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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문원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동안 넌 얌전히 집에 있어. 또 나가서 사고 치지 말고, 알았지?”

문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구승훈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구승재가 바로 다가왔다.

“할아버지가 깨어나셔서 계속 형을 찾고 있었어.”

구승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고 구승재가 그를 바라봤다.

“어떡하려고?”

“정신과 의사한테 가자.”

구승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형, 할아버지가 큰삼촌한테 연락하기 시작한 것 같아.”

구승훈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비웃었다.

“뭐, 마음대로 하시라고 해.”

구승재는 말없이 구승훈을 바라봤고 두 사람이 진료실에 도착했을 때 정신과 의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구승재는 밖에 있었고 구승훈은 홀로 치료실에 들어섰다.

“그냥 누우면 되나요?”

정신과 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구 대표님,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구승훈이 웃었다.

“다른 의사로 바꿀까요?”

정신과 의사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고 구승훈은 자리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한 번도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았다.

고통스러웠으니까.

강주에서의 짧은 기쁨의 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고통뿐이었고 지금까지도 기나긴 치료 과정만 기억하고 있었다.

매일 마주치는 정신과 의사의 얼굴은 그에게 천사이자 악마였고 그 시절은 그의 기억 속에 온통 고통밖에 없었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고통.

하지만 이제 이 방법을 통해 어린 시절을 조금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시도할 거다.

치료 과정 내내 구승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고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만이 그가 괴롭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기억은 한 편의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구승훈이 눈을 감고 떠올려 봐도 생각나는 건 일부 장면뿐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여초연은 그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고 여자의 얼굴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그녀가 말했다.

“죽어, 죽으라고!”

그게 그의 기억 속 여초연이 처음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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