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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이준혁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표정을 본 윤혜인은 당황했다. 그가 거짓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혼을 위해 그런 연기까지 한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준혁은 아마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혜인은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편이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소원이 나타나 윤혜인을 보호하며 이준혁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이없네. 먼저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이야? 그쪽이 잘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혜인이니까 이 정도로 끝냈지, 나였으면 그쪽은 진작에 무덤에 들어갔어."

소원은 친구인 윤혜인을 보호하려 했다. 이준혁은 이런 취급을 당해도 쌌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마주친 이준혁은 그림자가 조금 가신 듯했지만, 여전히 창백했다. 윤혜인은 얼마 전에 주훈으로부터 그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쇠약한 이준혁의 모습을 보며,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무정하게 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연민은 많지만, 쉽게 매정해지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윤혜인은 이번에도 그가 말을 걸어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준혁은 한참 그녀를 바라볼 뿐, 곧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 다시는 보지 말자던 그녀의 말에 대한 대답일지도 몰랐다. 원하던 바였으나, 윤혜인은 그의 냉정함에 마음 한쪽이 쓰라렸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의 마음속 깊이 박힌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윤혜인은 이렇게 서로를 완전히 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육경한이 차가운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이따가, 나 좀 보자. 우리 아직 못다 한 얘기가 있잖아, 그렇지?"

술집에서 나온 후, 둘 다 술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소원은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녀는 윤혜인을 먼저 데려다준 뒤, 육경한의 아파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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