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011 - 챕터 1020

1134 챕터

제1011화

‘만약 준혁 씨가 임신한 걸 알았다면 어떻게 생각할까?’하지만 이내 이준혁이 했던 차가운 말들이 떠올랐다.“우리?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이혼했는데 사랑은 무슨. 너무 우습다.”“사랑했다면 왜 이혼했겠어?”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에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윤혜인이 곽경천의 옷깃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빠, 생각 정리하기 전에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좋겠어.”곽경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윤혜인은 몸에 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곽아름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집에 돌아와 보니 단발에 네모난 안경을 쓴 여자가 곽아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윤혜인은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홍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이 사람은 누구예요?”홍 아주머니가 대답했다.“새로 온 상담 선생님이에요. 전에 상담하던 선생님이 출장 가면서 이 선생님을 추천하셨어요. 도련님도 문제없다면서 오케이 하셨고요.”곽아름은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았고 상태가 매주 좋아 보였다.윤혜인도 옆에서 상담 선생님이 상담하는 걸 잠깐 지켜봤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이 상담 선생님은 전에 온 선생님보다 더 활발하게 다가갔고 곽아름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선생님은 곽아름과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홍 아주머니에게 아이의 엄마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홍 아주머니는 윤혜인에게 확인하고 나서 선생님을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선생님은 윤혜인과 악수하더니 말했다.“안녕하세요. 이진화라고 합니다.”“선생님, 안녕하세요.”이진화가 손으로 쓴 보고서를 내밀며 말했다.“곽아름 어린이에 대한 분석 보고서입니다. 한번 확인해 주세요.”윤혜인이 보고서를 받아 들더니 자세히 확인했다.이진화가 말했다.“대화를 옆에서 지켜보셨으니 아실 거예요. 곽아름 어린이는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용감해요. 부족한 부분을 꼽아보자면 너무 외롭다는 거예요. 어머님도 자녀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부터 계획해 보는 것도 좋아요. 곽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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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그 뒤로 윤혜인도 며칠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천수 때문에 흐트러진 작업실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이준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다들 들었는지 윤혜인을 괴롭히던 고객들도 갑자기 태도가 좋아졌다.어떤 고객은 3배의 배상도 필요 없다면서 통쾌하게 계속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전에 이미 3배의 배상을 받은 고객은 다시 돈을 돌려주기까지 했다.고객들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윤혜인은 의문을 품었고 평소 비교적 친하게 지내던 고객에게 이유를 물으려 했다.윤혜인은 상대와 상가의 한 식당에서 만나 밥까지 먹을 생각이었다. 마침 주변에 있던 윤혜인은 일찍 상가에 도착했다.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어린이용품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진열대에 비치된 옷들이 너무 깜찍하고 예뻤다.더 자세히 보기도 전에 두 사람이 매장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남자는 잘빠진 슈트를 입고 있었고 외모가 준수한 데다 체격이 일품이었다. 같이 온 여자는 거의 만삭이었고 선글라스를 낀 채 손에는 매장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쇼핑백은 무겁지 않아 보였다.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낀 채 달콤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서 임산부의 아름다움을 다분히 느낄 수 있었다.윤혜인의 눈까풀이 세게 뛰었다.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데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윤혜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원지민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추더니 선글라스를 벗으며 웃었다.“준혁아, 윤혜인 씨네.”원지민은 다시 대범한 척하던 그때로 돌아갔고 윤혜인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하지만 윤혜인의 눈에는 오만한 웃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뒤에 숨은 뜻이 무엇인지는 두 사람만 알았다.원지민이 덤덤하게 말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쇼핑하러 왔어요?”윤혜인은 한참 노력해서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그러게요.”말하면서도 윤혜인은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익숙한 흔적을 찾아내려 했지만 이준혁은 낯설 정도로 차가웠다.원지민은 윤혜인의 눈빛이 아니꼬워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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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윤혜인은 머리가 복잡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이준혁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고 자기 자신을 설득했다. 아직 전쟁을 치르기 전인데 먼저 마음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혜인 씨.”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오늘 만나려 했던 사람을 여기서 마주친 것이다.윤혜인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차 대표님.”상대는 마케팅팀의 본부장이었다. 성격이 통쾌한 편이라 윤혜인과도 잘 맞았다.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자 차 대표가 걱정스레 물었다.“왜 여기 이렇게 서 있어요? 몸이 안 좋아요?”윤혜인이 멈칫했다.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도 그녀가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발견했는데 이준혁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기에 윤혜인의 안색이 굳은 걸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못 본 척했다는 건 정말 그냥 관심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차 대표가 관심했다.