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1691 챕터

제311화

정유미는 자라온 환경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줄 몰랐다. 좋던 나쁘던 자신의 감정에 항상 솔직했다.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유미는 그의 무미건조한 시선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우리가 무슨 사이죠?”이준혁이 물었다.“네?”정유미는 이 상황이 매우 당혹스러웠다.“오빠? 전 그쪽 같은 동생 둔 적 없어요.”누가 봐도 비꼬는 말투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가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을 테지만, 정유미는 그의 잘생긴 얼굴에 정신이 팔려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발그레한 얼굴로 작게 말했다. “호칭을 오빠라고 한 것뿐이잖아요. 전 오빠의 동생이 아니라 미래 아내의 자격으로 이곳에 온 거예요.”정유미는 그를 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어느 정도 보정이 들어간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준혁의 실물은 사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더해, 정유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연예계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외모였다. 그녀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오빠는 어떤 타입의….”하지만 정유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언제 떠났는지, 이준혁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란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입구 쪽에 그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정유미를 무시하는 태도였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는 차도남의 정석 같았다. 정유미는 다시 한번 그에게 빠져들었다.한구운 차에 탑승한 윤혜인은 생각에 잠겼다. 아까 그 여자의 말대로, 이준혁은 확실히 그녀와 다른 세계 사람이었다. 그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분수에 넘친 짓이었을지도 몰랐다. 임세희가 없어지니, 다른 여자가 또 튀어나왔다. 이준혁의 옆엔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앞으로 그의 옆에 있으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진작에 이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인생이 좀 덜 고달팠을 것이다. 윤혜인은 후회됐다. 매번 이준혁을 잊으려 노력했지만, 그가 나타날 때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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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서울국제호텔.도착해보니, 이미 한구운의 부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매우 반갑게 맞이하며 선물로 쇼핑백 하나를 건네주었다.아들의 여자친구에 매우 만족한 모습이었다.윤혜인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한구운의 눈짓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녀는 일단 이 만남을 끝낸 뒤 그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한구운은 잠시 통화할 데가 있다면서 그들에게 먼저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다.윤혜인은 한구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준혁이었다. 그는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에 윤혜인은 한숨이 나왔다.잠시 후, 그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저절로 걸음이 느려졌다. 어떻게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혀갔다. 그를 피하는 것에 성공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문이 다시 열렸다.“안 타세요?”이준혁이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한구운의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고마워요.”엘리베이터 안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때, 한구운의 엄마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혜인아, 난 네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어. 얼른 구운이랑 상의해서 결혼 날짜 잡았으면 좋겠어. 우리도 이제 늙었는데, 하루라도 빨리 손주가 보고 싶어.”윤혜인은 뒤에서 따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손히 답했다.“어머님, 저희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요.”그러자 한구운의 엄마가 말을 이었다.“물론 아직 나이가 어리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도 이해해. 그래도 애는 일찍 가져야 여자한테 좋아. 애 태어나도 넌 신경 쓸 거 하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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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윤혜인은 옆으로 물러서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준혁은 지나치지 않고 그녀의 앞에 발걸음을 멈춘 채, 싸늘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안이 몸을 감쌌지만, 윤혜인은 티 내기 싫어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좀 지나갈게요. 비켜주세요.”“어디로 가려고?”그의 말에 윤혜인은 당황했지만,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답했다.“당신과 상관없잖아요.”그녀는 이준혁이 애당초 이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언쟁 벌이고 싶지 않았다.윤혜인이 옆에 난 작은 공간을 향해 발을 뻗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준혁이 다리를 턱하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는 하마터면 이준혁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윤혜인의 허리를 잡아채더니, 강제로 남자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 당황한 그녀가 발버둥 쳤지만, 그의 힘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윤혜인은 강제로 빈 칸막이 속으로 던져졌다. 동시에 문이 철컥하고 잠기는 소리와 함께 벽에 밀쳐졌다.다행히 칠성 호텔인 만큼 화장실은 깨끗하고 또 향기로웠다. 