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134 챕터

제1041화

그때 육경한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 핏덩어리가 자기 핏줄인지 아닌지 정식으로 조사하지 못했다.그런 상황에서 소원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게다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대 의학이 그렇게 발달했는데 소원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육경한의 아이로 둔갑할 리가 없었다. 하여 그의 아이를 잃었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어제 의사가 한 말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바로 그때 중절 수술을 책임진 의사를 알아냈다.조사한 결과 정말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아냈다.그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도졌던 의사가 중절 수술은 작은 수술이라 생각해 간호사에게 일임한 것이었다.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 의사가 집도한 게 아니었다.그러니 중간에 누가 수작을 부려도 알 길이 없었다.육경한은 그때 그 간호사를 찾아내려 했지만 이미 이민 가고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리고 그 간호사가 이민 하러 가기 전에 부유한 티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간호사는 누군가에게 매수된 게 틀림없었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상했다.소원은 그때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제왕절개로 낳을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약물로 중절 수술을 했다면 의사가 지금 와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던 흔적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시간을 따져보면 소원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질 시간이 없었다.그렇다면 진실은 단 하나, 바로 소원이 몰래 그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육경한은 소원의 멱살을 꽉 부여잡더니 그녀가 고민할 새도 없이 계속 캐물었다.“소원아, 내 아이 어디로 빼돌렸어.”육경한의 강압적인 말투에 소원은 잠깐 넋을 잃었다. 그러더니 이내 귀싸대기를 날렸다.철썩.귀싸대기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병실을 가득 메운 소리가 이를 증명했다.육경한의 얼굴은 그 따귀에 한쪽으로 돌아가고 말았다.순간 잘생긴 육경한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소원아, 죽고 싶어서 환장...”“육경한.”소원이 소리를 꽥 지르더니 육경한의 말을 잘라버렸다.“네가 그 아이 얘기를 꺼낼 자격이 있어? 그래
더 보기

제1042화

육경한은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뭘 증명하고 싶은 건데?”소원이 매정하게 비웃었다.“매정한 살인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야? 자기 아이까지 살해한 그런 독한 사람이라고?”한참 침묵하던 육경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 나는...”사실 육경한은 아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이와 같이하는 미래까지 상상했던 적이 있다.부모님이 처참하게 세상을 떠나고 육경한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에 매우 큰 거부감을 느꼈었다. 이번 생에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불행을 이어가는 게 싫었다. 육경한은 음침하고 잔혹한 그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그 아이가 소원이 낳아준 아이라면 살짝 기대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내 소원의 차가운 웃음소리에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육경한, 그 아이는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넌 정말 이름 그대로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야.”육경한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소원은 육경한의 기분을 참 잘도 쥐고 흔들었다.같은 아픔을 안고 있는 원수라 서로를 매우 잘 알았다.그러다 육경한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뭐 다시 낳으면 되지.”이 말에 소원은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다시금 손을 들어 육경한의 귀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손을 잡히는 바람에 실패했다.육경한은 소원의 창백한 얼굴과 갈라 터진 입술을 보며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아이는 너만 좋다면 다시 낳아도 돼.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몸조리를 잘하는 거야.”“육경한.”소원이 마치 모르는 사람을 바라보듯 육경한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건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그리고 나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 몸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사실 소원은 육경한처럼 양심을 악마에게 팔아먹은 사람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지금은 아이를 걱정하듯 아이의 근황을 물어보지만 상황이
더 보기

제1043화

떠나면서 육경한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반드시 육경한이 골머리를 앓을만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육경한이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말이다. 그러자면 일단 그녀 자신이 망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육경한도 망가트려야 했다....일주일간 입원해 있던 소원은 퇴원할 것을 요구했다.육경한은 의사의 소견을 물어봤다. 저번에 어떤 의사가 말을 잘못했다가 육경한이 잘라버리는 바람에 이번에 온 의사는 말을 꽤 돌려서 했다.“환자는 집으로 돌아서도 푹 쉬면서 몸조리해야 합니다. 일단 기본부터 잘 다져야 해요.”이 의사의 말은 그래도 듣기가 꽤 편했다.육경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약 얼마나 더 먹어야 하나요?”의사가 말했다.“3개월에서 5개월은 드셔야 합니다. 매달 병원으로 오셔서 재검진받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종에게 약을 받아오라고 하고는 먼저 병실로 들어갔다.소원은 정리할 물건이 별로 없었다. 입원하러 올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전부 육경한이 와서 준비해 준 것이었다.육경한이 고개를 돌려 차분하게 물었다.“오아시스로 갈래 아니면 저번에 묵었던 별장으로 갈래?”소원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두 곳 다 소원에겐 감옥 같은 곳이었다.그렇게 한참 뜸을 들이던 소원이 입을 열었다.“내 집으로 가면 안 돼?”육경한이 가볍게 웃었다. 마치 그녀의 순진함을 비웃는 것 같았다.“몸도 안 좋은데 내 옆에 있어야지. 그래야 챙겨줄 사람도 마련해줄 거 아니야.”육경한이 최대한 돌려서 말했지만 소원은 모를 리가 없었다.육경한은 어떻게든 그녀를 옆에 묶어두려고 했고 그녀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소원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운명을 받아들인 듯 가볍게 말했다.“그러면 내일 넘어갈게. 집에 가서 정리할 물건이 있어.”“정리할 물건이 뭔데. 내가 사람 보낼게.”육경한은 사실 소원이 힘들까 봐 한 말이었다. 소원의 몸은 아직 낫자면 시간이 필요했다.하지만 소원이
더 보기

