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6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12 21:43:19
잘생긴 이준혁의 뺨에 빨간 손자국이 났다. 분노가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윤혜인!"

한 번은 봐줬는데, 두 번이나 뺨을 때리다니, 이준혁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윤혜인이 다시 한번 손을 그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이준혁의 반응이 빨라 손바닥이 그의 뺨이 아닌 그의 손등을 내리쳤다.

손등에 전해지는 얼얼한 아픔을 느끼며 이준혁이 외쳤다.

"너 미쳤어?"

태어나서 이런 취급받은 적이 없었다. 분노한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며 따끔하게 혼내려던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덜덜 떨리고 있는 윤혜인의 손이 들어왔다. 아무리 그의 뺨을 때렸더라도 이 떨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과거 손에 붕대를 감고 있던 윤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손이...."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준혁은 머리에 둔기를 맞은 듯 사고가 멈추었다. 더 이상 어떠한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윤혜인이 잡힌 손목을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목을 빼내었다. 그런 다음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며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

"난 당신이랑 달라. 적어도 결혼생활 동안 내가 당신한테 미안할 짓을 한 적 없어. 그러니까 함부로 추측하고 제멋대로 날 판단하지 마."

윤혜인은 그가 적절한 선만 지켜준다면, 이혼하더라도 굳이 원수처럼 지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모습을 보니, 다시는 그와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 쓰레기보다 못한 이준혁과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윤혜인이 떨리는 손을 세게 붙잡으며 말했다.

"당신이 날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일일이 날 일깨워줄 필요 없어. 당신이랑 이혼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질 건 없어. 난 내 방식대로 잘 살아갈 테니까, 앞으론 나한테 신경 끄고 본인 인생이나 잘 살아."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297화

    다시는 누군가에게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윤혜인은 속으로 결심했다.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윤혜인은 한구운과 함께 바로 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뭐 좀 먹을까?""식사하실래요?"동시에 나온 질문,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윤혜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번엔 제가 사게 해주세요."전에 몇 번은 한구운이 샀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던 그녀가 사고 싶었다.한구운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오늘은 얻어먹을게."그렇게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삼계탕집이었다.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때, 한구운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말을 걸었다."아까 내 고백 때문에 많이 당황했지?"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잠시 머리가 멍하니 굳었다."전남편이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 네가 싫다면 다시 이준혁 대표한테 사정을 설명해 줄 수도 있어."아까 그 일은 확실히 충동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엔 윤혜인한테서 이준혁을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질렀는데, 돌아보면 조금 확실히 조금 무모한 감이 없지 않았다.실제로 윤혜인은 그것 때문에 지금 한구운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 번도 그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그쪽으로 마음을 쏟을 여유가 전혀 없기도 했다.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제야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짓게 된 윤혜인이 입을 열었다."굳이 해명은 안 해줘도 돼요.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어요."윤혜인은 차라리 이준혁이 오해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만한 이준혁의 성격상 그런 말을 듣고도 또 매달려 오지는 않을 테니까.그녀는 이준혁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만나봐야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것밖에 더 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윤혜인의 표정을 본 한구운은 자신의 판단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298화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한구운을 소파까지 부축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갑자기 그가 떠나려는 윤혜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한구운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한편 한구운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과 싸우고 있었다. 사적인 공간에서 자꾸 몸이 닿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가 말했다. "미안한데, 따뜻한 물 한 잔만 더 가져다줄래?"윤혜인은 따뜻한 물을 떠 와 그에게 건넨 뒤, 담요를 가져와 그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그런 다음 그를 부축해 소파에 편하게 눕히고 업무 처리를 위해 자료들이 쌓여 있는 책상으로 다갔다. 어차피 옆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봤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약 20분쯤 지났을까, 한구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윤혜인은 그를 차까지 배웅한 뒤,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한편, 한구운은 천천히 차를 몰며 윤혜인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모퉁이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구운은 차를 세운 뒤, 창문을 내리며 습관적인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여기서 또 보다니, 참 공교롭네요."이준혁이 싸늘한 눈빛으로 도발하는 한구운을 바라봤다."날 이렇게 도발하고,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보지? 죽고 싶어 환장했어?""대표님, 농담도 참. 제가 어떻게 감히 이선그룹 대표님을 도발하겠어요?"한구운이 끼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날카로운 눈빛이 드러났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가식을 벗어던진 한구운의 모습에 이준혁이 코웃음치며 말했다."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면, 알아서 꼬리 내리고 꺼져. 자꾸 혜인이 앞에 알짱거리지 말고."한구운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저뿐만 아니라 혜인이도 저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299화

