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18화

Author: 이한나
윤혜인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문 쪽을 바라보며 이준혁이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다림은 밤새도록 계속되었고 결국 이준혁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윤혜인은 오늘 이준혁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신 이선 그룹에서는 다른 한 고위 임원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위 임원을 연회장까지 바래다준 사람은 주훈이었다.

윤혜인은 주훈을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

“주 비서님, 준혁 씨 어디 있어요?”

주훈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며 바로 대답했다.

“회사에 계십니다.”

“그럼 별일 없는 거예요?”

그러자 주훈은 머리를 긁적였다.

“꼭 별일이 없는 건 아니고 회사에도 일이 있어서요.”

“준혁 씨가 안 온 이유가 설마 제가 여기 있는 걸 알아서 그런 거예요?”

갑작스러운 윤혜인의 물음에 주훈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그는 직업적인 태도로 말했다.

“설마요...”

그 말에 윤혜인은 눈치챘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정말 내가 온다는 걸 알고 일부러 안 왔다는 거야? 나를 이렇게까지 피하는 이유가 뭐지?’

윤혜인의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그녀는 힘겹게 그 감정을 억누르며 주훈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로 했다.

“가서 일 보세요.”

그러자 주훈은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즉시 자리를 떠났다.

윤혜인은 더 이상 만찬 자리에 있을 수 없었는지라 풀이 죽은 채 차로 돌아왔다.

마음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모든 것이 아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어.’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가기 전에, 윤혜인은 운전 기사에게 술 한 잔을 받아 자신의 몸에 뿌리고 볼에 약간의 홍조를 더했다.

마치 약간 취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이선 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퇴로를 끊기 위해 운전 기사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19화

    남자는 윤혜인의 손길에 순간 멈칫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스스로 머리를 그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고 익숙한 삼나무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하지만 뒤이어 그녀의 귓가에는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그 순간, 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현실을 꿈으로 착각한 걸까...’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지만 윤혜인은 곧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바로 이준혁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였다.게다가 지금 그녀는 취한 척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모든 생각을 끝마치자 윤혜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목을 더욱 꽉 끌어안고 반쯤 취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일어날래요. 싫어요. 당신이...”그녀는 더욱 도발적으로 행동하며 하얀 다리로 이준혁의 다리를 감싸며 유혹하듯 말했다.“당신이 날 안아 일으켜주면 모를까.”이준혁은 입술을 꽉 다물고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 속에서 마치 폭풍이 치는 듯한 격정이 느껴졌다.술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윤혜인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진짜로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준혁이 꿈속에 나타나 윤혜인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었을까?”그녀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단단한 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가, 또 얼마나 오랜만에 이준혁을 제대로 안아본 것인가. 그 순간, 윤혜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준 하늘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이준혁이 다시 돌아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비록 시련이 있더라도 모두가 감사할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으니 말이다.“준혁 씨,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윤혜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준혁을 껴안고 펑펑 울고 싶었다. 그에게 얼마나 그리웠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다 털어놓고 싶었다.그러나 남자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연기 그만하고 일어나.”마치 얼음물을 얼굴에 끼얹은 것처럼 윤혜인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0화

    이준혁의 입술에는 약간의 피가 맺혀 있었고 아까처럼 차갑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사람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윤혜인은 주저하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말이다.“삼십 초.”“준혁 씨는 내게 삼십초를 줬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어요.”윤혜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요. 정말 그 마음속에 내가 없어요? 날 싫어해요? 정말 나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참았겠어요? 싫어하는 사람은 삼 초도 길다고 생각할 텐데 어떻게 상대의 숨결조차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이준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준혁 씨가 지금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밀어내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닐까요? 내가 반드시 당신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겪지 못할 시련을 겪었어요.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대신 스스로 판단하지 말아요. 나는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어요.”윤혜인은 이준혁의 차가운 표정을 무시하고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준혁 씨, 우리 생사를 함께 넘었잖아요. 더 이상 못 넘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이 말을 듣고 이준혁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잠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차가웠다.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가 말했다.“혜인아, 너도 나름 위치가 있는 사람인데 체면이라는 걸 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도대체 자존심은 어디다 두고 온 거야?”그 말은 윤혜인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윤혜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외모와는 달리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만약 이준혁이 아니었다면 윤혜인은 벌써 등을 돌리고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혁이 폭탄을 가득 실은 차를 운전하며 목숨을 걸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그녀는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그녀는 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1화

