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1691 챕터

제291화

열심히 따라왔더니, 상대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이준혁은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윤혜인은 이제 주훈에게 사모님이라고도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타기까지 하다니, 이준혁은 윤혜인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경찰관이 둘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거예요? 아는 사이에요, 모르는 사이에요?"이준혁은 끈질긴 경찰관이 상당히 거슬렀지만, 일단 짜증을 억눌렀다. 그는 윤혜인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은 채, 당당하게 대답했다."남편이에요."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그녀는 이준혁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그가 더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소용없었다."헛소리 좀 하지 마세요."양쪽에서 계속 상반된 대답이 들려오자, 경찰관이 또다시 물었다."이분 남편 맞나요?"윤혜인은 이준혁의 변덕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까는 물론이고, 전에 술집에서 마주쳤을 때도 이준혁은 매우 냉랭한 태도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편이라고 주장하다니, 정말 황당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전까지 경찰관이 떠날 것 같지 않아, 얼른 설명했다. "지금은 아니에요. 전남편이에요."이준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애써 화를 참으며 경찰관에게 말했다. "여기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하지만 경찰관은 믿음이 안 가는지 계속 머뭇거렸다. 결국 참다 못한 이준혁이 자신의 신분증 번호를 불러주며 상황이 일단락 되었다. "앞으로 이쪽에 문제 생기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그제야 경찰관은 안심한 듯 아까 윤혜인을 공격했던 남자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남은 건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준혁을 마치 구세주처럼 붙잡고 비켜주지 않았다. 좀 전에 그가 윤혜인의 남편이라고 자청했던 것을 그들도 들었기 때문이었다.윤혜인이 안 된다면, 돈 있어 보이는 남편한테라도 매달리자는 심산이었다. 이때, 주훈이 미리 인출한 현금다발을 가지고 외쳤다."받을 돈 있으신 분들, 다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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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처음엔 자꾸 미운 소리만 해대는 그녀의 입술을 막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키스였다. 하지만 촉촉한 입술에 닿는 순간, 이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행위 자체에 빠져들었다. 그리웠던 촉감, 그리웠던 체향, 그리웠던 온도. 정말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였다.반면, 윤혜인은 그의 행동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숨 막히는 키스를 피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발버둥 쳤지만, 매번 그의 힘에 눌려 강제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입술에 머물던 그의 키스가 서서히 밑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턱, 목덜미, 이젠 쇄골까지, 윤혜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이준혁!"그녀가 기겁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하지만 이준혁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걸리적거리는 윤혜인의 블라우스를 풀어 젖히려던 찰나, 윤혜인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얼굴을 향해 따귀를 날렸다.짝 하고, 밀폐된 공간에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하지만 이준혁의 얼굴은 전혀 분노가 담겨 있지 않았다."한 번으로 되겠어?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감당하려면, 더 때려야 할 텐데.""당신 미쳤어? 법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당신, 나한테 이런 짓 할 자격 없어!"윤혜인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윤혜인은 이 일로 그를 고소할 수도 있었다.그녀가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신은 나한테 키스해서도, 이렇게 만져서도 안 되는 입장이라고!"그 말과 함께 윤혜인은 최대한 이준혁부터 멀어졌다. 그녀는 그가 스킨십을 해 올 때마다 자꾸만 좋았던 과거의 순간이 떠오르는 것이 싫었다."알겠어."너무나도 쉽게 돌아온 대답에 윤혜인은 잠깐 사고가 멈췄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말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대로는 못 끝내. 분명 이혼의 대가로 내게 주기로 한 거 있지 않았지? 설마 본인이 한 말 잊은 건 아니겠지?"윤혜인이 이 말을 이해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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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상처 주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이준혁은 자신이 억지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지금 그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윤혜인의 눈가가 빨개지며 울음을 참는 듯 일그러지자, 이준혁은 마음이 흔들렸다.그가 해명하려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게 아니라....""그게 아니면, 뭐?"생각하면 할수록 분했다. 윤혜인의 눈가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하고 떨어졌다. 느닷없이 차에 데려오더니, 또 허락도 없이 강제로 키스를 밀어붙였다. 그것도 부족한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잠자리까지 요구하다니, 윤혜인은 서러운 동시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어디 한번 해봐. 짓밟아보라고!"이준혁의 안색이 까맣게 죽었다.윤혜인이 차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며 외쳤다."할 테면 해보라고! 당신이 무슨 짓 하든, 난 굴복하지 않을 테니까!"그 모습을 본 이준혁이 다급히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려 했지만, 거센 저항에 윤혜인을 놓치고 말았다."당신 정도면, 널린 게 여자일 텐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싫다는 여자한테 도대체 왜 이러냐고!"