“아니면 다음에 만날까요? 일단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윤혜인이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었다.“아니요. 괜찮아요. 갈까요?”“뭐 먹을까요?”“갈치조림은 어때요?”윤혜인이 말했다.유명하다고 소문난 식당에 가보니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다행히 손님이 많이 몰릴 때가 아니어서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윤혜인 차례가 되자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갈치조림이요.”윤혜인이 말했다.원지민이 맛있다고 한 갈치조림이 어떤 맛인지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웨이터가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갈치조림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미 다 나가고 없어요.”차 대표는 열정적이고 사람을 관심할 줄 아는 여자였기에 윤혜인의 안색을 보고 몸보신을 시켜주려 했다. 하여 웨이터가 금방 내온 갈치조림을 보며 말했다.“저 팀은 두 사람밖에 없는데 다 드실 수 있대요? 혹시 좀 나눠줄 수 있는지 확인해 주실래요? 값은 맞춰서 드린다고 하세요.”아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기에 차 대표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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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윤혜인이 멈칫하더니 물었다.“무슨 말이에요?”차 대표가 무를 한입 베어 물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회사를 포함한 다른 회사도 여럿 물어봤는데 이선 그룹과의 거래가 막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연구해봤는데 거래가 막힌 정도와 전에 우리가 달밤을 괴롭힌 정도가 맞물렸어요.”윤혜인이 대화에 몰두하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우리는 그나마 괜찮은 수준이었어요. 애초에 달밤을 괴롭힐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니까. 그냥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입장이었죠. 근데 우리가 관찰한 데 의하면 달밤을 제일 세게 괴롭혔던 회사들은 업무가 꽉 막혀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차 대표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이선 그룹이 달밤의 업무를 다시 찾아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왜 다들 태도가 변했는지 알겠죠?”윤혜인이 생각을 정리하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죄송해요.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네. 그래요.”윤혜인이 조용한 곳을 찾아 주훈에게 전화를 걸었다.“혜인 씨, 무슨 일이죠?”주훈은 전에 윤혜인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호칭이 바뀐 게 누구의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윤혜인은 실망감을 감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주훈 씨,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자료 분실로 인한 후폭풍을 막아줘서 고마워요.”주훈이 잽싸게 대응했다.“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윤혜인이 놀란 척 이렇게 되물었다.“주훈 씨가 도운 거 아니었어요? 오빠 말로는 이선 그룹에서 그런 의향을 내비치는 바람에 여러 회사에서 태도를 바꾼 거라고 하던데. 주훈 씨가 아니라면 설마…”이러다 이준혁의 이름이 나올 것 같았다.당황한 주훈이 이렇게 말했다.“저 맞아요. 꼭 비밀 지켜주셔야 해요. 대표님이 아시면 저 모가지 날아가는 거 아시죠?”주훈은 이준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혹시나 윤혜인이 이준혁이 지시한 일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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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떨떠름해진 윤혜인이 손을 거두더니 이준혁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나 걱정한 거예요?”윤혜인이 뒤에 있는 펜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떨어질까 봐?”이준혁이 그런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뭔가 비아냥대려는데 윤혜인이 이준혁의 입을 틀어막았다.“아무 말도 하지 마요.”윤혜인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나 아직 걱정하는 거 알아요.”이준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손은 닦았어?”이 말에 윤혜인이 하마터면 발끈할 뻔했다.이준혁은 마치 더러운 거라도 묻었다는 듯이 옆에 있는 수도를 틀어 입과 얼굴을 닦았다.윤혜인은 이준혁을 졸졸 따라와 이렇게 말했다.“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때 다시 얘기해요.”“…”이준혁은 말문이 막혔다.윤혜인이 몸을 돌렸다. 기분은 이미 매우 좋아진 상태였다.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윤혜인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걸 느꼈다.생사도 이별도 다 겪은 두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준혁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여러 번이나 목숨을 마다하지 않았다.윤혜인은 목숨을 바칠 만큼의 감정이 사랑이 아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작 몇 번 상처 준 걸로 그를 떠나 혼자 싸우게 한다면 정말 매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감정에 충실하고 사랑에 충실히 할 생각이었다. 절대 아쉬움을 남겨서는 안 된다.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윤혜인은 예상대로 이준혁을 찾으러 온 원지민과 마주쳤다.이준혁이 돌아오고 난 후로 원지민은 한시도 시름을 놓은 적이 없었다..윤혜인이 식당을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준혁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로 따라 나갔다. 원지민은 너무 불안해서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준혁은 이번에 다시 돌아온 뒤로 그녀를 대하는 게 많이 부드러워졌고 약속까지 했다.분명 큰 경사였지만 원지민은 불안하고 걱정되고 무서웠다.한여름 밤의 꿈일까 봐,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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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내가 허튼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당신이 저지른 악행 정말 아무도 모를 거라고 정말 생각해요?”