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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소원의 인생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서현재의 인생도 소원 때문에 똑같이 망가지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랬다간 정말 그대로 미쳐버릴 수도 있다.

“육경한, 원하는 게 뭐야...”

소원이 육경한의 옷깃을 덥석 잡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말 좀 해봐.”

“나를 신고할 때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나 보지?”

육경한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소원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면 그건 피했어야지. 저 사람 속죄하려면 아직 멀었어.”

육경한의 미소는 전혀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육경한이 내뱉은 그 어떤 말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 소원이 그대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육경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풀어줘... 이러지 마. 정말 저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정말이야...”

소원은 누구한테 빌어야 제일 효과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

지시한 사람이 서진태라고는 하나 서진태도 결국 육경한이 두려워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육경한의 마음이 풀려야만 서현재가 풀려날 수 있다.

육경한은 바닥에 앉아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소원을 보며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원인 모를 짜증만 더 치밀어 올랐다.

하여 소원을 턱을 들어 올리더니 가식적으로 웃었다.

“네가 이렇게 비는데 당연히 기회를 줘야지.”

소원은 순간 너무 기뻤다. 큰 충격을 받아 흐릿해진 대뇌는 육경한이 진심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육경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약속은 꼭 지킬게.”

“에이, 일단 고맙다는 인사는 넣어두고.”

육경한은 덤덤한 표정으로 다리를 들어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주름진 부분을 툭툭 털어내고는 옆에 있는 소종에게 지시했다.

“서현재에게 전해. 외국으로 간다면, 소원의 목숨을 걸고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서진태에게 말해서 풀어줄 수도 있다고.”

소원은 그대로 바닥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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