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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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임세희가 반응하기도 전에 소원이 질문을 던졌다."네 입으로 말해. 혜인한테 맞은 이유.”왠지 모를 불안감이 갑자기 덮쳐왔다. 임세희가 다급히 말했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 왜 그랬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소원이 웃음기를 완전히 지운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먼저 그랬잖아! 처음부터 이준혁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이준혁한테 버림받아 꼴좋다고 먼저 자극한 건 너잖아!"소원의 입에서 좀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 튀어나오자, 임세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다고!"하지만 임세희는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가 이 대화를 알고 있다하더라도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잡아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때, 소원이 입꼬리를 비틀며 결정타를 날렸다. "진정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너 아까 임신 진단서랑 친자 확인서도 네가 조작했다고 했지? 그걸 이준혁이 알고도 일부러 추궁하지 않은 거라고 당당히 말한 걸 내가 다 들었어!"소원의 말을 들은 이준혁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희야, 진짜야?""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역시나 임세희는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억울한 표정으로 그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준혁 오빠, 나 진짜 그런 말 한 적 없어. 소원 씨가 날 모함하고 있는 거야."임세희가 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원 씨,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있지도 않은 일을 진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예 훼손에 해당할 수 있어요. 윤혜인 씨한테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몰라도, 제발 사리 분간은 해주세요. 이번 일은 그냥 잠시 이성을 잃어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줄 테니, 다음번엔 같은 실수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세요.”소원은 역겨움에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겉으론 대인배인 것처럼 굴지만, 저 말은 다른 의미로 윤혜인을 모욕하는 것이었다. 겉과 속이 달라도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니, 소원은 임세희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더 이상 임세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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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소원은 임세희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기막히다는 듯 말했다. "와, 내가 살다 살다 별소리 다 듣는다. 넌 거울도 안 보고 살아? 혜인이가 뭐가 부족하다고 널 질투해? 보톡스 과다 주입으로 사람 얼굴 같지도 않은 네 면상? 아니면 유부남만 골라 꼬시는 그 능력? 그것도 아니면 뭐든 징징거리면 다 해결될 거라 착각하는 너의 멍청한 두뇌? 어디 하나 잘난 구석도 없으면서, 용케 그딴 소리 지껄이네."모든 말이 마치 비수처럼 임세희의 가슴에 꽂혔다. 이준혁만 없었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소원의 입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이때, 이준혁이 임세희가 잡고 있던 옷자락을 빼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희야, 저번에 내가 한 경고, 농담 같았어?"임세희의 머릿속에 지난번 이준혁이 임향숙을 경찰에 넘기면서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임세희는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준혁 오빠, 그게 아니라. 저거 다 거짓말이야. 윤혜인이랑 짜고 날 모함하려고 꾸민 짓일 거야....""하하!"소원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못 믿겠으면, 전문 기관에 의뢰해도 좋아.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닥쳐!"임세희가 이를 갈며 소원을 노려봤다. "친구라고 둘이 합세해서 지금 나를 모함하는 거잖아!"임세희가 이렇게 나오리라는 것을 소원도 예상하고 있었다. 어차피 임세희가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중요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가 손에 있었으니까. 오늘 굳이 이 자리에서 이 사실을 밝힌 것은,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볼일을 마친 소원은 주머니에 녹음기를 다시 걷어 넣고 임세희를 바라봤다. "너랑 시간 낭비할 시간 없으니까, 잘 들어. 앞으로 다시 한번 내 친구를 건드리면, 이 녹음된 거 그대로 인터넷에 퍼트릴 거야. 그렇게 되면 넌 평생 불륜녀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겠지. 그러니까 부디 처신 잘 하길 바라. 내가 이거 쓰는 일이 없도록!""네가 감히!"임세희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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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이준혁이 가라앉은 눈동자로 다시 한번 경고했다. "그러니까, 입조심 좀 하세요. 참견하지 말아야 할 일엔 참견하지 말고."그 말을 들은 소원이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이준혁, 설마 혜인이 당신을 용서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그의 표정을 본 소원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아차렸다. 역시 소설은 현실의 고증이었다. 소설에 보면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일도 잘하면 꼭 감정이 결렬되어 있던데, 이준혁이 딱 그 꼴이었다. 소원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를 비웃어줬다."당신 뜻대로 함부로 참견하지는 않을게, 하지만...."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혜인은 한번 결정한 일은 두 번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원은 완전히 이준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한참 소원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다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모습을 본 임세희가 다급히 물었다. "오빠, 녹음기는? 