    한구운은 귀국하고 나서 이준혁과 윤혜인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윤혜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그녀를 욕망하는 마음이 커졌다. 원래 내 떡보다는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윤혜인이 이준혁의 여자라는 사실만으로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한편, 윤혜인은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세면대 위에 한구운의 손목시계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가 그 손목시계를 집으려던 찰나, 밖에서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윤혜인은 한구운이 시계를 되찾으러 돌아온 줄 알고, 최대한 노출이 적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시계 때문에 왔죠?"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이준혁의 얼굴이 보였다. 윤혜인은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아까 그런 일까지 있었는데, 그가 설마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에 노출된 기분이었다.굳어있기도 잠시, 윤혜인은 반사적으로 문을 닫기 위해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다.쾅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며,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일반적으로 문이 닫히면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준혁이 그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 보였다. 그의 손등은 빨갛다 못해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윤혜인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미쳤어요?"벗겨진 그의 살갗을 보며 윤혜인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렸다.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부여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잤어?"윤혜인은 그 단어가 이해되지 않아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설마... 날 계속 따라다닌 거예요?"이준혁은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대답해."윤혜인은 너무 화가 나서 욕이 절로 나왔다. "당신, 미쳤어요? 오늘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걸로는 부족해요? 우린 이혼한 사이라고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00화

    윤혜인은 샤워를 마치고 최대한 노출이 적은 잠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래도 원피스였다. 이준혁이 그녀를 침대에 던지자, 순식간에 치맛자락이 올라가며 하얗게 뻗은 다리가 노출되었다.이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탁해지더니, 가랑이 사이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타이트한 정장 바지가 빳빳하게 조여 왔다.그의 상태를 눈치챈 윤혜인이 다급히 그를 밀치며 말했다. “이준혁,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리 이혼했잖아! 이건 강간이야..."하지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양쪽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그래, 나 미쳤어." 그는 요즘 유독 감정이 기복이 심하고 충동을 잘 참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생활이 만족스럽고 일도 잘 되었기 때문에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최근 감정적 스트레스가 너무 잦아 조울증이 다시 심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약으로도 바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윤혜인을 압박했다. "너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알잖아. 그러니까 어서 솔직하게 말해." 윤혜인은 두려움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여기서 더 대답을 미루면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 같았다. "안 잤어...! 나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준혁은 이미 의심에 몸과 마음이 잠식된 상태였다. 이성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준혁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다른 짓은 안 할 테니, 안심해. 진짜 확인만 할 거야."윤혜인은 불길했던 예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안에 피 맛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준혁은 멈추지 않았다.온갖 기억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몸이 덜덜 떨리며 눈물샘이 고장 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대로는 정말 당할지도 몰랐다. 너무나도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윤혜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며 그에게 외쳤다. "난 당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01화

    "소원아, 당분간 너의 집에 머물러도 될까?""당연하지."소원은 아주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윤혜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무슨 일 있어, 혜인아?""별일 아니야. 너 혹시 믿을만한 공인 중개사 알아?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좀 급하게 돈이 필요하네."소원은 직감적으로 윤혜인한테 뭔가 일어났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전화상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아, 이따가 다시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윤혜인은 전화를 끊은 다음 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람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 풀릴 줄 몰랐다. 이혼하면 이제 평온한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온갖 일들이 들이닥쳤다. 특히 이준혁이 가장 골치였다. 그의 행동은 사랑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윤혜인을 마치 소유물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준혁의 태도에 병적인 집착을 느꼈다. 하지만 윤혜인은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게 밀어붙여도 절대로 다시는 그와 이런 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잃는 슬픔은 한 번으로 족했다. 윤혜인은 당장은 그에게 벗어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단 최대한 그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다음날, 그녀는 곧바로 소원의 아파트로 짐을 옮겼다. 다행히 소원의 아파트는 그녀의 직장과도 매우 가까웠다. 윤혜인은 소원한테 집을 팔게 된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준혁한테 빚지게 된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소원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괜히 말했다가 부담을 지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원의 성격상 친구의 어려움을 절대로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게 뻔했다. 윤혜인은 마음을 추스른 다음 바고 문백교육센터로 출근했다. 이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과외가 중점이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교육자료만 잘 준비한다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첫 시작이 중요했기 때문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02화

