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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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소원아, 당분간 너의 집에 머물러도 될까?""당연하지."소원은 아주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윤혜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무슨 일 있어, 혜인아?""별일 아니야. 너 혹시 믿을만한 공인 중개사 알아?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좀 급하게 돈이 필요하네."소원은 직감적으로 윤혜인한테 뭔가 일어났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전화상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아, 이따가 다시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윤혜인은 전화를 끊은 다음 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람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 풀릴 줄 몰랐다. 이혼하면 이제 평온한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온갖 일들이 들이닥쳤다. 특히 이준혁이 가장 골치였다. 그의 행동은 사랑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윤혜인을 마치 소유물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준혁의 태도에 병적인 집착을 느꼈다. 하지만 윤혜인은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게 밀어붙여도 절대로 다시는 그와 이런 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잃는 슬픔은 한 번으로 족했다. 윤혜인은 당장은 그에게 벗어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단 최대한 그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다음날, 그녀는 곧바로 소원의 아파트로 짐을 옮겼다. 다행히 소원의 아파트는 그녀의 직장과도 매우 가까웠다. 윤혜인은 소원한테 집을 팔게 된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준혁한테 빚지게 된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소원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괜히 말했다가 부담을 지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원의 성격상 친구의 어려움을 절대로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게 뻔했다. 윤혜인은 마음을 추스른 다음 바고 문백교육센터로 출근했다. 이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과외가 중점이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교육자료만 잘 준비한다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첫 시작이 중요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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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고객의 자료는 절대적 보안 사항이었다. 윤혜인은 이신우가 고용주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반대로 고용주에겐 고용인의 정보가 전달되어 윤혜인이 선생님으로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신우와 눈을 마주친 윤혜인은 놀라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잠들었네요."이신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자리에서 졸음이 와요?"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멍한 표정을 본 이신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정정했다."농담이에요."윤혜인이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면접 보러 와서 존 그녀의 잘못이 컸기 때문에 이 정도로 지나가는 것을 감사해야 했다. "앉으세요."이신우가 말했다.윤혜인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때 그가 다시 물었다."하진이 자료 보셨어요?"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못 봤다고 말했다. 학생의 자료는 선발된 선생님만 볼 수 있었다. 즉, 정식으로 고용돼야지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답을 들은 이신우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성격이 좋지 않아요. 남 괴롭히는 것도 잘하고요. 올해만 해도 벌써 선생님이 8번 바뀌었어요. 선생님께서 여기서 일하시려면 하진이를 잘 길들여야 할 거예요."길들인다는 말이 나오다니, 윤혜인은 학생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거기에 전에 팀장이 그녀에게 건넨 말까지, 다루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윤혜인이 물었다."사람을 때리기도 하나요?"이신우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여자는 안 때려요."윤혜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요."이신우가 차갑게 말을 덧붙였다."일단 만나보세요."그런 다음 사용인을 불러 지시했다."하진이보고 내려오라고 해."사용인이 그의 말에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잠시 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홀로 돌아왔다."도련님께서 선생님보고 직접 올라오시랍니다."이신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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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이하진!"이신우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이하진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분노를 표출하자 이하진도 살짝 무서웠는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이신우가 한쪽에 조용히 서 있던 윤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선 내려가요.""저 잠깐만 하진 학생이랑 단둘이 대화 좀 해도 될까요?"윤혜인이 물었다.이신우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가자, 이하진의 표정이 즉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앞선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만두게 됐는지 못 들었나 보죠? 그렇다면 한번 알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중 한 명은 평생 교육 업계에서 퇴출당할 정도로 개망신당했으니까. 돈 많은 남자 한번 꼬셔서 한탕 하러 오신 거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예요."윤혜인이 침착하게 질문했다."왜 그렇게 선생님을 싫어해?"