그 말을 들은 이준혁의 얼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아무 여자나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건 윤혜인뿐이었다."정 여자가 없으면 차라리 그쪽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임세희나 찾아가. 그 여자라면 아주 두 팔 벌리고 당신을 환영할 테니까!"이 말을 이준혁은 물론 윤혜인 자신에게도 상처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분노가 이성을 마비된 상태,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상대의 마음을 난도질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 입는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았다.윤혜인은 기어이 문을 열어젖혔다. 밖엔 마침 처리 완료된 차용증 무더기를 들고 있는 주훈이 서 있었다.윤혜인이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그에게 말했다."주 비서님, 혹시 펜 가지고 계세요?"주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가방에서 펜 한 자루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윤혜인은 주훈의 손에서 펜과 종이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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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이준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구운은 그런 그의 표정에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윤혜인만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윤혜인이 고개를 위아래로 살짝 끄덕였다. 이준혁은 그런 한구운의 태도에 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지난번에도 안 좋게 끝났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마주치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이준혁이 이를 갈며 말했다."정말 끈질기네”마주 보고 있던 둘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그건 제가할 말 아닌가요?"한구운이 콧방귀를 뀌며 맞받아쳤다."분명 이혼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죠. 행동가짐을 조심해야 할 건 제가 아니라 그쪽인 것 같네요."이준혁의 귀에 이혼했다는 말이 꽂혔다. 윤혜인과 그는 법적으로 이혼 도장을 찍긴 했지만, 끝난 사이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준혁한테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한구운이 사정도 모르고 자꾸 끼어들려 하자, 분통이 터졌다.이준혁이 한구운의 멱살을 잡으며 위험하게 말했다."그럼 그쪽은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끼어드는 거지?"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자, 윤혜인이 급히 이준혁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또 이준혁이 한구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이준혁 씨, 이거 놔요."그는 놓고 싶지 않았지만, 윤혜인의 눈빛에 담긴 긴장감에 어쩔 수 없이 한구운을 놔줬다.이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구운은 안 되고, 질 안 좋다고 말했잖아. 이 남자랑 자꾸 엮이지 마."누구든 그의 눈에 거슬리면 다 나쁜 사람으로 둔갑하는 논리, 윤혜인은 이제 지긋지긋했다.이준혁이 계속해서 불쾌한 티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인간은 절대로 안 돼. 내가 분명히 말했어."윤혜인은 화가 나 물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널 위해 하는 말이야.""참 고맙네요."두 사람은 분명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한구운은 왠지 모르게 연인 사이에 낀 병풍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참다 못한 그가 윤혜인의 말을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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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윤혜인이 다급히 둘을 말리며 외쳤다."싸우지 마요! 그만들 하라고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이준혁이 잠시 멈칫한 순간, 한구운이 또다시 도발해왔다."그쪽은 끝났겠지만, 나랑 혜인 씨는 이제 시작이야. 두고 봐, 혜인 씬 반드시 나랑 결혼하게 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이준혁은 또다시 도발에 넘어가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지만, 이내 윤혜인이 달려오는 모습에 팔을 내렸다.그 틈을 타, 윤혜인은 얼른 이준혁을 밀치고 한구운을 부축했다."괜찮아요?"한구운은 마지막엔 공격을 멈췄지만, 이준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었다. 누가 봐도 한구운이 더 많이 다친 상황이었다. 그녀가 이준혁이 아닌 한구운을 걱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한구운이 고개를 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괜찮아."그 모습을 본 이준혁은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윤혜인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정말 저 인간 선택할 거야?"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윤혜인은 빚지는 걸 유독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차까지 얻어 탔는데, 한구운이 그녀 때문에 이준혁한테 맞기까지 하자 윤혜인은 그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가 매우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이준혁 씨, 왜 이렇게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저희 이혼한 사이잖아요. 함부로 제 사람한테 손대지 마세요."그 말을 마지막으로 윤혜인은 한구운을 부축해 차로 향했다.이준혁은 자신이 마치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좌절과 무력감, 온갖 감정들이 그의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윤혜인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이준혁이 차갑게 말했다."윤혜인, 저놈 따라가면 우린 정말로 끝이야."이걸로 협박이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멀어지는 윤혜인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를 붙잡기 위한 이준혁의 발버둥이었다.윤혜인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둘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 아이를 잃은 순간 끝난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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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잘생긴 이준혁의 뺨에 빨간 손자국이 났다. 