    고객의 자료는 절대적 보안 사항이었다. 윤혜인은 이신우가 고용주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반대로 고용주에겐 고용인의 정보가 전달되어 윤혜인이 선생님으로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신우와 눈을 마주친 윤혜인은 놀라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잠들었네요."이신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자리에서 졸음이 와요?"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멍한 표정을 본 이신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정정했다."농담이에요."윤혜인이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면접 보러 와서 존 그녀의 잘못이 컸기 때문에 이 정도로 지나가는 것을 감사해야 했다. "앉으세요."이신우가 말했다.윤혜인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때 그가 다시 물었다."하진이 자료 보셨어요?"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못 봤다고 말했다. 학생의 자료는 선발된 선생님만 볼 수 있었다. 즉, 정식으로 고용돼야지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답을 들은 이신우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성격이 좋지 않아요. 남 괴롭히는 것도 잘하고요. 올해만 해도 벌써 선생님이 8번 바뀌었어요. 선생님께서 여기서 일하시려면 하진이를 잘 길들여야 할 거예요."길들인다는 말이 나오다니, 윤혜인은 학생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거기에 전에 팀장이 그녀에게 건넨 말까지, 다루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윤혜인이 물었다."사람을 때리기도 하나요?"이신우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여자는 안 때려요."윤혜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요."이신우가 차갑게 말을 덧붙였다."일단 만나보세요."그런 다음 사용인을 불러 지시했다."하진이보고 내려오라고 해."사용인이 그의 말에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잠시 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홀로 돌아왔다."도련님께서 선생님보고 직접 올라오시랍니다."이신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03화

    "이하진!"이신우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이하진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분노를 표출하자 이하진도 살짝 무서웠는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이신우가 한쪽에 조용히 서 있던 윤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선 내려가요.""저 잠깐만 하진 학생이랑 단둘이 대화 좀 해도 될까요?"윤혜인이 물었다.이신우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가자, 이하진의 표정이 즉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앞선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만두게 됐는지 못 들었나 보죠? 그렇다면 한번 알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중 한 명은 평생 교육 업계에서 퇴출당할 정도로 개망신당했으니까. 돈 많은 남자 한번 꼬셔서 한탕 하러 오신 거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예요."윤혜인이 침착하게 질문했다."왜 그렇게 선생님을 싫어해?"이하진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선생님다워야 선생 취급해 주죠. 지금까지 왔던 선생 중에 저한테 수업만 하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다 아버지한테 꼬리치기 바빴지.""난 학부모한테 관심 없어."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하진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 표정이었다."누가 믿어요.""네가 믿던 말던 상환 없어. 난 그냥 이 직업이 필요할 뿐이야."윤혜인이 담담히 말했다."귀찮게 구는 게 싫으면, 수업 태도부터 바꿔야 할 거야. 아니면 큰코다치게 되는 건 너일 테니까."이하진이 비웃으며 말했다."대단한 분 납시셨네."그리고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윤혜인에게 말했다."주스라도 드릴까요?"그 말과 함께 이하진이 옆에 놓여 있던 주스를 윤혜인에게 건네주는 척하며 컵을 기울였다. 빨간색 주스가 윤혜인의 베이지색 코트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아, 이런. 죄송해요."이하진이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손이 미끄러졌어요."하지만 윤혜인은 예상했다는 듯, 전혀 개의치 않으며 침착하게 휴지로 코트를 닦았다."괜찮아. 어차피 돈 많은 집안이니, 누군가는 배상해 주겠지."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304화

