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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소원은 그만 발에 걸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비상구 문이 닫히며,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열받은 소원이 욕설을 내뱉으려는 순간, 문 너머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한 씨, 여기 어쩐 일이에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진아연이었다.

육경한은 문고리에서 손을 떼며 진아연을 바라봤다.

"친구 만나러 왔어. 병원엔 어쩐 일이야? 어디 아파?"

하지만 진아연은 이미 수상함을 감지한 뒤였다. 은은한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육경한에게 몸을 기대었다.

"어지러워서 좀 검사받으러 왔어요."

"피곤해?"

그러자 육경한이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 여기 사람 너무 많은데..."

육경한이 닫힌 비상구 문을 보며 일부러 더 과장되게 말하기 시작했다.

"신경 쓸게 뭐 있어? 내가 내 마누라 안겠다는데!"

그러자 진아연이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웅얼거렸다.

"부끄러워서 그러죠."

육경현이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다 더한 것 할 때도 뭐라 안 하더니, 뭐가 부끄러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문에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소원은 아직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넘어질 때 부딪힌 무릎이 아직 아팠기 때문이다.

비록 육경한이 3년 안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짜 약혼녀 앞에선 당당할 수 없었다. 소원은 언제든지 그에게 버려질지도 모르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비상구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진아연은 어쩌고 여길 왔어?"

당연히 육경한일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하얀 가운을 입은 낯선 남자였다.

"죄송해요."

당황한 소원이 얼른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요."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주머니에 다시 걷어 넣었다.

그대로 있기 민망했던 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몇 발짝 떼기도 전에 몸이 휘청하고 흔들렸다. 좀 전에 넘어질 때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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