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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소원은 ‘사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과거에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역겨움이 몰려왔다.

그녀의 몸조차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현재는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핸들을 살짝 움켜쥐고 말했다.

“됐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서현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육경한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진정한 사랑은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소원이 서현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짝사랑은 멈추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서현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침을 꿀꺽 삼키며 서현재가 한마디 했다.

“들어가요. 바람이 차요.”

말을 마치고 그는 곧장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 소원이 조용히 말했다.

“사랑하지 않아.”

주변은 엔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밤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은은한 조명이 소원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슬픔을 품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소원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다.

서현재는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말했다.

“재판이 잘 되길 바랄게요.”

몇 초가 흐른 뒤, 소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야, 난 이생에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야.”

크지는 않았지만 명확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 부드러운 음색 속에는 깊은 절망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한때 소원도 사랑을 꿈꾸던 소녀였지만 그 끔찍한 수치와 고통을 겪은 후,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능력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그녀는 한때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자신이 뭘 잘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며 말이다.

소원과 육경한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미친 사람들처럼, 누가 더 깊이 찌를 수 있을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육경한은 소원을 놔줄 생각이 없었고 소원 역시 육경한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끝은 비극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서현재는 소원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소원 누나, 누나가 사랑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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