으로 달려가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러세요?”백아영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말을 꺼냈다.“중요한 것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 심준호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지금 병원으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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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구승훈은 그녀가 반지를 빼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강하리의 말이 떨어지자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다시 말해 봐!”강하리는 가만히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너무 사랑하는 사람인데, 돌아오면 혼인신고 하러 가기로 약속까지 했는데...모든 걸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과거를 내려놓고, 송유라의 존재를 무시하고, 아이까지 잊기로 했다.하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그의 가족들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를 죽였다.그는 다시는 송유라를 만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하고도 결국엔 그녀를 만나러 갔다.이 거대한 도박판에서 그녀는 철저히 패배자가 된 것이다.완전한 패배자로 전락했다.“헤어지자고요. 구승훈 씨, 당신 가족들은 나 싫어해요. 우리 더는 억지로 엮이지 말아요. 나 정말... 더는 견딜 수가 없어요. 앞으로는 송유라를 내버려두라고 묻지도 않을 거고, 당신이 정말 송유라를 놓아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 여기서 끝내요.”강하리의 눈물이 예고 없이 쏟아졌다.구승훈이 돌아온 후 처음 보는 그녀의 눈물이었다.정서원의 장례식 때도 울지 않던 그녀가 지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강하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발 밑으로 떨어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맑은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그녀는 생각했다.이미 깨진 거울은 결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깨진 건 깨진 거다.다시 이어 붙여도 그어진 틈새는 여전하다.구승훈은 패닉에 빠졌다.자신이 송유라를 만나러 간 사실을 강하리가 모를 거라 생각했다.“하리야, 내가 송유라를 만나러 간 건...”그는 강하리를 끌어당기며 설명하려 했다.강하리가 그를 떨쳐내려고 애썼지만 구승훈이 죽기 살기로 붙잡았다.“하리야, 내가 송유라를 만나러 간 건 송유라랑 제대로 얘기하려고 그랬어. 내가...”강하리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제대로 얘기할 수 있기는 해요? 구승훈 씨, 송유라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당신이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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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흠뻑 젖은 채 들어오는 그녀를 본 손연지의 얼굴이 확 변했다.“왜 이렇게 흠뻑 젖었어?”강하리는 대답하지 않고 지친 듯 다가와 손연지의 어깨에 기댔다.손연지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강하리를 욕실로 끌고 들어갔다.“일단 따뜻한 물로 목욕해. 내가 핫초코 한 잔 만들어 줄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손연지가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강하리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욕조에 기대어 이미 잠든 듯 보였지만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날카로운 통증이 손연지의 심장을 관통하며 눈가가 붉게 물들어갔다.이미 눈을 뜬 강하리가 그녀의 손에서 핫초코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잘 먹을게.”손연지는 당황했다. 그녀의 손에 끼고 있던 반지가 사라졌다.“하리야, 너랑 구승훈...”“헤어졌어.” 그녀는 가슴이 아프지도 않다는 듯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살짝 떨리는 입꼬리는 여전히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눈 주위가 다시 빨갛게 물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구승훈은 동의했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이틀 진정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더라.”“그럼 이틀 동안 쉬어. 마음 정리하고 다시 얘기해.”강하리는 손연지를 바라보았다.손연지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녀는 둘 사이에 구씨 가문 말고도 걸림돌이 있다는 걸 몰랐다.그럼에도 강하리는 이틀 동안 집에서 기다렸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들이 구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틀 동안 구승훈은 오지 않았고 단 한 통의 문자도 받지 못했다.강하리는 끔찍하게 조용한 휴대폰을 바라보며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구승훈 씨, 내일이 어머니 오일장이니까 나랑 같이 묘지로 가요. 물어볼 게 있어요.]메시지를 보냈지만 바다에 던진 돌멩이처럼 감감무소식이었다.정서원의 오일장 날 그녀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특별히 꽃집에 가서 리시안셔스 꽃다발을 사서 묘지로 갔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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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강하리가 멈칫하며 곧 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도 함께 사라졌다.그녀는 베개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만졌지만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구승훈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하지도 않았다.어쩌면 송유라 측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거겠지.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손연지는 얼굴을 찡그렸다.