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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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원지민이 입술을 가리더니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어머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냥 친구가 말해줘서 알고 있었을 뿐이에요. 저 모함할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무서워요. 근데..”원지민이 멈칫하더니 억지로 쥐어짠 눈물을 닦아내는 척하며 말했다.“금방 임산부를 함부로 대하려고 한 거 사람들이 다 봤어요...”문현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원지민이 일부러 쇼하면서 목격자까지 얻은 것이다. 이 여자는 악독하다는 말로 묘사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모기 같았다.문현미는 화가 치밀어올라 눈시울마저 붉어졌다.“내 손녀 어디 숨겼어. 얼른 내놓지 못해? 내가 귀신이 돼서라도 너 가만히 놔두나 봐라.”원지민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어머님, 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성격이 더 급해지시는 거예요? 제가 드린 약 꼬박꼬박 드시고 있죠? 제가 어머님을 왜 해치겠어요. 약을 안 드시니까 지금 이렇게 화를 참지 못하시는 거예요.”문현미는 다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녀가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정말 마음이 바질바질 타는 것 같았다. 할머니인 문현미도 그런데 윤혜인은 오죽하겠는가.이준혁이 사라지고 문현미는 주변 사람들의 민낯을 알아보게 되었다.윤혜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준혁이 떠난 자리를 넘보는 하이에나들 같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문현미는 전에 눈이 멀어 며느리를 밀어낸 빌런이 되었고 아들 이준혁이 윤혜인을 잃고 몇 년간 슬픔 속에 지내게 했다.윤혜인이 강에 빠진 게 문현미 잘못은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그때 막지만 않았다면, 윤혜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두 사람이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알콩달콩 재미난 삶을 살았을 것이다.사람은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아파하게 된다.문현미는 지금 손녀가 안전하게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빌었다.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든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설사 그게 목숨일지라도 말이다.문현미는 애써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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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쯧쯧...”원지민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또 다급해하시네요. 아직 말 안 끝났잖아요.”원지민이 까만색 핸드폰을 꺼내 문현미에게 건네주며 귀띔했다.“전화에서 알려주는 대로 하면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안 돼요. 그러면 앞으로 영원히 사랑하는 손녀를 만날 수 없을 거예요.”원지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묘하게 소름이 끼쳤다.문현미는 원지민이 독한 여자라는 걸 알았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병원에서 나와 얼마 걸지도 못했는데 앞을 지키고 있던 윤혜인과 마주쳤다.윤혜인은 거리낌 없이 문현미의 팔을 잡으며 애원했다.“아주머니, 원지민이 뭐라든가요? 아름이 행방을 알고 있든가요?”문현미가 침묵했다.시간이 일분일초 지나가자 윤혜인은 다급해 미칠 지경이었다. 골든 타임 48시간이 거의 다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아름의 행방은 전혀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곽경천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입건되긴 했지만 여전히 아무 단서도 없었다.곽아름은 홍 아주머니가 데려갔기에 경찰은 아는 사람의 유괴라고 의심해 홍 아줌마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는 데 주력했다. 구지윤도 홍 아주머니의 딸로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윤혜인은 홍 아주머니가 곽아름을 유괴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홍 아주머니는 곽아름을 친손녀처럼 아끼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경찰은 믿지 않았고 새로운 단서도 더 나오지 않았다.윤혜인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문현미가 부축했다. 윤혜인이 울먹이며 문현미에게 물었다.“아주머니, 아름이 소식 알고 있죠? 제발 알려주시면 안 돼요?”문현미는 한참 고민하다가 버벅거리며 말했다.“아니... 없어...”윤혜인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눈치는 아니었다.윤혜인이 울면서 말했다.“아름이 어릴 때부터 자폐증 증상이 있었어요. 제때 치료를 받아서 심각한 후유증으로 발전하지 않은 거예요. 환경이 바뀌면 병이 다시 도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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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같은 배에 탔는데 같은 마음은 아니구나. 무슨 일 있으면 둘이 토론하고 다시 얘기해.”“...”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혜인이 전화를 끊었다.역겨운 사람끼리 서로 물고 뜯게 할 생각이었다. 개들이 싸워봤자 털만 잔뜩 먹을 뿐 얻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운전기사가 윤혜인에게 물었다.“아가씨, 어디로 모실까요?”윤혜인이 대답했다.“잠깐만요.”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오빠, 문현미 아주머니 위치 좀 파악해 줄 수 있어?”곽경천은 얼른 아래 사람에게 지시하더니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조사하라 했어. 아참, 나도 단서를 좀 찾아냈는데 그 길목 바로 아래 길목에 그 시간대에 지나간 184대의 차량 중 까만 밴 하나가 대포차더라고. 그 차에 아름이가 유괴되었을 수도 있어.”곽경천도 단서를 찾기 위해 밤새 눈을 붙이지 못했다. 몇몇 수하와 밤을 새우며 100여 대나 되는 차량의 가정과 인간관계, 그리고 혐의가 있는지까지 조사했다.곽경천이 다시 물었다.“근데 이준혁 어머니 행방은 왜? 혐의점이 있어?”윤혜인이 말했다.“지금 아름이 찾으러 가는 것 같아서.”곽경천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름이를?”“아직 설명하자면 일러. 빨리 위치 추적이나 해줘. 