이하진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선생님다워야 선생 취급해 주죠. 지금까지 왔던 선생 중에 저한테 수업만 하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다 아버지한테 꼬리치기 바빴지.""난 학부모한테 관심 없어."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하진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 표정이었다."누가 믿어요.""네가 믿던 말던 상환 없어. 난 그냥 이 직업이 필요할 뿐이야."윤혜인이 담담히 말했다."귀찮게 구는 게 싫으면, 수업 태도부터 바꿔야 할 거야. 아니면 큰코다치게 되는 건 너일 테니까."이하진이 비웃으며 말했다."대단한 분 납시셨네."그리고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윤혜인에게 말했다."주스라도 드릴까요?"그 말과 함께 이하진이 옆에 놓여 있던 주스를 윤혜인에게 건네주는 척하며 컵을 기울였다. 빨간색 주스가 윤혜인의 베이지색 코트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아, 이런. 죄송해요."이하진이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손이 미끄러졌어요."하지만 윤혜인은 예상했다는 듯, 전혀 개의치 않으며 침착하게 휴지로 코트를 닦았다."괜찮아. 어차피 돈 많은 집안이니, 누군가는 배상해 주겠지."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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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윤혜인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성큼성큼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준혁이 그녀를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누가 널 데려다준 거야?"이준혁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당신이 신경 쓸 문제 아니에요."윤혜인이 냉담하게 답했다. 이준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왜 이사했어?"윤혜인은 계속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는 바람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우리 얘기 좀 할까?"그의 행동에 윤혜인은 어젯밤 악몽 같은 순간이 떠올라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가 거리를 두며 말했다. "이거 놔요."하지만 이번엔 이준혁이 손목을 놓아주며 앞을 가로막았다.그가 가득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사하는 건 상관없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제가 왜 당신한테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죠?"일부러 그에게 멀어지려고 한 이사였는데, 또 찾아올 줄이야,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윤혜인이 핸드폰 앨범에서 이혼 서류 증명서가 찍힌 사진을 그의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이혼 증명서 보이시죠?"이준혁은 철두철미한 윤혜인의 태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혜인아, 이러지 마.""그쪽이나 정신 차리세요."그녀는 이준혁이 어떤 표정을 짓던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이혼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러는 거, 즐거워요? 아니면 회사가 망해서 한가한가요?"이준혁은 그녀의 독설에 할말을 잃었다. 윤혜인은 그 틈을 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준혁이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참다못한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쏘아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이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고하듯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따라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이준혁이 문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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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이준혁이 이를 악문 채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았다."그런 말 하지 마."윤혜인은 그가 이혼 때문에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물론 윤혜인도 완전히 옛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선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그래서 윤혜인은 이준혁을 덤덤히 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는 끝났어요. 각자 자기 인생 시작할 때라고요. 전남편으로서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저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것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요."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준혁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설마 재혼할 생각이야?"윤혜인은 그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면 평생 독신으로 살란 말인가? 가족을 꾸리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과거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연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언젠간 스스로 충분히 단단해졌다고 느꼈을 때, 윤혜인은 다시 사랑을 찾아 떠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 이제 22살이에요. 지금은 없더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 생길 수 있죠."그 말을 들은 순간 이준혁은 그녀를 가두고 싶은 깊은 열망에 휩싸였다.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두면, 진짜로 영원히 볼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경고했다."그러면 어디 한 번 해봐."그러나 윤혜인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히 눈을 마주 보며 그를 밀친 다음, 엘리베이터를 나섰다.이준혁은 멀어져가는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외쳤다."윤혜인, 넌 반드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마치 윤혜인이 이혼을 요구할 때 보여줬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왠지 모를 불안이 속에서 싹텄다.