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현실 / 은침 날리는 용왕 / 챕터 381 - 챕터 390

은침 날리는 용왕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607 챕터

제381화

펑!의식이 점차 희미해지던 배지수는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현실로 돌아와 정신을 차렸다.온 힘을 다해 눈을 떠보니 조금 전 텅 비었던 거실에 갑자기 늠름하고 씩씩한 자태의 여인이 보였다.“악!”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한재석은 왠지 오른손을 부여잡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총알 하나가 한재석의 손바닥을 관통해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극도로 허약한 상태에 있던 배지수는 이 끔찍한 장면을 보자 설상가상으로 바로 기절해 버렸다.저격총을 든 유란이 빠르게 다가와 배지수의 숨결을 확인했고 단순히 기절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제야 깊게 숨을 내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용주님이 이 상황을 정확히 예견한 덕분에 이 여자에게 일어날 큰 봉변을 무사히 피해 갔네요”“교활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구나, 임지환! 내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짜도 결국 네놈의 무사들을 밖으로 유인하는 함정에 걸려들었구나.”한재석은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끔한 정신 상태로 침착하게 눈앞의 상황을 판단했다.한재석은 눈앞에 서 있는 미모가 뛰어난 혼혈 미인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너도 그렇게 멍청한 놈은 아니구나.”유란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지금 눈치챘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늦긴 뭘 늦어? 임지환은 지금 수십 명의 무사들에게 쫓기고 있어. 더군다나 그 무리 중에는 검신 정 어르신까지 포함되어 있지. 맹세컨대 임지환은 오늘을 무조건 넘기지 못할 거야!”한재석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냉소를 지었다.“용주님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대학살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야. 용주님이 나서면 이 정도 사람들, 아니, 이 사람들이 두 배로 늘어나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어, 알겠어?”유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설마 이 모든 게 임지환의 함정이란 말이야?”유란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며 전혀 의심하지 않던 한재석도 내심 동요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정천곤의 신통한 능력이 떠오르자
더 보기

제382화

“조심하세요!”임지환은 진운을 거칠게 끌어안고 발끝을 땅에 대고 힘을 줘 디딘 후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펑!검기가 폭발하는 순간 거센 광풍이 일어나며 조금 전 임지환이 서 있던 나뭇가지를 송두리째 베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임지환이 내려앉는 순간, 외팔 검신 정천곤이 수풀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양손 손가락을 검처럼 모아 독수리가 하늘을 치는 듯한 자세로 강렬한 검기를 실어 임지환의 목을 겨누고 공격을 들이댔다.임지환은 아직 공중에 떠 있었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펑!임지환은 한 손으로 진운을 잡고 다른 손으로 손바닥을 휘둘렀다.손끝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진운은 마치 10급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귀가 먹먹해지고 몸이 강한 바람에 시달리며 뼈까지 진통이 전해졌다.“이런 씨X 미친 영감탱이가 진짜 귀신보다 더 끈질기구나!”평소 점잖던 진운도 이 긴급한 순간에는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펑!하지만 진운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천곤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우르릉...”정천곤의 절단된 팔의 소매가 갑자기 바람 없이 거세게 흔들리더니 빈 소매에서 수많은 검기가 한순간에 폭우처럼 쏟아져 나왔다.이때 임지환은 이미 공중에 있었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없었다.검기가 활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정확히 임지환의 몸에 박혔다.임지환의 평상복은 검기에 갈기갈기 찢어져 누더기가 되었고 날카로운 검기가 폭발하는 순간 임지환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상처에서 피가 쉼 없이 흘러내려 임지환의 찢어진 옷을 붉게 물들였다.“임 선생님, 괜찮으세요? 버틸 수 있겠어요?”진운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임지환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작은 상처일 뿐이에요. 걱정 마세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지만 이미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작은 상처라고? 뒈질 때가 되어서도 강한 척하네. 네가 얼마나 더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 한번 보자!”정천곤은 임지환이 다친
더 보기

