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40화

깨어나서 처음 한 일이 바로 울먹이며 다른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

소원은 육경한이 화나든 말든 그의 손가락을 꼭 잡고 말했다.

“약속했잖아. 제발 좀 말한 대로 하면 안 돼?”

육경한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소원의 몸이 해충에 잠식당한 나무와 같다고 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보여도 속은 이미 볼품없이 망가져 있으니 몸조리는 필수고 자극을 적게 받으면 몇 년 더 살 수도 있다고 했다.

육경한은 씩씩거리며 원장을 찾아가 그 의사를 당장 자르라고 했다.

돌팔이가 말을 함부로 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더 살 수도 있다니, 참 어처구니없었다. 소원은 이제 고작 20대인데 몇 년을 더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육경한은 그 의사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고 더는 듣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의사를 찾지도 않았다.

하지만 몰래 영양사를 찾아 소원의 식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했다. 보양 식단을 엄격히 짜고 거기에 맞춰 꼬박꼬박 먹게 했다.

소원은 육경한의 눈치를 볼 겨를이 없이 다급하게 물었다.

“육경한, 내가 묻잖아.”

소원은 자기가 지금 육경한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이에 육경한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고 느긋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안 죽었어. 서진태가 치료할 수 있게 데려갔어.”

소원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몸이 좋아지면 소원 자신도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에 육경한도 그녀를 속일 필요는 없었다.

“아참, 서진태가 너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래.”

육경한이 비아냥댔다.

“서현재를 놓아줘서 고맙다고.”

소원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서진태는 정말 고마운 게 아니라 서현재를 그만 놓아달라고,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에둘러서 경고하는 것이다.

소원도 다시 연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잘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육경한은 간병인 손에서 뜨끈뜨끈한 전복죽을 건네받더니 말했다.

“이만 나가봐요.”

간병인이 가고 침대맡에 앉은 육경한이 인내심 있게 한 숟가락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