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1134 챕터

제1031화

소원은 입술을 앙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소종은 일부러 한숨을 내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참으로 아쉽네요...”소원이 주먹을 움켜쥐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뭐가 아쉽다고 그래?”“그게...”소종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 덧붙였다.“아니에요.”“뭐 하자는 거예요?”소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종이 다리를 꼬고는 코웃음 쳤다.“질문하는 입장인데 태도가 이렇게 딱딱해도 돼요?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소원은 소종의 테이블에 놓인 양주를 번쩍 들어 단숨에 반 병을 마셔버렸다.“됐어요?”뜨거운 양주가 목구멍을 타고 위까지 흘러 들어가자 소원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숨을 몇 번 들이마시고 나서야 조금 나아진 소원이 물었다.“소 비서님, 성의를 이만큼 보이면 되겠냐고요?”몇십 도가 훌쩍 넘는 양주를 저렇게 들이붓다니, 소종은 소원이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소원을 괴롭히고 싶긴 했지만 한꺼번에 한 병을 거의 마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소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원은 얼마 남지 않은 양주를 그대로 원샷해 버렸다.“그만 마셔요.”소정은 화가 치밀어 올라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경한은 소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위도 좋지 않는데 이렇게 들이부었다가 죽기라도 하면 소종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소원은 허약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테이블에 부딪히더니 소종의 발치에 털썩 주저앉았다.눈앞이 캄캄해진 소종이 연신 이렇게 말했다.“아니, 죽어도 내 앞에서 죽으면 안 되죠...”“닥쳐요.”소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테이블에 놓인 포크를 소종의 목에 갖다 댔다. 당장이라도 소종의 목을 그어버릴 기세였다.아가씨들이 혼비백산해서는 비명을 질렀다. 소원이 그 두 여자를 노려보며 말했다.“핸드폰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있어요.”이 바닥에 몸을 담은 여자들은 낄끼빠빠를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얼른 전화를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소종은 화를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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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겨우 이런 포크로 누굴 겁주려고.”소종이 소원의 손을 밀어내며 하찮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대단하면 찔러보든지요.”소원이 손에 힘을 풀자 포크가 바닥에 떨어졌다.육경한을 제외하고 서현재를 데려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얼른 나가요. 여기서 성가시게 하지 말고.”소종이 뻣뻣해진 목을 이리저리 비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걱정하지 마요. 대표님이 지시하기 전에 내가 손댈 일은 없을 테니까요.”소원이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아가씨들이 혼비백산하며 뛰어나왔다. 소원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손을 목구멍에 넣어 아까 마셨던 술을 전부 토해냈다. 그러자 몸에 힘이 풀려 벽에 겨우 기대 있었다.이때 소종의 핸드폰이 울렸다.수화기 너머로 무슨 말이 들렸는지는 모르지만 소종은 연신 알겠다고 대답했다.통화가 끝나고 소종은 화장실로 들어가 핏기 없는 소원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소원 씨, 대표님이 보자고 하십니다.”소원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앞만 내다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소종이 말을 이어갔다.“서현재 씨의 행방을 궁금해한다는 걸 아시고 서현재 씨에게 데려다주겠다고 하셨어요.”소원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에 위가 다시 뒤틀렸는지 칼이라도 맞은 듯 아파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소종이 웃었다.“급할 건 없어요. 곧 애타게 찾던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소원은 소종과 함께 프라이빗 클럽으로 향했다. 바깥 인테리어만 봐도 어마어마했다.안으로 들어가자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육경한이 보였다.육경한은 이미 수염을 말끔하게 민 상태였다. 안에서 살이 빠졌는지 얼굴이 더 각져 보였다. 그는 금테 안경을 쓴 채 재무제표를 보고 있었다. 소원은 점잖아 보이는 육경한의 모습에서 이상한 괴리감을 느꼈다.육경한은 소원을 보고 온화하게 웃었다.“왔어?”소원은 그와 태연하게 인사를 나눌 마음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육경한, 현재 어디 있어?”“밥은 먹었어?”뜬금없는 질문에 소원은 말문이 막혔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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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육경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우라는 여전히 섬뜩했다.소원이 입술을 앙다물었다.“육경한, 현재가 한 일 모두 다 내가 시킨 거야. 원망도 복수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이때 웨이터가 문을 두드리더니 죽과 김치를 들고 들어왔다.육경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앉아서 먹어.”소원은 육경한이 감옥에서 미쳐버린 게 아닌지 의심했다.두 사람은 같이 앉아서 밥 먹을 사이가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서현재가 실종됐으니 죽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소원의 초조함은 이내 눈동자에서 얼굴 전체로 번졌다.“육경한, 현재 만나게 해줘.”소원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예전 같으면 소원도 육경한 앞에서 서현재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육경한이 서현재 얘기만 들으면 폭주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경한은 지금 이상하리만치 인내심이 좋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일단 죽부터 먹어. 위 아픈 거 잊었어?”그럴수록 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서 이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화 풀 데가 없었다.“안 먹어. 배고프지 않아. 육경한, 현재 보여준다고 한 사람은 너야.”