찾으러 가게.”“응. 보냈어.”곽경천은 문현미의 위치를 윤혜인의 핸드폰으로 보냈다.“잠깐만 기다려. 같이 가자.”곽경천이 말했다.“지금 바로 갈 거야. 끊어.”윤혜인이 운전기사에게 위치를 알려주며 그쪽으로 가달라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혜인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 위치가 10분째 미동도 없었기 때문이다.아무리 차가 막힌다 해도 서울에서 이렇게 꽉 막힌 도로는 드물었다. 다행히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윤혜인은 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길가에는 멈춰 선 차가 보이지 않았다.운전기사에게 잠깐 차를 대라고 하고는 직접 찾으러 내려갔다. 한 바퀴 빙 둘러봤지만 그 어떤 차량의 흔적도 없었다.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몇 바퀴 더 돌고 나서야 윤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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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윤혜인이 안으로 들어가 차량 행적이 끊긴 곳에서 내렸다.습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 윤혜인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멀지 않은 곳에 문현미가 아이를 안고 서 있었는데 곽아름이었다.“아름아.”윤혜인이 울면서 그쪽으로 다가가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눈물이 마치 줄 끊어진 구슬처럼 하염없이 흘렀다.“아름아, 드디어 너를 찾았어...”하지만 곽아름은 지금 윤혜인의 말에 대꾸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은 얼른 곽아름의 맥박을 짚어봤다. 꽤 안정적인 편이었다.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윤혜인이 고개를 들어 문현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아주머니, 아름이 옆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아름이를 돌보던 아주머니도 같이 사라졌거든요.”문현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바짝 긴장한 채 곽아름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아주머니, 아름이 어디서 찾은 거예요? 한번 가보고 싶어서요.”윤혜인이 물었다.문현미가 강가를 가리켰다. 멀지 않은 곳에 녹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아이는 저 나무 아래서 자고 있었어.”핸드폰 알림에 따라 찾아오면서도 원지민이 다른 수단을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곽아름을 찾을 줄은 몰랐다.윤혜인은 지금 문현미가 어떻게 곽아름을 찾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건 일단 둘째 치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곽아름의 몸 상태와 홍 아주머니의 행방을 찾는 것이었다.이때 윤혜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곽경천이 걸어온 전화였다.문현미는 아이를 안고 있는 윤혜인이 전화를 받기 힘들어 보이자 손을 내밀었다.“내가 안을게.”윤혜인이 문현미의 자애로운 눈빛을 보고는 잠깐 망설이다가 곽아름을 넘겨줬다.그러더니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받자마자 곽경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아, 홍 아주머니 찾았어.”“찾았다고?”“길에 쓰러져 있는 걸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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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윤혜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문현미에게 밀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몇 미터 밖으로 구르기까지 했다. 그렇게 조경석에 부딪히고 나서야 구르는 걸 멈출 수 있었다.등에서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지만 윤혜인은 여전히 곽아름을 꼭 안은 채 놓지 않았다.하지만 윤혜인이 상처를 살피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문현미가 마치 깃털처럼 차에 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졌다.“아악.”윤혜인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절규하며 몸부림쳤다.바닥에는 문현미가 흘린 피로 흥건했다. 문현미는 눈을 감지 못하고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사람 살려.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누가 좀 살려주세요.”윤혜인은 아까 구른 탓에 조경석에 기대 꿈쩍도 못했다. 그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사고를 낸 차는 떠나지 않았다.윤혜인이 다시 소리를 내기 전에 까만 세단은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다시 정비하더니 그녀를 향해 질주해 왔다.윤혜인은 머리에서 윙 해지더니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그 차는 윤혜인과 곽아름을 향해 질주해 오고 있었다. 윤혜인은 그저 곽아름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윤혜인이 힘겹게 곽아름을 안고 일어나려 했지만 까만 세단이 더 빨랐다. 액셀을 풀로 밟고 거의 날아 오다시피 질주해 왔다.두려움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윤혜인은 어쩔 바를 몰라 두 눈을 부릅뜬 채 까만 세단이 잔디밭을 가로질러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절체절명의 순간 까만 롤스로이스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까만 세단이 윤혜인과 매우 가까워졌는데 롤스로이스가 갑자기 언덕에서 나타나더니 정확하게 까만 세단을 들이박았다. 까만 세단이 공중에서 두 동강으로 분해되었다.쾅. 쿵.그렇게 부서진 차는 흙에 빠지고 말았다. 차 안에 있던 사람은 즉사했다. 하지만 까만 롤스로이스는 그대로 습지에 천천히 멈춰 섰다.범퍼가 바닥에 떨어진 것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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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윤혜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하지만 살이 많이 빠지고 조각 같은 턱라인이 예전보다 더 튀어나와서 그런지 뭔가 날카로운 느낌이 더해졌다.윤혜인의 불안함은 남자를 보자마자 말끔히 사라졌다. 뭔가 더 말하려는데 남자가 덤덤한 말투로 아무 감정 없이 이렇게 말했다.“문 닫아요.”이 말은 윤혜인이 아니라 구급대원에게 한 말이었다.구급대원은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문을 닫았다.