이준혁은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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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이준혁은 더 이상 이천수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서재를 나서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이번만큼은 그냥 좀 따라.”그 말에 이준혁이 발걸음을 멈추며 무심하게 답했다.“알겠어요.”그제야 이천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이준혁이 덧붙였다.“앞으로 함부로 본가에 돌아오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이천수는 다시 기분이 상했다. 비록 지금은 해외에 머물고 있으나, 엄연히 이곳도 그의 집이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돌아오지 말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일단 이준혁이 맞선에 동의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이 건방진 태도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그래, 알겠어.”이 에너지 프로젝트는 정말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그동안 이태수의 손에 있어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수의 건강이 악화한 만큼 그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이번에 성공만 하게 한다면 회사의 권력 구도가 바뀔 지도 몰랐다. 이천수는 다시 권력의 최상위층 자리를 되찾고 싶었다. 그래야 이준혁은 물론 자신과 대립하는 인원들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 날.윤혜인은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잠시 머물러 들어왔던 집이었지만, 소원의 고집으로 아예 이곳에 눌러앉게 되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그건 윤혜인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이곳에 머무는 대신 소원에게 일정한 집세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이 집은 소원의 소유이긴 했지만, 자주 머무는 곳은 아니었다. 그녀는 평소 본가에 머물다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만 이곳에 왔다. 이 집은 소원에게 있어 비상금, 또는 아지트 같은 개념이었다.윤혜인이 매물로 올려놓은 그 집은 아직 팔리기 전이었다. 부동산 두 곳에서 연락해 오긴 했으나, 시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못 팔고 있었다. 고생해서 마련한 첫 집을 헐값에 팔 순 없었다.오후, 갑자기 한구운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니, 잠시 만나달라고 부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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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윤혜인은 어쩌면 이태수가 둘의 이혼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준혁과 함께 병문안 온지도 한참 되었었다. 어쩌면 지금이 말할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할아버지, 사실….”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이준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마침 중요한 회의를 마치고 왔는지 평소보다 더 꾸민 모습이었다. 지금 상황만 아니었다면, 윤혜인은 그의 멋짐에 설레었을지도 몰랐다. 이준혁이 자연스레 그녀에게 다가와 어깨를 꼭 감쌌다. 윤혜인은 안 그래도 예상치 못한 등장에 매우 당황하고 있었는데, 스킨십까지 해 오자 무척 불편했다.“기다리지, 왜 먼저 왔어?”그가 마치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혜인은 차마 이태수가 보는 앞에서 그를 밀어낼 수 없어 조용히 답했다.“바쁜 것 같아 보여서요.”이준혁이 가볍게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무리 바빠도 할아버지 뵈러 가는데 빠질 수는 없지.”잠깐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 헷갈릴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이준혁이 마음먹고 꼬신다면 넘어오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윤혜인은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전에 겪은 아픈 기억들만 아니었다면, 다시 그에게 빠졌을지도 몰랐다. 그 뒤로 둘은 30분 더 다정한 척 연기하며 병실에 머물렀다. 정말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이준혁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쓰다듬거나 꽉 끌어안기를 반복했다. 그 때문에 윤혜인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안색을 본 이태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혜인아, 너 괜찮아? 왜 얼굴이 이렇게 빨개?”그러자 이준혁도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마치 태양을 담은 것처럼 뜨거웠다.윤혜인이 시선을 옮기며 얼버무렸다.“더워서요, 할아버지.”이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겠네. 내가 늙어서 추위에 많이 약해. 에어컨을 좀 세게 틀었나봐.”잠시 뒤, 드디어 병실을 빠져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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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말릴 틈도 없이 전화가 끊겨버렸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침 나도 그쪽에 약속이 있었어.”그리고는 예고도 없이 윤혜인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이준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말았다. 사람들도 많이 지나는 곳에 이런 자세로 있으려니 윤혜인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이준혁의 품에 파묻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일단 좀 내려줘요.”“시간 없어. 네가 걷는 것보단 이게 빨라.”윤혜인이 짜증스레 말했다.“바쁘면 갈 길 가요. 내가 언제 데려다 달라고 했나요?”하지만 이준혁은 전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윤혜인은 그대로 조수석까지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차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윤혜인이 운전석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문 좀 열어요.”그러자 이준혁이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약속 있다며?”그녀가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이준혁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내 차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거야.”