    윤혜인은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왜 산에서 나 대신 칼을 막았죠? 왜 산사태가 일어났을 때 절벽 아래로 뛰어들어 나와 함께 죽으려고 했던 거예요?”그녀는 이준혁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듯 소리쳤다.“그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예요! 도대체 뭐냐고요!”윤혜인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이준혁이 여러 번 목숨을 걸고 윤혜인을 구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떻게 다시 여기 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주변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준혁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널 사랑할 때는 당연히 너를 감동시키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는...”앞에 서 있는 윤혜인의 창백해지는 얼굴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무자비하게 말했다.“이제는 사랑하지 않아...”가벼운 몇 글자가 모든 것을 부정했다.복잡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였다.“지나친 집착은 사람을 질리게 할 뿐이야. 스스로 잘 판단하길 바라.”그 말을 남기고 이준혁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휴게실을 떠났다.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닫혔다.공허한 방안은 조명마저도 차갑게 느껴졌고 윤혜인은 소파의 한구석에 몸을 웅크렸지만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은 도무지 따뜻해지지 않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을 그냥 두고 떠나버렸다. 심지어 그녀가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정말 내게 관심이 없어진 거야?’반 시간 후, 윤혜인은 계단을 내려갔다.그녀는 지하 주차장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원래대로 그곳을 통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는 더 이상 윤혜인을 기다리고 있는 차가 없었고 결국 그녀는 혼자 터벅터벅 주차장 출구까지 걸어갔다.밤공기는 물처럼 차가웠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윤혜인은 우산도 쓰지 않고 차를 부르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저 무작정 빗속을 걸었다.차가운 습기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스며들어 그녀를 오싹하게 만들었다.그때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빵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2화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번 잘못 보이면 사소한 일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보행자에게 양보하지 않은 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인생을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이준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가서 우산 건네줘.”비서가 잠시 멈칫했다.‘비 맞으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 인제 와서 우산을 주라고? 고생할 거 다 시키고 나서 이제야 구해주는 셈 아닌가...’하지만 상사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우산을 챙기러 갔다.이준혁은 여전히 비 내리는 밤하늘 아래서 꼿꼿이 서 있었다.그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움직이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서 있으면 몸이 점점 굳어가며 마치 기계처럼 멈춰버리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순간도 그는 오로지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시간이 부족했고 이것이 윤혜인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비도 맞고 고생도 해봤으니 이제 더 이상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길 바랄 뿐이었다.윤혜인은 한 친절한 행인에게서 우산을 건네받고 나서야 비로소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자신의 몸을 해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현명했다.분풀이는 충분히 했고 이제는 더 이상 혼자만이 아니기에 윤혜인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곧 윤혜인은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은 뜻밖에도 곽경천이었다. 윤혜인을 기다리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된 곽경천이 연락을 하려던 찰나, 운전기사가 윤혜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온몸이 젖어 있는 윤혜인의 모습을 본 곽경천은 마음이 아파 서둘러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었다.“혜인아, 왜 비를 맞고 있었어? 운전기사는 왜 데려오지 않았고?”그 말에 코끝이 찡해진 윤혜인은 차에 앉아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자 조용히 말했다. “오빠, 운전 기사님 탓하지 마.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곽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3화

    “엄마에 대한 소식이 있다고?”“응. 외국 출신의 한 아주머니가 7~8년 전에 한 가정집에서 임시 가정부로 일할 때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고 해. 그 아주머니가 말한 집을 확인해 봤는데 그 집 사람들은 이미 이사를 갔더라.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어디로 이사 갔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다른 나라로 간 것 같다고들 해.”아직 어머니를 찾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로도 큰 진전이었다.이전에는 윤아름이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으니 말이다.그 아주머니는 윤아름이 ‘잠자는 미녀' 같았다고 말했지만 곽경천은 윤혜인이 걱정할까 봐 그 부분은 말하지 않고 좋은 소식만 전했다.“정말 다행이야, 오빠.”눈가는 여전히 빨갰지만 윤혜인의 기분은 어느 정도 나아진 듯했다.‘확실히... 엄마는 아직 세상에 살아 계신 거야.’곽경천은 윤혜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꼭 어머니 찾을 거야.”30분쯤 지나서야 윤혜인은 집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후,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에 들었다.잠을 자고 나면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소원은 육경한이 구속된 사이에 회사의 주도권을 다시 손에 넣고 있었다.회사는 원래부터 한이 그룹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전에 소진용이 맡았던 에너지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제 소원은 새로운 방식으로 그 프로젝트를 되살리고 있었다.소진용이 받았던 오명을 씻으려면 육경한이 직접 인정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오명을 씻어낸다 해도 과거의 한이 그룹은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소원도 더 이상 그런 집착을 갖지 않았다. 소진용의 본래 목적은 에너지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저 에너지 산업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오늘, 소원은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했고 퇴근하려고 문을 나서던 중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서현재를 마주쳤다.그는 카키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잘생긴 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4화

