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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저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 벽이 진동하자 서현재가 그쪽을 바라봤다.

서현재는 힘겹게 유리 벽을 향해 고개를 흔들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누나, 나 괜찮아요. 버틸 만해요... 그러니까 절대 나를 위해서... 그 사람한테 빌지 마요...”

이 말에 매질이 더 혹독해졌다.

서현재가 육경한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하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서진태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되면 아예 말을 못 하게 해도 된다고 했다.

서씨 가문이 작은 점포에서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다 서진태의 독기와 과감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숨겨둔 자식인 서현재를 예뻐했어도 일단 실망하면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풉.”

서현재가 피를 왈칵 토해냈다.

그는 고통에 몸을 웅크리려다 소원이 보고 걱정할까 봐 억지로 참았다.

그러더니 웃음을 지으며 처참한 자기 모습만 비치는 유리 벽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누나, 나 진짜 괜찮아요...”

준수한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런 얼굴로 아무리 예쁘게 웃는다 해도 예쁠 수가 없었다.

소원은 힘껏 유리 벽을 두드렸다. 어찌나 힘껏 내리쳤는지 손이 빨개지고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서현재. 너 바보야? 내가 뭐라고 이래... 정말 내가 뭐라고...”

소원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육경한은 기분이 잡쳤다. 그가 원하던 장면이 아니었다.

‘허. 내 앞에서 절절한 드라마라도 찍겠다는 건가?’

두 사람의 확고한 감정은 육경한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

육경한이 소종에게 말했다.

“표정을 보니 서현재 도련님 뭔가 불만 있어 보이는데?”

이내 이 소식은 안에 전해졌다.

철썩.

서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 힘껏 쇠사슬을 서현재의 얼굴에 내리쳤다.

육경한의 화를 잠재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해도 좋다는 서진태의 분부가 있었기에 내리칠 때 전혀 힘을 빼지 않았다. 쇠사슬을 거두는데 살점이 뜯겨 나가며 피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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