녹음기는 되찾았어?"임세희는 그가 당연히 녹음기 때문에 소원을 뒤쫓아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준혁이 쉽게 이번 일을 넘어가 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녹음기 때문에 점수는 좀 깎였겠지만, 노력한다면 그의 마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역시 오빠는 윤혜인보다 날 더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임세희는 속으로 소원과 윤혜인을 욕하면서 앞으로 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그렸다. 반드시 이준혁과 결혼해 윤혜인은 물론 소원도 함께 무너뜨릴 것을 다짐했다. 그녀가 한참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어느새 이준혁이 다가왔다. "세희야."이준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임세희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임세희가 고개를 들어 이준혁을 바라봤다. 병실 조명이 환하게 그의 얼굴을 비춰 유난히 화려한 이목구비를 더 빛나게 해줬다. 임세희는 넋을 잃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며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임세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준혁 오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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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임세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계획은 완벽했는데!'그녀는 모든 과정에 철저히 증거를 인멸했다. 꼬리가 잡힐 일이 없는데, 임세희는 분명 이준혁이 일부러 자신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네가 맞은 그 주사, L국에서 들여온 거잖아. 그리고 범인들은 굳이 왜 그 도주로를 선택했을까? 주훈이 수소문해서 당시 주변을 지나가던 차 블랙박스를 찾았어. 브레이크가 통제 불능이었던데? 그 많은 돈을 요구할 정신은 있었는데, 차는 허술하게 고장 난 걸 준비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아?"이준혁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임세희, 증거 인멸 성공했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어?"분명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지만, 임세희는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구슬픈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야... 오빠, 제발 내 말 좀 들어줘...."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그의 손목 위로 떨어졌다. 이준혁은 왠지 모를 혐오감이 밀려와 잡고 있던 턱을 매몰차게 내팽개쳤다. 임세희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질퍼덕하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며 머리가 울렸다. "아악!"임세희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이준혁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임세희, 난 잔머리 굴리는 사람 제일 싫어해. 예전엔 너한테 빚진 것이 있어 계속 봐줬지만, 이만하면 됐잖아? 이젠 남은 것도 없겠다, 널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물론 그도 의심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억 속 그녀의 존재가 너무 강인하게 각인돼, 매번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도무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나타났다. 그 순간, 가장 이준혁을 막막하게 한 것은 윤혜인을 대면하는 것이었다. 윤혜인은 수도 없이 그에게 임세희의 진짜 모습을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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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그동안 아름다웠던 모든 순간이 망상이었다고 그는 말해주고 있었다. 임세희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멍하니 있는 사이에, 이준혁은 망설임 없이 상황을 진행했다. "주훈아, 서울 정신병원에 연락 넣어. 임세희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고,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해줘."임세희는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꼈다. 서울 정신 병원이라니, 거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만 가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곳에 자신을 보내려고 하다니, 임세희는 기겁하고 말았다.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철저히 폐쇄된 채 운영되는 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쉽사리 나올 수 있는 데가 아니었다.임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준혁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장난하는 거지?""네가 혜인을 보내고 싶어 했던 곳이잖아?"윤혜인을 가둬놓으려 만들었던 덫이 부메랑이 되어 그녀에게 돌아왔다. 임세희는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조차 하지 못했다. 이때, 이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마지막 비수를 꽂았다. "그러니 너부터 체험해 봐."그 순간, 강력한 공포가 찾아와 임세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리고, 손이 발이 되도록 그에게 빌기 시작했다. "오빠, 잘못했어. 내가 진짜 잘못했어... 내가 그런 말을 했으면 안 됐는데, 이젠 진짜 안 그럴게... 그러니까 제발 정신병원만큼은 보내지 말아줘...."하지만 그는 비웃기만 할 뿐,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병실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임세희는 절망했다. 이대로 끌려갔다가는 정말 인생이 끝장날 것 같았다. 그녀가 날카롭게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준혁!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 나도 가족이 있다고! 날 정신병원에 가두면 우리 아빠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이준혁이 조용히 조소를 날리며 물었다. "임요한도 네가 꾀병 부린 거 알고 있어?"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임세희는 자리에 굳어버렸다. 