제383화

“정 대부님, 저 자식과 뭘 더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죽여 버리면 되잖아요.”“정 어르신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시면 우리가 기꺼이 대신 죽이겠어요!”“개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으니 이제 저 둘은 개죽음을 당하는 일만 남았죠.”정천곤이 모집한 무사들은 너도나도 시도해 보려고 소매를 걷고 있었다.조금 전, 무사들은 임지환이 아무런 반격 시도도 없이 정천곤에게 완전히 참패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그런데 현재 이렇게 큰 이름 모를 강이 임지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하늘조차 임지환을 멸망시키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누구도 이 공도 세우고 목돈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여러분, 당신들이 수고를 마다하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아무래도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겁니다. 만약 지금 여기서 물러난다면 제가 각자 4억 원씩 드리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진운은 평정심을 되찾고 차분하게 말했다.“헉! 진 도련님이 이렇게 통 크게 보상금을 내건다니. 각자 4억 원이라면 거의 400억이라는 거금이잖아.”“진운은 워낙 진씨 가문의 예정된 상속인이야. 자기 목숨을 400억에 사는 건 그리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지.”진운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어마어마한 돈을 내걸었다.물론, 어마어마한 돈이 가져온 효과도 확실했다.현장에 있던 거의 60명 정도의 무사들은 이미 마음이 흔들렸고 이 기회를 틈타 자기 명성을 크게 떨치려는 몇몇 무사들조차도 망설이는 눈치를 보였다.참전하지 않고 큰돈을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거래는 없었다.정천곤은 망설이는 무사들을 쓱 훑어보고 냉랭하게 웃으며 귀띔했다. “이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놈들아, 지금 돈을 받는다고 치자.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진씨 가문에서 과연 복수하지 않을까? 오늘 이 상황에서 저 둘을 죽이지 않으면 아무도 편히 발을 펴고 잘 수 없을 거야!”무사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곧 다들 큰 도리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맞아, 원한은 이미
더 보기

제384화

“50% 실력으로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겠다고? 네가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구나.”정천곤은 연신 비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윙윙...갑자기 현장에 있던 무사들의 검들이 모두 진동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이건... 검도 최고 경지인 검전 공명이야!”“정 어르신은 역시 검문 정통 제자다워. 검술 수련은 실로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겠어. 정 어르신이 손가락 하나만 살짝 움직여도 저 둘이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수 있을 테니.”현장에 있던 검도 고수들은 다들 정천곤의 실력에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모두의 칭찬을 들은 정천곤은 얼굴에 더 진한 미소를 띠고 손가락으로 검결을 맺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만검살!”그러자 검들이 사나운 기세로 떨어지는 소나기처럼 임지환과 진운을 향해 내리꽂았다.정천곤의 유검술은 오양산의 유검술보다 훨씬 정교하고 탁월했고 감히 비길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임 선생님!”메뚜기 떼처럼 사납게 몰려오는 검우를 보며 진운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한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거 참 시시한 기술이군!”임지환은 공중을 꽉 채운 검우를 마주하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천천히 한 발짝 내디딘 후, 두 손을 들어 올려 체내의 영기를 응집시켜 보이지 않는 방패로 변환시켰다.“저 녀석이 미쳐 돌아버린 건가? 맨몸으로 저 검우를 맞서려고 한다고?”“대사라고 해도, 아니, 밀종의 금강보살이라 해도 검우 앞에서는 온몸이 산산조각 날 거야.”그 무사들은 임지환의 기이한 행동을 보고 조롱과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오직 정천곤만이 거만한 눈빛을 조금 거두고 얼굴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펑펑...다음 순간, 촘촘히 밀집된 검우가 한꺼번에 두 사람한테 쏟아졌다.강가의 바위는 검기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검기와 바위가 터지는 소리가 어우러져 십 리 내외에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이 정도 위력의 검우가 쏟아지는데 피와 살로 이루어진
더 보기

