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134 챕터

제981화

한편, 이선 그룹 기자 회견 현장.이선 그룹 대변인이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선 그룹에 대한 여러분들의 무한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대표 이준혁 씨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문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대변인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이선그룹 대표 이준혁 씨는 12월 9일,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돌아가셨습니다.”믿지 않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젊고 유능한 이준혁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발언을 마친 대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이선그룹 대행이사 이천수 씨의 발언이 있겠습니다.”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이천수는 비서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낯빛이 창백한 이천수가 울먹이며 말했다.“몸이 좋지 않아 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준혁 대표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저의 곁을 떠날 거라고는…”눈물을 훔치는 이천수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천수가 말을 이었다.“비통한 심정을 잘 다스린 뒤에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발표할 생각입니다. 저의 아들 이준혁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원지민의 배 속에는 이준혁의 아이가 있습니다. 원지민 씨는 온진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될 것이고 저희 이선 그룹과의 합작도 추진할 것입니다.”카메라가 원지민 쪽으로 돌아가자 원지민은 눈물을 흘렸다. 명품 검은색 원피스에 진주 모자를 쓴 원지민은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부의 모습이었다.이천수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사회에서는 이선 그룹의 발전을 위해 저의 아들 이구운에게 임시 대표직을 위임하기로 했습니다. 이구운은 월 스트리트 금융 기관의 고위직을 맡았었고 고학력 인재입니다. 또한 이준혁을 롤모델로 삼고 노력했기에 이구운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선 그룹에 무한한 영광을 안겨줄 것입니다!”뭇사람들은 기자 회견 현장이 갑자기 흐름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천수는 가볍게 기침하고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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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기자들은 셔터를 눌렀다.“그게 무슨…”이천수는 윤혜인을 욕하려다가 기사가 날까 봐 도로 참았다.“내 아들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했지만 허무맹랑한 말을 들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 증거 자료를 함께 보시죠.”스크린에 이준혁이 운전하는 영상이 나타났는데 뒤에서 따라가던 보디가드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각도였다. 조각처럼 빛나는 옆모습과 차분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윤혜인은 처음 보는 영상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영상은 일 분도 채 되지 않았고 이준혁의 차가 바다로 뛰어들면서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졌다.펑!주훈은 낯빛이 하얗게 질린 윤혜인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사고가 난 뒤, 윤혜인은 여전히 이준혁이 살아있다고 믿었지만 그렇게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영상이 끝나자마자 이천수는 큰소리로 물었다.“이러고도 준혁이가 살아있다고 잡아뗄 건가?”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뜨더니 차갑게 말했다.“이준혁 씨가 죽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요.”윤혜인은 목청을 높였다.“폭발하는 장면만 있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요.”이천수는 화가 솟구쳐 올랐다.‘차가 폭발했으면 그 안에 있던 사람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준혁이 살아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이때 윤혜인이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한 증거를 내놓았다.“이준혁 씨는 사망한 게 아니라 실종된 거예요.”이천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이 개같은 년이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아.’경찰 측에서는 임세희가 도주한 뒤 복수하는 과정에서 이준혁이 사망했다고 하면서 사건을 급급히 종결했고 이천수는 사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기자 회견을 열었는데 윤혜인이 실종 신고를 한 증거를 들고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천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헛소리하지 말고 나가! 종결된 사건이고 유가족이 사인까지 했는데, 이준혁과 이혼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실종이니 뭐니 하는 거야!”이천수는 윤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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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여론의 힘으로 조사할 시간을 더 늘일 수 있다고 믿었다. 윤혜인은 이천수를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 회장님,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슬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종 전에 찍힌 영상 화면을 공개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윤혜인이 차갑게 웃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아들이 아닌 줄 알겠어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이천수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천수는 사람들의 시선에 몸이 굳었고 윤혜인의 말에 식은땀이 흘렀다.이천수는 윤혜인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내 아들은 널 구하려다가 죽은 거야! 그런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고서 준혁의 유산을 차지하려고 하다니…”이천수는 사실을 왜곡했고 원지민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손주는 원지민 배 속에 있으니 출생이 분명한 아이를 내세우지 말 거라!”