육경한은 서현재의 이름이 다시 나오자 차분함을 살짝 잃었다. 하지만 그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내리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마지막 경고야. 죽 먹어. 아니면...”육경한이 소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오만하게 말했다.“내가 직접 먹여주는 수가 있어.”“먹으면 현재 보여줄 거야?”소원이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그런 육경한을 경계했다.“육경한, 약속 지킬 수 있냐고?”육경한은 이 말에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나를 그렇게 못 믿어?”“못 믿어.”소원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육경한은 했던 말을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사람이었다.“소원아, 양심에 손 올려놓고 말해. 응?”육경한은 아주 손쉽게 소원의 턱을 움켜잡고는 좌우로 돌리며 찬찬히 살피더니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나는 너랑 달라. 누군가를 죽이려고 밥을 먹여주지는 않거든. 입에 발린 말로 나를 현혹하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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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촤락.홀에 있던 장막이 서서히 열렸다.뒤에는 티 없이 맑은 유리 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소원은 꼬박 하루 동안 실종된 서현재를 보게 되었다.그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길고 굵은 쇠사슬에 묶인 상태였다.입고 있던 옷은 구타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졌고 빨갛게 물든 채로 몸에 걸려 있었다. 다리는 너무 맞은 탓에 무릎과 발목은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지금도 너무 처참한데 린치는 끝나지 않았다.옆에 러닝을 입은 보디가드가 손에 든 쇠사슬을 휘두르고 있었다.철썩.한번 휘두를 때마다 고막이 아플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소원은 머리가 윙 했다. 마치 이 세상에 가학적인 그 소리만 남은 것 같았다.“육경한...”입술이 떨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버벅거렸다.“육경한, 제발 풀어줘. 현재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니까... 제발 풀어줘.”소원이 육경한의 소매를 잡고 몸무게를 전부 악마 같은 그에게 실으며 울부짖었다.“풀어줘... 풀어줘. 육경한, 풀어주라고.”소원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목은 어느새 갈라져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애원했다.육경한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소원이 애원해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소원아. 내가 전에 너무 잘해줬어. 너도 이제 강해져야지.”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이 어딘가 음침하면서도 섬뜩했다.“후회한다고 해서 회개할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야. 세상에는 용서할 수 없는 배신도 있어.”소원의 눈동자가 요동치더니 얼굴이 일그러졌다.육경한은 마치 사악한 뱀처럼 치명적인 독이 발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이게 진짜 육경한이었다.재판 현장에서 사람에게 칭송받던 육경한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육경한, 네가 뭔데 사람을 때려. 너 이거 범죄야. 너...”“하하하.”소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육경한이 웃음을 터트렸다.“소원아, 정말 귀여울 정도로 순진하네.”육경한은 소원이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품에 꼭 끌어안았다. 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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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육경한은 소원을 끌고 유리 벽 앞으로 다가가 뒤에서 꼭 끌어안더니 억지로 안을 쳐다보게 했다.“어제 네 애인을 붙잡아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소원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육경한이 말을 이어갔다.“서진태야.”소원의 눈동자가 커졌다.‘그럴 수가. 어르신이 왜...’육경한이 말했다.“방씨 가문을 통해 내가 무사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나 봐. 그래서 숨겨둔 자식인 서현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외국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죽어도 안 가겠다고 여기 남겠다고 했대.”“왜 안가겠다고 했을까?”육경한이 유리에 비친 소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소원은 서현재가 왜 안 가겠다고 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 그녀를 위해서였다.서현재는 무슨 일이 있든 절대 그녀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버틴 것이다.육경한은 바로 이유를 알아챈 소원이 미웠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케미가 생겼다는 것에 질투 나 미칠 지경이었다.육경한이 음침하게 웃더니 말했다.“사실 바로 도망갔으면 나도 서씨 가문을 용서했을지 모르지. 근데 어리석게도 너의 천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 그만한 능력도 없으면서.”육경한은 소원의 턱을 움켜잡더니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똑똑히 보라고 말했다.“저 사람 서씨 가문 사람이야?”육경한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서진태도 눈치가 참 빨라. 그냥 사업체 하나를 가져갔을 뿐인데 바로 서재현을 묶어서 업소로 찾아왔더라고. 혼쭐을 내주겠다면서.”소원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은 빨갛게 충혈됐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서진태가 직접 명령을 내려 서현재를 매질할 줄은 몰랐다.서씨 가문 산업을 지키기 위해 서현재의 목숨 따윈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서현재가 요즘 서씨 가문을 위해 낸 아웃풋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육경한은 마치 소원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차갑게 귀띔했다.“서씨 가문의 산업 앞에서 숨겨둔 자식은 아무것도 아니지.”