    길을 가던 중, 서현재가 물었다.“소원 누나, 저녁에 뭐 먹을까요?”“난 아무거나 괜찮아.”소원은 뉴스를 스크롤 하며 무심코 대답했다.그렇게 차는 조용한 한식당 주차장에 들어섰고 그곳은 꽤 아늑해 보였다.자리 잡고 앉자마자 음식이 빠르게 나왔다. 모두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담백한 음식들이었다.서현재가 입을 열었다.“소원 누나, 육경한 건에 대해 알아봤어요. 방씨 가문은 이미 두 번이나 큰 타격을 입었고 이번에 방민기의 일까지 겹치는 바람에 그쪽에서는 자구책으로 육경한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는 증거도 충분해서 실수가 없을 거예요.”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육경한이 아직 법적으로 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소원은 안심할 수 없었다.육경한은 유민 그룹을 거의 3년 만에 모두가 주목하는 위치로 끌어올렸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아주 능숙했다.그래서 소원은 여전히 유진이를 공공연히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육경한이 어떤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첫 번째 재판 날짜가 다가올수록 소원의 불안감도 점점 커져갔다.“이 기간 동안 방씨 가문을 계속 주시해야 해.”소원은 서현재에게 신중하게 당부했다.원래 그녀는 서현재를 이 복잡한 상황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이미 서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불법적인 거래를 증거로 제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물러설 수 없었다.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자신들을 지키는 것이었다.“네. 사람들을 붙여서 주시하고 있어요.”특별한 날인만큼 소원은 오늘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려고 했다.그래서 그녀는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요즘 어르신께서 너한테 선자리 보러 다니라고 안 하셔?”“몇 번 봤어요.”서현재가 대답했다.“안 그러면 아버지가 화를 내셔서요.”소원은 그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다 잘 안됐구나?”그녀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도 이제 적당한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처럼 되지 말고.”소원은 한 번 사랑에 깊이 상처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5화

    소원은 ‘사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과거에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역겨움이 몰려왔다.그녀의 몸조차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서현재는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핸들을 살짝 움켜쥐고 말했다.“됐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서현재는 속으로 생각했다.그녀가 육경한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진정한 사랑은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소원이 서현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짝사랑은 멈추지는 않을 것이었다.그래서 서현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침을 꿀꺽 삼키며 서현재가 한마디 했다.“들어가요. 바람이 차요.”말을 마치고 그는 곧장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 소원이 조용히 말했다.“사랑하지 않아.”주변은 엔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밤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은은한 조명이 소원의 얼굴에 쏟아졌다.그녀의 눈동자는 슬픔을 품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소원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다.서현재는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말했다.“재판이 잘 되길 바랄게요.”몇 초가 흐른 뒤, 소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현재야, 난 이생에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야.”크지는 않았지만 명확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 부드러운 음색 속에는 깊은 절망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한때 소원도 사랑을 꿈꾸던 소녀였지만 그 끔찍한 수치와 고통을 겪은 후,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능력을 잃어버렸다.심지어 그녀는 한때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자신이 뭘 잘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며 말이다.소원과 육경한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미친 사람들처럼, 누가 더 깊이 찌를 수 있을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육경한은 소원을 놔줄 생각이 없었고 소원 역시 육경한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끝은 비극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괜찮아요.”서현재는 소원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소원 누나, 누나가 사랑할 수 없다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26화

