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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이준혁의 눈빛은 담배 연기에 가려져 흐릿했다. 마치 김성훈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이 감탄스러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안 믿어. 너한테 다 계획이 있겠지.”

김성훈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일 외국으로 나가봐야 해. 메리와 이 독액에 대해 연구할 생각이야.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마. 나는 너 죽게 안 놔둬. 땅을 파서라도 그 독액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서 조성표를 가져올 거야. 그러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어.”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었다. 김성훈이 말하는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자기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김성훈은 마음이 착잡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승산이 얼마인지는 김성훈도 몰랐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윤혜인에게 그만하라고 한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친구로서 둘 중 그 누구도 다치지 말았으면 했다.

김성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총명하기 그지없는 이준혁은 또 어떨까.

김성훈이 손을 내밀어 이준혁의 손에서 담배를 하나 뺏어가 불을 붙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준혁아.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너의 행동이 맞다 틀리다 판단할 수 없는 거 알아. 네가 윤혜인 씨를 위해서 이러는 것도 알고. 근데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잖아. 정말 이게 윤혜인 씨에게 좋은 일일까?”

김성훈이 담배를 물고 이준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네가 누워있을 때 내가 아무리 불러도 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어. 윤혜인이 다른 남자랑 도망갔다고 하자마자 바로 눈을 번쩍 떴던 거 기억나? 쓰러졌으면서도 너는 네 감정에 충실했던 거야. 나는 윤혜인 씨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준혁이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

“좀 닥쳐.”

“콜록콜록...”

김성훈은 독한 담배에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와.”

김성훈이 말했다.

“니코틴으로 나 죽이려고 그러지. 너 따라서 죽으라고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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