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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돌발 상황에 주훈은 우선 경호원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이준혁을 바라봤다. 지금은 그의 지시를 기다릴 때였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오빠 목숨도 구해줬는데!"

임세희가 눈물을 짜내며 억지부리기 시작했다.

‘갚을 만큼 다 갚았다고? 누구 맘대로!’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목숨을 구해준 순간부터, 이준혁은 그녀의 것이었다. 임세희는 그가 자신한테서 벗어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준혁이라면 절대로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준혁이 발걸음을 멈추며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임세희의 표정이 환희로 가득 찼다. 목숨을 건 협박이 제대로 통한 것 같았다. 이준혁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칼을 쥐고 있는 임세희의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하지 마."

임세희는 그동안의 설움이 해소되는 듯한 기분에 눈물이 왈칵하고 터져 나왔다.

역시, 이준혁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워 보이는 것뿐, 속은 다정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긴 세월 그녀를 돌봐줬을 리 없었다. 드디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임세희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오빠가 날 그냥 내버려둘 리 없지...."

하지만 환희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임세희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버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준혁이 으스러뜨릴 듯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세희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아, 아파... 왜, 왜 그러는 거야...?"

이준혁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칼을 목 위쪽, 경동맥과 더 가까운 쪽으로 움직였다.

"거기 아니야. 여기, 여기를 찔러야 확실히 죽을 수 있어."

차가운 칼날의 감촉을 느낀 임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뼛속까지 공포가 파고들었다. 당장이라도 칼날이 그녀의 목을 뚫고 들어올 것 같았다.

"죽겠다며? 어서 찔러 봐."

이준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면, 내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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