지금까지 그가 임세희의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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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돌발 상황에 주훈은 우선 경호원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이준혁을 바라봤다. 지금은 그의 지시를 기다릴 때였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오빠 목숨도 구해줬는데!"임세희가 눈물을 짜내며 억지부리기 시작했다. ‘갚을 만큼 다 갚았다고? 누구 맘대로!’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목숨을 구해준 순간부터, 이준혁은 그녀의 것이었다. 임세희는 그가 자신한테서 벗어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준혁이라면 절대로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이준혁이 발걸음을 멈추며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임세희의 표정이 환희로 가득 찼다. 목숨을 건 협박이 제대로 통한 것 같았다. 이준혁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칼을 쥐고 있는 임세희의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하지 마."임세희는 그동안의 설움이 해소되는 듯한 기분에 눈물이 왈칵하고 터져 나왔다.역시, 이준혁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워 보이는 것뿐, 속은 다정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긴 세월 그녀를 돌봐줬을 리 없었다. 드디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임세희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렇지? 오빠가 날 그냥 내버려둘 리 없지...."하지만 환희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임세희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버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준혁이 으스러뜨릴 듯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임세희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아, 아파... 왜, 왜 그러는 거야...?"이준혁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칼을 목 위쪽, 경동맥과 더 가까운 쪽으로 움직였다. "거기 아니야. 여기, 여기를 찔러야 확실히 죽을 수 있어."차가운 칼날의 감촉을 느낀 임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뼛속까지 공포가 파고들었다. 당장이라도 칼날이 그녀의 목을 뚫고 들어올 것 같았다. "죽겠다며? 어서 찔러 봐."이준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내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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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간호사는 애쓰는 윤혜인의 모습이 안타까워 위로했다."회복하는 동안, 왼손 쓰는 연습도 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간호사가 떠나간 뒤에도 윤혜인은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 유리 조각을 잡으면서 손바닥 힘줄이 손상된 것 같았다. 한동안 오른손 쓰기는 어려워 보였다. 어쩐지 힘주면 손이 떨리더라니, 이 상태론 디자인 도안은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울 터였다.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전생에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하늘이 내게 이런 벌을 내리는 걸까?’처음엔 외할머니였고, 그다음엔 아이였다. 이젠 손까지, 안 그래도 가진 것이 없는데 자꾸만 빼앗아 갔다.이때, 이준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윤혜인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이준혁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좀 전까지 임세희한테 잔인하게 굴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그동안 눈이 멀어 임세희의 악행을 깨닫지 못하고 윤혜인을 방치했던 대가는 참담했다. 이준혁은 위로의 말을 꺼내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윤혜인은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공기 취급했다. 이준혁은 입을 달싹거리며 머뭇거렸다. 윤혜인은 며칠간 쉬었음에도 안색이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창백해지고 야위어 갔다. 이준혁은 말로 위로하는 대신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하지만 손이 채 닿기도 전에 윤혜인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윤혜인이 냉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밥 먹었어?"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다."이준혁 씨, 우리한테 그런 일상적인 대화,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날카로운 비수가 그의 가슴에 꽂혔다. 그래도 이준혁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임세희는 정신병원으로 보냈어."임세희의 이름이 나왔음에도 윤혜인의 표정은 매우 무덤덤했다. 임세희 따위, 그녀에겐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이준혁은 가슴이 저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가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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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윤혜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기가 막힌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병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그리고 이준혁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은 검은색 핸드백이었다. 핸드백이 정통으로 그의 등을 가격한 것이었다. 이어서 흰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문현미가 살기 어린 표정으로 그의 등을 때렸다. 하지만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문현미가 씩씩거리며 이준혁에게 말했다. "잘 보살피랬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같은 엄마로서 아이를 잃었다는 소식에 문현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동안 손주를 기다리면서 야금야금 사두었던 아기용품들도 이제 쓸모없게 되었다. 