분노가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윤혜인!"한 번은 봐줬는데, 두 번이나 뺨을 때리다니, 이준혁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윤혜인이 다시 한번 손을 그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이준혁의 반응이 빨라 손바닥이 그의 뺨이 아닌 그의 손등을 내리쳤다.손등에 전해지는 얼얼한 아픔을 느끼며 이준혁이 외쳤다."너 미쳤어?"태어나서 이런 취급받은 적이 없었다. 분노한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며 따끔하게 혼내려던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덜덜 떨리고 있는 윤혜인의 손이 들어왔다. 아무리 그의 뺨을 때렸더라도 이 떨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그의 머릿속에 과거 손에 붕대를 감고 있던 윤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너 손이...."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준혁은 머리에 둔기를 맞은 듯 사고가 멈추었다. 더 이상 어떠한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윤혜인이 잡힌 손목을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 그런 다음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며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난 당신이랑 달라. 적어도 결혼생활 동안 내가 당신한테 미안할 짓을 한 적 없어. 그러니까 함부로 추측하고 제멋대로 날 판단하지 마."윤혜인은 그가 적절한 선만 지켜준다면, 이혼하더라도 굳이 원수처럼 지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모습을 보니, 다시는 그와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 쓰레기보다 못한 이준혁과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윤혜인이 떨리는 손을 세게 붙잡으며 말했다."당신이 날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일일이 날 일깨워줄 필요 없어. 당신이랑 이혼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질 건 없어. 난 내 방식대로 잘 살아갈 테니까, 앞으론 나한테 신경 끄고 본인 인생이나 잘 살아."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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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다시는 누군가에게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윤혜인은 속으로 결심했다.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윤혜인은 한구운과 함께 바로 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뭐 좀 먹을까?""식사하실래요?"동시에 나온 질문,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윤혜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번엔 제가 사게 해주세요."전에 몇 번은 한구운이 샀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던 그녀가 사고 싶었다.한구운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오늘은 얻어먹을게."그렇게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삼계탕집이었다.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때, 한구운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말을 걸었다."아까 내 고백 때문에 많이 당황했지?"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잠시 머리가 멍하니 굳었다."전남편이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 네가 싫다면 다시 이준혁 대표한테 사정을 설명해 줄 수도 있어."아까 그 일은 확실히 충동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엔 윤혜인한테서 이준혁을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질렀는데, 돌아보면 조금 확실히 조금 무모한 감이 없지 않았다.실제로 윤혜인은 그것 때문에 지금 한구운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 번도 그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그쪽으로 마음을 쏟을 여유가 전혀 없기도 했다.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제야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짓게 된 윤혜인이 입을 열었다."굳이 해명은 안 해줘도 돼요.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어요."윤혜인은 차라리 이준혁이 오해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만한 이준혁의 성격상 그런 말을 듣고도 또 매달려 오지는 않을 테니까.그녀는 이준혁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만나봐야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것밖에 더 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윤혜인의 표정을 본 한구운은 자신의 판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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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한구운을 소파까지 부축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갑자기 그가 떠나려는 윤혜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한구운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한편 한구운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과 싸우고 있었다. 사적인 공간에서 자꾸 몸이 닿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가 말했다. "미안한데, 따뜻한 물 한 잔만 더 가져다줄래?"윤혜인은 따뜻한 물을 떠 와 그에게 건넨 뒤, 담요를 가져와 그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그런 다음 그를 부축해 소파에 편하게 눕히고 업무 처리를 위해 자료들이 쌓여 있는 책상으로 다갔다. 어차피 옆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봤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약 20분쯤 지났을까, 한구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윤혜인은 그를 차까지 배웅한 뒤,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한편, 한구운은 천천히 차를 몰며 윤혜인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모퉁이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구운은 차를 세운 뒤, 창문을 내리며 습관적인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여기서 또 보다니, 참 공교롭네요."