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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이준혁이 가라앉은 눈동자로 다시 한번 경고했다.

"그러니까, 입조심 좀 하세요. 참견하지 말아야 할 일엔 참견하지 말고."

그 말을 들은 소원이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이준혁, 설마 혜인이 당신을 용서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의 표정을 본 소원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아차렸다. 역시 소설은 현실의 고증이었다. 소설에 보면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일도 잘하면 꼭 감정이 결렬되어 있던데, 이준혁이 딱 그 꼴이었다.

소원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를 비웃어줬다.

"당신 뜻대로 함부로 참견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혜인은 한번 결정한 일은 두 번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원은 완전히 이준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한참 소원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다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모습을 본 임세희가 다급히 물었다.

"오빠, 녹음기는? 녹음기는 되찾았어?"

임세희는 그가 당연히 녹음기 때문에 소원을 뒤쫓아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준혁이 쉽게 이번 일을 넘어가 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녹음기 때문에 점수는 좀 깎였겠지만, 노력한다면 그의 마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역시 오빠는 윤혜인보다 날 더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임세희는 속으로 소원과 윤혜인을 욕하면서 앞으로 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그렸다.

반드시 이준혁과 결혼해 윤혜인은 물론 소원도 함께 무너뜨릴 것을 다짐했다.

그녀가 한참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어느새 이준혁이 다가왔다.

"세희야."

이준혁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임세희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임세희가 고개를 들어 이준혁을 바라봤다. 병실 조명이 환하게 그의 얼굴을 비춰 유난히 화려한 이목구비를 더 빛나게 해줬다. 임세희는 넋을 잃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며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임세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준혁 오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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