윤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억해둬요. 아직 때가 안 왔을 뿐 결코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원지민은 여전히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지만 윤혜인은 우아하게 원지민 옆을 지나갔다.원지민은 분노로 폭발할 듯했다.눈을 굴리던 그녀는 갑자기 옆에 있던 화분을 들어 올렸다.막 던지려고 했을 때,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놔!”원지민은 서울에서 늘 제멋대로 굴어왔고 일이 끝난 후엔 항상 누군가가 뒤처리를 해줬다.그녀는 이번에도 성가신 참견꾼을 만났다고 생각하며 거칠게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날 막아?”그런데 그녀의 말은 상대방의 손목에 끼워진 한정판 다이아몬드 시계를 보자마자 멈췄다.“준혁아...”원지민은 당황한 얼굴로 말을 얼버무렸다.“그, 그게... 화분이 제대로 놓여 있지 않아서 바로잡으려고 했던 거야.”하지만 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도 놓지 않았다.그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원지민의 손목을 점점 더 강하게 움켜쥐며 ‘뚝' 하고 작게 소리가 날 때까지 힘을 주었다.“아!”원지민은 비명을 질렀고 곧이어 ‘쾅' 소리와 함께 화분이 그녀의 발등 위로 떨어졌다.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그 고통에 원지민은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고 입에서는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이 나올 것 같았다.하지만 이준혁의 창백하면서도 무서운 얼굴을 보자 모든 비명이 목구멍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심지어 원지민은 주위의 시선을 끌까 봐 입을 꼭 틀어막았다.이준혁은 온몸이 검은 옷으로 덮여 있었고 그의 냉정하고 비할 데 없는 얼굴은 마치 차가운 사탄처럼 그녀를 내려다보며 응시하고 있었다.두려움에 몸을 움츠리며 원지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준... 준혁아... 나 정말 그런 게 아니야...”이윽고 이준혁은 길고 늘씬한 다리로 계단을 천천히 내려와 원지민의 앞에 섰고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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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알겠어, 준혁아. 앞으로 절대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할게.”원지민은 더 이상 이준혁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적당히 멈추기로 했다.왜 원지민은 이씨 가문이 이 아이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집착을 가졌을까?그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온 일이었고,자기 스스로의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든지 상관없이 원지민은 이씨 가문의 이름만 붙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원지민은 이용하는 것도 그녀 눈에는 서로 이용하는 것뿐이었다.그리고 왜 원지민이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고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일을 처리함에 있어 깔끔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임세희의 일이든 문현미의 일이든, 남들이 그녀를 의심하든 말든, 원지민이 그랬다는 확실한 증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설사 문현미가 지금 깨어난다고 해도 그녀가 이 일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증거를 잡지 못하는 한, 원지민은 무죄다.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이준혁이 떠난 후, 원지민은 여유 있게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다시 당당한 태도를 되찾았다.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가락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그녀는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그 후 이틀 동안, 윤혜인은 업무상의 일을 거의 다 처리했다.이준혁이 돌아왔기 때문에 많은 난제들이 쉽게 해결되었다.또 다른 좋은 소식은 문현미가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비록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깨어난 것만으로도 첫 번째 고비를 넘은 셈이었다.윤혜인은 문현미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이준혁 쪽에서 누구도 면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다.이 일에 대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그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하지만 그날 식당에서 만난 이후로 윤혜인은 이준혁으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다.‘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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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윤혜인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문 쪽을 바라보며 이준혁이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이 기다림은 밤새도록 계속되었고 결국 이준혁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윤혜인은 오늘 이준혁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신 이선 그룹에서는 다른 한 고위 임원을 보냈다고 한다.그리고 그 고위 임원을 연회장까지 바래다준 사람은 주훈이었다.윤혜인은 주훈을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주 비서님, 준혁 씨 어디 있어요?”주훈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며 바로 대답했다.“회사에 계십니다.”“그럼 별일 없는 거예요?”그러자 주훈은 머리를 긁적였다.“꼭 별일이 없는 건 아니고 회사에도 일이 있어서요.”“준혁 씨가 안 온 이유가 설마 제가 여기 있는 걸 알아서 그런 거예요?”갑작스러운 윤혜인의 물음에 주훈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그는 직업적인 태도로 말했다.“설마요...”그 말에 윤혜인은 눈치챘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정말 내가 온다는 걸 알고 일부러 안 왔다는 거야? 나를 이렇게까지 피하는 이유가 뭐지?’윤혜인의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그녀는 힘겹게 그 감정을 억누르며 주훈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로 했다.“가서 일 보세요.”그러자 주훈은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즉시 자리를 떠났다.윤혜인은 더 이상 만찬 자리에 있을 수 없었는지라 풀이 죽은 채 차로 돌아왔다.