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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떠나면서 육경한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반드시 육경한이 골머리를 앓을만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육경한이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말이다. 그러자면 일단 그녀 자신이 망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육경한도 망가트려야 했다.

...

일주일간 입원해 있던 소원은 퇴원할 것을 요구했다.

육경한은 의사의 소견을 물어봤다. 저번에 어떤 의사가 말을 잘못했다가 육경한이 잘라버리는 바람에 이번에 온 의사는 말을 꽤 돌려서 했다.

“환자는 집으로 돌아서도 푹 쉬면서 몸조리해야 합니다. 일단 기본부터 잘 다져야 해요.”

이 의사의 말은 그래도 듣기가 꽤 편했다.

육경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약 얼마나 더 먹어야 하나요?”

의사가 말했다.

“3개월에서 5개월은 드셔야 합니다. 매달 병원으로 오셔서 재검진받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종에게 약을 받아오라고 하고는 먼저 병실로 들어갔다.

소원은 정리할 물건이 별로 없었다. 입원하러 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전부 육경한이 와서 준비해 준 것이었다.

육경한이 고개를 돌려 차분하게 물었다.

“오아시스로 갈래 아니면 저번에 묵었던 별장으로 갈래?”

소원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두 곳 다 소원에겐 감옥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 뜸을 들이던 소원이 입을 열었다.

“내 집으로 가면 안 돼?”

육경한이 가볍게 웃었다. 마치 그녀의 순진함을 비웃는 것 같았다.

“몸도 안 좋은데 내 옆에 있어야지. 그래야 챙겨줄 사람도 마련해줄 거 아니야.”

육경한이 최대한 돌려서 말했지만 소원은 모를 리가 없었다.

육경한은 어떻게든 그녀를 옆에 묶어두려고 했고 그녀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소원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운명을 받아들인 듯 가볍게 말했다.

“그러면 내일 넘어갈게. 집에 가서 정리할 물건이 있어.”

“정리할 물건이 뭔데. 내가 사람 보낼게.”

육경한은 사실 소원이 힘들까 봐 한 말이었다. 소원의 몸은 아직 낫자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소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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