    소원은 육경한이 법정에 앉자마자 자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그 미소를 보는 순간, 소원의 몸은 마치 자연스럽게 반응한 듯 소름이 돋았다.옆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아가씨, 괜찮아요?”그러자 소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저 괜찮아요.”그 아주머니는 친근하게 말을 이어갔다.“아가씨는 저분과 친구 사이인 거예요?”소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아, 그럼 저랑 같은 이유로 여기 오신 거예요?”아주머니가 물었다.소원은 아주머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는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주머니는 소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창백한 얼굴에 슬픔이 묻어 있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아가씨도 저랑 마찬가지로 저분께 도움을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인 거군요.”아주머니가 설명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억지로 지은 미소가 사라지며 소원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저는 법기사 앞에서 면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해요. 몇 년 전 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는데 육경한 선생님께서 그걸 알고 저에게 의족을 연결해 줄 사람을 찾아주셨어요. 이후로도 제 가게를 계속 도와주셨죠. 매년 절에 네 번씩 찾아와 제게 선물도 가져다주시곤 했어요.”소원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법기사요? 그곳에서 장사하셨나요?”소진용과 전미영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 바로 법기사였다.“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났고 몸이 안 좋아서 자식을 낳지도 못했어요.”아주머니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말을 이었다.“행운스럽게도 법기사의 장로님이 저를 거두어 주셔서 절 앞에서 장수면을 팔면서 지내고 있죠.”소원은 아주머니의 얼굴이 점점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바로 그 법기사 앞에서 면을 팔던 아주머니였다.아주머니는 말을 이어갔다.“육경한 선생님께서는 항상 절에 와서 고인을 위해 제사를 지내셨어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네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4화

    소종은 육경한이 아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교도소 안에 있을 때 육경한은 모든 사람들의 면회를 거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 아이를 그리워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타세요, 대표님.”소종이 침묵을 깨며 한마디 했다.육경한이 차에 타자 소종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가족이 소 대표님을 잘 돌봐주셨어요.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김 대표님도 하정이와 유진이를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윤혜인 사모님의 오빠가 8년 전에 결혼했어요. 집 가정부의 딸 구지윤 씨와 결혼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딸을 낳으면서 할아버지도 받아들이셨고요... 아, 참. 예전에 소 대표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경 강민혜 씨, 기억하시죠? 소 대표님의 친동생이었더라고요. 당시 소 대표님의 어머니가 과다 출혈로 위독하셨을 때 그 여경이 수혈해 줬거든요. 소 대표님이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은 것을 알고 친자 확인을 했더니 강민혜 씨가 정말 친동생이었어요. 예전에 도둑맞아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거죠...”소종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화로운 호텔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육경한을 위해 환영회를 준비한 듯했다.육경한이 말했다.“이런 거 필요 없어.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그러자 소종이 바로 말했다.“안 돼요. 오늘 식사 자리에는 꼭 가야 해요.”황진수도 말했다.“맞아요, 육경한 씨.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니 우리 마음을 봐서라도 꼭 참석해 주세요.”마지못해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호텔 룸에 들어간 순간 방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예쁜 소녀가 육경한에게 다가오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말했다.“그쪽이 우리 아빠예요?”자신과 닮은 소녀의 눈매에 육경한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육하정이 계속 말했다.“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잘못을 저질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3화

    법정 안, 판사가 선고했다.“피고인 육경한, 살인죄로... 그러나 피해자와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고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여 본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육경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대표님...”방금 깨어나서 법정에 나와 주석훈의 살인을 증언한 소종은 울며 육경한을 불렀다.뒤에 서서 두 달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아기의 얼굴과 핑크색 이불을 본 육경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더 이상 소원에게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소종을 보며 한마디 했다.“잘 돌봐줘.”육경한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캐치한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15년 후, 구치소 대문 앞.15년 전 입소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온 육경한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교도소에 있는 동안 좋은 표현 덕분에 감형을 받아 조기 출소했다.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육경한의 얼굴에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고 온화한 매력을 내뿜었다.구치소 밖에서는 황진수와 소종이 육경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종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붙잡고 울었다.“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키가 185cm나 되는 팔이 하나뿐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대표님...”옆에 있던 황진수가 육경한에게 담배를 건네자 담배를 받은 육경한은 깊게 빨아들인 뒤 말했다.“내 재봉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나중에 너희들에게 옷 한 벌 만들어 줄게.”소종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슬픈 분위기가 육경한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종이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기대하고 있을게요.”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꺼져.”먼 곳을 바라본 육경한은 소종과 황진수 외에 그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왠지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그녀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결코 좋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2화