윤혜인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이건 공증을 마친 유전자 검사 결과예요.”이천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자 윤혜인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준혁 씨가 아직 살아있으니 엄연히 말하면 유산은 아니죠.”윤혜인은 이천수, 이구운과 원지민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저는 준혁 씨의 재산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주러 온 거예요. 원지민 씨 배 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거예요.”기자들은 원지민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이준혁의 아이가 아닌가 보네. 재벌가의 일은 막장 드라마라니까.’원지민은 윤혜인을 노려보았다.‘임세희가 똑바로 처리했어도 저년이 죽는 건데… 죽어야 할 사람은 살아있고 살아야 할 사람이 죽었어.’이천수는 식은땀을 흘렸다.‘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원지민 배 속의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나의 입지에 영향을 줄 거야.’이천수는 이구운한테 눈짓하더니 다급히 기자 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는 매체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오늘 일어난 일을 보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윤혜인은 이천수가 기자들을 입막음할 것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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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원지민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떻게…”문현미가 입을 열었다.“나한테 준혁의 생물학적 견본이 있으니 유전자 검사를 다시 해보거라.”사실 문현미는 나오자마자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주훈이 만류했다. 약물을 과다복용한 사람의 말은 증언으로 인정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문현미는 원지민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이 악독한 년이 내 아들을 죽였어!’원지민은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괴롭힘당하는 연기를 했다.이천수가 재빨리 다가와 문현미한테 손찌검하려고 했다.“미친 여편네가 왜 여길 와서 난동을 부려!”이천수는 문현미가 미쳤다고 사방에 알리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같았다. 주훈은 이천수의 팔목을 붙잡았고 문현미를 보디가드한테 맡겼다.“지금은 잠시 자리를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윤혜인도 자리를 뜨려고 하자 원지민이 쫓아와 말했다.“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사람이 감히 원씨 가문과 이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가요?”윤혜인이 차갑게 웃었다.“원지민 씨는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니잖아요.”원지민은 주먹을 꽉 쥐더니 실성한 듯 웃었다.“당신이 뭐라고 떠들든지 상관없어요. 내 배 속의 아이는 이준혁의 아이가 틀림없다고요!”‘이준혁도 죽은 마당에 윤혜인과 정신이 나간 문현미가 뭘 어쩌겠어?’윤혜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원지민 씨, 보디가드가 죽었으니 다른 증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건가요?”원지민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뜻이죠?”“원지민 씨가 저지른 일은 다 돌아가게 되어있어요.”윤혜인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당신이 임세희를 지시해 저를 죽이려고 했다는 증거를 꼭 찾아낼 거예요.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라고요!”“법의 심판이라고요?”원지민은 깔깔 웃더니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아, 정신 나간 문현미 사모님의 증언으로요?”윤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모르시나 본데 자주 연락하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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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원지민은 갈라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날 평가해! 네가 아니었다면 이준혁은 날 사랑했을 거야!”원지민은 어릴 적부터 이준혁을 좋아했고 남장을 한 채 다가가기도 했었다. 여자인 것이 밝혀진 뒤, 아버지가 아들을 좋아한다는 핑계를 대며 설명했다.사실 원지민의 아버지 원정호는 사상이 개방적인 사람이라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상관없이 사랑해 주었다. 원정호는 아이를 더 가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설명한 뒤에도 이준혁은 원지민과 거리를 두었기에 원지민은 원정호의 핍박에 못 이겨 유학 가게 된 척하면서 동정심을 얻어내려고 했었다.원지민은 이준혁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곁에 남으려 했다. 해외에 있을 때도 이준혁의 근황을 조사했고 이준혁 곁에 임세희와 윤혜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준혁이 임세희의 딱한 사정 때문에 보살펴 주었는데 그것이 이혼의 계기가 되어 존재감 없던 윤혜인은 자연스럽게 내쳐지게 되었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원지민은 윤혜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지만 이준혁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사랑한 사람이 윤혜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원지민은 주먹을 꽉 쥐었고 눈에 살기가 돌았다. 이준혁의 벅찬 사랑을 받는 윤혜인을 죽여버리고 싶었고 질투심에 이성을 잃었다.원지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 너 때문이야. 이 악독한 년!”“원지민 씨가 오해한 게 있어요.”윤혜인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나타나지 않았었더라도 준혁 씨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거예요.”사랑이란 감정은 나타난 순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처음부터 마음이 없었던 사람은 상대방이 무슨 짓을 해도 사랑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것을 외면하던 원지민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미친 짓을 벌이고 다녔다.