    윤혜인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성큼성큼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준혁이 그녀를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누가 널 데려다준 거야?"이준혁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당신이 신경 쓸 문제 아니에요."윤혜인이 냉담하게 답했다. 이준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왜 이사했어?"윤혜인은 계속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는 바람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우리 얘기 좀 할까?"그의 행동에 윤혜인은 어젯밤 악몽 같은 순간이 떠올라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가 거리를 두며 말했다. "이거 놔요."하지만 이번엔 이준혁이 손목을 놓아주며 앞을 가로막았다.그가 가득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사하는 건 상관없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제가 왜 당신한테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죠?"일부러 그에게 멀어지려고 한 이사였는데, 또 찾아올 줄이야,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윤혜인이 핸드폰 앨범에서 이혼 서류 증명서가 찍힌 사진을 그의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이혼 증명서 보이시죠?"이준혁은 철두철미한 윤혜인의 태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혜인아, 이러지 마.""그쪽이나 정신 차리세요."그녀는 이준혁이 어떤 표정을 짓던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이혼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러는 거, 즐거워요? 아니면 회사가 망해서 한가한가요?"이준혁은 그녀의 독설에 할말을 잃었다. 윤혜인은 그 틈을 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준혁이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참다못한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쏘아보았다."따라오지 마세요."이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고하듯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따라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이준혁이 문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4-13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2화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몸이 이성을 앞서 통제할 수가 없었다. 순간 사악한 생각에 사로잡힌 남자는 소원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겨 고개를 쳐들게 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발랑 까졌네. 남자 꼬시는 건 어디서 배웠어?”소원은 강직한 성격이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가끔은 성격을 앞세우기보다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지금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는 머리를 쓰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었다.“오빠, 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소원은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손바닥엔 어느새 튼실한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아까 남자가 잠깐 방심한 틈을 타 바닥에서 주운 것이었다.남자가 소원을 확 끌어당겨 품에 껴안자 소원은 깜짝 놀랐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지금 이 상태로는 너무 불편한데 손이라도 좀 풀어줄래요?”남자는 소원에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바로 경각심을 세웠다.“무슨 꿍꿍이야?”“아니. 이러면 뭘 하기도 불편하잖아요.”소원이 제안했다.“혹시 걱정되면 한쪽만 풀어주고 다른 한쪽은 창문에 묶어두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남자는 제법 소원의 아이디어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알아서 결박해달라고 하니 정말 땡큐였다.“정말 다른 꿍꿍이 없는 거지? 경고하는데 다른 수작 부리면 당장 그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거야.”남자가 소원에게 경고했다.소원은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겠다는 듯 연기했다.“오빠,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사람 하나 죽여도 모를 곳에 버려졌는데 오빠 말이라도 잘 들어야 고통이라도 덜 받을 거 아니에요.”“그래, 총명하긴 하네.”남자가 만족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오빠, 나 지금 클럽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노는지 다 알고 있어요. 내가 오빠 잘 모실 테니까 제발 때리지만 말아줘요.”어차피 소원이 아가씨라고 신분을 속여도 남자는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원의 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1화

    여자는 소원이 쓰러지는 걸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래도 꽤 오래 버티네. 다른 사람보다 몇분 더 버텼어.”여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계속 앞으로 질주했다....얼마나 잤을까, 어렴풋이 잠에서 깨보니 작은 판잣집에 누워 있었다. 크지 않은 걸 봐서는 아마 임시 피난처 같아 보였다.손발이 묶인 소원은 약물 때문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밧줄을 풀고 도망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여 아예 포기하고 체력을 보존하며 주변을 살피며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소원의 판단에 의하면 바깥엔 두 사람이 돌아가며 지키는 것 같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렸는데 이내 대화 소리가 사라지고 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문이 끼익하고 열리더니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어젯밤 소원을 차에 태운 그 운전기사였다.남자는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더니 소원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침을 내뱉었다.“빌어먹을 년. 내가 운반만 몇 년을 했는데 이렇게 당해본 건 처음이네. 이 화를 참을 수가 있어야지.”소원은 이 남자가 전문적으로 이런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추측했다. 운반 작업만 몇 년을 했다고 토로하는 걸 봐서는 지금까지 쭉 이런 거래를 해왔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뜻이기도 했다.“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소원이 일부러 놀란 척 물었다. 지금은 강하게 나가면 오히려 매를 버는 걸 수도 있으니 차라리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며 매라도 적게 맞아 체력을 보존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당연히 모르지. 당신이 나를 알았으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겠어?”남자가 손을 비비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냅다 소원을 걷어차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그날 말했지.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킬 때야.”다리뼈를 정통으로 맞은 소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애원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나도 그저 살고 싶어서...”남자가 그런 소원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0화