제385화

“이번 판은 우리가 졌지만 아직 섣불리 기뻐하지는 마라. 내가 너를 죽이기만 하면 모든 게 다 끝나.”정천곤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살벌한 살기가 넘쳐 흘렀다.이 순간, 정천곤은 이미 승산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 뭔가 특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오호라? 보아하니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나? 숨기지 말고 얼른 꺼내 보지 그래.”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약을 올렸다.“혈제!”단 두 글자였지만 천근만근의 무게가 실린 듯 무거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술법의 이름이 공개된 후 정천곤의 일곱 구멍에서 끔찍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정천곤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변했고 원래 마른 체형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다.찌지직!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산산조각 난 옷자락은 나비처럼 하늘하늘 공중을 날아다녔다.이 말라비틀어진 정 노인은 무사들의 시선 속에서 무려 2미터 가까운 근육질의 거한으로 변했다.“오늘 여기서 네 목숨을 걸고 덤벼들 생각이야?”이 기이한 광경을 보고 임지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진운도 참지 못하고 깊은숨을 들이쉬며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임지환에게 물었다.“저 영감이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길래 한순간에 철탑 같은 거인으로 부풀 수 있는 겁니까?”“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영감은 혈맥을 자극하는 어떤 비법을 사용했을 거예요. 검문의 제자에 어울리는 대단한 실력을 갖췄군요.”임지환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 정신을 집중해 정천곤을 빤히 쳐다봤다.“네놈을 죽이기 위해 난 단번에 10년의 수명을 소진했어.”정천곤은 험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 혈제 비법 공격을 받고 죽을 수 있다면 너도 만족해야 할 거야!”“으르렁!”말을 마치고 정천곤은 야수 같은 외침을 내뱉었다.그의 몸은 마치 중형 탱크처럼 우람졌고 놀라운 기세로 임지환에게 돌진했다.쿵쿵...정천곤이 점점 가까워지자 요란한 소리가 터지면서 진운은 고막이 터질 듯 심한 통증을 느껴 본능적으로
더 보기

제386화

“감히 용주님을 건드리는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생사를 넘나드는 이 위기의 순간, 수많은 그림자가 숲속에서 튀어나왔다.영사 열다섯 명이 거의 동시에 숲에 도착했다.영사들은 무기를 들고 임지환의 곁에 서서 정천곤의 발걸음을 막았다.불과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여인들은 뿔뿔이 도망간 무사들을 전부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다.여인들의 무기에 묻은 시뻘건 피를 보며 정천곤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댔다. “저 녀석들이 이 정도로 쓸모가 없을 줄은 몰랐군. 너희 같은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풋내기 계집년 손에 죽는 걸 보니.”“영사를 과소평가하는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열다섯 명의 영사는 포위망을 형성하며 주저하지 않고 정천곤을 향해 빠르게 공격을 개시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계집들아. 그럼 내가 기꺼이 죽여주지.”눈이 시뻘겋게 물든 정천곤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맞서 공격을 개시했다.정천곤은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영사들의 단검을 무시하고 맨몸으로 영사들과 맞서 싸웠다. 주먹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영사 한 명이 바로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영사들은 조금도 겁에 질려 물러서지 않았다.영사들의 임지환에 대한 충성은 오래전부터 이미 생사를 초월한 것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불과 3분도 안 되는 사이에 열다섯 명의 영사가 전부 정천곤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지금 정천곤은 맨몸의 힘만으로도 대종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하찮은 개미들을 전부 처리했으니 이제 오늘의 주인공을 모셔봐야겠구나.”정천곤은 거대한 바위 속에 미동도 하지 않고 박혀 있는 임지환을 바라보며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었다.“멈춰라!”쓰러진 영사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울부짖으며 다시 싸우려고 바닥에서 몸부림쳤지만 정천곤의 주먹에 당한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비록 영사들이 화진급의 고수일지라도 당장은 다시 몸을 움직여 전투에 개입할 수 없었다.“거 참
더 보기