“하리야, 혼자서 애 키우는 건 너무 힘들어.”애한테도 안 좋고.이 아이는 그때의 그 아이와는 다르다.그 아이는 구승훈이 하리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던 시절에 나타났지만 이 아이는... 적어도 하리에 대한 구승훈의 마음이 있을 때 찾아왔으니까.분명히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강하리의 코끝이 시큰해졌다.“연지야, 나 이제 용기가 안 나.”강하리의 말에 손연지는 멈칫했다.“무서워, 이 아이도 그때 아이처럼 될까 봐. 구씨 집안에서 날 싫어하고 문연진이 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그 사람들이 나와 아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아이가 지난번 그 아이처럼 될까 봐, 우리 엄마처럼 될까 봐 무서워...”손연지는 문득 가슴이 아팠다.“그래, 그럼 말하지 말자. 우리 여길 떠나자. 마침 내가 연수 가니까 너도 같이 갔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어른이 됐을 때 다시 오자.”강하리는 눈물을 참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나 해외 파견 가려고. 구승훈 때문에 거절하려고 했는데...”손연지는 입을 벙긋하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안아주었다.“그 개자식은 무시하고 아이 낳으면 우리 둘이 같이 키워.”강하리가 웃었다.“그래.”...송유라는 결국 목숨을 건졌지만 송씨 가문 사람들은 그 일로 난리가 났다.간병인은 송유라가 짜증 나서 밀었을 뿐 의도한 건 아니라고 했으나 송씨 가문에서는 송유라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강하리를 지목했다.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식불명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송유라를 복잡한 눈빛으로 봤다.어쨌든 자신이 그녀에게 빚을 진 건 맞으니까.“구 대표.” 장진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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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무의식적으로 강하리를 찾으려다 손가락이 멈칫했다.그는 카톡을 한 번 살펴본 후 급하게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쪽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구승훈의 심장이 세차게 내려앉았다.“지금 당장 국내로 돌아가!”구승훈은 귀국해 곧장 손연지의 집으로 향했고 반나절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집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그는 돌아서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손연지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구승훈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지 않았고 구승훈은 손연지가 퇴근할 때까지 병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그녀를 만나러 왔다.“강하리 어딨어요?”손연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전에는 뭐하고 이제와요? 하리가 그날 공동묘지에서 하루 종일 당신만 기다린 거 알아요?”구승훈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하리 어딨어요?”손연지가 말을 돌렸다.“나도 모르니까 나한테 와서 물어보지 마요. 알아도 말 안 해요. 구승훈 씨, 누구도 제자리에서 가만히 당신 기다려주지 않아요.”손연지는 말을 끝내고 그냥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의 가슴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노진우에게 연락했다.“강하리 어디 갔어?”노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강하리 씨는 지난 며칠 동안 저를 못 따라다니게 했어요. 그날 묘지에서 쓰러져서 병원에 하루 입원한 뒤로 손 선생님이 저를 떼어냈고요.”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가 비키라고 해서 안 따라다닌 거야?”“대표님 죄송했다.”구승훈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다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난 이틀 동안의 동선을 확인해서 연성을 떠난 건 아닌지 확인해 봐.”노진우는 서둘러 대답했고 그 후 구승훈은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 지난 며칠 동안 B시에 갔었어?”백아영은 그날부터 아팠고 심준호는 지난 며칠 동안 그녀를 돌보느라 바빴기에 강하리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둘이 싸웠어?”구승훈은 한숨을 내쉬었다.“나한테 헤어지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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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게 하기 위해 의사는 전기 충격 요법까지 사용했다.나중에 그 기억은 정말 잊혀졌지만 그는 삶에 대한 희망도 잊은 것 같았다.그러던 어느 날 심준호는 그를 다시 찾아갔고 그의 이러한 말을 들었다.“하양이 데리러 가야 해.”그가 기억하는 건 이름뿐이다, 하양이.심준호는 기억을 더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승훈아, 내가 지나치게 의심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송유라가 정말 네 어릴 적 그 사람이 맞아? 나는 왜 네 말대로 송유라가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사악한 기운만 풍겨대는 것 같을까.”구승훈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심준호가 말하지 않아도 가끔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의아했다.“하지만 걘 강주에서의 내 어린 시절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어.”심준호가 멈칫했다.“뭘 아는데?”구승훈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멀리 내다보았다.“내가 언제 가고 언제 돌아왔는지, 거기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내가 살던 곳과 걔가 살던 곳, 그리고 내가 거기 있을 때 돌봐준 가정부 이름과 얼굴까지도. 심지어 내가 아플 때 팥죽을 먹으면 낫는다고 말해준 것까지.”심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내가 괜히 의심하는 건가. 근데 그건 마음먹고 알아보면 다 알 수 있는 거잖아.”구승훈이 웃었다.