윤혜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멀리 떠나고 나서도 윤혜인은 꼼짝도 못 했다.곽경천은 원래 곽아름을 데리고 떠나려다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윤혜인을 보고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다가갔다.“혜인아.”윤혜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손은 언제 까졌는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곽경천이 다급하게 윤혜인의 손을 잡더니 걱정스레 물었다.“손은 언제 다친 거야?”몸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그제야 곽경천의 품에 기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나 너무 무서워... 준혁 씨 나 못 알아보는 것 같아...”곽경천도 가슴이 덜컹했지만 얼른 윤혜인을 위로했다.“어머니가 걱정돼서 그랬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준혁의 눈빛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낯설 정도였다.눈빛이 어두워진 곽경천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먼저 병원 가자.”병원에 도착해 곽아름의 몸 상태를 체크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윤혜인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문현미가 있는 응급실로 향했다.응급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순간 너무 애틋해진 윤혜인은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그렇게 한참 동안 망설이던 윤혜인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그를 불렀다.“준혁 씨...”이준혁이 천천히 눈까풀을 들었다. 그 눈동자는 차가우면서도 덤덤했다.날씨는 금방 가을에 들어섰지만 윤혜인은 오한을 느꼈다. 응급실이 워낙 차가운 건지는 알 수 없었다.윤혜인이 초롱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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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윤혜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왜 그래요...”“윤혜인. 엄마가 지금 너 때문에 응급실에 들어갔는데 왜라니?”이준혁은 더는 윤혜인이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차갑게 말했다.“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주변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윤혜인은 꽁꽁 얼어붙은 강물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몸이 무거워졌다. 벽을 잡고 나서야 간신히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었다. 윤혜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준혁 씨, 우리...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요...”이 말에 이준혁이 귀한 몸을 돌려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우리? 우리 무슨 사이인데?”윤혜인이 멈칫하더니 말했다.“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도...”“이혼까지 한 마당에 사랑은 무슨. 우습지 않아?”이준혁이 서늘하게 말했다. 말투가 매정하기 그지없었다.“사랑했다면 이혼하지도 않았겠지.”이 말에 윤혜인이 어렵게 끌어모았던 용기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은 얼음장과도 같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윤혜인.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아직 재결합하기 전 아닌가?”무섭게 몰아치는 언어 공격을 윤혜인은 당해낼 길이 없었다. 파르르 떨려오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처음으로 이준혁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윤혜인이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자 이준혁이 더 싸늘하게 식어버린 목소리로 명령했다.“불필요한 인원은 당장 내보내. 내 허락 없이는 안에 들이지 말고.”불필요한 사람이라...목숨을 걸고 구한 사람이 불필요한 사람이라니, 윤혜인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것 같았다. 가슴을 뭔가 동여맨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이준혁이 살아있다는 희열에 잠겼던 윤혜인은 지금 이 순간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이준혁은 잘빠진 뒷모습만 보여줬다. 윤혜인의 눈동자는 지금 혼돈과 절망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보디가드가 일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윤혜인이 얼른 손을 흔들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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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아이고...”김성훈이 어쩔 바를 몰라 하다가 손수건을 건넸다.“일단 울지 말고 무슨 일인지 말해 봐요.”눈물은 일단 흐리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었다.윤혜인은 손수건을 받아 들고 아무렇게나 닦았다. 어깨를 파르르 떨며 숨을 참았더니 눈물은 그쳤지만 어깨는 여전히 들썩들썩했다.윤혜인이 이내 고개를 들어 물었다.“이준혁 씨 돌아온 거 알고 있어요?”“음...”김성훈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웅얼거렸다.“알아요.”“그러면 언제 돌아왔는지도 알아요?”윤혜인이 또 물었다.김성훈이 잠깐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말했다.“어제 오전에 비행기에서 내렸어요.”이 말에 윤혜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어제 오전에 비행기에서 내렸다면 곽아름의 실종과 그녀가 부딪친 어려움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니 오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게 그녀와 곽아름을 위한 게 아니라 문현미를 위해서 온 것이었다.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손바닥만 한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준혁 씨... 무슨 일 있어요?”이에 김성훈이 침묵했다. 잠깐 뜸을 들이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윤혜인 씨. 인제 그만 해요.”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말이었다. 윤혜인은 정신이 혼미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왜 그만해요?”