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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이준혁이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아버지가 하세요, 그럼.”

그의 눈빛에 담긴 살벌한 기운을 느낀 이천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한두 번 본 눈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이준혁은 항상 그에게만 차가웠다. 이천수는 이럴 때마다 자신만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준혁은 그를 아버지라 불렀지만, 태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럴수록 이천수는 이준혁한테 정이 떨어졌다. 이준혁한테 밀려 해외로 밀려났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다시 자리를 되찾아야 했다. 그래야 그의 또 다른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테니.

“준혁아, 네가 날 그렇게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우리 관계가 이렇게까지 틀어지진 않았어.”

이준혁이 정색하며 말했다.

“말 끝났으면, 이만 나가보세요!”

“너!”

이천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신의 목적을 상기하곤 다시 꾹 참았다.

“결혼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유미랑 잘 좀 지내봐. 이번 에너지 프로젝트 성사하면, 회사도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거야.”

이천수의 의도야 뻔했다. 일단 정유미를 통해 그녀의 가문과 이용해 목적을 이룬 다음, 여차 마음에 안 들면 쫓아낼 생각인 것이다.

이준혁은 더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 인터폰을 통해 주훈을 불렀다.

“손님 나가신다. 배웅해 드려.”

결국 이천수는 주훈에 의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나온 그는 곧바로 정유미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미야, 준혁이 원래 성격이 좀 차가워. 하지만 네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저 녀석도 바뀔 거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너만 노력한다면 저 녀석도 넘어올 수밖에 없을 거야. 알겠지?”

정유미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어요, 아버님.”

이천수는 정유미의 태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말한 적은 없지만, 그는 이준혁의 외모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다. 정유미같이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여자가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타입이었다.

이천수가 칭찬하며 덧붙였다.

“그래, 착하네. 넌 내가 인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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