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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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남자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윤혜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이라도 형량 적게 받고 싶으면, 당장 핸드폰 이리 내놔!""그건 또 왜?"윤혜인은 말없이 유리 조각을 더 지그시 눌렀다. 흐르는 피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며 상의를 빨갛게 물들였다. 다급해진 남자들이 몰래 갖고 온 핸드폰을 윤혜인 앞으로 던졌다.손이 덜덜 떨리며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지만, 그녀는 간신히 112에 연락하는 것에 성공했다."저 납치당했어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배 속에 아이도 있는데, 제발 빨리 와주세요."순간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후드득, 폭포수처럼 떨어졌다."아이가, 아이가 위급해요... 제발 아이만이라도, 아이만이라도 구해주세요...."윤혜인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간절히 빌었다.의식이 모호해지며 눈앞이 온통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였다. 이제는 남자들이 앞에 있어도 제대로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피가 빠져나가면서 통증이 마비되어 갔다. 하지만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남자들이 또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윤혜인은 어떻게든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더 세게 유리 조각을 붙잡았다."위치 추적 완료됐어요.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전화 끊으시면 안 돼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그제야 팽팽했던 긴장이 조금 풀렸지만, 그녀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빨리 와주세요. 저 지금 꼭 연락할 데가 있어요...."윤혜인은 다시 한번 힘을 쥐어짜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기계음의 안내 음성이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이 소리를 들은 윤혜인은 자조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쯤 임세희를 구출하느라 나 같은 건 잊어버렸겠지.'그래도 마지막 말은 전해야 했다."이준혁 씨, 이제 저랑 아기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 장례식 치르고 나면 저랑 아기는 외할머니 있는 곳에 묻어주세요. 부디 다음 생엔 다시 만나는 일이 없길 바라요."눈물과 피가 뒤섞여 바닥에 뚝뚝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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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창고 밖,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이준혁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대표님, 다 막아뒀어요.""좋아."주변은 다 포위되었고, 임세희만 구출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준혁은 자꾸만 불안감이 차올랐다. 특히 좀 전에 연락 온 모르는 전화가 가장 신경이 쓰였다. 당장이라도 윤혜인과 통화해야만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해도 윤혜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그가 주훈에게 연락을 넣었다."혜인은 만났어?""못 만났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택시 타고 가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네요.""그럼 바로 스카이 별장으로 가서 확인해 봐.""네.""그리고 5분 전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는데, 위치 추적 한번 해줘."전화를 끊은 뒤, 이준혁은 우선 윤혜인에게 문자라도 남겨보기로 했다. 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도무지 읽음이라는 표시가 뜨지 않았다. '많이 삐졌나? 아니면 소원 씨라도 만나러 갔나?'그는 애써 침착하려 생각을 전환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은 더 커질 뿐이었다. 결국 그는 소원에게 연락을 넣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순간, 갑자기 창고 문이 쾅 하고 굉음을 내며 검은색 MPV 차량이 돌진해 나왔다.경호원 한 명이 다급히 그에게 달려오며 말했다."대표님, 놈들이 도망쳤어요. 쫓을까요?""쫓아."이준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린 뒤, 곧바로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 문은 이미 좀 전에 충격으로 반파되어 있었다. 이준혁이 안으로 들어서며 남은 문짝까지 걷어차자, 문은 종잇장처럼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먼지 사이로 작은 체구의 인영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임세희의 몸은 채찍질로 엉망이 되어 있었으며, 손목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준혁은 다급히 셔츠 자락을 찢어 손목을 지혈한 뒤, 그녀를 곧바로 차로 옮겼다. 그녀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매우 뜨거웠다.임세희가 가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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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준혁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손발이 덜덜 떨려왔다. "대표님...."주훈이 걱정스레 이준혁을 불렀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준혁의 약한 모습이라니, 그로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겉모습이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결국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대표님, 괜찮으세요...?"한참이 지나도 이준혁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주훈이 부축하러 다가섰다. 하지만 이준혁이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도움을 거절했다. "너는, 여기 남아서 임세희나 돌봐."그리고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윤혜인을 찾아 떠났다. 이준혁은 어렵지 않게 윤혜인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수술 중이라 당장 만날 수는 없었다.이때,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마음을 조리고 있던 소원이 그를 발견하곤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소원이 이를 악문 채 그를 비꼬았다.