그래서인지 윤혜인은 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까 약속 자리에 오기 전 단정했던 옷차림도, 헤어도 모두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다.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를 향해 외쳤다.“당장 이거 놓지 못해요?”그러자 이준혁이 그녀의 턱을 세게 부여잡으며 자신의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왜? 한구운이랑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 그놈이 도대체 너한테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급속도로 사이가 발전했을까?”그의 목소리엔 혐오가 가득한 걸 이준혁 본인도 알고 있었다. 질투를 숨기기 위해 내뱉은 독한 말이라는 것을. 요 며칠, 이준혁은 온갖 방법으로 윤혜인과 화해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윤혜인은 조금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에 반해 한구운은 너무나도 쉽게 그녀의 마음을 얻어버렸다. 그것도 부족해 상견례에 결혼과 아이까지, 이준혁은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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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윤혜인은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그녀가 다시 조롱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 그러고 보니 당신한테 고마워해야 하네요. 덕분에 그 사람과 함께 할 기회를 얻은 거니까.”이준혁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윤혜인은 속에서 아주 후련함이 솟구쳤다.“그 사람, 아이 되게 좋아해요. 앞으로 최소 아이 두 명은 낳을 생각인데, 그러면 총 네 식구가 되겠네요? 저희 아주 행복하게 살 거예요.”“웃기지 마!”이준혁이 그녀의 어깨를 부서질 듯 잡으며 말했다.“넌 절대로 그놈이랑 아이를 가질 수 없어!”윤혜인이 코웃음치며 말했다.“당신이 뭔데요? 그쪽이 이런 말 할 자격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전처가 다른 남자랑 애 가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생겼어요?”이준혁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윤혜인이 그를 똑바로 마주 보며 단호히 말했다.“당신은 날 통제할 자격 없어요!”순진하게 이준혁만 바라보며 살던 그녀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윤혜인은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윤혜인은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힘이 점점 거세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더 강하게 그에게 말했다.“그러니까 이제 나 좀 보내줘요. 너무 길게 자리를 비우면, 사람들이 찾으러 올 거예요.”그녀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 그가 미쳐 날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그의 광기는 조금도 줄어들 기미 없이, 더 흉포해졌다.이준혁이 위험하게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내 허락 없이는 넌 절대로 그럴 수 없어.”그의 목소리를 침착했으나, 윤혜인은 맹수 앞에 놓인 먹잇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길함을 감지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뭘 어쩔 생각인데요? 여긴 남자 화장실이에요. 언제든지 사람이 들어올 수 있….”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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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윤혜인이 떨리는 눈동자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준혁 손에 익숙한 핸드폰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부족해 화면이 통화 중인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윤혜인은 자신의 핸드폰을 돌려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준혁은 별 저항 없이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핸드폰에서 한구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혜인아? 나 지금 화장실 앞인데, 넌 지금 어디야? 혜인아?”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전원까지 꺼버렸다.그녀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한구운은 여직원을 찾아 여자 화장실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다.“제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있는 것 같은데, 한번 확인 좀 부탁드려요. 이름은 윤혜인이에요.”그 말을 들은 이준혁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했다.‘여자친구, 좋아하네.’한편, 윤혜인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1초가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여직원이 한구운에게 아무도 없었다며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윤혜인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당연히 한구운이 포기하고 갈 줄 알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남자 화장실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구운이었다. 윤혜인은 긴장과 불안으로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런데 이때, 이준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나가라는 듯한 고갯짓을 했다. 윤혜인은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모습을 엉망진창으로 흩트려 놓은 사람은 그였다. 그런데 이런 뻔뻔한 태도라니, 윤혜인은 그가 너무 증오스러웠다.그녀의 모습을 본 이준혁은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직접 나가지 않겠다면, 나가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윤혜인이 그의 옷소매를 잡으며 간절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협조할 마음이 없었다. 이준혁이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한번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그녀가 다급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키스를 시작했다. 이준혁은 한구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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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구둣발 소리가 유난히 크게 화장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윤혜인은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며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그러나 대비되게 이준혁은 매우 태연한 표정이었다. 