김성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혜인이 캐물었다.“왜 그만해요? 목숨을 바쳐 나를 살렸는데 지금은 왜 그만하라는 거예요?”윤혜인의 예쁜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김성훈은 그런 윤혜인이 너무 마음 아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윤혜인 씨. 내 말 들어요. 그냥 준혁이는 이제 없는 셈 쳐요.”그래도 친구였는데 김성훈은 윤혜인이 다치는 게 싫었다. 이준혁의 결심을 김성훈도 옆에서 지켜봤다.윤혜인에게 제일 좋은 보호는 바로 기대가 없다는 것이었다.“저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떻게 없는 셈 쳐요...”윤혜인이 입꼬리를 당기더니 못생기게 웃어 보였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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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이준혁의 눈빛은 담배 연기에 가려져 흐릿했다. 마치 김성훈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이 감탄스러워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안 믿어. 너한테 다 계획이 있겠지.”김성훈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내일 외국으로 나가봐야 해. 메리와 이 독액에 대해 연구할 생각이야.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마. 나는 너 죽게 안 놔둬. 땅을 파서라도 그 독액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서 조성표를 가져올 거야. 그러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어.”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었다. 김성훈이 말하는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자기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김성훈은 마음이 착잡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승산이 얼마인지는 김성훈도 몰랐다.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윤혜인에게 그만하라고 한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친구로서 둘 중 그 누구도 다치지 말았으면 했다.김성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총명하기 그지없는 이준혁은 또 어떨까.김성훈이 손을 내밀어 이준혁의 손에서 담배를 하나 뺏어가 불을 붙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준혁아.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너의 행동이 맞다 틀리다 판단할 수 없는 거 알아. 네가 윤혜인 씨를 위해서 이러는 것도 알고. 근데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잖아. 정말 이게 윤혜인 씨에게 좋은 일일까?”김성훈이 담배를 물고 이준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렇게 중얼거렸다.“네가 누워있을 때 내가 아무리 불러도 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어. 윤혜인이 다른 남자랑 도망갔다고 하자마자 바로 눈을 번쩍 떴던 거 기억나? 쓰러졌으면서도 너는 네 감정에 충실했던 거야. 나는 윤혜인 씨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이준혁이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좀 닥쳐.”“콜록콜록...”김성훈은 독한 담배에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와.”김성훈이 말했다.“니코틴으로 나 죽이려고 그러지. 너 따라서 죽으라고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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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김성훈이 가고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이준혁은 차가운 달빛 아래 꼿꼿이 선 채 온몸으로 한기를 뿜어냈다.주훈이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좀 쉬실래요?”“응, 너 먼저 가서 쉬어.”이준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이준혁도 움직이지 않는데 주훈은 더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좋은 상담 선생님 찾아봐.”이준혁이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주훈이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반응하고는 말했다.“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이준혁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너는 갈 필요 없어. 앞으로 그쪽 일에 네가 얼굴을 비치지는 마.”주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주훈도 다 알고 있었다. 이준혁은 그가 상담 선생님을 보냈다는 걸 윤혜인이 몰랐으면 했다.이준혁은 돌아오고 난 후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주훈은 수석 비서로서 이준혁이 여전히 예전의 그 이준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행실이 조금 더 은밀해지고 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이었다.내부든 외부든 시름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 은밀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윤혜인이 깨어났을 때는 곽경천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혜인아, 깼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키려는데 곽경천이 조심스럽게 부축했다.“천천히. 조심해.”윤혜인은 고개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곽경천을 바라봤다. 곽경천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빠, 왜 그래?”윤혜인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물었다.곽경천이 말하려다 말고 윤혜인을 바라봤다.윤혜인은 곽경천의 이상한 눈빛에 심장이 덜컹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도대체 무슨 일인데?”“할 말이 있어. 마음 단단히 먹어.”곽경천이 윤혜인에게 검사 결과를 건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너 임신했대.”윤혜인이 넋을 잃었다.‘임신?’윤혜인은 검사 결과를 받아서 들며 이렇게 중얼거렸다.“임신… 쌍둥이?”단어는 다 아는 단어였지만 붙여놓으니 어딘가 낯설었다.‘임신이라니. 그것도 쌍둥이를.’윤혜인은 선천적으로 한기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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