이준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도발하는 한구운을 바라봤다."날 이렇게 도발하고,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보지? 죽고 싶어 환장했어?""대표님, 농담도 참. 제가 어떻게 감히 이선그룹 대표님을 도발하겠어요?"한구운이 끼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날카로운 눈빛이 드러났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가식을 벗어던진 한구운의 모습에 이준혁이 코웃음치며 말했다."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면, 알아서 꼬리 내리고 꺼져. 자꾸 혜인이 앞에 알짱거리지 말고."한구운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저뿐만 아니라 혜인이도 저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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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한구운은 귀국하고 나서 이준혁과 윤혜인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윤혜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그녀를 욕망하는 마음이 커졌다. 원래 내 떡보다는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윤혜인이 이준혁의 여자라는 사실만으로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한편, 윤혜인은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세면대 위에 한구운의 손목시계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가 그 손목시계를 집으려던 찰나, 밖에서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윤혜인은 한구운이 시계를 되찾으러 돌아온 줄 알고, 최대한 노출이 적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시계 때문에 왔죠?"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이준혁의 얼굴이 보였다. 윤혜인은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아까 그런 일까지 있었는데, 그가 설마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에 노출된 기분이었다.굳어있기도 잠시, 윤혜인은 반사적으로 문을 닫기 위해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다.쾅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며,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일반적으로 문이 닫히면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준혁이 그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 보였다. 그의 손등은 빨갛다 못해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윤혜인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미쳤어요?"벗겨진 그의 살갗을 보며 윤혜인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렸다.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부여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잤어?"윤혜인은 그 단어가 이해되지 않아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설마... 날 계속 따라다닌 거예요?"이준혁은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대답해."윤혜인은 너무 화가 나서 욕이 절로 나왔다. "당신, 미쳤어요? 오늘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걸로는 부족해요? 우린 이혼한 사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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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윤혜인은 샤워를 마치고 최대한 노출이 적은 잠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래도 원피스였다. 이준혁이 그녀를 침대에 던지자, 순식간에 치맛자락이 올라가며 하얗게 뻗은 다리가 노출되었다.이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탁해지더니, 가랑이 사이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타이트한 정장 바지가 빳빳하게 조여 왔다.그의 상태를 눈치챈 윤혜인이 다급히 그를 밀치며 말했다. “이준혁,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리 이혼했잖아! 이건 강간이야..."하지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양쪽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그래, 나 미쳤어." 그는 요즘 유독 감정이 기복이 심하고 충동을 잘 참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생활이 만족스럽고 일도 잘 되었기 때문에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최근 감정적 스트레스가 너무 잦아 조울증이 다시 심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약으로도 바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윤혜인을 압박했다. "너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알잖아. 그러니까 어서 솔직하게 말해." 윤혜인은 두려움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여기서 더 대답을 미루면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 같았다. "안 잤어...! 나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준혁은 이미 의심에 몸과 마음이 잠식된 상태였다. 이성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준혁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다른 짓은 안 할 테니, 안심해. 진짜 확인만 할 거야."윤혜인은 불길했던 예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안에 피 맛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준혁은 멈추지 않았다.온갖 기억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몸이 덜덜 떨리며 눈물샘이 고장 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대로는 정말 당할지도 몰랐다. 너무나도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윤혜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며 그에게 외쳤다. "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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