윤혜인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그가 너무나도 미웠다. 하지만 여기서 싸우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들키는 상황을 상상하니, 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그러다 문득, 이준혁이라면 왠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윤혜인은 분노를 잠시 제쳐두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낀 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해결해 달라고?”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윤혜인은 자주 봤던 표정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준혁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똑똑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작은 칸막이 안에서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한구운의 목소리도 들렸다.“안에 누구 있어요?”그 순간, 윤혜인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윤혜인은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에게 코알라처럼 매달린 뒤, 아까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목덜미를 깨물어 버렸다. 하지만 대담한 행동과 달리 그녀의 몸은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옅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란 윤혜인은 자신이 매달려 있다는 것도 잊고,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준혁이 제때 그녀를 바쳐주지 않았다면, 큰 소리가 났을지도 몰랐다.한편, 한구운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가 강제로 칸막이 문을 열기 위해 발로 걷어차려던 찰나, 갑자기 청소부가 청소 카트를 밀고 들어오며 말했다.“고객님, 거긴 지금 수리 중이라 다른데 이용하셔야 할 것 같아요.”그리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지금 사용하실 건가요? 아니면 청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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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마치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는 듯, 뻔뻔한 모습에 윤혜인은 분노했다.“그쪽이 신경 쓸 거 아니에요.”“하….”이준혁은 화가나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지금 나 도발해? 화장실이라고 내가 널 못 건드릴 것 같아?”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이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직 교훈이 부족해?”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고개가 돌아갔다. 차가운 이준혁의 입술이 거침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윤혜인은 당황해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입안에 아까처럼 비릿한 피 맛이 났다. 그러나 이번엔 입술을 깨문 건 이준혁이었다. 그는 벌하듯 윤혜인의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그녀는 따끔한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길고 차가운 손이 윤혜인의 몸을 제멋대로 훑고 다녔다. 그녀는 원치 않았지만, 몸이 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서서히 얼굴이 흥분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이준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손은 마치 본드를 붙인 듯, 떨어질 줄 몰랐다.자극이 서서히 뇌를 마비시켰다. 윤혜인의 몸은 이미 이준혁에게 길들어 있었다. 도저히 반항할 수 없는 흥분이 전신에 퍼졌다. 윤혜인은 반항하던 것을 멈추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점점 입안을 헤집는 움직임이 깊어졌다. 이준혁은 구석구석, 윤혜인의 입안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쓸고 다녔다. 잠시 뒤, 키스는 멈췄지만, 그녀는 몸이 나른하게 풀려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었다.“당신, 정말 무례한 거 알아요? 이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뭔데요?”윤혜인은 이준혁한테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강제로 느껴야만 하는 흥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직도 모르겠어?”이준혁이 뚫어져라 그녀를 마주 보며 기다란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눌렀다. 부드럽고도 촉촉한 촉감이 손끝에서 느껴졌다.“이래도 나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할 수 있어?”윤혜인은 오만한 그의 표정이 보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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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순간 이준혁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하지만 윤혜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코웃음치며 말을 이었다.“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키스 값으로 이 이상은 줄 수 없어요.”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짓밟는 것은 그녀도 처음이었지만, 먼저 시작한 것은 이준혁이었다. 중요한 자리에 참석한 것을 알고도 그녀를 화장실로 강제로 끌고 가 옷까지 찢어 놓았다. 윤혜인은 그저 받은 대로 돌려준 것뿐이었다.“윤혜인!”이준혁의 얼굴이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겨우 이 정도로 화났어요? 대표가 되어서 인내심이 없으시네요.”윤혜인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다시 한번 비꼬았다.“조언 하나만 할게요. 돈 벌고 싶으면 얼굴만 잘생긴 것으론 안 돼요. 성격부터 좀 죽이세요.”그러자 이준혁은 당장이라도 윤혜인의 목을 비틀어버릴 듯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혜인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더 당당히 그와 마주 보았다.평소엔 제대로 그에게 반박조차 하지 못했지만, 오늘 드디어 그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윤혜인은 그 어느 때보다 속이 후련하고 짜릿했다.