    소원이 잠깐 망설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혹시 신고 좀 해주실 수 있나요?”안경을 쓴 여자는 꽤 통쾌했다.“당연하죠. 지금 바로 신고해 줄게요.”여자는 소원이 근심할까 봐 그러는지 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고 수화기 너머로 콜센터의 노련한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여기는 서울 경찰서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여자가 말했다.“안녕하세요. 길에서 많이 다친 여성분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나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지금 혼자 길에 버려졌는데 신고해달라고 해서요.”“그 여성분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여자가 소원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소원이 이름을 말했다.“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저를 납치했어요. 모르는 사람이고 차량번호는 XX...”“네, 지금 바로 경찰 인력을 그쪽에 보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세요.”통화가 끝나자 소원의 경계심도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타요. 밖에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깨에서 아직 피나잖아요. 그러다가 경찰 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아요...”소원은 아까 일을 겪으면서 여자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아까 콜센터와 통화하며 자기 이름을 진세연이라고 밝혔다.“네.”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원이 차에 오르자 여자는 조수석 캐비닛에서 수건 하나를 꺼내서 건네며 말했다.“일단 좀 닦아요. 그러다 감기 걸리겠어요.”“고마워요.”소원이 수건을 받아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더니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닦았다.“콜록콜록...”소원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했다.“진세연 씨, 오늘 정말 고마워요.”소원이 수건을 건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맙긴요.”여자가 수건을 받아 가다니 조수석에 던지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더니 한쪽 팔을 차창에 기대고는 말했다.“어차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뭐.”빗소리가 너무 커서 소원은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지 못해 다시 한번 물었다.“진세연 씨, 뭐라고 하셨어요?”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별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9화

    이것이 오히려 소원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소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앞쪽을 주시하며 속도를 확인했다. 속도가 70대까지 내려가자 기회를 잡은 소원은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다 기회를 잡고 운전기사가 방심한 틈을 타 손잡이에 손을 넣고 차 문을 열었다.탈칵.그렇게 운전기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소원은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었다.“어, 저 빌어먹을...”화들짝 놀란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빗속을 뚫고 소원의 귀로 들어왔다가 차와 함께 사라졌다.쿵.소원이 바닥에 떨어지며 여러 번 뒹굴었다. 오른쪽 어깨가 빠졌는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소원은 이를 악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칼로 팔을 자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앞으로 질주하던 차는 이내 방향을 틀고 뒤쫓아오기 시작했다. 큰비로 시야가 가려진 덕분에 소원은 옆에 있던 풀밭으로 도망갈 수 있었지만 바닥이 물컹해 발자국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이내 운전기사가 뒤따라왔다. 건장한 남자였기에 달리는 게 소원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소원은 걸음을 멈추더니 몽둥이 하나를 줍고 풀숲에 숨어 소리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운전기사가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자박자박하는 물소리가 들렸다.“아가씨,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나와. 내가 찾아내면 다리부터 분질러 버릴 테니까. 헤헤. 그러면 좋은 값에 팔 수가 없잖아. 그러면 장기를 뜯어내 팔고 사지를 잘라서 인형으로 만드는 수밖에 .:소원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도대체 누가 나한테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는 거지?’순간 머릿속에 여러 이름이 떠올랐다.‘방민아, 육연주, 그리고 서씨 가문...’“아가씨, 말 들어. 다리라도 온전하면 아가씨도 덜 아프지 않겠어?”“숨어도 소용없어. 여기 내 친구들 많아. 어딜 가든 쉽게 도망치진 못할 거야.”소원은 마음이 강한 편이었기에 상대가 어떻게 말하든 그 자리에 숨어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2미터도 남지 않은 곳까지 가까이 다가오자 소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손에 쥔 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8화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소원을 보며 사과했다.“손님, 죄송해요. 감기 걸렸는데 손님에게 전염될까 봐 걱정돼서요.”소원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앱으로 차를 불렀기에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하는 대화가 녹음되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고할 수 있었기에 소원은 시름 놓고 뒷좌석에서 눈을 붙였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원이 눈을 번쩍 떴다. 아까 운전기사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소원이 깨어났을 땐 다시 마스크를 끼고 운전하고 있었다.소원은 꿈이라도 꾼 줄 알고 창밖을 내다봤다. 날씨가 우중충한 게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도로를 유심히 살피던 소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기사님, 혹시 길 잘못 드신 거 아니에요?”앱을 확인해 보니 차는 이미 경로를 한참 이탈했고 아예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아니에요. 이 길이 더 가깝고 비용도 적게 나와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코가 막힌 듯한 목소리던 운전기사는 지금 꽤 깔끔하고 상쾌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소원은 점점 한산해지는 주변 풍경을 보며 불안함이 엄습했다.“아니에요. 기사님. 지금 당장 원래 경로로 돌아가서 내비게이션 따라 운전해 주세요. 비용은 앱에 나온 대로 드릴게요.”“손님, 그러면 아까 말했어야지. 그 길 진작에 지나쳐서 다시 돌아가려면 너무 멀어요. 걱정하지 마요. 곧 도착할 거예요.”운전기사는 소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계속 엑셀을 밟았고 시속 120까지 올라갔다. 국도라 제한속도가 80인데 말이다.소원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져 신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배터리가 닳은 핸드폰이 소리를 내며 꺼졌다. 정말 되는 일이 없는 하루였다.핸드폰이 먹통이니 소원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자세히 돌이켜보니 차에 오르기 전 차량 색깔과 번호를 확인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근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소원은 옆에 있는 기사 카드를 발견했다. 카드에 찍힌 운전기사는 네모난 얼굴에 눈썹이 짙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7화

