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앞윤혜안운 마음이 갑자기 다급해졌다. 그것은 사람의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당황함이였다. 그녀가 방금 자신이 집에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한구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당황했지? 소원한테 물었더니 네가 집에 있다고 하길래 밖에서 기다렸어. 급하지 않으니 일어나서 씻어.”갑자기 윤혜인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났다. 그녀는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고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으음...”옅은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윤혜인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으며 그의 말에 대답을 하고 급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남자를 자신의 몸에서 밀쳐내며 잠옷을 움켜쥐더니 화가 나서 손을 내들어 뺨을 때리려 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였다. 누가 아침부터 그더러 정당치 못한 일을 하라고 했던가.그러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가자 이준혁의 손에 되려 잡히고 말았다.그는 그녀를 흘겨보며 눈빛을 깊이 숨겼다. “내 여자만 때릴 자격 있어. 그래도 때릴 거야?”윤혜인은 즉시 손을 거두어들이며 때리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그를 더욱 화나게 했다. “왜? 벌써 쫄기는, 다른 남자를 꼬실 땐 오히려 신나하더니.” 그의 눈빛과 어조는 마치 그녀가 외도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윤혜인은 이 남자와 어울리기만 하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이미 이혼한 이상 더는 다른 감정이 자신을 좌우지하게 해서는 안된다. “대표님께서 오해하셨어요.”윤혜인은 웃으며 말했다. “다른 남자가 아니라 제 남자 친구인데요.”“남자 친구? 그런데도 지금 나랑 이러고 있는거야?”이준혁은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윤혜인, 너무 까졌네.”윤혜인은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를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오히려 한가지 일이 더 미쩍었다. “대표님, 뭣때문에 이렇게 집착하시는 거죠?”그녀는 눈동자를 깜박거리더니 마치 자신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한 것
전형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이었다.윤혜인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떤 일들은 확실히 해야 했다. “대표님, 가실 때 문 닫는 거 잊지 마세요. 그리고...“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 다시 찾아오지 마세요. 더 이상 이사하고 싶지 않아요.”이왕 끊을 거라면 깨끗이 끊고 싶었다. 그녀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준혁은 약간 차가운 눈빛으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가슴이 무시할 수 없을만큼 아팠다. 그녀는 다시 그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완전히 포기한건가?윤혜인이 그의 앞으로 지나다가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네 말이 맞아. 널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너도 알잖아. 한가지 일에 확신하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거.”이준혁은 손을 뻗어어 윤혜인의 하얖고 부드러운 얼굴을 어루만지며 또박또박 말했다. “더 이상 고집 부리지마. 이번생은 나한테 벗어날 생각하지 마.”윤혜인은 그자리에 멍하니 굳어진채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녀는 고의적인 조롱에도 불구하고 그가 태연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인정하리라고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그를 이윽토록 응시하다가 겨우 한마디를 꺼냈다. “변태에요?”방금 그를 향해 거드름을 피우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소름뿐이였다. “이제야 알았어?”이준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이런 이준혁의 모습은 윤혜인더러 끔직했다. 그녀는 그가 수단이 많은 사람인걸 알지만 다만 전에 한 번도 그녀에게 쓴 적이 없었다. “준혁 씨, 미쳤어요? 날 사랑한다고 하면 내가 돌아갈것 같아요?”윤혜인은 화가 났는지 무서웠는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하늘이 무너져도 준혁 씨한테 돌아갈 일은 없을거에요.”“그래.”그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마치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이준혁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그녀가 주제넘은 행동을 비웃는 것 같았다. “모르지. 혹시 나한테 부탁하며 내곁으로 돌아오고 싶어할지도.”윤혜인은 손이 계속 떨렸다. 앞에 있는 무례한 남자
윤혜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재결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재결합할 생각이 없어요. 어젯밤에 제가 몸이 불편해서 그가 여기 남아 돌봐주었을 뿐이에요.”그녀는 한구운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혼한 후부터 그녀는 재결합할 생각이 없었고 이준혁과 죽어도 상종하지 않을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은 그녀를 두렵게 했다. 그가 심지어 한구운과 여유롭게 인사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자시가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할 수록 화가 났다. 그가 사랑하는 건 그녀가 아닌 관계를 나눌 수 있는 그녀의 몸이 었다. 한구운은 왠지 기분이 좋아졌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다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윤혜인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선배, 우리 그만 만나야 될것 같아요.”한구운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며 물었다. “왜?”윤혜인은 한구운의 어두워진 안색을 보더니 의아해졌다. 게다가 손에 힘이 세서 그녀를 아프게 했다. 그녀는 할수없이 입을 열었다. “선배...”한구운은 그제야 알아채고 손을 떼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미안해. 혜인아, 실례를 범했어.”그의 다정한 웃음은 봄바람 같아서 윤혜인의 의혹을 날려버렸다. “괜찮아요.”“그럼 두 번째로 차인 거네. 또 이준혁때문이야?”윤혜인 부정하지 않았다. “전 선배의 사업에 영향을 끼칠까봐 두려워요. 아무래도 좀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한구운은 쓸쓸하게 웃었다.“이미 영향을 끼쳤다면 어떡할래?”윤헤인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나 AI에서 해고되었어. 거래를 조작해 앞으로 투자은행에 취직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한구운은 비록 가볍게 말했지만 윤혜인의 가슴에는 파도가 일고 있었다. 선배가 여러 해 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국 자기
