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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마치 그 눈빛을 느끼기라도 한 듯 서현재가 고개를 돌려 소원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서현재의 눈에 들어온 건 육경한이 아니라 육경한의 품에 안긴 여자였다.

육경한이 고개를 숙여보니 소원도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한 두 사람의 시선에 육경한의 심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봐?”

육경한이 음침하게 물었다.

“별거 아니에요.”

소원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 때문에 결국 육경한에게 들키고 말았다.

언젠가 소원의 눈에 온통 육경한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과 오해가 두 사람 사이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갈라놓았다.

소원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그쪽에서 눈길을 뗐지만 서현재가 아직도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에 소원은 수치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유리 벽으로 가려져 있어서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결국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 서현재는 소원이 악마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내 서현재가 휠체어를 타고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육경한은 지금 무슨 기분인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소원을 차에 내려줬다.

조수석에 오른 순간 육경한은 씩씩거리며 그녀 위로 올라타더니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읍...”

소원은 갑자기 들이닥친 키스에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입술이 막혀 숨을 내쉴 수가 없었던 소원은 곧 질식할 것 같았다. 손으로 육경한을 밀어내려 했지만 강압적인 육경한은 힘이 무시무시했다. 소원이 상대하기엔 너무 강력한 상대였다.

소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어 얼른 육경한을 얼굴을 손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보름 정도 기른 손톱이라 귓가에 긴 손톱자국이 나고 말았다.

찢어질 듯한 아픔에 육경한이 정신을 조금 차렸다. 하지만 이내 소원의 턱을 꽉 잡고는 화를 내뿜기 시작했다.

“서현재가 그렇게 좋아? 그날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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