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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이준혁의 입술에는 약간의 피가 맺혀 있었고 아까처럼 차갑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사람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윤혜인은 주저하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말이다.

“삼십 초.”

“준혁 씨는 내게 삼십초를 줬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어요.”

윤혜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요. 정말 그 마음속에 내가 없어요? 날 싫어해요? 정말 나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참았겠어요? 싫어하는 사람은 삼 초도 길다고 생각할 텐데 어떻게 상대의 숨결조차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이준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준혁 씨가 지금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밀어내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닐까요? 내가 반드시 당신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보통 사람들은 평생 겪지 못할 시련을 겪었어요.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대신 스스로 판단하지 말아요. 나는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어요.”

윤혜인은 이준혁의 차가운 표정을 무시하고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준혁 씨, 우리 생사를 함께 넘었잖아요. 더 이상 못 넘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 말을 듣고 이준혁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잠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차가웠다.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가 말했다.

“혜인아, 너도 나름 위치가 있는 사람인데 체면이라는 걸 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도대체 자존심은 어디다 두고 온 거야?”

그 말은 윤혜인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윤혜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외모와는 달리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준혁이 아니었다면 윤혜인은 벌써 등을 돌리고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혁이 폭탄을 가득 실은 차를 운전하며 목숨을 걸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그녀는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

그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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