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처치가 늦었어. 이미 독소가 몸에 주입된 상태에서 하루 밤낮을 바다에서 표류했으니 그로 인해 독소의 작용이 더 빨라졌을 거야.”“더 빨라졌다고?”김성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처음의 고비까지는 한 달의 시간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그렇지 않아.”약간의 유감이 담긴 표정으로 여의사는 고개를 저었다.“만약 깨어나지 못하면, 첫 번째 치료 단계를 침대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커.”김성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는 믿기지 않는 듯 여의사의 팔을 꼭 잡았고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그러자 여의사가 급히 김성훈을 부축하며 말했다.“아이고... 성훈아, 이러지 마...”김성훈은 간절하게 부탁했다.“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 줘. 준혁이 이제 막 아내랑 화해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던 참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안 돼.”“성훈아...”여의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김성훈과 오랜 친구 사이로 지냈어도 그녀는 그가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너 나 잘 알잖아?”여의사가 말했다.“준혁 씨를 살릴 생각이 없었다면 난 내 실험실로 데려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그녀는 남자의 깎아지른 듯한 야윈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신종 사례를 놓치고 싶지 않아.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어. 하지만...”말을 멈칫하더니 여의사가 다시 말했다.“지금으로선 준혁 씨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그 다음 단계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거야.”김성훈의 눈이 번쩍였다.‘이 말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인가...’그러나 다음 순간, 여의사는 그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최선을 다해볼 테지만 결과는 하늘의 뜻에 달렸어.”김성훈은 깊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 여의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처음 여기 왔을 때 ‘혜...’라고 했던 말을 들었어. 그 후로는 깊은 혼수상
이를 갈 정도로 원지민은 분노했다.‘이 늙은이가... 분명 나를 구치소에 더 오래 가두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어!’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원지민은 문현미와의 면회를 요청했다.그리고 문현미는 이에 동의했다.그녀도 원지민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원지민은 문현미 곁에서 수년 동안 순종적으로 행동해왔고 문현미도 그녀를 아끼고 보살펴 왔다.그런데도 원지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문현미에게 독을 먹이고 심지어 이천수와 손잡아 그녀의 외아들까지 죽이려고 했다.이들이 생각하는 건 단순했다.자신들이 직접 저지르지 않은 일이라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때문에 문현미는 분명히 그들에게, 특히 원지민에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줄 참이었다.구치소 면회실에서.원지민은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고 얼굴에는 피곤함과 고통이 가득했다.“어머님...”그녀는 입을 떼자마자 목이 메었다. 익숙한 호칭을 사용해 문현미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문현미는 그 호칭을 듣자마자 원지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어머님이라고 부르지 마!”그녀는 독하게 말했다.“연극은 그만둬. 할 말 있으면 빨리해!”“어머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하지만 원지민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울먹였다.“제 배에는 아직도 준혁이의 아이가 있다고요...”곧 문현미는 벌떡 일어나 원지민의 뺨을 세게 때렸다.“네 배 속의 그 아이가 누구의 자식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쓰라린 뺨에 원지민은 눈앞의 문현미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이때, 교도관이 개입하여 상황을 중재했다.“주의하세요! 면회를 계속할 건가요?”결국 원지민은 억울함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교도관은 엄격하게 경고했다.“첫 번째 경고입니다.”원지민은 이를 갈았지만 애써 참으며 계속해서 자신을 불쌍하게 보이도록 했다.“어머님, 저를 믿어주세요. 그 여자는 어머님을 속이고 있어요. 그 여자가 낳
말을 하면서 그녀는 몸을 숙여 여자의 상처를 간단히 응급처치로 지혈하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피가 여전히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상처가 매우 깊은 게 분명했다.곧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들어와 원지민을 구급차에 실었다.사이렌 소리와 함께, 꽉 쥐고 있던 원지민의 손이 마침내 천천히 풀렸다.그녀의 입가에는 힘겹게 억지로 얹은 듯한, 희미하지만 만족스러운 미소가 살짝 번졌다....윤혜인이 이 소식을 들은 건 이미 다음 날 정오였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달밤 스튜디오에 큰 문제가 생겼으니 말이다.원자재부터 생산 라인까지 모든 공급망이 중단되었고 대량의 주문이 제때 납품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더 심각한 것은 회사 내 이미 완성된 제품들이 밤중에 두 명의 좀도둑에 의해 모두 파손되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다.많은 고객이 주문 재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윤혜인은 급히 공동 고객 서비스 부서를 설립하여 환불 협상을 진행했다.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단순히 환불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일부 고객들은 연회나 축제에 참석할 예정이라 현장에서 즉석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심지어 두 배의 보상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객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윤혜인은 할 수 없이 구지윤과 고위 임원들과 함께 나눠서 직접 고객들을 찾아가 사과하고 보상해 주었다. 스튜디오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더불어 그녀는 보상액을 세 배로 올리기로 결정했다.즉, 1억 원의 주문에 대해 3억 원을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대략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스튜디오의 현재 파손된 주문 가치는 약 400억 원에 달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총 1200억 원을 보상해야 했다.‘달밤’이 개업한 이래 총 수익은 겨우 300억 원에 불과했기에 이 구멍을 메울 방법은 전혀 없었다.경찰서 쪽에서는 좀도둑들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하지만 그 둘은 너무 가난해서 보상할 돈이 전혀 없었고 자발적으로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
