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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번 잘못 보이면 사소한 일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

보행자에게 양보하지 않은 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인생을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이준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서 우산 건네줘.”

비서가 잠시 멈칫했다.

‘비 맞으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었는데 인제 와서 우산을 주라고? 고생할 거 다 시키고 나서 이제야 구해주는 셈 아닌가...’

하지만 상사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우산을 챙기러 갔다.

이준혁은 여전히 비 내리는 밤하늘 아래서 꼿꼿이 서 있었다.

그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움직이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서 있으면 몸이 점점 굳어가며 마치 기계처럼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순간도 그는 오로지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시간이 부족했고 이것이 윤혜인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비도 맞고 고생도 해봤으니 이제 더 이상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길 바랄 뿐이었다.

윤혜인은 한 친절한 행인에게서 우산을 건네받고 나서야 비로소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해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현명했다.

분풀이는 충분히 했고 이제는 더 이상 혼자만이 아니기에 윤혜인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곧 윤혜인은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은 뜻밖에도 곽경천이었다.

윤혜인을 기다리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된 곽경천이 연락을 하려던 찰나, 운전기사가 윤혜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온몸이 젖어 있는 윤혜인의 모습을 본 곽경천은 마음이 아파 서둘러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었다.

“혜인아, 왜 비를 맞고 있었어? 운전기사는 왜 데려오지 않았고?”

그 말에 코끝이 찡해진 윤혜인은 차에 앉아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자 조용히 말했다.

“오빠, 운전 기사님 탓하지 마.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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