원래 윤혜인이 임신 7, 8개월에 접어들면 이태수에게도 말할 참이었다. 이 부분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약 미리 말했더라면, 겨우 회복한 이태수가 다시 드러누웠을 지도 몰랐다.문현미가 눈물을 흘리며 윤혜인을 끌어안았다."혜인아, 그동안 고생 많았지...."그러나 윤혜인은 눈물이 메말라 함께 울어줄 수가 없었다. 그녀가 공허한 눈빛으로 문현미에게 말했다."어머님, 저 이혼할래요."옆에 있던 이준혁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안 그래도 윤혜인이 자꾸 이혼하자는 바람에, 그는 문현미에게 윤혜인의 입원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현미가 이곳에 왔다는 건, 답이 하나밖에 없었다. 윤혜인이 이혼하기 위해 지원군을 부른 것이다."혜인아, 일단 몸부터 추스르면... 나머지는 내가 해결할게.""안돼!"이준혁이 차갑게 끼어들었다. 여태껏 그가 입을 닫고 있던 터라, 문현미는 그가 옆에 있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문현미가 화난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넌 나가 있어!"하지만 이준혁은 도리어 문현미를 끌고 병실 밖으로 향했다. 그는 문현미가 뭐라 대꾸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어머니 집까지 배웅해 드려."문현미가 이를 갈며 따졌다."너 이 녀석, 나 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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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이준혁은 주훈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주훈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CCTV부터 확인했다. 새벽 한 시쯤, 간호사가 졸고 있는 틈을 타, 윤혜인이 흰 원피스를 입은 채 병실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병원을 나가는 모습이 없었다. 주훈은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수를 다시 확인했다. 윤혜인은 밑으로 내려간 것이 아닌, 병원 제일 꼭대기 층, 18층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대표님, 옥상이에요."이 말을 들은 이준혁은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윤혜인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옥상 난간에 앉아 있었다. 하얀 원피스가 휘날리며 안 그래도 깡마른 몸매를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옥상 문을 연 이준혁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그의 몸을 뒤엎었다."윤혜인!"혹시라도 그녀가 놀랄까, 이준혁이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윤혜인은 듣지 못한 듯, 고개를 젖힌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너, 어딜 보고 있는 거야?"이준혁은 최대한 인기척을 죽인 채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때, 윤혜인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답했다."아기...."그녀가 가느다란 팔을 위로 뻗으며 허공을 가리켰다. "아기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어요."이준혁은 망치에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자리에 굳어버렸다. 저절로 손발이 떨려왔다. 하지만 위태로운 윤혜인의 모습에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리며 힘겹게 말했다. "일단 내려와, 응?"그제야 윤혜인이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절 놓아줄 수 있어요?"이준혁은 안된다고 불같이 화내고 싶었지만, 애써 분노를 내리누르며 말했다. "내려와서 얘기하면 안 될까?"그의 표정을 본 윤혜인은 자신의 작전이 절반은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할머니한테 잘살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목숨을 가지고 모험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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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할머니도 안 계시는 마당에, 그녀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던 아기가 떠났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아이마저 빼앗아 가는가?그동안의 모든 울분을 토해내듯, 윤혜인은 울고 또 울었다."그렇게 애원했는데...."그 절망적인 순간, 오지 못할 거면 최소한 신고라도 해줬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 그가 한 선택은 정말 최악 중 최악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구조가 되었더라면, 아이가 살았을지도 몰랐다. 정말 힘겹게 몸을 웅크리며 아이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준혁도 그때를 떠올리면 후회돼 미칠 것 같았다. 그가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미안해, 정말 미안해...."아무리 사과해도 그녀에게 닿지는 않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거밖에 없었다. 죽음 앞에선 인간은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였다. 마음 같아선 아이 대신 자신의 수명이라도 주고 싶었다. 윤혜인의 고통과 비교할 바는 안 되겠지만, 그도 아이만 생각하면 바늘이 가슴을 수천 번 찌르듯 아팠다. 윤혜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듯 그에게 애원했다. "제발 부탁이야. 더 이상 당신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이 말을 들은 이준혁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입안에서 신맛이 올라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준혁이 단념한 듯 잠긴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다음 날 오후.퇴원 절차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이준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정법원으로 향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시기를 늦추기 위해 40분 되는 거리를 돌고 돌아 한 시간을 더 돌았다. 두 사람 사이엔 오직 침묵뿐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장 평온한 순간이었다. 윤혜인도 마지막인 마당에 굳이 재촉하지 않고 차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법원 직원이 다짜고짜 사과부터 건넸다."죄송해요. 인터넷이 불안정해서 수리하는 데 조금 걸릴 것 같아요. 괜찮다면 내일 다시 오실래요?"이준혁의 마음에 희망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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