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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아니, 절대 이대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소원이 다시 그쪽으로 달려가 육경한의 종아리를 꽉 끌어안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육경한, 이제부터 네 말 들을게. 다 들을게... 이제 너를 해치겠다는 생각 버릴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부탁이야... 화풀이는 나 한 사람에게만 해.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현재에게 더는 빚질 수 없어... 정말이야... 더는 안 된다고...”

소원이 육경한 앞에 꿇어앉은 채 눈물을 쏟아내며 비굴하게 애원했다.

육경한은 철저히 굴복한 소원을 보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동정이라는 감정도 없었다.

외국에서 몇 년간 지옥 같은 생활을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면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오히려 자기가 다칠 수도 있다.

소원이 서현재와 합심하고 그를 해치려 들었으니 그 교훈은 어떻게든 줘야 했다.

하지만 육경한도 서현재가 죽는 건 원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산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소원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가 들어가는 건 절대 싫었다.

“소원아, 알텐데...”

육경한이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말투가 드물게 매우 부드러웠다.

“나는 너를 벌주고 싶은 게 아니야. 근데 네가 자꾸만 내 심기를 건드리잖아. 다음에도 그러면 정말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어.”

“아니. 절대 그럴 일 없어...”

소원이 육경한의 팔을 잡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절절하게 애원했다.

늘 기세등등하던 소원이 지금은 힘을 쫙 뺀 채 약자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소원의 아리따운 얼굴까지 더해지자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었다.

소원은 그럴 자본이 있었다. 특히 유리구슬처럼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닥 차오르자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육경한이 지금 해야 하는 건 소원에게 교훈을 가르치면서 다른 마음이 생기지 않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육경한은 미친 듯이 소원이 갖고 싶었다.

육경한은 절대 원하는 걸 참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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