하지만 이준혁은 전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물었다. "혜인은 어떻게 됐어요?"소원은 기가 막혔다. 끓는 불에 기름 붓는 것도 아니고, 이준혁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혜인이 어떻게 됐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그녀가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자 이준혁은 점점 인내심이 바닥났다.“묻잖아! 혜인이 어떻게 됐냐고!”이준혁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소원을 밀어붙였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그녀와 말싸움 따위를 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윤혜인이 어떻게 됐는지, 그걸 아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하지만 소원은 그의 분위기에 전혀 겁먹지 않고 더 강하게 나왔다."이 위선자!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굴지 마! 누가 모를 줄 알아? 너, 그 여우 같은 년 구하느라 혜인이를 방치한 거잖아! 혜인인 내가 돌볼 테니, 그쪽 선택했으면 그쪽으로 꺼지라고!"소원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퇴원한다던 사람이 갑자기 응급실행이라니, 그것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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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한껏 쏘아붙이면 속이라도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의 표정을 보자, 소원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이준혁,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알아? 사람의 뇌는 사고라는 걸 하라고 있는 거야. 근데 왜 자꾸 하지 말아야 할 짓만 골라서 해? 부부 사이에 제삼자가 끼어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이준혁과 윤혜인은 법적인 부부였다. 윤혜인이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임세희를 포기 못 하겠으면, 혜인이라도 놔줘. 아무 잘못 없는 애 좀 그만 괴롭히라고!”이준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소원의 말한마디, 한 마디가 화살이 되어 그의 심장에 꽂혔다.“그만 닥쳐!”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더 세게 그를 몰아붙였다.“당신, 절대로 혜인이한테 용서받지 못할 거야.”소원은 누구보다 윤혜인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아이까지 잘못된 마당에, 윤혜인이 그를 용서할 일은 없었다. 이제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겼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으나, 이준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분노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수술실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윤혜인이 나오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의사가 분주히 중환자실과 무전을 하며, 윤혜인이 창백하게 누워 있는 침상을 끌고 나오고 있었다. 윤혜인의 머리는 온통 피 칠갑이 되어 있었고, 입에는 호흡기가, 몸에는 각종 의료 기기가 붙어 있어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이준혁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석상이 된 것처럼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때 한 간호사가 그를 옆으로 잡아당기며 말했다.“선생님, 죄송하지만 비켜주세요.”간호사가 강하게 잡아당긴 것도 아닌데, 이준혁은 마치 끈 떨어진 인형처럼 휘청거렸다. 놀란 간호사가 하얗게 질린 그의 표정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진료 필요하세요?”이준혁이 고개를 저으며 빠른 걸음으로 의사에게 다가갔다.“제 아내는 왜 안 깨어나나요?”그가 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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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이준혁은 누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상태를 눈치챈 의사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으니까,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본인 몸부터 돌보세요. 그래야 환자를 돌볼 기력도 생기죠."의사가 떠난 후, 옆에 있던 비서가 전화를 가져왔다.이준혁은 곧바로 김성훈에게 연락을 넣었다."성훈아, 나 좀 도와줘."통화를 마치자,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이준혁은 뭔가에 홀린 듯, 그것을 눌렀다. 그리고는 들려오는 윤혜인의 갈라진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눈앞이 까매지고, 바닥이 꺼지는 듯한 절망이 찾아왔다. 모든 말이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그의 안일한 생각이 가져다준 결과는 너무나도 처참했다. 눈가가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터져 나왔다. 결국 마지막 한마디, 다음 생엔 절대로 다시 만나지 말자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준혁은 무너지고 말았다.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하지만 소원은 그런 그가 불쌍하기는커녕, 너무나도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녀가 이준혁의 멱살을 잡으며 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혜인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아이 가진 몸으로 그 모진 고통 견디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이준혁이 반박하지 못하자, 소원은 더 분노하며 그를 공격했다."혜인이 못 깨어나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평소의 이준혁이었다면, 절대로 이런 그녀를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원은 윤혜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가 여기서 소원을 뿌리쳐 다치기라도 한다면, 윤혜인한테 더 미움을 살 것 같았다.소원은 분노에 이성을 잃은 채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혜인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혜인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잔인하게 대하느냐고! 당신 정말 최악이야!"이준혁이 소원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준혁아!"