“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대해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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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소원의 인생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서현재의 인생도 소원 때문에 똑같이 망가지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그랬다간 정말 그대로 미쳐버릴 수도 있다.“육경한, 원하는 게 뭐야...”소원이 육경한의 옷깃을 덥석 잡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말 좀 해봐.”“나를 신고할 때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나 보지?”육경한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소원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면 그건 피했어야지. 저 사람 속죄하려면 아직 멀었어.”육경한의 미소는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육경한이 내뱉은 그 어떤 말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다리에 힘이 풀린 소원이 그대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육경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풀어줘... 이러지 마. 정말 저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정말이야...”소원은 누구한테 빌어야 제일 효과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지시한 사람이 서진태라고는 하나 서진태도 결국 육경한이 두려워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육경한의 마음이 풀려야만 서현재가 풀려날 수 있다.육경한은 바닥에 앉아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소원을 보며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원인 모를 짜증만 더 치밀어 올랐다.하여 소원을 턱을 들어 올리더니 가식적으로 웃었다.“네가 이렇게 비는데 당연히 기회를 줘야지.”소원은 순간 너무 기뻤다. 큰 충격을 받아 흐릿해진 대뇌는 육경한이 진심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육경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 정말 고마워... 약속은 꼭 지킬게.”“에이, 일단 고맙다는 인사는 넣어두고.”육경한은 덤덤한 표정으로 다리를 들어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주름진 부분을 툭툭 털어내고는 옆에 있는 소종에게 지시했다.“서현재에게 전해. 외국으로 간다면, 소원의 목숨을 걸고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서진태에게 말해서 풀어줄 수도 있다고.”소원은 그대로 바닥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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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저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 벽이 진동하자 서현재가 그쪽을 바라봤다.서현재는 힘겹게 유리 벽을 향해 고개를 흔들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누나, 나 괜찮아요. 버틸 만해요... 그러니까 절대 나를 위해서... 그 사람한테 빌지 마요...”이 말에 매질이 더 혹독해졌다.서현재가 육경한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하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서진태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안 되면 아예 말을 못 하게 해도 된다고 했다.서씨 가문이 작은 점포에서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다 서진태의 독기와 과감함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무리 숨겨둔 자식인 서현재를 예뻐했어도 일단 실망하면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풉.”서현재가 피를 왈칵 토해냈다.그는 고통에 몸을 웅크리려다 소원이 보고 걱정할까 봐 억지로 참았다.그러더니 웃음을 지으며 처참한 자기 모습만 비치는 유리 벽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누나, 나 진짜 괜찮아요...”준수한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런 얼굴로 아무리 예쁘게 웃는다 해도 예쁠 수가 없었다.소원은 힘껏 유리 벽을 두드렸다. 어찌나 힘껏 내리쳤는지 손이 빨개지고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서현재. 너 바보야? 내가 뭐라고 이래... 정말 내가 뭐라고...”소원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육경한은 기분이 잡쳤다. 그가 원하던 장면이 아니었다.‘허. 내 앞에서 절절한 드라마라도 찍겠다는 건가?’두 사람의 확고한 감정은 육경한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육경한이 소종에게 말했다.“표정을 보니 서현재 도련님 뭔가 불만 있어 보이는데?”이내 이 소식은 안에 전해졌다.철썩. 서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 힘껏 쇠사슬을 서현재의 얼굴에 내리쳤다.육경한의 화를 잠재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해도 좋다는 서진태의 분부가 있었기에 내리칠 때 전혀 힘을 빼지 않았다. 쇠사슬을 거두는데 살점이 뜯겨 나가며 피가 터져 나왔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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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아니, 절대 이대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소원이 다시 그쪽으로 달려가 육경한의 종아리를 꽉 끌어안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육경한, 이제부터 네 말 들을게. 다 들을게... 이제 너를 해치겠다는 생각 버릴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부탁이야... 화풀이는 나 한 사람에게만 해.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현재에게 더는 빚질 수 없어... 정말이야... 더는 안 된다고...”소원이 육경한 앞에 꿇어앉은 채 눈물을 쏟아내며 비굴하게 애원했다.육경한은 철저히 굴복한 소원을 보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는 원래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동정이라는 감정도 없었다.외국에서 몇 년간 지옥 같은 생활을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면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오히려 자기가 다칠 수도 있다.소원이 서현재와 합심하고 그를 해치려 들었으니 그 교훈은 어떻게든 줘야 했다.하지만 육경한도 서현재가 죽는 건 원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산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소원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가 들어가는 건 절대 싫었다.“소원아, 알텐데...”