사실 윤혜인은 오늘 송아영 외에도 여러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그래서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송아영 씨, 저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대체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윤혜인은 태블릿을 꺼내 건네며 덧붙였다.“Vserand도 국제적인 브랜드입니다. 그쪽 제품을 구입해서 응급 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사실 Vserand는 흠잡을 데 없는 명성 있는 브랜드였는데 달밤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브랜드였다.그러나 애초에 윤혜인을 고의로 곤란하게 하려 했기 때문에 송아영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다.그녀는 머리를 저으며 무시하듯 말했다.“혜인 씨, 말은 참 잘하시네요. 그런데 이미 저희 회사에서는 공식 발표를 했어요.”송아영은 바로 핸드폰에서 한 이미지를 내밀었다.날카로운 눈썰미로 윤혜인은 그 발표 시간이 정오였음을 알아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송아영 씨, 저희는 오전 9시에 이미 귀사에 전화로 모든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미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오에 발표를 하신 이유가 뭡니까?”순간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송아영은 곧 침착하게 변명했다.“제가 몰랐던 거죠. 아마 전화는 저에게 걸린 게 아닐 겁니다...”그녀는 명백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이성을 잃은 송아영은 이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당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명백히 당신들이 잘못했는데 왜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는 거냐고요. 달밤 스튜디오는 항상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해왔나요?”“저희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윤혜인은 담담하게 물었다.“그럼 송아영 씨는 어떻게 해결하고 싶으신지 방안을 제시해 주시겠어요? 제가 들어보고...”하지만 윤혜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송아영은 날카롭게 말했다.“이미 말했잖아요.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그녀는 귀 옆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후에 제 기분을 봐서
송아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항상 강자에게 아부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태도를 취해왔다.원씨 가문에서 지시를 내렸는데 송아영이 윤혜인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더군다나 그녀의 본래 그런 성격이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이었고 말이다.곧 송아영이 비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몇 마디 한다고 해서 나와 지민이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송아영 씨의 절친 원지민 씨가 벌써 이틀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송아영은 살짝 의아해졌다.사실 요 이틀 동안 그녀와 연락을 취한 것은 원지민 본인이 아닌 원지민의 비서였다.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원지민을 찾을 수 없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윤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송아영 씨 절친이 지금 어디 있는지 조금만 알아보는 게 좋을 겁니다. 결정할 수 있는 시간 5분 더 줄게요. 그때까지도 협상할 생각이 없다면 그만 끝냅시다.”원지민이 구금된 사실은 원씨 가문에서 철저히 숨기고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였다.송아영은 윤혜인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원지민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이자 원씨 가문의 대표인 그녀의 편에 서는 것이 절대 실수일 리 없다고 여겼다.그러나 윤혜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자 송아영은 약간 불안해졌다.곧바로 원지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송아영의 전화를 받는 것은 여전히 원지민의 비서였다.“채 비서, 지민이는 없어요?”상대방은 능숙하게 대답했다.“안녕하세요. 송아영 씨. 대표님께서는 현재 국제 회의에 참석 중이셔서 전화를 받기 어렵습니다.”송아영은 전화를 끊고 다시 업계 대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원지민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쪽에서는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기다리는 동안 송아영은 고개를 높이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신이 헛소리하는 게 틀림없어요. 지민이는 지금 해외에 있다고요.”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5분이 지나
이천수의 말은 명백히 위협으로 들렸다.이제 윤혜인의 회사만이 아니라 곽씨 가문의 사업까지 건드리려는 의도였다.윤혜인은 냉담하게 대꾸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희 집의 현금 흐름은 현재 전혀 문제없습니다.”이천수는 그녀가 그저 강한 척한다고 생각했다.곧 그는 진심으로 충고하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혜인아, 삼촌이 하나 충고해줄게. 차라리 준혁이의 사망을 인정하고 사건을 철회하는 게 어때? 그 주식 부분을 내가 현금으로 줄게.”물론, 사건이 철회된 후에 얼마나 주겠다는 건 결국 이천수의 마음대로일 것이다.그는 단순히 몇 가지 수를 써서 이선 그룹의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 다음, 적은 금액으로 보상할 생각이었다.윤혜인은 그의 진짜 의도를 깨달았다.그가 원하는 것은 이준혁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어 그의 야망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었다.“삼촌, 준혁 씨는 죽지 않았어요.”윤혜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앞으로는 입조심해 주세요. 그 말 듣기 싫어요.”이천수는 분노로 폭발 직전이었다.‘고집이 왜 이렇게 세? 전혀 말을 듣지 않는군.’“곧 네가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두고 봐!”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몇몇 회사들은 달밤과의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다.분명 이천수가 손을 썼을 것이다.날이 어둑해질 무렵, 윤혜인은 지친 몸을 이끌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다.이미 이틀째 스튜디오에서 먹고 자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갈 시간도 없었다.다행히 집에는 홍 아줌마와 경호원이 있어서 그녀는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연이틀 동안 윤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결과적으로 손실은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특히 가장 큰 주문이었던 SY 미디어에서는 한 푼도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대체 방안을 마련해 주었다.이 덕분에 윤혜인은 상당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그녀는 성준에게 보상금을 송금했지만 성준은 이를 거절하며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했다.성준은 또 이렇게 말했다.