형사의 뒤에 있던 기자들이 몰려오더니 원지민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원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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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서로 비난하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수법이었을 뿐이다.원지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윤혜인도 할 수 있다.결과적으로 언론은 그녀의 발언에 즉시 반응하며 몰려들었다.“곽혜인 씨, 방금 원지민 씨가 당신 아이의 아버지를 해쳤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곽혜인 씨,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윤혜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들을 무시하며 뒤돌아섰다.남은 건, 원지민의 분노에 질색한 얼굴뿐이었다....복도에서.몇 걸음 나아갔을까 누군가가 윤혜인을 불렀다.“윤혜인.”한구운이 천천히 다가오며 연민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유감이야.”그는 윤혜인이 헛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은 이미 죽었고 이제 아무도 자신을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그리고 한구운은 누구의 방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윤혜인은 그에게 한마디도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비켜요.”하지만 한구운은 비키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윤혜인이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는 그녀를 붙잡았다.한구운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선 그룹은 곧 내 것이 될 거야.”그러자 윤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맑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한구운 씨,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현실을 못 받아들이고 있나?”한구운은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못마땅해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내가 사생아라고 무시하는 거지? 이제 이준혁은 죽었어. 나는 더 이상 사생아가 아니야. 이선 그룹의 유일한 합법적인 후계자지!”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준혁이 너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 나도 줄 수 있어!”윤혜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말했다. “준혁 씨는 안 죽었어요.”“혜인아, 제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거야. 왜 스스로를 속이려 하는 거야?”한구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곁으로 와. 이준혁이 너를 사랑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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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그러나 원지민이 원하는 것은 윤혜인의 목숨이었고 이천수가 노렸던 것은 이준혁의 목숨이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속셈을 알지 못한 채 협력했고 이젠 한구운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져 버린 후였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윤혜인의 손목을 풀어주며 낮게 말했다.“네가 겪은 일들 다 보상해줄게. 원지민을 당장 건드리진 못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그러자 윤혜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거절하며 한구운의 가슴을 밀치고 거리를 두었다.“필요 없어요. 한구운 씨,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난 당신과 함께할 생각 없어요. 친구조차 될 수 없으니 그만 미련을 버려요.”윤혜인의 거리낌 없는 거절에 한구운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그녀를 강하게 잡아당겨 단번에 자신의 품에 안아버리고는 불타는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분노에 휩싸인 윤혜인은 힘껏 저항하며 소리쳤다.“놔요. 이거 놔요!”하지만 한구운은 그녀의 외침을 무시하며 마치 독이 묻은 듯한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혜인아, 내가 이선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면 너도 내 것이 될 수 있지 않겠어? 안 그래”한구운의 오랫동안 억눌렸던 감정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는 가까이 다가가며 윤혜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서질 듯한 아름다움과 떨리는 입술이 더욱 한구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했다.곧 한구운은 윤혜인의 허리를 더욱 세게 감싸며 집착하듯 속삭였다.“이준혁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너는 나의 여자가 될 거야.”뒤이어 한구운이 윤혜인의 입술에 다가가려 하자 윤혜인은 무릎을 꿇어 힘껏 그의 아랫배를 가격했다.“윽... 너!”한구운은 아랫배를 붙잡고 통증에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은 폭풍 전야처럼 어두워졌다.그러나 윤혜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털어내고 차분하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잘 찍었어요?”“네, 아주 선명하게요.”핸드폰을 든 주훈이 어둠 속에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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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왜?”한구운이 물었다.몸이 조금 회복된 그는 꼿꼿이 서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난 너를 사랑해, 난 너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그런데 왜 넌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거야?”그러자 윤혜인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아니니까요.”이 세상 누구도 이준혁을 대신할 수 없었다.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생명까지 바칠 수 있었던 이준혁이었으니 말이다.이선 그룹 본사 밖으로 나온 후, 주훈은 걸어가며 보고했다.“사모님, 주진희 씨를 찾으러 갔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행방불명이 됐다고 합니다. 이전에 대표님께서 사람을 보내 주진희 씨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누군가 그 틈을 타 주진희 씨를 납치한 것 같습니다. 아마 상황이 좋지 않을 겁니다.”이 말에 윤혜인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계속 찾아봐요.”차에 타기 전에 주훈은 갑자기 물었다. “사모님, 정말 대표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 생각하십니까?”