    “두 번째 것을 선택할게.”죽어도 소원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육경한이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대답했다.“허허, 육 대표가 소원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주석훈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그럼 시작하지. 육 대표,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소녀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자리에 얼어붙은 육경한은 주석훈이 혹시라도 소원을 해칠까 봐 바로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덫이 ‘탁탁’ 소리를 내며 그의 두 다리를 집었고 이내 피가 철철 흘렀지만 육경한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몰라.”손에 칼을 움켜쥔 주석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 소녀의 이름은 수정이야. 육 대표처럼 모든 지원을 다 받아 치료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큰 고통 속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육경한이 입을 열었다.“그 교통사고에서 소녀가 죽은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 미우 그룹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 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치료한 이유는 대동맥이 눌러져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소녀도 나와 똑같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 후에 소녀의 가족에게 위로금도 보냈어.”육경한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녀의 부모님이 통곡하는 모습을 본 육경한은 소종을 시켜 소녀의 가족에게 2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주석훈이 매서운 눈빛을 내뿜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어쨌든 넌 살아남았고 나의 수정이는 떠났어. 아무도 우리 수정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주석훈은 더 이상 게임 따위 생각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너희들은 모두 냉혈 인간들이야. 너희들은 죽어도 싸!”말을 마친 주석훈이 칼을 휘둘러 소원의 배를 찌르려 하자 육경한은 재빨리 몸을 날려 자신의 종아리로 칼을 막았다.소원을 밀어낸 육경한은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주석훈과 맞붙었다.팔다리가 멀쩡한 주석훈은 이내 다리가 다친 육경한보다 우위를 점했다.도우려고 한 발 나선 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1화

    이후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소원의 입에 물린 천을 빼주며 말했다.“어떻게 여기에!”소원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를 계속 도와주던 주석훈이었다!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과는 원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주석훈이라니...“소원, 많이 놀랐지?”가면을 벗어 던진 주석훈은 마치 조금 전까지 잔인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왜... 이렇게까지?”소원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해 물건을 잡는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너였어!”소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상철 삼촌과 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너! 맞지?!”주석훈은 부인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 또한 모든 걸 말해주듯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소원, 그 사람들은 죽어도 싼 사람들이야. 그들이 죽었으니 네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공모해서 네 아버지를 죽였잖아?”“아니야!”소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그 사람들은 단순히 조종당한 희생양일 뿐이야. 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너였어?! 넌 그냥 증거 인멸을 한 거야!”“소원, 정말 똑똑하네?!”칭찬하듯 한마디 한 주석훈의 말에 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올라 외쳤다.“왜! 아빠가 뭘 잘못했다고 죽인 건데?!”주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 알고 싶어? 나와 육경한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그게 아빠와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고?”주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진용이 죽어야만 너와 육경한의 갈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넌 내 손에 있는 최고의 무기야. 넌 육경한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지. 지난 5년 동안, 본인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0화

    소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남자의 방향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다친 전미영을 바닥에 내던졌다.전미영은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소원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사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몰래 반지 속의 장치를 작동시켰다.이내 독이 묻은 바늘로 남자의 팔을 찌르자 팔이 곧바로 마비되기 시작한 남자는 저린 감각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망할 년! 감히 날 속여?”남자는 분노하며 소원을 발로 걷어찼다.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소원은 엉덩이가 세게 걷어차인 바람에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다행히 앞에 소파가 있었기에 소파를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있는 힘껏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그러나 남자가 바로 달려와 순식간에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최면제의 효과가 서서히 올라옴과 동시에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몇 발의 총성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렸다.소원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엄마를 구해 주세요...’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걸이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점점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하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운송 차 안인 듯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입안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고 팔도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순간 소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끌려온 것이다.주위에 전미영이 보이지 않자 소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같이 끌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엄마를 병원으로 옮겼을 거야. 그러면 희망이 있어.’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속으로 행운을 빌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납치범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밀려왔다.‘이 사람은 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지?’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소원은 졸음이 밀려왔다.임신 후기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극심한 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9화