“내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미리 알았던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감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은 너랑 나, 우리 할아버지 말고 구승재조차 몰라.”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승훈아, 그때 그 정신과 의사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 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할아버지가 찾은 사람이니까 믿을 만하겠지.”심준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냥 하는 말인데 송씨 가문도 의약 사업을 하고 있으니 그 정신과 의사와 접촉하기만 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구승훈은 당황했다.송유라를 의심한 적이 없었던 것은 송유라가 많이 닮아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사건들은 대외적으로 잘 감춰왔기 때문에 감히 구씨 집안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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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B시, 강하리는 탑승 전 마지막 준비를 마쳤지만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었다.그녀는 터미널에 서서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혔다.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이 작은 배를 쓰다듬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미안해, 엄마는 너에게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주지 못할지도 몰라.”그녀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엄마는 널 정말 사랑하고 아껴서 아빠의 사랑까지 대신 채워줄 거야, 알았지?”주해찬은 옆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그녀가 멍하니 배를 만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구승훈이 또다시 그녀를 아프게 하면 자신이 꼭 데려가겠다고 다짐했었다.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상처받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와 강하리에게 건넸다.“비가 한동안 그치지 않을 것 같으니 휴게실 가서 좀 쉬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천둥 번개가 하늘을 강타했다.그런데 이렇듯 궂은 날씨에도 공항 반대편에는 전용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구승훈은 비행기에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바람 때문에 동체가 심하게 흔들려 승무원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구승훈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대표님, 착륙이 잘 안될지도 몰라요. 날씨가 안 좋아요.”구승훈은 시선을 들어 깊고 차가운 눈빛을 보였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즉시 착륙 준비를 하겠습니다.”승무원들은 말을 마친 후 심호흡을 하고 착륙 준비를 하러 갔다.밖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강하리는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린 채 터미널에 앉아있었다.웬일인지 자꾸만 마음이 불안했다.“왜? 몸이 안 좋아?”주해찬이 옆에서 묻자 강하리는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아니요...”그녀가 말하자마자 옆에서 비명이 들렸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밖에 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졌대.”“세상에, 이런 날씨에 착륙하다니 기장 미친 거야?”“다친 사람은 없는지 궁금하네.”“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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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구승훈의 몸속에서 둔탁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옆에서 주해찬이 다가와서 주먹으로 구승훈의 얼굴을 내리쳤다.주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구승훈은 주먹을 맞고도 그대로 벌떡 일어나 웃었다.“왜, 내 아내를 납치하려다가 안 되니까 화난 거야?”주해찬은 불같은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참을 수 없었다.“구승훈, 잘해주고 지켜준다던 게 이런 거였어?”구승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하리야, 우리 둘이 따로 얘기하자.”강하리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남자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그녀가 떠나도 계속 귀찮게 굴 것이다.구승훈은 그녀가 거절하지 않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VIP실로 그녀를 끌어당겼다.주해찬이 따라가려 했지만 강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했다.VIP실 문이 닫히자 순식간에 외부의 시선이 차단됐다.“하고 싶은 말 빨리 해요.”“너 안 보내.” 구승훈은 그녀에게 심플한 한마디만을 건넸고 강하리는 비웃었다.“구승훈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요? 우린 이미 헤어졌잖아요!”“헤어지기로 한 적도 없고 더군다나 난 아직 네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잖아!”구승훈의 눈빛이 복잡했다.“하리야, 난 이미 정말로 송유라와 선 그었어.” 강하리의 코끝이 시큰거렸다.선을 그었다고?왜 그 말이 믿기지 않을까.송유라가 살아 있는 한 그 선은 절대 그어지지 않을 텐데.“구승훈 씨, 수없이 했던 그 말을 내가 아직도 믿을 것 같아요?”그녀는 시선을 내린 채 그를 떼어냈다.“게다가 우리 사이에는 송유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그가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하리야, 정말 우리 애가 사생아가 되길 바라는 거야? 넌... 불완전한 가정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구승훈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가득했다.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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