곧이어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윤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준혁 씨는 돌아올 거예요.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주훈은 그 순간, 한때 약하고 보호가 필요했던 윤혜인이 지금은 이준혁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강인하고 유연한 모습이 그와 흡사했다.그래서 주훈도 윤혜인의 말을 믿게 되었다.때로는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이 필요한 법이다.주훈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돌아보니 문현미였다.그는 급히 차에서 내려 인사를 건넸다.“사모님.”문현미는 손을 흔들었다.“혜인 씨와 잠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윤혜인도 예의를 갖추며 차에서 내렸다.문현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닥을 내려다보며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손녀를 볼 수 있을까요?”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아직 소개해드릴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문현미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멀리서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윤혜인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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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여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처치가 늦었어. 이미 독소가 몸에 주입된 상태에서 하루 밤낮을 바다에서 표류했으니 그로 인해 독소의 작용이 더 빨라졌을 거야.”“더 빨라졌다고?”김성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처음의 고비까지는 한 달의 시간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그렇지 않아.”약간의 유감이 담긴 표정으로 여의사는 고개를 저었다.“만약 깨어나지 못하면, 첫 번째 치료 단계를 침대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커.”김성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는 믿기지 않는 듯 여의사의 팔을 꼭 잡았고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그러자 여의사가 급히 김성훈을 부축하며 말했다.“아이고... 성훈아, 이러지 마...”김성훈은 간절하게 부탁했다.“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 줘. 준혁이 이제 막 아내랑 화해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던 참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안 돼.”“성훈아...”여의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김성훈과 오랜 친구 사이로 지냈어도 그녀는 그가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너 나 잘 알잖아?”여의사가 말했다.“준혁 씨를 살릴 생각이 없었다면 난 내 실험실로 데려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그녀는 남자의 깎아지른 듯한 야윈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신종 사례를 놓치고 싶지 않아.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어. 하지만...”말을 멈칫하더니 여의사가 다시 말했다.“지금으로선 준혁 씨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그 다음 단계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거야.”김성훈의 눈이 번쩍였다.‘이 말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인가...’그러나 다음 순간, 여의사는 그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최선을 다해볼 테지만 결과는 하늘의 뜻에 달렸어.”김성훈은 깊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 여의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처음 여기 왔을 때 ‘혜...’라고 했던 말을 들었어. 그 후로는 깊은 혼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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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이를 갈 정도로 원지민은 분노했다.‘이 늙은이가... 분명 나를 구치소에 더 오래 가두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어!’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원지민은 문현미와의 면회를 요청했다.그리고 문현미는 이에 동의했다.그녀도 원지민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원지민은 문현미 곁에서 수년 동안 순종적으로 행동해왔고 문현미도 그녀를 아끼고 보살펴 왔다.그런데도 원지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문현미에게 독을 먹이고 심지어 이천수와 손잡아 그녀의 외아들까지 죽이려고 했다.이들이 생각하는 건 단순했다.자신들이 직접 저지르지 않은 일이라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때문에 문현미는 분명히 그들에게, 특히 원지민에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줄 참이었다.구치소 면회실에서.원지민은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고 얼굴에는 피곤함과 고통이 가득했다.“어머님...”그녀는 입을 떼자마자 목이 메었다. 익숙한 호칭을 사용해 문현미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문현미는 그 호칭을 듣자마자 원지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어머님이라고 부르지 마!”그녀는 독하게 말했다.“연극은 그만둬. 할 말 있으면 빨리해!”“어머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하지만 원지민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울먹였다.“제 배에는 아직도 준혁이의 아이가 있다고요...”곧 문현미는 벌떡 일어나 원지민의 뺨을 세게 때렸다.“네 배 속의 그 아이가 누구의 자식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쓰라린 뺨에 원지민은 눈앞의 문현미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이때, 교도관이 개입하여 상황을 중재했다.“주의하세요! 면회를 계속할 건가요?”결국 원지민은 억울함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교도관은 엄격하게 경고했다.“첫 번째 경고입니다.”원지민은 이를 갈았지만 애써 참으며 계속해서 자신을 불쌍하게 보이도록 했다.“어머님, 저를 믿어주세요. 그 여자는 어머님을 속이고 있어요. 그 여자가 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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