서로 마주 보며 대치하기 시작한 지 한참, 이준혁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윤혜인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변기 뚜껑 위로 주저앉았다. 심장이 아직도 미친 듯이 벌렁거리는 것 같았다.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윤혜인의 몸은 그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실하게 깨달았다.이건 결코 그녀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휘두를 무기를 상대에게 쥐여준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오늘은 여차저차 이렇게 끝났지만, 만약 이준혁이 정말 물불 안 가리고 화 냈더리면, 이렇게 간단히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내려왔다. 온갖 생각들과 불안들이 그녀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하지만 윤혜인은 애써 그 복잡한 문제들을 고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 이준혁한테 진 빚을 갚은 다음, 유학 자금을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외국으로 가버리면, 이준혁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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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잠시 침묵하던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죽었다고 해도, 아이는 분명 살아있을 거야. 이천수가 자꾸만 일 벌이는 거 보면 알 수 있어.”“그렇다면 당분간 말 잘 듣는 아들 흉내 내면서 좀 방심하게 만들어 봐. 너의 아버지가 그 아이를 숨기느라 꽤 애쓴 것 같은데, 이대로는 찾기 힘들어.” 김성훈의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분명 서로 연락하고 있을 거야.”이준혁이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그가 계속해서 술을 퍼먹는 모습을 보고, 김성훈이 농담을 던졌다. “왜? 전처 마음 돌리기 쉽지 않나 봐?”그 말에 이준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러자 김성훈이 더 짓궂게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한두 번 거절당한 얼굴이 아닌데? 어디 내가 한번 팁 줘?”김성훈은 이준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표현한다는 것이 도리어 상대의 화를 불러일으켰을 게 뻔했다. 이준혁이 냉담한 표정으로 김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는 너는, 여자친구가 있긴 하고?”김성훈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이준혁의 말에 정곡이 찔렸기 때문이다. 남한테 비수 꽂는 건 이준혁의 특기였다. 이러니 윤혜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도 이해됐다. 그래도 친구가 고생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그 태도부터 바꿔. 평소대로 하면 절대로 안 넘어와. 사람이 좀 져주는 맛도 있어야지. 맨날 그렇게 빳빳하게 구니, 누가 좋아하겠어?”일단 조언은 했지만, 김성훈은 그가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지까지가 그의 역할, 결과는 이준혁의 몫이었다.이준혁은 술집을 나선 뒤, 회사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혼한 뒤로, 익숙한 일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자꾸만 윤혜인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그런다가 어느 날 진짜 못 버티면 납치라도 할 것 같아, 스스로 자제하고 있었다. 다음날 일찍, 이천수가 정유미를 데리고 이준혁을 찾아왔다.이준혁과 눈이 마주친 정유미는 순식간에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맞선에서 완전히 병풍 취급을 당한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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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이준혁이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아버지가 하세요, 그럼.”그의 눈빛에 담긴 살벌한 기운을 느낀 이천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한두 번 본 눈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이준혁은 항상 그에게만 차가웠다. 이천수는 이럴 때마다 자신만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준혁은 그를 아버지라 불렀지만, 태도는 전혀 아니었다.그럴수록 이천수는 이준혁한테 정이 떨어졌다. 이준혁한테 밀려 해외로 밀려났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다시 자리를 되찾아야 했다. 그래야 그의 또 다른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테니.“준혁아, 네가 날 그렇게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우리 관계가 이렇게까지 틀어지진 않았어.”이준혁이 정색하며 말했다.“말 끝났으면, 이만 나가보세요!”“너!”이천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신의 목적을 상기하곤 다시 꾹 참았다.“결혼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유미랑 잘 좀 지내봐. 이번 에너지 프로젝트 성사하면, 회사도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거야.”이천수의 의도야 뻔했다. 일단 정유미를 통해 그녀의 가문과 이용해 목적을 이룬 다음, 여차 마음에 안 들면 쫓아낼 생각인 것이다. 이준혁은 더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 인터폰을 통해 주훈을 불렀다.“손님 나가신다. 배웅해 드려.”결국 이천수는 주훈에 의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나온 그는 곧바로 정유미에게 다가가 말했다.“유미야, 준혁이 원래 성격이 좀 차가워. 하지만 네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저 녀석도 바뀔 거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너만 노력한다면 저 녀석도 넘어올 수밖에 없을 거야. 알겠지?”정유미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어요, 아버님.”이천수는 정유미의 태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말한 적은 없지만, 그는 이준혁의 외모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다. 정유미같이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여자가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타입이었다. 이천수가 칭찬하며 덧붙였다.“그래, 착하네. 넌 내가 인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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