그 여자가 마약을 과다 복용해서 죽을 때,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구급차도 부르지 않았다.그는 죄가 있는 그 여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빤히 지켜보기만 했다.그는 슬픈 감정을 감추어 가며 말했다.한구운의 제안은 꽤 좋아 보였지만 윤혜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전 아직 그런 생각은 없어요.”그녀는 해외로 가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혼자서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한구운은 매우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급해하지 마. 아직 반년 남았어. 그때 가서 네가 가고 싶다면 내가 데리고 갈게.”윤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구운과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구운 오빠, 잠시만요.”그리고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그의 어머니가 준 돈봉투를 꺼내 한구운에게 건네주었다.한구운은 돈봉투를 보자 즉시 거절했다.“혜인아, 괜찮아. 그날 고생 많았어. 이건 당연히 네가 받아야 해.”하지만 윤혜인은 고집을 부리면서 끝내는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함부로 받을 그녀가 아니었다.집을 나선 후.한구운의 나긋나긋한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윤혜인의 망설임 없이 거절하던 모습을 생각하자 뜻밖으로 그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그러지 말아야 했는데.설마 그가 정말 윤혜인에게 관심이 생긴 걸까?휴대전화가 울리자 그는 전화를 받았다. 맞은 편에서 무슨 말을 했다.그러자 그는 고개를 돌려 윤혜인의 집 창문을 바라보다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행적을 그녀에게 알려 줘서 걸려들게 해.”...서울 정신 병원.임세희는 어둡고 작은 방에 갇혔다.그 방에는 창문도 없었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마치 죽은 사람 냄새 같은 악취가 났다.발밑에는 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어떤 쥐는 심지어 그녀의 발 위로 기어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놀라서 마구 뛰어다니다가 죽은 쥐를 밟는 게 더 두려웠다.이 방은 그녀가 도망치다가 실패한 징
그의 말을 들은 임세희는 멍해졌다. 남자의 목소리는 맑고 촉촉했지만 이준혁의 목소리는 아니었다.그러자 그녀는 재빨리 반응하며 말했다.“이 목소리는 준혁 오빠가 아니야. 그럼 넌 누구야? 누구냐고!”“나?”젊은 남자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널 구하러 온 사람이지.”임세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날 구한다고? 왜?”젊은 남자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임신했어. 알고 있었어?”“내가... 임신했다고?”임세희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굳어졌다.어쩐지 요즘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녀는 방안의 악취를 너무 맡아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임신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그럼 이 아이는 그 빌어먹을 송휘재의 아이일 것이다.게다가 그 기간 그녀는 이준혁을 속이기 위해 병든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주사를 많이 맞았다. 그래서 이 아이는 태어나도 기형아기에 절대 낳으면 안 되었다.그녀는 무릎을 꿇고 젊은 남자에게 빌었다.“제발 이 아이를 없애주세요. 기형아를 낳아서 절대 안 돼요.”“쳇.”남자는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지금부터 배 속의 아이를 지켜야 해. 괴물이든 기형아든 낳아야 해. 네 아이만이 널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임세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그럴 수 있어요? 제가 정말 예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그래.”남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떠났다.무거운 철문이 다시 쾅 하고 닫혀버렸다.임세희의 마음속에 다시 희망이 생겼다.그녀의 가족들도 모두 그녀를 포기했고 이제 모든 게 그녀 자신에게 달렸다.독이 묻은 해독제라 해도 살 수 있다면 그녀는 삼켜야 했다.그녀는 나가서 윤혜인에게 직접 복수하고 싶었다.‘모두 그 천한 년의 잘못이야. 빌어먹을 년. 죽어도 마땅해!’...화요일 아침.윤혜인은 제시간에 별장에 도착했다.이신우는 없었고 집에는 도우미 아주머니뿐이었다.이하진이 위층에 있다는 말을 듣고 윤혜인은 바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자
윤혜인은 오기 전에 이미 이하진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에게 당했는지 조사를 했다.이하진의 수단에 맞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먼저 움직여야 했다.어찌 됐든 그가 썼던 수단으로 그에게 거울 치료를 해야 했다.이하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누가 털도 다 자라지 않았다고 해요? 한번 보실래요...”윤혜인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이하진에게 이게 성추행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이하진은 순식간에 목이 메어왔다. 이렇게 어려운 상대는 처음이었다.“선생님은 정말...”말문이 막힌 그는 윤혜인을 한참 가리키다가 말했다.“뻔뻔하네요!”그러자 윤혜인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아까 누가 뭘 보여준다고 한 것 같은데.”도대체 누가 뻔뻔하냐고 되묻는 뜻이었다.이하진은 완전히 그녀의 기세에 밀렸다. 자신보다 더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그는 이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창피해서 차마 울지는 못하고 화가 나서 머리를 움켜쥐었다.