제387화

“내 팔...”정천곤은 하늘을 향해 괴성으로 울부짖었다. 목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텅 빈 두 손을 바라보며 정천곤의 눈은 피가 떨어질 듯 붉게 물들었다.혈제 비법의 영향으로 절단된 팔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두 팔을 잃은 충격은 정천곤을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이봐 영감, 이제 두 팔 다 잃었으니 어디 한 번 더 까불어 봐!”정신을 차린 진운은 통쾌하게 웃으며 약을 올렸다. 조금 전까지 진운은 임지환과 함께 도망치느라 허덕이며 꼴불견이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비로소 속이 시원했다.“애송이야, 내가 팔이 없다고 사람을 못 죽일 것 같아 보여?”정천곤은 진운을 바라보며 점점 더 짙어지는 살기를 드러냈다.진운은 한마디 더 핀잔을 주려다 그 모습에 겁에 질려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빨 없는 호랑이는 여전히 호랑이지 고양이일 수는 없었다.두 팔을 잃은 정천곤은 여전히 위압적이었고 압도적인 기세를 보였다.“내가 너무 약하게 공격했나 보구나. 이참에 네 다리도 부러뜨려 버릴까?”임지환은 손에 든 절단된 팔을 바닥에 던지고 차가운 표정으로 정천곤에게 다가갔다.“푸른 산을 두고 땔나무를 걱정하랴? 난 절대 여기서 죽을 수 없어!”정천곤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숲속으로 향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체면과 신분보다 더 허무한 물건은 없었다.펑펑...정천곤의 발은 마치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수십 미터를 튕겨 나갔다.숲속의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고목들을 이용해 정천곤은 숲속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숨 몇 번 쉴 새에 정천곤은 이미 임지환과의 거리를 천 미터 이상 벌렸다.“이 임지환이라는 자는 설마 선천 경지에 들어선 건가? 내가 비법을 써서 전력을 다해 맞붙는다 해도 전혀 살아남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구나. 게다가 내 원군들은 저 빌어먹을 계집들에게 모두 사살당했으니 승산이 전혀 있을 수 없어.”정천곤은 도망가면서 마음속으로 눈앞의 사실에 끊임없이 경악했다.방금 정천곤이 빠른 속도로 지나친
더 보기

제388화

푸슉!이 가늘고 기다란 은침은 해일과 같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공기를 찢을 듯한 엄청난 위력을 실어 유성처럼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밀림 속으로 사라져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한편, 수천 미터 거리에 떨어진 정천곤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눈에 띄는 함정도 없었다.“내가 정말 늙었나 보군. 임지환에게 한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 완전히 화살에 놀란 새가 되었네.”정천곤은 스스로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다시 발길을 돌려 도주하려 했다.슉!갑자기 한 줄기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정천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 차가운 빛은 정천곤 가슴의 기해혈을 뚫고 들어갔다.곧바로 정천곤은 온몸이 마비되어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지금 정천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든 신세가 되었다고 가슴에 박힌 그 보잘것없어 보이는 은침을 바라보더니 문득 모든 것을 깨달은 듯 중얼댔다.“이 은침은... 임지환이 쏜 게 틀림없군. 내가... 결국 그 녀석을 너무 얕봤네!”정천곤은 후회막급하며 모든 것을 돌이키고 싶었다. 임지환과 무턱대고 교전한 게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러나 세상에 후회 약은 없는 법, 이미 엎지른 물인지라 모든 게 너무 늦었다....“갑시다!”임지환은 손을 툭툭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정천곤을 정말 이대로 그냥 도망치게 놔둘 겁니까?”진운은 여전히 임지환의 소행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 노인은 이미 내 은침에 맞았고 지금쯤 쓰러져 죽어가고 있을 겁니다.”임지환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그 말은... 아무래도 믿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진운은 자기 의구심을 그대로 표했다가 갑자기 너무 경솔한 행동임을 깨닫고 민망해하며 헤벌쭉 웃었다. “저 노인이 혹여나 이상한 꾀를 부릴지 몰라서 그렇습니다.”“다들 믿지 못하겠으면 날 따라와서 확인해 봐요.”임지환은 말을 마치고는 숲
더 보기

