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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육경한은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뭘 증명하고 싶은 건데?”

소원이 매정하게 비웃었다.

“매정한 살인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야? 자기 아이까지 살해한 그런 독한 사람이라고?”

한참 침묵하던 육경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사실 육경한은 아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이와 같이하는 미래까지 상상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이 처참하게 세상을 떠나고 육경한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에 매우 큰 거부감을 느꼈었다. 이번 생에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행을 이어가는 게 싫었다. 육경한은 음침하고 잔혹한 그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아이가 소원이 낳아준 아이라면 살짝 기대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내 소원의 차가운 웃음소리에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육경한, 그 아이는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넌 정말 이름 그대로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야.”

육경한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소원은 육경한의 기분을 참 잘도 쥐고 흔들었다.

같은 아픔을 안고 있는 원수라 서로를 매우 잘 알았다.

그러다 육경한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뭐 다시 낳으면 되지.”

이 말에 소원은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다시금 손을 들어 육경한의 귀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손을 잡히는 바람에 실패했다.

육경한은 소원의 창백한 얼굴과 갈라 터진 입술을 보며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아이는 너만 좋다면 다시 낳아도 돼.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몸조리를 잘하는 거야.”

“육경한.”

소원이 마치 모르는 사람을 바라보듯 육경한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건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그리고 나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 몸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실 소원은 육경한처럼 양심을 악마에게 팔아먹은 사람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아이를 걱정하듯 아이의 근황을 물어보지만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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