이때, 육경한과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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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소원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윤혜인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준혁은 아무것도 몰랐다니, 얼음으로 만들어진 심장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혜인이 왜 잘하던 디자인을 포기하고 겨우 비서로 들어간 것 같아? 결혼하고 2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당신 재산 탐낸 적 있어? 스스로 더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었는데도, 당신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한 거잖아!"이준혁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여태까지 할아버지 때문에 윤혜인이 그의 옆에 붙어 있은 줄 알았다. 그런데 소원의 말을 듣자, 어쩌면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침묵하던 이준혁이 겨우 입을 열었다. "혜인이 언제부터...."도대체 언제부터 윤혜인이 그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지, 그는 도저히 짐작되지 않았다."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소원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제 당신한테 정나미가 다 떨어졌을 텐데, 지나간 일을 따져서 뭐 하려고? 어차피 다 끝난 관계잖아."사실 소원도 정확히 언제부터 윤혜인이 이준혁을 좋아했는지 몰랐다. 다만 굉장히 오래됐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아까 한 말의 일부는 그녀가 이준혁을 더 괴롭게 만들려고 지어낸 말도 있었다."말해!""직접 물어봐. 당신 마누라잖아!"이때, 문득 떠오른 듯 소원이 덧붙였다."아, 이제부터는 아니겠구나."그 말을 들은 이준혁의 표정이 점점 싸늘하게 변했다."이준혁, 혜인이가 깨어나면 과연 당신을 계속 사랑할까? 어차피 당신은 혜인이한테 지나간 사람일 텐데."모든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에 꽂혔다. 이준혁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소원은 그러던 말던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육경한이 다급히 그녀의 입을 막으며 들쳐업었다."내 사람이니까, 내가 알아서 잘 교육할게."육경한은 그렇게 말한 뒤, 비상구 쪽으로 걸어갔다.그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육경한의 어깨를 마구 때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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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소원은 그만 발에 걸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비상구 문이 닫히며,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열받은 소원이 욕설을 내뱉으려는 순간, 문 너머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경한 씨, 여기 어쩐 일이에요?"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진아연이었다.육경한은 문고리에서 손을 떼며 진아연을 바라봤다."친구 만나러 왔어. 병원엔 어쩐 일이야? 어디 아파?"하지만 진아연은 이미 수상함을 감지한 뒤였다. 은은한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육경한에게 몸을 기대었다."어지러워서 좀 검사받으러 왔어요.""피곤해?"그러자 육경한이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 여기 사람 너무 많은데..."육경한이 닫힌 비상구 문을 보며 일부러 더 과장되게 말하기 시작했다."신경 쓸게 뭐 있어? 내가 내 마누라 안겠다는데!"그러자 진아연이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웅얼거렸다."부끄러워서 그러죠."육경현이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이보다 더한 것 할 때도 뭐라 안 하더니, 뭐가 부끄러워."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문에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소원은 아직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넘어질 때 부딪힌 무릎이 아직 아팠기 때문이다. 비록 육경한이 3년 안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짜 약혼녀 앞에선 당당할 수 없었다. 소원은 언제든지 그에게 버려질지도 모르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비상구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진아연은 어쩌고 여길 왔어?"당연히 육경한일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하얀 가운을 입은 낯선 남자였다. "죄송해요."당황한 소원이 얼른 사과를 건넸다."괜찮아요."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주머니에 다시 걷어 넣었다.그대로 있기 민망했던 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몇 발짝 떼기도 전에 몸이 휘청하고 흔들렸다. 좀 전에 넘어질 때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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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아이의 인영이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없어졌다. 이어서 어딘가에 금속이 달그락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못 살릴 것 같아요. 우선 자궁부터 수술 마무리하고, 다른 데를 치료하죠."윤혜인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애원했다."안 돼요. 우리 아이 데려가지 마세요...."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차가운 금속이 몸을 가르는 느낌과 함께 아이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잃는다는 건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눈물이 주룩주룩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차가운 눈밭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과 함께, 그녀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윤혜인이 의식을 잃고 4일이 지났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준혁은 의사가 호전됐다는 얘기를 전해주면 잠시 안도했다가, 또 고열이 시작됐다는 얘기에 심장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가,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김성훈이 손에 서류봉투를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이건 윤혜인 씨가 전에 부탁했던 친자확인서야.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혜인 씨를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윤혜인 씨가 그런 짓할 리 없잖아."