제1044화

마치 그 눈빛을 느끼기라도 한 듯 서현재가 고개를 돌려 소원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하지만 서현재의 눈에 들어온 건 육경한이 아니라 육경한의 품에 안긴 여자였다.육경한이 고개를 숙여보니 소원도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한 두 사람의 시선에 육경한의 심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뭘 그렇게 봐?”육경한이 음침하게 물었다.“별거 아니에요.”소원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 때문에 결국 육경한에게 들키고 말았다.언젠가 소원의 눈에 온통 육경한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과 오해가 두 사람 사이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갈라놓았다.소원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그쪽에서 눈길을 뗐지만 서현재가 아직도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에 소원은 수치스러웠다.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유리 벽으로 가려져 있어서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건 결국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 서현재는 소원이 악마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이내 서현재가 휠체어를 타고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육경한은 지금 무슨 기분인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소원을 차에 내려줬다.조수석에 오른 순간 육경한은 씩씩거리며 그녀 위로 올라타더니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읍...”소원은 갑자기 들이닥친 키스에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입술이 막혀 숨을 내쉴 수가 없었던 소원은 곧 질식할 것 같았다. 손으로 육경한을 밀어내려 했지만 강압적인 육경한은 힘이 무시무시했다. 소원이 상대하기엔 너무 강력한 상대였다.소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어 얼른 육경한을 얼굴을 손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보름 정도 기른 손톱이라 귓가에 긴 손톱자국이 나고 말았다.찢어질 듯한 아픔에 육경한이 정신을 조금 차렸다. 하지만 이내 소원의 턱을 꽉 잡고는 화를 내뿜기 시작했다.“서현재가 그렇게 좋아? 그날 받은
더 보기

제1045화

소원이 너무 매혹적이라 당장이라도 맛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소원은 육경한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화들짝 놀라더니 불같이 화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육경한,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벌건 대낮에 문도 닫지 않고 짐승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육경한은 욕구가 달아오른 상태라 소원을 너무 갖고 싶었지만 일단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오늘은 일단 용서해 줄게. 너 몸조리 끝나면 그때 보상하는 걸로 해.”소원은 대꾸조차 하기 싫었다. 정말 미친놈 같았다.육경한은 운전석으로 돌아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어째서인지 상태가 아까보다 훨씬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소원이 이번에 배신한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배신하고 칼로 찌르긴 했지만 이걸로 소원을 향한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줄었다.벌도 줄 만큼 주었으니 이제 앞으로 나아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소원이 지내는 아파트에 도착한 육경한은 문 앞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소원은 그런 육경한을 경계했다. 혹시나 아까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문 앞까지야. 들어오면 안 돼.”소원이 소녀처럼 교태를 부린 건 참 드물었다. 육경한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마른기침했다.“나도 며칠 밤을 꼬박해서 체력이 안 돼.”“거짓말하지 마.”소원이 육경한을 반박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아까 욕구에 사로잡혔던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육경한이 멈칫하더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입가에 걸린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소원이 돌아온 뒤로 육경한은 처음 이렇게 많이 웃어봤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성격은 변하기 힘들었다.“소원아, 설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지?”소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비아냥댔다.“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는데 내가 없다고 해봤자 믿어줄 것도 아니잖아.”육경한이 오히려 되물었다.“믿어도 돼?”주변은 아주 고요했다. 육경한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다.“소원아, 믿어도 되냐고.”육경한이 고집스럽게
더 보기