    육경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여경을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 이 사람이 아직도 쇼핑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나도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소원은 순간 숨을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응시했다.바로 앞에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이 바로 모두가 찾는 전미영이었다.육경한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는 정말 여기에 있었다.육경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지만 소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미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교활한 남자는 사람을 쇼핑몰 안에 붙잡아둔 채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짜 번호판 차량은 아마도 이 남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똑똑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가면 쓴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고 전화를 끊으라는 뜻을 내비쳤다.자기 엄마가 상대방의 손에 있기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지시했다.“전화기를 꺼서 이쪽으로 던져.”소원은 남자의 말대로 순순히 전화기를 끄고 그의 앞에 던진 후 한마디 물었다.“누구세요? 지금 뭘 원하는 거예요? 제발 우리 엄마만 해치지 마세요!”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소원은 남자를 향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상대방이 엄마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말을 하면서도 소원은 몰래 주변을 관찰했다. 가면 쓴 신비로운 남자는 정말 교묘한 장소를 선택했다.화장실은 휴게실 제일 안 쪽에 있었고 뒤쪽에 있는 창문과 거리가 가까웠다.남자는 전미영을 붙잡고 입구 쪽에서 소원과 정면으로 마주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좁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소원을 한 구석에 가둘 수 있다.남자는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권총 비슷한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8화

    강민혜는 즉시 지시를 내려 이 수상한 차량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다. 육경한이 회사의 위기 대응팀과 협력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그들은 이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육경한은 즉시 차량을 출동시켜 추적하도록 했지만 소원더러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현재 상대방의 목표가 소원의 엄마가 아니라 임신 중인 소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 추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원 같은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차량 추격에 참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본인까지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 된다.육경한의 부탁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경한은 회사 경호원 한 팀을 불러 상대방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했다.쇼핑몰에 남아 있는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원을 경호했다. 소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육경한도 차량 추적에 나섰다.이렇게 되어 여러 대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그 검은 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소원은 쇼핑몰의 휴게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심박 수가 빨라져 의사가 와서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몸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조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소원이 걱정된 강민혜는 현장에 남아 그녀를 달랬고 소원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다.소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고 강민혜도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큰 고비도 넘겼는데 별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경찰과 육 대표님이 모두 추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본인이 아무리 불안해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육경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이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육경한이었다.당황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7화

    육경한이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 장모님은?”“엄마가 사라졌어...”소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충돌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미영은 그녀 곁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미영이 사라졌다.전미영은 걸을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능도 두세 살 아이 수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원이 급히 찾으러 가려 하자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너무 급해 하지 마. 우선 CCTV를 보자. 경호원들에게 찾으라고 했어. 네가 걷는 것보다 경호원들이 움직이는 게 빨라.”소원도 육경한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찾아야 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되었다.두 사람이 CCTV 실로 향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전미영이 사라지는 영상을 찾아냈다.영상을 보니 전미영은 처음에는 경호원의 뒤, 소원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말싸움이 일어나면서 그 남자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소원과 육경한 주변으로 몰렸다.그러면서 전미영은 자연스럽게 뒤에 갔다. 원래대로라면 전미영도 별일 없어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전미영이 갑자기 혼자 모퉁이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곳에 그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불과 7, 8걸음 되는 모퉁이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한편 소원과 육경한에게 정신이 팔린 경호원들은 전미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미영이 뒤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모퉁이의 CCTV에는 소원이 비상구로 들어가는 것이 찍었다. 계단에 CCTV가 없었고 출구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전미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즉 전미영이 출구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면 유일한 통로는 지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출구의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나 있어 전미영이 그 출구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전미영이 실종된 지 불과 몇 분, 실종자를 한 시간 이내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6화

    두 모자가 가식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 것을 안 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모자를 제일 먼저 도우려고 나섰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소원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눈이 어두웠네요.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는 정말 톡톡히 교육해야 해요. 얼마든지 책임을 물으세요.”주변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이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 화가 날 것이다.게다가 이 모자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아들은 말썽을 부리고 엄마는 말재주를 발휘해 변명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화가 날 것이다.구경꾼들이 흩어진 후 육경한은 두 모자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아이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시킨 거야?”엄마가 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우리 애가 장난친 거예요.”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왜 이래요... 우리가 그냥... 사과할게요... 아이고,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한지...”그들은 완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이상해 보였다.조금 지친 소원이 육경한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이만 가자.”“1분만 기다려.”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육경한은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압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너를 시켰는지 말해. 안 그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겁이 많은 아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더니 이내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저씨가...”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이 아이의 엄마를 밀어내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어떤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부딪히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어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