이준혁이 초췌한 표정으로 서류봉투를 열었다. 친자 확률 99.9프로....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서류로 확인하는 것은 그에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도대체 내가 그동안 무슨 짓 한 거지...?'강력한 후회가 물밀려 왔다. 그동안 윤혜인에게 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부메랑이 되어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게다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 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장난으로 치부하며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야....'이준혁은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서를 빌고 싶어도 윤혜인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소원도 아버지를 돌보는 시간 외에 항상 병원 대기실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괴로워하는 남자를 보며 코웃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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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제일 먼저 병실을 방문한 사람은 형사였다. 하지만 윤혜인은 목에 상처를 입은 데다가 막 일어난 터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형사들은 간단하게 그날 상황을 전한 뒤, 몇 가지만 확인받고 병실을 떠났다. 이어서 소원이 병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얼굴에 덕지덕지 남아있는 상처를 보곤 그만 울음이 터졌다. 그녀는 차마 윤혜인이 아파할까 봐 끌어안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한참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제대로 그녀와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윤혜인도 한참 꿈속에서 헤매며 울었던 터라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원은 또 코끝이 저렸으나, 애써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혜인아, 힘들면 참지 말고 다 토해내."아이가 태어나면 소원 보고 대모가 되어달라는 부탁까지 했던 윤혜인이었다. 그렇게 기대하던 아이를 허무하게 잃어버렸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윤혜인도, 아이도 너무나 불쌍했다. 소원은 자꾸만 울컥 치솟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윤혜인이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메마르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은 더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 처음 내뱉은 말이 이거라니, 소원은 괜히 더 눈가가 시큰거렸다. 사실, 이 상처는 얼굴에 나긴 했지만, 귀와 가까운 부분에 입은 상처라 머리카락이 내려오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윤혜인한테 발견될 거라 생각 못 했었다. "네가 지금 내 걱정할 때야?"소원은 일부러 투덜거리며 말을 회피했다. 하지만 윤혜인은 집요하게 말 대신 손가락으로 그녀를 꾹꾹 누르며 답을 재촉했다. 결국 소원은 대충 말을 지어내 대답한 뒤에야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 시답지 않은 얘기로 꽃을 피웠다. 소원은 최대한 윤혜인을 즐겁게 하기 위해 농담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솔직히 윤혜인이 웃어줄 거란 생각은 못 했었다. 그런데 웃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윤혜인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해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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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병실에 들어가 보니, 간병인이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준혁은 조용히 간병인을 깨워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다음 최대한 인기척을 죽인 채 윤혜인 옆으로 다가갔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인지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침대인데도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조심스레 윤혜인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때,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윤혜인이 눈을 번쩍 떴다. 사실 윤혜인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로 계속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잠이라도 들면 꿈속에서 아이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노력해도 의식이 잠기지 않았다. 미동이 없었던 건, 늦은 시간에 고생하는 간병인을 배려해 자는 척했던 것뿐이었다. 사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순간, 익숙한 체취에 단번에 이준혁이 들어왔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하고 싶지 않아 다가오는 인기척에도 모른 척했는데, 이마에 손이 닿으려는 순간 도무지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이준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혜인아….”“나가요.”윤혜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이준혁과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혜인아, 정말 몰랐어. 알았더라면….”변명 같지 않은 변명, 윤혜인은 듣고 싶지도 않았다. “애 죽으니 속 시원해요?”차라리 울며불며 욕하거나 때리는 것이 나을 뻔했다. 담담한 한마디가 이토록 아플 수 있을 줄이야,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준혁의 상처받은 표정이 보였으나, 윤혜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혼 얘기는 내일 하고, 오늘은 나가줘요.”감정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매우 단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준혁이 다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간절히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무조건 네 말이라면 믿을게. 아이도 앞으로 다시 생길 거야….”아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윤혜인은 참을 수 없어 그에게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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