    소원은 이번 달에 두 번이나 반차를 냈다. 다른 직원도 한 달에 겨우 2날 반 정도만 반차를 낼 수 있었기에 소원도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다행히 영숙은 어머니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원의 말을 듣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만 덧붙였다. 소원은 얼른 기사에게 방향을 돌려 요양원으로 향하라고 했다.요양원에 도착한 소원을 보고 간병인 아줌마가 무척 놀라며 물었다.“소원 씨, 어쩐 일이에요?”소원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는 전미영을 보고 한시름 놓더니 이렇게 말했다.“요양원에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연락이 와서요.”“괜찮아요. 사모님 오후에 약간의 경련이 있긴 했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았어요. 주사를 맞고 지금까지 쭉 안정적이에요.”간병인 아줌마가 소원을 다독였다.“소원 씨, 너무 걱정하지 마요.”“다행이네요.”소원이 침대맡으로 다가가 앉았다. 중도에 잠깐 깨긴 했지만 전미영은 여전히 소원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매주 보러 와도 전미영은 소원을 알아보는 법이 없었기에 소원도 이제 적응했다. 언젠가 육경한이 전미영을 보러 온 적이 있는데 육경한을 보고는 매우 즐겁게 반겨줬다. 소원을 대할 때 느껴지는 거리감만 보면 오히려 육경한이 친자식 같기도 했다.소원도 이 일에 관해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지만 의사는 전미영이 깨어나자마자 본 사람이 육경한이라 육경한에게 익숙함과 신뢰감을 느낀다고 했고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게 몸 상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해줬다.게다가 애초에 전미영을 보살피는 일은 육경한이 전부 책임졌기에 무턱대고 육경한을 쫓아낼 수도 없었다. 그저 육경한이 문병 오는 시간을 피해 오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육경한은 일이 바빴기에 소원을 보러 오는 일이 드물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간병인 아줌마는 소원이 어딘가 피곤해 보이자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 얼른 들어가 쉬어요. 출근하느라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멀리서 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문병 온지 얼마나 됐다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6화

    집사는 일 처리를 마치고 서현재의 핸드폰을 서진태에게 바쳤다.“도련님 핸드폰 아까부터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 소원이라는 여자가 계속 찾는 것 같은데 뭘 알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처리할까요?”집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고 일 처리가 깔끔한 편이라 서진태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서진태는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에 하얗게 센 눈썹을 찡그렸다.“이 여자가 정말...”서진태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육경한 그 자식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이 여자를 죽이든 풀어주든 일단 육경한의 생각부터 파악해야 해.”서진태는 겉으로만 육경한에게 공손했지 속으로는 죽일 듯이 미워했다. 서현재를 빌미로 서씨 가문을 여러 번이나 물고 늘어졌지만 목숨 따위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강했고 외국에서 레전드로 남을만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이 바닥에서 명성을 널리 날린 터라 서씨 가문도 함부로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서씨 가문은 아직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하지만 집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세운 계획에 위협이 되는 사람이라면 백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어르신, 이 여자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결혼식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그땐 육씨 가문과 원수를 질뿐더러 도련님을 휘두를 핑계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모든 일이 난장판이 될 거라고요.”충성심이 하늘을 찌르는 집사는 사실 서진태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소원을 제거해 서씨 가문 후계자 자리에 위협이 되는 사람은 모조리 제거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집사가 생각하는 후계자는 서현재가 아니었다.선동당한 서진태는 집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 여자는 정말 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서현재도 이 여자를 위해 여러 번 서진태의 뜻을 거스른 적이 있기에 미래를 대비해 소원을 제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서진태가 집사에게 귀띔했다.“사람 보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 인신매매 업자에게 팔아도 좋으니까 최대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할 거야. 절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5화

