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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윤혜인은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왜 산에서 나 대신 칼을 막았죠? 왜 산사태가 일어났을 때 절벽 아래로 뛰어들어 나와 함께 죽으려고 했던 거예요?”

그녀는 이준혁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예요! 도대체 뭐냐고요!”

윤혜인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이준혁이 여러 번 목숨을 걸고 윤혜인을 구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떻게 다시 여기 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주변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준혁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널 사랑할 때는 당연히 너를 감동시키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는...”

앞에 서 있는 윤혜인의 창백해지는 얼굴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무자비하게 말했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아...”

가벼운 몇 글자가 모든 것을 부정했다.

복잡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였다.

“지나친 집착은 사람을 질리게 할 뿐이야. 스스로 잘 판단하길 바라.”

그 말을 남기고 이준혁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휴게실을 떠났다.

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닫혔다.

공허한 방안은 조명마저도 차갑게 느껴졌고 윤혜인은 소파의 한구석에 몸을 웅크렸지만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은 도무지 따뜻해지지 않았다.

이준혁은 윤혜인을 그냥 두고 떠나버렸다. 심지어 그녀가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정말 내게 관심이 없어진 거야?’

반 시간 후, 윤혜인은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는 지하 주차장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원래대로 그곳을 통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는 더 이상 윤혜인을 기다리고 있는 차가 없었고 결국 그녀는 혼자 터벅터벅 주차장 출구까지 걸어갔다.

밤공기는 물처럼 차가웠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윤혜인은 우산도 쓰지 않고 차를 부르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저 무작정 빗속을 걸었다.

차가운 습기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스며들어 그녀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때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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