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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윤혜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살이 많이 빠지고 조각 같은 턱라인이 예전보다 더 튀어나와서 그런지 뭔가 날카로운 느낌이 더해졌다.

윤혜인의 불안함은 남자를 보자마자 말끔히 사라졌다. 뭔가 더 말하려는데 남자가 덤덤한 말투로 아무 감정 없이 이렇게 말했다.

“문 닫아요.”

이 말은 윤혜인이 아니라 구급대원에게 한 말이었다.

구급대원은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문을 닫았다.

윤혜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멀리 떠나고 나서도 윤혜인은 꼼짝도 못 했다.

곽경천은 원래 곽아름을 데리고 떠나려다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윤혜인을 보고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다가갔다.

“혜인아.”

윤혜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손은 언제 까졌는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곽경천이 다급하게 윤혜인의 손을 잡더니 걱정스레 물었다.

“손은 언제 다친 거야?”

몸에 힘이 풀린 윤혜인은 그제야 곽경천의 품에 기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너무 무서워... 준혁 씨 나 못 알아보는 것 같아...”

곽경천도 가슴이 덜컹했지만 얼른 윤혜인을 위로했다.

“어머니가 걱정돼서 그랬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준혁의 눈빛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낯설 정도였다.

눈빛이 어두워진 곽경천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먼저 병원 가자.”

병원에 도착해 곽아름의 몸 상태를 체크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윤혜인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문현미가 있는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순간 너무 애틋해진 윤혜인은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렇게 한참 동안 망설이던 윤혜인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그를 불렀다.

“준혁 씨...”

이준혁이 천천히 눈까풀을 들었다. 그 눈동자는 차가우면서도 덤덤했다.

날씨는 금방 가을에 들어섰지만 윤혜인은 오한을 느꼈다. 응급실이 워낙 차가운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윤혜인이 초롱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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