    “요즘 바빠?”윤혜인이 물었다.“음... 조금.”소원의 대답은 거짓말이기도, 거짓말이 아니기도 했다. 클럽 일은 확실히 바빴다. 낮에는 잠을 보충하고 저녁에 나가서 새벽까지 일해야 하니 개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머니 전미영을 보러 갈 때도 퇴근하고 바로 가야 했기에 약간 피곤하기도 했다.그리고 이 일에 윤혜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세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 것이다. 게다가 육경한은 유진의 친부니 이준혁이 개입한다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했다.“그래. 나도 요즘 애가 어려서 모임을 줄였어.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아름이까지 데리고 너랑 유진이 보러 갈게.”“그래.”소원은 딱히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유진이랑 잘 지내고 있어.”윤혜인이 말했다.“그래. 꼭 그럴게.”전화를 끊고 나서도 소원은 윤혜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잘 지내라는데 유진이 육경한과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육경한 혼자라면 소원도 포기했을지 모른다. 소원의 몸 상태로는 유진의 곁을 오래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육경한 옆에 있으면 어느 날 소원이 바람처럼 사라진다 해도 부모님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하지만 소원은 방민아를 믿을 수가 없었다. 방민아는 사악한 속내를 숨기는데 능했기에 결혼해서 아이라도 가지면 유진을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제거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여 소원은 더 포기할 수 없었다. 유진이 표적이 되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혜인이 서현재의 개인 번호를 보내왔다. 소원이 얼른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한번 걸어도 받지 않자 소원은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서현재 씨, 나 소원이에요. 보면 회신해요. 긴히 해야 할 말이 있어요.]메시지를 보냈지만 한참 동안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소원은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3일 뒤면 결혼인데 그때 가서 서씨 가문의 통제를 벗어나려면 더 힘들어지게 된다. 게다가 서씨 가문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4화

    옆에 있던 사람이 좋다고 손뼉을 쳤다.“그래. 그래.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정신을 차리지. 인플루언서가 된 느낌이 어떤 건지 알려주자.”순간 구경하던 직원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소원의 얼굴을 찍으며 욕설을 퍼부었다.육연주는 이런 상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꼬리 치길 좋아하는 소원을 인터넷에 폭로해 얼마나 뻔뻔한 사람인지 세간에 알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소원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 눈에 육연주는 서현재의 와이프였고 서씨 가에서 인정한 며느릿감이었지만 소원은 아무 명분이 없었다. 그런 소원이 서한 그룹까지 찾아왔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하지만 소원은 서현재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서씨 가문에서 육연주를 고른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육연주는 공부라곤 해본 적이 없는 여자라 금융은 일절 몰랐기에 서한 그룹의 경영에 간섭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육연주는 육씨 가문 사람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었다.“육연주 씨, 서현재와 얘기 나누러 온 것뿐인데 뭐가 방해된다고 그래요.”소원은 여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육연주는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가방을 들어 소원에게 던졌다.“정말 여간 뻔뻔한 게 아니네요. 이런 수모를 겪어도 그런 말이 나와요?”소원이 옆으로 쓱 비키며 공격을 피했지만 육연주는 소원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보디가드를 불러 소원을 끌어냈다.“빌어먹을 년.”육연주는 소원이 끌려 나가는 걸 보고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벌건 대낮만 아니었으면 정말 소원을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결혼이 코앞이라 손에 피를 묻힐 수 없으니 여기서 멈췄지 아니면 정말 때려죽였을지도 모른다.“거기.”육연주가 데스크 직원들을 매섭게 쏘아보더니 경고했다.“오늘 일 현재 씨 귀에 들어가는 날엔 당신들부터 해고할 거야.”육연주는 이미 서한 그룹의 사모님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 데스크 직원들은 육연주가 언젠간 서씨 가문 안주인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눈치만 볼 뿐 대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