마음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모든 것이 아프게 느껴졌다.그리고 생각할수록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어.’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가기 전에, 윤혜인은 운전 기사에게 술 한 잔을 받아 자신의 몸에 뿌리고 볼에 약간의 홍조를 더했다.마치 약간 취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이선 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퇴로를 끊기 위해 운전 기사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했다.그러자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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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남자는 윤혜인의 손길에 순간 멈칫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스스로 머리를 그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고 익숙한 삼나무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하지만 뒤이어 그녀의 귓가에는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그 순간, 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현실을 꿈으로 착각한 걸까...’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지만 윤혜인은 곧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바로 이준혁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였다.게다가 지금 그녀는 취한 척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모든 생각을 끝마치자 윤혜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목을 더욱 꽉 끌어안고 반쯤 취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일어날래요. 싫어요. 당신이...”그녀는 더욱 도발적으로 행동하며 하얀 다리로 이준혁의 다리를 감싸며 유혹하듯 말했다.“당신이 날 안아 일으켜주면 모를까.”이준혁은 입술을 꽉 다물고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 속에서 마치 폭풍이 치는 듯한 격정이 느껴졌다.술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윤혜인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진짜로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준혁이 꿈속에 나타나 윤혜인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었을까?”그녀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단단한 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가, 또 얼마나 오랜만에 이준혁을 제대로 안아본 것인가. 그 순간, 윤혜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준 하늘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이준혁이 다시 돌아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비록 시련이 있더라도 모두가 감사할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으니 말이다.“준혁 씨,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윤혜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준혁을 껴안고 펑펑 울고 싶었다. 그에게 얼마나 그리웠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다 털어놓고 싶었다.그러나 남자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연기 그만하고 일어나.”마치 얼음물을 얼굴에 끼얹은 것처럼 윤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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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이준혁의 입술에는 약간의 피가 맺혀 있었고 아까처럼 차갑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사람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윤혜인은 주저하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말이다.“삼십 초.”“준혁 씨는 내게 삼십초를 줬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어요.”윤혜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요. 정말 그 마음속에 내가 없어요? 날 싫어해요? 정말 나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참았겠어요? 싫어하는 사람은 삼 초도 길다고 생각할 텐데 어떻게 상대의 숨결조차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이준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준혁 씨가 지금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밀어내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닐까요? 내가 반드시 당신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겪지 못할 시련을 겪었어요.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대신 스스로 판단하지 말아요. 나는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어요.”윤혜인은 이준혁의 차가운 표정을 무시하고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준혁 씨, 우리 생사를 함께 넘었잖아요. 더 이상 못 넘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이 말을 듣고 이준혁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잠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차가웠다.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가 말했다.“혜인아, 너도 나름 위치가 있는 사람인데 체면이라는 걸 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도대체 자존심은 어디다 두고 온 거야?”그 말은 윤혜인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윤혜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외모와는 달리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만약 이준혁이 아니었다면 윤혜인은 벌써 등을 돌리고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혁이 폭탄을 가득 실은 차를 운전하며 목숨을 걸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그녀는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그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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