제1046화

모든 증오를 그녀는 더 깊고 먼 곳으로 숨겼다.두 사람이 헤어지려 할 때, 처음으로 묘한 감정이 솟구친 육경한은 긴 다리를 뻗어 문을 막으며 웃으며 말했다.“정말로 들어가게 안 해 줄 거야?”소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아까 분명 약속했잖아.”하지만 육경한은 성큼 한 발을 내디뎌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소원이 화를 내려는 순간 그는 그녀를 풀어주며 가볍게 웃었다.“알아.”곧 육경한은 예의 바르게 물러나 문틀에 기대어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내일 밤 데리러 올게.”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감정이 실린 ‘쾅’하는 문 닫는 소리였다.육경한은 꽉 닫힌 문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그는 알지 못했다. 문 뒤에서 소원은 시종일관 영상 초인종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려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그녀는 창가로 달려가 육경한의 차가 떠나는 것도 직접 확인했다.검은색 마이바흐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마자 소원은 즉시 찬장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 금고를 열고 별 기능이 없는 구식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아주머니, 아침 6시 비행기 표를 예약했어요. 지금 짐을 챙기세요. 조금 있으면 차가 아주머니와 유진이를 공항으로 데리러 갈 거예요. 도착 후에도 차가 준비되어 있을 테니 우리는 도착 후에 다시 만나요.”전화를 끊은 후, 소원은 유심 카드를 뽑아 라이터로 칩을 까맣게 태운 뒤 반으로 쪼개서 변기에 흘려보냈다.핸드폰 케이스는 칼 손잡이로 부숴 쓰레기봉투에 담아 가져갈 준비를 했다.그런 다음 미리 준비해 둔 짐을 꺼내 검은색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신중한 판단으로 소원은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아파트 단지의 임시 주차장으로 가서 눈에 띄지 않는 폭스바겐 차에 올랐다.그렇게 차를 몰고 뒷문으로 나가려 했지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경비실의 사람들
더 보기

제1047화

당황한 표정으로 소원은 서현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재, 네가 왜 여기에...”하지만 서현재는 아무 말도 없이 지팡이를 꺼내 들어 몸을 일으킨 후 지팡이를 내려놓고 방금 지팡이를 짚었던 왼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아주었다.소원은 그가 오른 손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일어서자마자 그녀는 서현재의 손에 이끌려 옆에 있던 한 대의 SUV에 탔다.걸어가는 도중, 소원은 서현재가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쪽 다리도 심하게 다쳐서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것을 발견했다.소원의 마음이 아려왔다.“현재야,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일단 차에 타요.”소원이 차에 오르자 서현재는 고개를 숙여 손을 내밀며 말했다.“키 줘요.”“키?”“네. 줘요.”그러자 소원은 멍하니 차 키를 건넸고 서현재는 차 키를 받아 짐가방을 실어 넣었다.차 문을 닫고 그는 뒷좌석에 앉으며 말했다.“비행기 타려고 했어요? 타지 마요. 내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가짜 탑승 기록을 만들어놨어요. 유진이 쪽도 비행기 기록을 취소했고 누나가 말한 장소로 유진이랑 아주머니를 데려가도록 차를 준비했어요.”그러더니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아마 지금쯤 출발했을 거예요.”소원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서현재, 너 미쳤어? 나랑 엮이지 말고 빨리 떠나. 사람들이 보기 전에...”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차 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서현재는 소원은 손목을 꽉 잡고 놓지 않으며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말했다.“가려면 같이 가요.”그의 얼굴에 남아 있는 흉터를 보자마자 소원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너 바보야? 진짜...”서현재는 한 손으로 소원은 손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그래서 소매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약속했잖아요. 누나 나 버리려는 거예요?”더 이상 소원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넌
더 보기

제1048화

이 순간, 어떤 감정 때문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아마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연민일 수도 아니면 무엇인가가 질적으로 변하는 감정일 수도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손을 서현재의 손에 안심하고 맡겼다.서현재는 소원이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차는 빠르게 달려 남안 도로로 들어섰다.소원은 열려 있는 선루프를 통해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바라보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비현실감을 느꼈다.“우리 정말로 도망쳐 나온 거야?”“네. 나왔어요.”소원이 물었다.“넌 내가 오늘 밤 떠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오늘 간호사가 나한테 쪽지를 전해준 후에 짐작했어요.”떠나기 전에, 그녀는 서현재도 같은 병원에 있다는 걸 알고 간호사에게 쪽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그 쪽지에는 서씨 집안을 떠나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서진태는 아주 잔인한 사람이었다. 비록 친가족이라도 중요한 순간이 오면 주저 없이 버릴 사람이었다.소원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2시 31분이었다.그녀는 앞에 있는 LCD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화면으로 뉴스 볼 수 있지?”“볼 수 있어요.”“켜봐.”그녀가 말했다.화면이 켜지자 뉴스 속보, 경제 속보, 연예 속보에서 폭발적인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다.유민 그룹의 대표와 한 여성이 클럽에서 촬영된 고화질 영상이 공개된 것이었다.화면 속 남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했고 거의 학대에 가까웠다.밑에는 뜨거운 반응의 댓글들이 쏟아졌다.[이게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노는 방식인가?][이게 유민 그룹 대표 육경한이라고? 이건 좀 변태적인데?][여자가 자발적이었다 해도 이렇게 더러운 방식으로 놀면 안 되지...][육경한은 말을 너무 독하고 악랄하게 해. 협박처럼 들리는데? 그리고 명확하게 보이는 화질은 아니지만 누군가 맞고 있는 것 같은데?]“봤지?”소원이 말했다.“그날 내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어.”소원은 육경한과 만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피할 수 없
더 보기