그의 차가운 눈빛과 위험한 분위기에, 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이준혁이 한 손을 핸들에 올려놓은 채 물었다. “오늘 내가 오지 않았으면, 할아버지한테 우리가 이혼한 거 말할 생각이었지?”윤혜인은 침묵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그의 말 대로 오늘 밝힐 생각이었다. 이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참 대단하네. 할아버지 건강보다는 딴 남자와 새 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거야?”오늘 그녀가 본 이태수는 컨디션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당신이야말로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에요? 오늘 얘기 나눠봤는데, 못 받아들이실 정도는 아닌 것 같았어요.”그 말을 들은 이준혁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그가 좌석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뭉치를 세차게 던지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적혀 있는지, 네가 직접 읽어!”종이가 날리면서 윤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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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하. 나랑은 마주치기도 싫다는 건가?’이준혁은 답답한 마음에 차 악셀을 힘껏 밟았다.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주차장을 떠났다.윤혜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급히 안전벨트를 매며 손잡이를 찾았다. 눈물로 빨개졌던 뺨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제발 좀 천천히 가면 안 돼요?”하지만 이준혁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얼굴로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계기판을 들여다보면 속도는 줄고 있었다. 그러나 윤혜인은 여전히 속이 울렁거렸다. 이준혁은 속도만 줄였을 뿐, 이리저리 사람이 없는 골목을 찾아 차 방향을 바꿨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대한 몸을 등받이에 붙이며 눈을 감았다.그러는 와중에 한구운한테서 또 연락이 왔다. 윤혜인은 힘겹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 한구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아, 지금 어디야?”그녀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곧 도착해요.”그러자 한구운도 뭔가 눈치챘는지, 긴말 없이 깔끔히 답했다.“알겠어. 그럼 문 앞에서 기다릴게.”그 순간, 또 차의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윤혜인은 놀란 나머지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우려 몸을 숙이지 않았다. 앞으로 숙였다가 사고라도 난다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잠시 뒤, 마침내 약속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앞에 한구운이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윤혜인이 다급히 외쳤다.“차 좀 세워요!”하지만 이번에도 이준혁은 못 들은 척했다.윤혜인이 협박하듯 말했다.“안 세우면, 저 진짜 여기에 토할 거예요!”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겨우 1센치 간격을 두고 한구운 앞에 멈춰 섰다. 윤혜인은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며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자마자 무릎이 풀려 휘청거렸다. 한구운이 제때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대로 넘어졌을지도 몰랐다. 윤혜인은 본인 아니게 한구운에게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한구운이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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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이준혁의 존재를 눈치챈 한구운이 윤혜인에게 물었다.“자리 옮길까?”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공공장소, 전처럼 이준혁이 무모한 짓을 벌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이준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윤혜인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특히 뚫어져라 보는 그의 시선이 너무나도 소름이 돋았다.이준혁이 그녀가 앉아 있던 옆 테이블로 향하는 걸 본 순간, 윤혜인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언제까지 따라올 거예요!”그리고 찾아온 정적, 윤혜인은 살짝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그에게 시달린 데다가, 좀 전의 그 질주까지,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와 반대로 이준혁의 얼굴엔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윤혜인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 한 여자가 그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준혁 오빠.”윤혜인은 잠시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렸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준혁이 자신을 따라왔을 거라 추측한 실수였다. 이준혁은 정말로 다른 약속이 있어 그녀를 데려다준 것이었다. 그제야 그의 옷차림도 다르게 보였다. 좀 전에 나타난 여자 때문에 꾸민 것 같았다. 윤혜인을 발견한 여자가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좀 전에 뭐라고 했어요?”하지만 윤혜인이 망설이며 대답하지 않자, 정유미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제 말 안 들려요?”여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정씨 집안의 금지옥엽 정유미였다. 항상 주변의 떠받음을 받으며 살아온 그녀였기에,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은 윤혜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때, 한구운이 윤혜인을 보호하듯 뒤로 잡아당기며 답했다.“죄송해요. 저한테 한 말이었어요.”그제야 정유미도 납득하고 윤혜인에게 관심을 껐다. 그런데 이때, 윤혜인의 손목을 잡고 있는 한구운을 본 이준혁이 싸늘하게 말했다. “오지랖은.”앞뒤 잘린 말이었지만, 누구에게 한 말인지 모를 수 없었다.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다시 그들에게로 쏠렸다.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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