윤혜인은 마음이 타들어 가는 듯한 긴장감에 사로잡혀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천천히 앉으며 애써 자신을 진정시킨 후, 다시 한번 모니터 화면을 반복해서 확인했다.마침내, 그녀는 홍 아줌마와 아름이가 사라진 그 모퉁이로 갔다.이곳은 홍 아줌마가 평소에 다니던 경로가 아니었으며 화면 속에서의 아름이가 작은 손으로 홍 아줌마를 잡아당기듯 이끌고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좁은 골목 입구에 서서 주변을 살펴봤다.이곳에는 하나의 도로 감시 카메라만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었다.만약 홍 아줌마와 아름이가 이 모퉁이에서 납치된 것이라면 카메라에 포착될 가능성은 없었다.분명히 상대방이 사전에 계획을 세운 것이 틀림없었다.‘그런데 왜 아름이는 왜 낯선 경로로 홍 아줌마를 이끌었을까?’수많은 의문이 윤혜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금방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천수, 한구운, 원지민...’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스쳐 갔다.윤혜인은 이들 모두를 증오했다.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사람들을 미워했다.‘도대체 누가 아름이를 데려간 거냐고!’그녀는 곧바로 차에 올라타 이선 그룹 본사로 돌진했고 이천수의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이천수는 넓은 사장 의자에 앉아 여비서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여비서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그의 무릎에 앉아 있었고 이천수는 여자의 탱탱한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입을 맞추고 있었다.“자기야, 날 너무 괴롭히지 마. 빨리 줘... 더 이상 참기 힘들겠어...”그때, 문이 ‘쾅’ 하고 열렸다.이천수는 깜짝 놀라 여비서를 밀쳐냈고 그녀는 ‘아야’ 소리와 함께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윤혜인은 이천수에게로 달려가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당신이야? 당신이 데려갔어?”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이천수는 화가 나 있었다.“미쳤어? 뭐가 나라는 거야? 데려가긴 뭘 데려가?”
윤혜인은 몸이 경직된 상태였지만 여전히 본능적으로 한구운의 손길을 피하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렇게 한구운의 손은 허공에 멈춰 섰다.잠시 후, 그는 갑자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혜인아,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강하게 맞서봐야 결국 너만 손해일 뿐이라고.”윤혜인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아름이의 행방을 찾으러 가려 했다.그러나 한구운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쓸모없는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한테 부탁하는 게 낫지 않겠어?”윤혜인은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뒤돌아보며 물었다.“아름이와 홍 아줌마의 행방을 알고 있어요?”한구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사람을 찾는 건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윤혜인은 한구운이 그녀가 절망에 빠진 틈을 타 자신을 조종하려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발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한구운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세상에 진짜 나비 요정이 있을까?”그 순간, 윤혜인의 눈앞이 아찔해졌다.이건 그녀가 아름이에게 들려주던 이야기였다.만약 길을 잃으면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 나비 요정이 와서 데려가도록 기다리라고 말이다.윤혜인은 한구운에게 달려가 그의 옷깃을 잡고 격하게 물었다.“우리 아름이를 어디에 숨겼어?!”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목소리는 마치 성대가 찢어진 것처럼 쉬어있었다.“당신이 맞지? 당신이 우리 아름이를 데려간 거야. 돌려줘. 내 아이를 돌려줘!”그러나 한구운은 태연하게 말했다.“너무 흥분하지 마. 계속 이렇게 나를 붙잡고 있으면 사람들이 네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면 너와 나 사이에 떠돌던 소문도 저절로 사라지겠지.”이제야 한구운의 속셈이 드러났다.하지만 윤혜인은 지금 그런 꿍꿍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구운을 쏘아보며 말했다.“당신들 인간이긴 해? 내 아이는 그냥 어린애야. 내 아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피를 토하듯 절박하게 외쳤다.“정말이야. 죽여버릴 거라고.”하지만 한구운은 그저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