제389화

청산 별장.“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임지환은 아마 정 어르신 손에 죽었을 거야. 좋은 말도 할 때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정 어르신이 돌아오면 너도 임지환을 따라 저세상에 가야 할 거야.”창백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한재석이 끊임없이 정천곤의 이름을 대며 유란을 협박했다.“용주님께서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게다가 내 자매들이 지금쯤 용주님을 지원하러 갔을 거야.”유란은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문가에서 멀리 떨어진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원? 무려 백 명의 무사들인데 뭔 놈의 지원이야?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게다가 정 어르신이 있는데 너희가 한 연대의 병력을 보내도 정 어르신 털끝 하나 다치지 못할 거야.”한재석은 참지 못하고 유란을 비웃으며 조롱했다.한재석은 정천곤의 실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임지환이 이번에는 절대 정천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한재석, 대낮에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냐?”바로 그때, 문밖에서 야유와 조롱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긴 머리에 잘생긴 얼굴을 갖춘 진운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저택에 들어왔다.“네가 왜 아직도 살아있지? 혹시 정 어르신이 일부러 네 신분을 보고 놔준 거야?”한재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내 생사는 그 영감탱이가 결정할 수 없어.”진운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네가 가장 걱정해야 할 건 바로 네 목숨이야.”“무슨 개소리야?” 한재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넌 진짜 미련한 거야 아니면 미련한 척 연기하고 있는 거냐? 정천곤인가 뭔가 하는 그 영감은 이미 임 선생님이 호되게 조져놨어. 그리고 너희 한씨 가문이 데려온 그 무사들은... 전부 뒈졌어.”진운은 일부러 홀가분한 어조로 말했다.호가호위하는 느낌이 이렇게 통쾌하고 짜릿할 줄은 몰랐다.“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 정 어르신은... 반보 선천의 최강 무사란 말이야!”한재석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휠체
더 보기

제390화

남은 시간이 200초도 되지 않은 상황을 보며 유란은 급하게 입을 열었다.“용주님, 기껏해야 남은 시간이 200초도 안 돼요. 폭탄이 곧 터질 거예요. 우리 서둘러 여기서 떠나는 게 좋을 거 같아요.”“가, 다들 시름 놓고 얼른 가. 어차피 배씨 가족이 나랑 같이 여기서 죽을 거니까 나도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한재석은 휠체어에 앉아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임지환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임지환도 배씨 가족을 구할 수는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임지환은 냉정한 눈빛으로 앞으로 다가가 배지수의 밧줄을 풀어주고 유란에게 말했다. “지수를 데리고 얼른 나가. 여기 일은 나한테 맡겨.”“용주님, 군자는 이렇게 위태로운 곳에 서지 않아요. 배씨 가족 사람들은 용주님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데 왜 그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요?”유란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기 오기 전에 유란은 이미 임지환의 배경을 샅샅이 조사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임지환과 배씨 가문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었다. 결론은 단 하나, 구제 불능인 이 가족은 구할 가치가 하나도 없었다.“물 한 방울의 은혜는 샘물로 보답해야 해. 배씨 가족 사람들은 비록 박정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결국은 지수의 가족이야. 난 이 사람들을 죽게 놔둘 수 없어.”임지환은 한숨을 쉬면서도 결연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그만해, 시간이 많지 않아. 얼른 지수를 데리고 나가. 폭탄은 날 어쩌지 못할 거니까.”임지환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마치고 죽어가는 정천곤 앞으로 다가갔다.“배씨 가족은 어디에 갇혀 있어?” 임지환이 강압적인 태도로 정천곤에게 캐물었다.“그들은 이 거실 아래 지하실에 있어.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날 데리고 나가줘!”정천곤은 양팔을 잃고 임지환이 은침으로 기해혈을 봉인했기 때문에 이미 이전의 늠름하고 자신만만하던 자태를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초라한 노인으로 타락했다.“이 노인네를 데리
더 보기
이전
1
...
3738394041
...
6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