육경한이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말투가 드물게 매우 부드러웠다.“나는 너를 벌주고 싶은 게 아니야. 근데 네가 자꾸만 내 심기를 건드리잖아. 다음에도 그러면 정말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어.”“아니. 절대 그럴 일 없어...”소원이 육경한의 팔을 잡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절절하게 애원했다.늘 기세등등하던 소원이 지금은 힘을 쫙 뺀 채 약자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소원의 아리따운 얼굴까지 더해지자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었다.소원은 그럴 자본이 있었다. 특히 유리구슬처럼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닥 차오르자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육경한이 지금 해야 하는 건 소원에게 교훈을 가르치면서 다른 마음이 생기지 않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육경한은 미친 듯이 소원이 갖고 싶었다.육경한은 절대 원하는 걸 참은 적이 없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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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소원의 예쁜 얼굴이 순간 눈보다 더 하얗게 질렸다.육경한은 급해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몸을 숙여 소원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아직도 망설이는 거야? 결정하면 그때 다시 얘기할까?”탈칵.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원은 자극을 받았는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가지 마.”소원이 육경한을 잡았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육경한의 벨트를 풀었다.전에 육경한과 여러 번 해봤기에 어떻게 해야 그가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소원의 손짓 하나하나에 육경한은 강렬한 자극을 받았다. 뇌에서는 도파민이 끝없이 분비되고 있었다.육경한은 이제 소원을 완전히 정복한 상태였다.그런 소원이 너무 매혹적이라 정말 뱃속에 꿀꺽 삼키고 싶었다.쿵.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육경한은 소원을 유리 벽에 바짝 몰아붙였다.소원은 맞은편에 있는 서현재를 보며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안 돼...”소원이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그를 불렀지만 결국 그 소리는 안으로 전해지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육경한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악마 같은 입을 열었다.“소원아, 고집을 부린 결과를 봐. 돌고 돌아 결국 내 시중을 들고 있잖아.”육경한의 모욕적인 말과 행동은 마치 고속도로 돌아가는 믹서기처럼 소원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을 먼지보다 잘게 갈아버렸다.소원은 이제 자신이 더는 사람 같지 않았다.욕구를 해소할 구멍이 된 듯한 느낌이었고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짐승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아무 감정도 없는 갈취에 소원은 너무 아파 발가락까지 힘이 들어갔다.몸을 섞었지만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않았고 아프기만 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해소하지 못한 분노를 안고 버티는 중이었다.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소원의 인생을 전부 돌아볼 만큼 말이다.육경한을 만나지 전에는 모든 게 꿀처럼 달콤했지만 육경한을 만난 뒤로 그녀의 인생에 남은 건 어둠밖에 없었다. 그런 인생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의식을 잃기 전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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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깨어나서 처음 한 일이 바로 울먹이며 다른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소원은 육경한이 화나든 말든 그의 손가락을 꼭 잡고 말했다.“약속했잖아. 제발 좀 말한 대로 하면 안 돼?”육경한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의사는 소원의 몸이 해충에 잠식당한 나무와 같다고 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보여도 속은 이미 볼품없이 망가져 있으니 몸조리는 필수고 자극을 적게 받으면 몇 년 더 살 수도 있다고 했다.육경한은 씩씩거리며 원장을 찾아가 그 의사를 당장 자르라고 했다.돌팔이가 말을 함부로 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더 살 수도 있다니, 참 어처구니없었다. 소원은 이제 고작 20대인데 몇 년을 더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 의사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고 더는 듣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의사를 찾지도 않았다.하지만 몰래 영양사를 찾아 소원의 식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했다. 보양 식단을 엄격히 짜고 거기에 맞춰 꼬박꼬박 먹게 했다.소원은 육경한의 눈치를 볼 겨를이 없이 다급하게 물었다.“육경한, 내가 묻잖아.”소원은 자기가 지금 육경한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이에 육경한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고 느긋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안 죽었어. 서진태가 치료할 수 있게 데려갔어.”소원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몸이 좋아지면 소원 자신도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에 육경한도 그녀를 속일 필요는 없었다.“아참, 서진태가 너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래.”육경한이 비아냥댔다.“서현재를 놓아줘서 고맙다고.”소원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서진태는 정말 고마운 게 아니라 서현재를 그만 놓아달라고,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에둘러서 경고하는 것이다.소원도 다시 연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잘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육경한은 간병인 손에서 뜨끈뜨끈한 전복죽을 건네받더니 말했다.“이만 나가봐요.”간병인이 가고 침대맡에 앉은 육경한이 인내심 있게 한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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