윤혜인은 뒤에서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얘야, 아니면 나랑 협력할래?”“전 아이가 아니에요!”이하진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의 키는 윤혜인보다 30cm 정도 더 컸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윤혜인이 성추행을 말했던 게 생각나서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그 모습을 본 윤혜인은 담담하게 웃었다. 자신이 그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문백 교육센터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업적도 없고 학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이하진을 잘 가르치는 것이 가장 빨리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었다.그녀는 말을 이어갔다.“지난번에 했던 말이 기억나? 나랑 내기 한번 하자.”이하진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좋아요.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요.”“그럴 일 없을 거야.”“네! 그럼 다음 주 금요일로 하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세요.”이하진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다음 주 금요일을 선택한 건 그날에 이신우가 해외로 가면 아무도 그를 단속할 수 없었기 때문
이신우는 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고 셔츠 단추는 단 하나 남기고 다 풀어졌기에 크고 튼튼한 가슴 근육이 한눈에 들어왔다.윤혜인은 잠시 어리둥절해져서 어쩔 바를 몰랐다.흐트러진 옷을 입고 있던 여자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서 윤혜인을 욕했다.“당장 꺼져.”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윤혜인은 얼굴을 붉히며 미안하다는 말을 던지고는 재빨리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문을 잠그고 나가려는 그녀를 본 이신우가 말했다.“잠깐만요.”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또 한 번 멍해져서 문을 등지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가는 것도 아니고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이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했다.“내려가서 기다리세요.”그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윤혜인은 재빨리 아래층으로 달려갔다.문이 다시 닫히는 것을 본 여자는 다시 이신우에게 자기 몸을 가져다 댔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는 아까처럼 흥분을 느끼지 못했고 몹시 냉담했다.그러는 모습을 보자 여자는 마음속으로 또 쳐들어온 윤혜인을 욕하기 시작했다.“여름 씨, 나가 주세요.”이신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일어나 옷을 정리하고 벨트를 다시 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뜨거웠던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조여름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그녀는 서울대의 엘리트였고 다른 사람의 소개로 이신우의 국내 업무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공항에서 이신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 경험이 많아 보이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그의 프로필에는 35세라고 되어 있지만 얼굴만 보면 그냥 서른이 조금 넘은 것 같았다.그의 이목구비는 나무랄 데 없이 잘생겼고 우월한 집안 형편과 좋은 교육을 받은 그는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남다른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다.진한 향수와 독한 술처럼 매혹적이었다.그 후 그녀는 일 때문에 그와 함께 승마장에도 가고 온천도 갔다. 그의 완벽한 근육질 몸매를 본 그녀는 더욱 이 훌륭한 남자에게 빠져들었다.오늘 그녀는
조여름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소파에 앉아 이신우를 기다리는 윤혜인을 발견했다.보들보들한 니트를 입은 윤혜인은 가느다란 허리에 하얗고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다...확실히 부러운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남자들이 첫눈에 반할만한 얼굴이었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조여름은 문득 익숙한 느낌이 들더니 문득 아까 책상 위의 그 사진이 생각났다.사진 속의 여자와 눈앞의 이 여자는 눈매가 서로 너무 닮았다.하지만 윤혜인은 분명히 젊어 보였고 나이가 안 맞았다...그녀는 뭔가 깨달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여름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윤혜인의 옆을 지날 때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우 씨 집에서 뭐 하세요?”조여름의 일을 망쳤다는 생각에 윤혜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가정 교사예요.”“가정 교사?”조여름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험한 말을 했다.“가정 교사라는 핑계로 신우 씨를 꼬시려고 하는 거죠?”그러자 윤혜인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이신우는 확실히 매력 있는 남자였기에 누가 봐도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하지만 윤혜인은 단지 그에게서 돈만 벌고 싶다고 하늘에 맹세라도 할 수 있었다.조여름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묵인한 줄 알고 더 무례하게 굴었다.“당신처럼 청순한 척하는 여자들을 많이 봤어요. 일한다는 핑계로 더러운 짓거리를 하고 다니죠. 정말 비천하네요.”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아가씨, 모든 사람이 당신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조여름은 윤혜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에 화를 내며 말했다.“신우 씨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단지 대역일 뿐이에요. 얼굴이 좀 예쁘게 생겼다고 너무 대단하게 여기지는 마세요.”대역이라는 말을 들은 윤혜인은 의심스러워서 이내 물었다.“무슨 뜻이죠?”그러자 조여름은 바로 말했다.“당신은 서재의 그...”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조여름 씨.”양복에 구두를 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