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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이준혁은 주훈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주훈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CCTV부터 확인했다.

새벽 한 시쯤, 간호사가 졸고 있는 틈을 타, 윤혜인이 흰 원피스를 입은 채 병실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병원을 나가는 모습이 없었다. 주훈은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수를 다시 확인했다. 윤혜인은 밑으로 내려간 것이 아닌, 병원 제일 꼭대기 층, 18층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대표님, 옥상이에요."

이 말을 들은 이준혁은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윤혜인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옥상 난간에 앉아 있었다. 하얀 원피스가 휘날리며 안 그래도 깡마른 몸매를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

옥상 문을 연 이준혁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그의 몸을 뒤엎었다.

"윤혜인!"

혹시라도 그녀가 놀랄까, 이준혁이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윤혜인은 듣지 못한 듯, 고개를 젖힌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이준혁은 최대한 인기척을 죽인 채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때, 윤혜인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답했다.

"아기...."

그녀가 가느다란 팔을 위로 뻗으며 허공을 가리켰다.

"아기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어요."

이준혁은 망치에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자리에 굳어버렸다. 저절로 손발이 떨려왔다. 하지만 위태로운 윤혜인의 모습에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리며 힘겹게 말했다.

"일단 내려와, 응?"

그제야 윤혜인이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절 놓아줄 수 있어요?"

이준혁은 안된다고 불같이 화내고 싶었지만, 애써 분노를 내리누르며 말했다.

"내려와서 얘기하면 안 될까?"

그의 표정을 본 윤혜인은 자신의 작전이 절반은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할머니한테 잘살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목숨을 가지고 모험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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