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08화

말릴 틈도 없이 전화가 끊겨버렸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침 나도 그쪽에 약속이 있었어.”

그리고는 예고도 없이 윤혜인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이준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말았다.

사람들도 많이 지나는 곳에 이런 자세로 있으려니 윤혜인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이준혁의 품에 파묻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일단 좀 내려줘요.”

“시간 없어. 네가 걷는 것보단 이게 빨라.”

윤혜인이 짜증스레 말했다.

“바쁘면 갈 길 가요. 내가 언제 데려다 달라고 했나요?”

하지만 이준혁은 전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윤혜인은 그대로 조수석까지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차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문이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

윤혜인이 운전석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문 좀 열어요.”

그러자 이준혁이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약속 있다며?”

그녀가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이준혁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 차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거야.”

그의 차가운 눈빛과 위험한 분위기에, 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이준혁이 한 손을 핸들에 올려놓은 채 물었다.

“오늘 내가 오지 않았으면, 할아버지한테 우리가 이혼한 거 말할 생각이었지?”

윤혜인은 침묵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그의 말 대로 오늘 밝힐 생각이었다.

이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참 대단하네. 할아버지 건강보다는 딴 남자와 새 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거야?”

오늘 그녀가 본 이태수는 컨디션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당신이야말로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에요? 오늘 얘기 나눠봤는데, 못 받아들이실 정도는 아닌 것 같았어요.”

그 말을 들은 이준혁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그가 좌석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뭉치를 세차게 던지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적혀 있는지, 네가 직접 읽어!”

종이가 날리면서 윤혜인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