제1049화

그날 밤 이후로 윤혜인은 며칠 동안 이준혁을 다시 만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같은 도시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혜인은 만약 이준혁이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면 아마 평생 다시는 그와 마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날 밤 이준혁의 차가운 태도와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이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밤이 되어 눈을 감기만 하면 윤혜인은 이준혁이 폭약이 가득 실린 차에서 자신을 밀어내던 그 순간의 결연한 눈빛이 떠올랐다.그때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눈빛과 지금의 차갑고 무관심한 눈빛.‘지금의 준혁 씨는 정말 그 사람이 맞는 걸까?’오후가 되어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름이는 또다시 자신을 구해준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아마도 혈연의 끈 때문인지 아름이는 구출된 이후 몇 번이나 문현미의 상태를 물어보았다.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윤혜인은 아름이를 데리고 문현미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준혁이 내린 금지령 때문에 그녀는 아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우리 음식을 좀 만들어서 할머니 병실 밖에 두자. 그때 엄마가 들어가 볼게. 들어갈 수 없다면 우리 마음만 전해도 괜찮아.”그러자 아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아름이 말 잘 들을게요.”딸의 순종적인 모습에 윤혜인의 마음이 아려왔다.사실 아름이는 아빠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홍 아줌마에게 전했었지만 곧 윤혜인과 이준혁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걸 눈치채고 윤혜인 앞에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윤혜인은 직접 국을 끓였다. 하지만 마음이 불안한 탓인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윤혜인은 뜨거운 국에 데어 손에 물집이 두 개나 생겼다.그녀는 간단하게 붕대로 감싸고 국을 들고 아름이와 함께 여은이 운전하는 차에 타 병원으로 향했다.문현미가 있는 VIP층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문현미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혹여 아이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 하여 윤혜인은 경호원에게 아름이를 언급했다.어쨌든 그녀가 목숨을 걸고 구한 아이이니 아름이를 보고 싶지 않을 이유
더 보기

제1050화

보온병을 막 내려놓고 돌아선 윤혜인의 눈에 바로 이준혁이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다.그 역시 문현미를 보러 온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윤혜인의 옆을 지나가며 이준혁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윤혜인은 잠시 멍해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그를 불렀다.“준혁 씨.”그제야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감정 없이 ‘응'이라고 답했다.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더욱 차갑고 냉정하게 보였다.윤혜인은 아름이를 데리고 문현미를 한번 보고 싶었다. 예전에 문현미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든 간에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구해주었으니 마땅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게다가 이준혁이 사고를 당했을 때도 문현미만이 윤혜인을 믿어주었으니 말이다.그래서 이준혁이 불쾌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간절히 요청했다.“아주머니를 잠깐만 뵐 수 있을까요?”“안 돼.”이준혁은 냉담하게 말했다.윤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했다.“정말 잠깐만 볼게요. 방해하지 않을게요...”하지만 윤혜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볼일 없으면 떠나. 외부인은 받지 않으니까.”‘외부인...’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라 윤혜인은 손이 떨렸다.그들 사이의 관계가 아무리 변했다 해도 ‘외부인'이라는 말로 전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조금 전까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경호원들에게 말했던 윤혜인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녀는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해해서 죄송합니다.”곧 떠나려는 순간, 이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외부 물건을 받으라고 했어?”그러자 경호원이 서둘러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버려!”남자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돌아설 때, 윤혜인은 자신이 4시간 동안 끓이고 손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정성 들인 국이 병원의 쓰레기통에 던져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동안 그녀는 이준혁을 보통의 사고방
더 보기
이전
1
...
103104105106107
...
114
DMCA.com Protection Status